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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차 밤/전투] Starry Night

ahaz 2019.04.10 23:32 조회 수 : 20

Starry Night

 

 네오 베가스의 밤은 밝다. 짙은 밤하늘을 수놓아야할 별빛은 지상의 또 다른 별빛에 가려 자취를 감추었다. 별빛이라고 하기보다는 성운에 가까운 별무리로 이루어진 네오 베가스의 중심에는 신시가지가 있었다. 화려한 네온사인과 간판, 시종일관 흘러나오는 음악과 더불어 온갖 의상과 악세사리로 치장한 사람들이 거리와 건물 안 곳곳에서 소비를 권장하고 있었다.

 신시가지에 카지노와 음식점, 술집이 혼재한 가운데 신경을 자극하는 음악과 조명으로 가득찬 건물 내부로 젊은 남녀들이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드는 클럽이 보였다. 테이블에 놓인 잔과 병속의 음료가 음악에 따라 진동하고 입에서 시작해 입으로 옮겨지는 하얀 연기가 천장을 향해 흩어져갔다.

 리듬과 함께 무대 위 기계가 치익 소리를 내며 연기를 내뿜을 때마다 환호성이 울려퍼졌다. 대부분의 살갖을 노출한 댄서 주위로 구경꾼이 모여들며 클럽내의 분위기를 고조시켜갔다. 외부와 단절된 룸 안에는 쾌락에 몸을 맡긴 남녀가 술을 나눠마시며 서로의 몸에 뿌려진 향수를 체취와 함께 섞어나갔다.

 그 중, VIP룸에 위치한 금발에 미형을 한 남자가 여자들과 함께 술잔을 기울였다. 어느새 남자와 절친이 된 클럽의 매니저가 그를 VIP룸으로 안내하고, 돈많은 남자를 찾아온 여자들 중 미인을 골라 그에게 안내했다.

 

“오늘도 고맙네. 언제나 자네가 있어 즐겁군 친구.”

“나야말로, 네덕분에 늘 내가 덕을 본다는것을 잊지 않는걸. 마음껏 놀고가게나!”

 

 남자와 매니저는 마치 오랫동안 만나왔던 듯 친근하게 말하며 껴안고 서로의 등을 토닥였다. 매니저가 방의 남자와 즐겁게 얘기하고 나오면 직원은 처음보는 매니저의 지인에 대해 누구인지 물었다.

 

“누구냐고? 그러니까 이름이… 뭐 어때. 나와 이 클럽을 있게해준 은인이라고 생각하면 될거야. 그를 이 클럽의 VVIP에 추가시켜.”

 

 직원은 알겠다고 한 뒤 명단에 적기위해 매니저에게 그의 이름을 물었다.

 

“이름? 그게 중요해? 꼭 그런걸 나에게 물어봐야 하나?”

 

 매니저는 짜증섞인 어투로 직원에게 쏘아붙인 후 말을 이었다.

 

“그의 이름은…. 음…. 그래. 미스터 ‘J’라고 적도록 해. 그정도면 충분하니까.”

 

 직원은 알겠다 대답한 뒤 명단에 ‘J’를 적었다. J가 대체 무엇의 이니셜인지 궁금하지만 더 이 상 묻지않았다. 더 이상 자세히 물어보았다간 오늘밤 내내 매니저에게 스트레스 해소의 타겟이 될 것만 같았기 때문이었다. 때로는 호기심을 덮어두는 것이 좋을때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얼마가 지났을까, 클럽의 사람들이 술렁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일부는 이상한 낌새를 느끼며 클럽 밖으로 빠져나갔다. 밖에서 누군가가 사고라도 난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건 상관없다. 무엇보다 클럽의 손님이 줄어드는것이 그에겐 더 중요한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직원은 클럽 출구로 나가 주변을 살펴봤다. 그러나 주위의 거리는 아무일도 없었다. 여전하게 화려한 간판과 도로를 달리는 고급 승용차, 명품으로 치장한 사람들이 걷고있을 뿐이었다. 술에 취해 비틀거리거나 지나가는 여자에게 작업거는 남성도 있었으며 친구들과 함께 새로운 장소로 걸어가는 사람과 숙소나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차에 타는 사람들도 있었다. 어디까지나 일상과 똑같은 풍경이었다. 그 중, 한곳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있었다. 클럽 주변의 거리는 언제나와 같았다. 단지, 클럽에서 조금 떨어진 신시가지의 마천루의 불빛이 꺼져있었다. 

 24시간 내내 휘황찬란하게 빛나며 네오 베가스의 상징이 되고있었던 마천루가 통째로 정전이라도 된 듯 불빛이 꺼져있었다. 직원을 비롯한 모두가 처음보는 광경에 신기한것을 보듯 넋을 일고 바라보고 있었다. 개중에는 그 광경을 찍어 다른 이들과 공유하는 사람도 있었다.

 단순 정전이겠지. 직원은 그렇게 생각하고 다시 클럽 안으로 들어갔다. 기계라는것은 생각보다 완벽한 물건이 아니며 어딘가 전기계통이 고장이라도 난 것이리라 생각했다. 그 증거로 마천루를 제외한 다른곳은 여전히 신시가지의 거리를 밝게 비추고 있었다.

 직원은 다시 클럽 안으로 들어갔다. 어수선한 분위기를 잠재워야했다. 더 이상 손님이 빠져나가지 않게 막아야했다. 매니저에게 상황을 전달한 뒤 DJ에게 분위기를 돋구어줄 음악을 주문하고 다시 한 번 무대위로 댄서들을 올려보내 시선을 끌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빠져나가는 일부 인원은 잡을 수 없었다.

 이와중, 미스터 J도 밖으로 나간다는 소리를 전해들었다. 혹시라도 그의 마음에 들지않는 구석이 있었는지 파악해야했다. 매니저도 하던 일을 중단하고 달려왔다.

 

“오, 벌써 가시게? 아직 더 신나는 이벤트가 남아있는걸 친구!”

“곧 다시 올거니까 걱정말게나. 내 여흥을 방해하는 녀석만 처리할 생각이니까.”

 

 J는 그렇게 말하며 마천루쪽을 노려봤다. 그 또한 마천루의 상황이 신경쓰이는 모양이었다.

 

“저기? 저기에 시장 말고 누가 있다고?”

“가보면 알겠지.”

 

 J는 매니저의 어깨를 탁탁 두드리며 클럽 밖으로 나갔다. 직원은 J가 매니저의 어깨를 두드릴 때, 일순간 파직 하는 소리와 함께 전기 스파크를 본 것 같았다. 매니저는 일순간 휘청이더니 한 손을 벽에 짚으며 말했다.

 

“아 그래 그래야겠어. 대신 꼭 우리 클럽에 다시 오기를 약속하라고.”

“약속할게.”

 

 J는 그렇게 말하며 양 손으로 머리카락을 뒤로 쓸어넘겼다. 찰랑이는 금발 사이로 전기가 흐르는 듯 한 모습이 보였다. J가 클럽 앞에 주차된 흰색 스포츠카에 올라타 키도 없이 손가락 끝으로 운전대 근처를 만지작거렸다. 그를 중심으로 순간 번쩍하더니 자동차가 드센 엔진음을 내며 시동이 걸렸다. 실상 전기차임에도 레트로한 엔진음을 내도록 튜닝된 차가 분명했다. J는 스포츠카를 타고 마천루를 향해 사라졌다. 이후 차 주인이 나타나 차를 찾아다닌 건 다른 이야기였다.

 

 

 

시장실을 비롯한 그곳은 온통 난장판이었다. 곳곳에 쓰러진 사람들과 부셔진 각종 집기들이 난데 어우러져 마치 테러리스트가 지나가기라도 한 것 같은 모습을 하고있었다.

그중 가장 위쪽, 마천루에는 쓰러진 시장 앞에 서있는 은발의 소녀와 동양인 남성,어새신이 있었다. 시장은 피를 흘린채 미동이 없는상태로 이미 숨은 끊어진 상태였다. 아마도 시장에게 닥친 죽음의 원인이었을 그 두 사람 앞에, 흑발의 소녀와 금발의 소년 즉 버서커가 나타났다.

 

“성배전쟁에 참여하면서 고작 이런 일을 저지르다니, 우습네.”

“신경이 쓰여서 와봤다만… 저항할 힘도 없는 약자들을 괴롭히다니, 내 격에 걸맞는 영웅은 아니로군.”

 

 두 사람은 그다지 호의적이라 할 수 없는 말을 하며 시장을 죽인 다른 두 사람을 바라봤다. 은발의 소녀는 ‘격‘이라는 상대방의 단에 발끈하며 대답했다.

 

“어차피 영웅이란건 권력자들에 의해서 싸우다가 명성을 얻은 존재일뿐이잖아? 웃기지도 않아. 그런 소릴 할거면 최소한 체게바라라도 데려오라고”

“마스터 적당히해라.”

“칫”

 

 어새신이 그녀를 나무라자 그녀는 혀를 차며 입을 다물었다. 그 때, 한 쪽 문이 번쩍 하는 빛과함께 쾅 하는 소리를 내며 나가떨어지고

 

“이몸의 연회를 방해하는 자가 누구냐!”

 

라고 외치며 온 몸을 비롯해 위로 곤두선 머리카락과 손가락 끝에서 스파크를 튀기는 남자가 등장했다.

 

“아 낮의 스토커.”

“여고생을 추적하던…”

 

 호기롭게 등장한 랜서를 어새신과 그 마스터는 단번에 알아챘다. 분명 낮에 몰래 뒤를 쫓아오던 스토커로 기억하고 있었다.

 

“그대인가 소년? 이 탑의 빛을 저 어두운 밤하늘 속으로 던져버린 것이!”

 

랜서는 버서커를 바라보며 멋대로 말하곤 어새신쪽을 바라보곤

 

“아니면 그대가… 오! 낮의 이쁜이군.”

“끔찍해…”

“히익”

 

버서커와 어새신의 마스터가 각자 느낀 감정을 망설임없이 드러냈다. 특히 어새신의 마스터, 유리아는 이런 취급을 받는게 처음이었던지라 당황과 함께 알 수 없는 싫은 감정을 느꼈다.

 

“나에겐 그럴 이유가 없다.”

“그런가! 아쉽군, 그렇다면 이 땅의 별들이 불안에 떨도록 한 이유가 있을터. 고해보거라.”

 

 부정하는 버서커를 뒤로하고 랜서가 어새신을 향해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정중히 거절하지 스토커.”

 

어새신은 랜서의 권유를 거절하였으나 유리아가 제법 신기하다는 듯이 랜서를 바라보고 말했다.

 

“어느 시대에나 있던 일을 하고있을 뿐이야. 현시대에 분개하고 체제에 반발해서 부의 재분배를 원하는거지. 그리고 이건 걸림돌이고.”

 

 유리아는 그렇게 말하곤 시장을 툭 하고 발로 찼다.

 

“맙소사! 그 가슴에 반역의 혼을 품고있구나. 작구나. 정말 작아… 혹시 남자는 아니겠지?”

 

랜서는 한 손으로 턱을 문지르며 유리아를 유심히 바라보았다.

 

“변태!!!”

“그대는 좀 무례하구나. 여심은 좀 더 섬세한거라네“

 

 경악한 유리아가 가슴을 가리며 외치고, 어새신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대도 풍류를 즐길줄 아는 자라면 여성을 부끄럽게 하면 안되지 않는가?”

“허어, 그런 점을 신경쓰는 것이냐. 꽃의 아름다움이라 함은 제각각 이거늘.”

 

 가볍게 웃으며 말하는 어새신과 콤플렉스를 찔린 유리아가 어이없다는 눈으로 랜서를 바라보았고 랜서는 그 둘에게 이해할 수 없다는 말투로 대답했다.

 

"그래서, 농담 따먹기는 언제까지 할 셈이지? 난 성배전쟁에 참여했지, 어설픈 개그쇼를 시청한 기억은 없는데 말이야."

 

버서커의 마스터, 히비키가 끼어들며 입을 열었다. 히비키에게 유리아는 그에 대한 대답을 들려줬다.

 

”이쪽은 성배전쟁같은거 관심없다. 그쪽이 누구랑 치고박던 아무래도 좋아. 이쪽은 일을 끝내기만 하면 아무래도 좋아.”

 

 유리아는 그렇게 말하고 히비키가 누구인가 생각했다. 마술각인의 승계만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케이바인가의 당주… 실력과 재능이라면 시계탑에서 한 자리를 꿰차고 있어도 모자라지 않지만 결코 근원에 도달할 수 없는 마술사의 상징과도 같았던 가문의 당주가 미국땅을 밟고, 버서커를 사육하여 눈앞에 있었다.

 

“원한다면 그대의 밑에 종속 되도 상관없다. 전쟁따위 아무래도 좋으니까”

"그렇다면 충성의 증거를 바쳐라. 고귀한 피를 섬길 수 있음을 보이려면, 주군이 원하는 것 정도는 바칠 수 있겠지?"

“잠깐, 지금 무슨 말을…”

 

 유리아가 한 말에 버서커가 즉답으로 응답했다. 히비키는 고민할 틈도 없이 버서커가 대답을 하자 당황한 기색을 내비쳤다. 유리아는 그런 버서커를 질린 표정으로 보며 대답했다.

 

“적어도 타인의 마음을 얻을 작자로는 안 보이는군. 차라리 변태가 낫지.”

 “오! 아까 점찍어놓은 여인이 혼란 속에 사라져서 아쉽던 참인데 말이다. 이 몸과 동침만 하면 얼마든지 거느리고 다녀주지!”

 

유리아의 말에 틈이 보이자 랜서가 대화에 껴들었다. 그는 유리아가 마음에 든 듯 씨익 웃으며 당당하게 잠자리를 요구했다.

 

“거절한다 변태 나가 뒈져, 여자의 적!”

“자네 혹시 여자한테 찔려 죽지 않았나?”

“죽은적은 없다만 찔린적은 있을지도 모르지.. 아니, 남자였나?”

“어느쪽이든 질투로 찔렸을 것 같네만.”

 

 질색하면서 거절하는 유리아. 흥미롭게 묻는 어새신. 그리고 진심으로 기억을 더듬는 랜서가 있었다. 어새신은 그런 랜서에 대한 감상을 날렸다.

 

"나는 자동인형 하나를 찾고 있다. 나름의 가치를 거기에서 발견했으니. 너희들이 그걸 가져온다면 너희가 내 아래 들어올 가치가 있음을 인정하겠다."

”고귀함따위 똥통에라도 처 박아라. 서민에게는 아무런 도움조차 안되니까”

 

 버서커는 그들에게 자동인형 하나를 가져오길 요구했다. 거만한 태도로 말하는 버서커에게 유리아가 가운데손가락을 올리며 욕을 하자

 

“오! 그거 써먹기 좋군. 네놈따위 똥통에 처박혀 호박밭의 양분이나 되거라 건방진 사네여.”

 

랜서가 버서커에게 가운데손가락을 올리며 욕한 뒤 팔짱을 끼고 흡족해했다.

 

“그 외에 기발한 욕설이 없는가? 현대인들의 창의력이 궁금하구나.”

 

 무언가 더 재미거리를 찾는 랜서의 반응이 마음에 들었는지, 유리아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다음 말을 꺼냈다.

 

“똥통에서 고귀해봐야 똥이지 같은?”

“..소녀는 그런 말을 하는게 아니란다.”

 

 유리아의 연이은 욕에 어새신이 한숨을 쉬며 나무랐다. 랜서는 유리아가 한 욕을 듣고 잠시 생각한 뒤 자신의 감상을 말했다.

 

“오, 분뇨의 제왕이로구나.”

“당신의 응용력은 오히려 이쪽이 배워야 하겠는걸?”

“가르치면 동침하는 것이냐?”

“할리가 있냐!”

 

 끈질기게 동침을 권하는 랜서에게 유리아가 토할 것 같은 표정을 지으며 소리쳤다. 그리곤 같은 여성인 히비키를 힐끔 쳐다보았다.

 

“협력의 의사는 없다.. 같은데. 언제까지 점잖은 척 할 셈이야?”

“궁중에서 나온 이후로 광대놀음을 본 적이 없으니 말이다.”

“제일 광대같은게.”

 

 버서커에게 질문하는 히비키와, 눈 앞의 광경을 즐거운 구경거리처럼 바라보는 버서커가 있었다. 유리아는 자신보다 나이가 어린 모습을 한 버서커에게 쏘아붙였다. 버서커는 유리아의 말을 무시하고 다음 자신이 할 행동을 말하기 시작했다.

 

"네가 말한대로 그 자동인형이 이곳의 관리자의 것이라면, 이 방법이 제일 간단하겠지.”

“남의 말을 들을 생각 없이 자기 말만 해대네. 미친… 아 혹시 저거 버서커인가?”

 

유리아의 질문에 버서커는 씨익 웃으며 뜸을 들였다. 그의 앞에 있는 유리아와 어새신, 랜서는 버서커가 다음에 내뱉을 말을 기다렸다.

 

“지금부터 이 건물을 무너뜨린다.”

“아 잠깐만…” 

 

 버서커의 선언에 유리아는 기다려달라는 말과 함께 어새신에게 부탁하여 시장의 시체를 챙겨 자리를 뜨려는 자세를 취했다.

 

“이 다음에 해주겠어?”

"도망가던지, 막던지, 나는 신경쓰지 않는다. 나는 이 성배전쟁에서 광인의 역할을 부여받은 자. 어둠에 사는 이도, 빛에 사는 이도 나를 막을 순 없으니..."

 

 유리아는 랜서와 다른 의미로 버서커를 재수없게 바라봤다.

 

“입에 버터라도 처물었나…”

“호오… 나는 이 건물이 마음에 든다만.”

 

 질색하며 황급히 자리를 뜨려는 유리아와, 랜서가 안광을 빛내며 앞으로 걸어나왔다. 다시금 손가락 끝에서 스파크가 튀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힘으로 막아라. 네가 나를 쓰러뜨리기에 적당한 격을 지녔는지 시험해주마."

 

 버서커는 자신의 보검을 꺼내 랜서에게 향했다.

 

“격이라는 건 동급의 인물에게 주어지는 말이지. 네 녀석이 반신이라도 된다면 그 단어를 인정해주마.”

 

 랜서는 한 손에 단검정도 길이의 작은 무구를 꺼냈다. 좀 전보다 더욱 강한 전류가 그의 온 몸을 타고 사방으로 흩어져갔다.

 

"그럼, 여흥을 시작해볼까."

 

 버서커는 그 모습을 보며, 씨익 웃으며 말했다.

 

 

 

 

 

“어새신! 죽여버려!”

“보아라! ■■의 분노가 너의 심장을 꿰뚫고 사악한 그 마음을 깨끗이 정화하리라!”

 

 랜서가 난데없이 하늘에서 나타난 흰색의 거대 괴수를 타고 창을 손에 쥐었다. 마천루의 바닥이 쿵 하고 울리며 금이 가기 시작하고, 두 쌍의 어금니를 가진 괴수가 괴성을 부르짖었다. 동시에 버서커가 쥔 검에서는 불길이 일어나 점차 버서커의 온 몸을 뒤덮기 시작했다. 

유리아는 흔들리는 와중에 간신히 균형을 바로잡으며 버서커를 멈추도록 어새신에게 명령했다. 어새신이 급히 활시위를 당겨 버서커의 몸에 명중시켰으나 불길이 화살을 먹어버리며 순식간에 재로 만들어버렸다.

 

"나의 진정한 모습을 보는걸 영광으로 알거라..."

 

 매서운 불길이 버서커의 온 몸을 뒤덮은 직후, 버서커가 나지막이 음성을 흘린 뒤 보구의 진명을 외쳤다. 랜서가 탄 괴수와도 같은, 아니 더욱 크게 몸집을 불린 버서커는 더 이상 인간의 형상이 아닌 전설 상에 등장하는 그것으로 변해있었다.

 거대한 괴수로 변한 버서커는 몸을 덮고있던 불길을 전부 집어삼킨 뒤 눈 앞에 있는 랜서와 어새신을 잠시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들에게 모든 것을 녹여버릴 불을 토해냈다.

 그와 동시에 랜서의 위로 먹구름이 모여들며 그가 쥔 무기로 벼락이 내리쳤다. 랜서의 몸에서 으로 퍼지던 전기가 전부 그의 손으로 모여 거대한 번개 형상으로 변해갔다. 뜨거운 불길과는 다르게, 닿는 모든 것을 감전시키고 태워버리는 창을 랜서가 움켜쥔 뒤 투척했다. 번개의 창이 매섭게 날아가며 불길을 뚫고 그대로 버서커에게 직격했다.

 버서커는 고통스럽게 울부짖으며 불길을 사방으로 토해냈고, 버서커의 불이 닿는곳은 불길에 타버리고 녹으며 점차 건물의 형상을 잃어갔다. 번개의 창은 불길을 전부 다 막지 못하고 어새신을 비롯한 빌딩을 덮쳐 불지옥으로 만들어갔다.

 버서커는 다시 한 번, 가슴 속에 품어있던 불을 내뿜었다. 랜서는 이번 버서커의 불을 예측하지 못 하여 무방비상태로 불길에 집어삼켜졌다. 어새신 또한 속수무책으로 당하며 그저 마스터인 유리아를 불길로부터 최대한 보호했다.

 

 

 

불의 홍수가 끝나고, 무너진 빌딩 가운데 버서커가 극심한 마력소모를 견디며 사람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신시가지 어디에서나 보였던 시청은 무너지고 꺼지지않는 불길은 신시가지 전역으로 퍼져나가고 있었다. 아직 소멸하지 않은 랜서와 어새신의 기척을 느끼며, 버서커는 다시 검을 굳게 쥐었다.

 

“화끈하군! 더 해보거라. 마수의 피를 간직한 남자여!”

 

 순간 쾅 하고 잔해를 사방으로 흩뿌리며 튀어나온 랜서가 버서커에게 전격이 실린 공격을 날렸다. 그리고, 버서커가 반격할 틈도 없이 두 번, 세 번 연이어 주먹과 발을 이용해 그의 몸을 타격했다. 강렬한 전기가 흐르며 버서커의 몸을 일순간 경직시켰다.

 

“나와 합을 나누려면 이정도로는 부족하다..!!”

 

 버서커는 이를 악물며 검을 쥔 손으로 랜서의 몸을 베었다. 그리고 튀어나가 달려가며 연이어 날아오는 어새신의 화살을 쳐내고 순식간에 간격을 좁혀왔다.

 

“귀찮은 놈이로다. 나의 검에 베이는 것을 영광으로 알거라!”

 

 버서커의 검이 어새신의 허리를 베고, 강력한 충격에 균형을 잃은 어새신의 머리에 버서커의 돌려찬 발이 명중했다. 강렬한 충격음을 내며 어새신이 날아가 불에 타고있는 건물로 처박혔다. 콰광 하는 소리와 함께 건물이 무너져내림과 동시에 어두움과 연기 속에서 어새신의 화살 두 발이 날아와 버서커의 팔에 명중했다.

 그 다음, 어둠속에서 랜서를 향해 어새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본인은 업무는 전투가 아닌지라 이정도가 고작일세!"

 

 건물이 무너지고 그 밑에 깔려있을 어새신을 바라보며 끝을 내려는 버서커에게 랜서가 날아와 등 뒤를 위에서 아래로 덮쳐왔다. 버서커는 재빨리 공격을 한 손으로 막고 검으로 올려베어 역공을 한 뒤 다시 내리찍어 연속으로 유효타를 먹였다. 그리고 습격에 실패하고 역으로 당한 랜서를 발로 차 거리를 벌렸다.

서로 불길과 전격으로 화상을 입고 추가 타격으로 피를 흘리는 랜서와 버서커가 무너져가는 건물 잔해 사이에 서있었다. 버서커는 조금 더 있으면 위태한 상황에, 랜서 또한 중상이었다. 둘 다 이대로 싸우며 어느 한 쪽이 소멸할 것은 누가봐도 명백히 알 수 있는 사실이었다.

 

“승자를 가려내자구나! 재밌구나! 더! 이 몸을 즐겁게 해다오!”

 

 랜서는 피를 철철 흘리면서도 버서커에게 전투의 연속을 종용했다. 그러나..

 

“물러나자 버서커. 목적은 이뤘어.”

 

 라고, 안전하게 숨어있던 히비키가 모습을 드러내더니 그녀의 령주가 밝게 빛나기 시작했다.

 

“돌아가자 버서커.”

 

 그 말과 함께 버서커가 히비키를 안아들더니 순식간에 랜서의 시야에서 사라져갔다. 랜서는 그 뒷모습을 바라보며 아쉽다는 표정을 지은뒤 주변을 둘러보았다.

 화려했던 신시가지는 온데간데 없이 폐허가 되어 불타고 있었다. 건물에 깔려있던 어새신은 소멸한건지, 아니면 그사이 후퇴한건지 기척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아아… 마음에 드는 곳이었는데. 아쉽군.”

 

 랜서는 슬픈 표정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곧 있으면 사람이 모여들 것이므로 계속 있으면 귀찮아질게 분명했다. 마침 지나가다 놀고있었던 클럽을 지나가게 되어 그 안에서 아직 형태를 유지하고있는 술병박스를 들고나오며 휘파람을 불었다. 첫날부터 재밌게 해준 현대를 그는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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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장면 1 : 1일차 낮장면 행동 선언 [24] file Sigma 2019.04.07 66
26 [프로필] 리나 에식스 / 라이더 file 아르니엘 2019.04.06 29
25 [시작 전] 왕좌의 게임, 上 로하 2019.04.06 23
24 [프로필] 리니아 골드 / 아처 file INSURA 2019.04.06 19
23 [시작 전] 히비키 넥클 2019.04.04 14
22 [시작 전] 제나 비토리아, 下 로하 2019.04.04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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