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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

 

 

   그는 검을 들었다. 욕설, 매도. 적의. 다시 생각하면 그리울 정도로, 마치 그에게 있어 공기와 같이 익숙하고 아침에 해가 뜨는 것처럼 당연한 것이었다.

 

   그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구세주가 되고 싶은가? 그런 것은 아니었다. 욕심이 났나? 그것 또한 아니었다. 그저, 이대로는 안 된다. 그런 생각이 들었을 뿐이다. 

 

   모든 전설은 번영만을 노래한다. 그 최후가 장절하고 영웅에 어울리는, 한순간 지는 꽃처럼 처절한 것이었다면 그 또한 길이길이 남겨졌으리라. 그 최후가 숭고하고 또 고귀한 희생이었다면 그것은 찬사에 마땅한 것, 그 최후가 평온한 잠이었다면 누구나가 웃음짓는 좋은 옛 이야기일 것이다. 

 

   어떠한 전설도, 어떠한 노래도 쇠락과 그림자는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영웅은 영웅으로 존재하고, 신화는 신화로서 존재하니까.

 

 

01.

 

 

   세이버는 물끄러미 잠든 이를 내려다보았다. 엘데세나 비토리아는, 솔직히 말하자, 세이버가 약간 놀랐을 정도로 잠을 깊이 자지 않았다. 그가 종이 한 장 넘기는 소리가 나도 곧바로 눈을 떴고, 세이버의 사과에 (마스터의 수면을 방해할 의도는 아무리 그라도 결코 없었으므로.) 괜찮다고 고개를 젓곤 새벽 네 시에 일어나 하루를 시작했으니까. 세이버는 여전히 제나의 머리카락 한 올 건드리는 일 없이 침대 밑에 털썩 기대어 앉았다.

 

   단순히 야행성이나 아침형 타입 따위의 스타일 차이가 아니라, 기본 수면 시간 자체가 턱없이 짧고 그 깊이도 얕은 건 그것이 어떠한 이유든 사람에게 있어 그리 좋은 현상은 아니다. 세이버는 흘끗 시선을 향했다. 목에 남겨진, 아직 채 사라지지 않은 흉터가 눈에 띄었다. 

 

   "꽤 옛날에 다친 건데, 거의 다 뭐 사라지긴 했는데 아직 좀 더 지워야 할 게 있어."

 

   처음, 세이버가 그에 대해 말했을 때 제나는 심드렁하게 말했다. 세이버는 살짝 미간을 좁혔다. 자신이 있는데 아무렇지 않게 캐미솔 차림으로 돌아다닌다는 건 차치하고 (자신은 엄밀히 따지면 유령 비슷한 무언가이므로, 이해는 하는 바였다. 머리로는.), 세이버 또한 전장에서 구르고 굴러 상처라면 지겨울 정도로 본 인간이었다. 팔, 등, 목. 손등까지. 아무리 대부분 지워졌다지만, 약간씩 남은 흔적으로도 대충 얼마나 큰 것이었고 무엇으로 입은 상처인지, 그 정도 파악하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마스터, 당신은 예쁘장한 공주님 같은 얼굴을 하곤 스무 해는 구른 용병 같은데."

   "내가 인생을 좀 파란만장하게 살아서 말야."

 

   그렇게 말하며 제나 비토리아는 피식 웃었다. 세이버는 어련하시겠어, 한 마디 대꾸할 뿐이었다.

 

   잠깐, 아직까지는 제대로 잠든 듯한 제나를 내려다보면 세이버는 곧 창 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창 밖의 환락가는 이 늦은 새벽에도 네온이 휘황했다. 왜 제나가 자신은 이 도시 취향이 아니라고 했는지, 지금이라면 이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동부의 대도시에서, 제나가 살던 펜트하우스는 센트럴 파크가 한 눈에 들어오는 곳이었다. 어느 정도 사람의 손으로 정돈되고 조정되긴 했지만, 비교적 제멋대로 자란 나무들이 햇빛을 슬쩍 가렸고 풀밭과 흙이 덮인 땅이 너르게 펼쳐져 있었다. 세이버에게 있어선 여전히 너무나 최신이었지만, 그래도 벽돌과 옛스러운 대리석을 사용한 건물들이 아파트 주변 도로 양 옆을 따라 늘어져 있었으며, 아침엔 가로수에 앉아 지저귀는 새소리가 들리는 곳이었다. 집 청소는 안드로이드라 불리는 기계들이 처리했지만, 웨더비도 비키도 레베카도 간단한 요리는 직접 손으로 하곤 했다. 우리는 다 별종들이지, 모니터가 아닌 손으로, 두꺼운 종이에 무언가를 써내려가던 웨더비가 웃으며 말했다. 제나는 자신의 아침 커피를 직접 내려 마셨으며, 필요하다면 아무렇지 않게 계란을 익히고 토스트를 구워 먹곤 했다. 

 

   이곳에선, 그 모든 것이 달랐다. 여기에 비교하자면, 그는 뉴욕의 어퍼 이스트 사이드는 고향과 비슷할 정도라고 생각했다. 머리를 들쑤시는 지독한 아편 냄새, 술 냄새. 사람을 잠 대신 쾌락으로 유혹하는 불야성 같은 네온사인과 떠들썩한 소리, 투명한 건물의 외벽을 가득 채운, 휙휙 바뀌는 화면들.

 

   세이버는 고개를 뒤로 젖혔다. 손으로 눈을 가렸다. 그는 요정이 살아 숨쉬는 숲에서 사슴과 새들과 함께 자란 소년이었다. 아침의 아군이 저녁의 고깃덩이로 바뀌는 전장에서 삶의 많은 시간을 보낸 청년이었으며, 수많은 이들의 흥망성쇠를 눈으로 본 인간이었다. 그에게 있어 호의도 기쁨도 보람도 적의도 악의도 탐욕도 딱히 새롭지 않은 감정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 모든 감정은 사람이기에 가진 것들이었다. 고민하고, 아파하고, 갈등하고, 답을 내리고, 후회하고, 더러는 기뻐하고. 하지만 이 땅은 달랐다. 얄팍한 쾌락. 사라지지 않는 악의. 이 세상은 보이지도 않고 들리지도 않는 상자에 갇혀 먹이만을 받아먹게 된 대다수의 배부른 돼지들과, 서로를 죽고 죽이려 웃는 낯 아래 칼을 숨긴, 가면을 쓴 일부의 사람들로 이루어져 있다. 

 

   이걸 과연 사람의 세상이라고 할 수 있을까. 세이버는 미간을 좁혔다. 조각상에 숨결을 불어넣은 듯한 얼굴이 구름이 낀 듯 흐려졌다. 세이버는 작게 휙, 손을 흔들었다. 암막과도 같은, 커튼인 것일까. 잘 알 수 없는 것이 창을 가렸다. 

 

   "엘데세나."

 

   그는 잠든 아이를 어르듯 속삭였다. 그는 그녀에게 말하지 않았다. 그의 흥미이기도 했고, 꼭 말할 필요는 없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날 밤, 나를 소환한 건 처음부터 그 개자식이 아니라 당신이었는데 말야. 소환 술식은 지금은 더 이상 세상에 없는 그 자가 그린 것이 맞았다. 하지만── 마스터로 생각하고 령주가 깃들었을 게 분명한 팔을 베어버렸지만. 다시 생각해보니까, 애당초 그럴 필요가 없었어.

 

   세이버가 소환된 것은, 제나 비토리아가 결계 안에 발을 들인 순간. 

   처음부터 그는 엘데세나 비토리아에 대한 성배의 판단, 그에 의해 소환된 서번트.

 

   "좋은 꿈 꾸기를."

 

 

02.

 

 

   세이버는 두툼하게 쌓인 팬 케이크를 썰어 넣었다. 캐나다 산 최고급 메이플 시럽과 생크림을 곁들여 한 조각, 뉴질랜드에서 온 꿀을 곁들여 또 한 조각. 그는 기본적으로 음식에 관해서는 보급품이라는 인식이었고, 필요한 에너지를 충족시킬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했지만 보다 좋은, 더욱 다양한 미각의 자극을 거절할 인간이 얼마나 될까. 당연한 일이었다. 산딸기와 나무뿌리, 구휼 작물을 캐먹으며 다니는 것은 사양이었다.

 

   그 얼마 되지 않을, 미각의 반응 따위 신경 쓰지 않는 부류의 인간에 들어갈 한 사람은 그런 세이버를 보며 커피를 홀짝이고 있었다.

 

   "엘데세나."

   "응?"

   "커피를 좋아해?"

   "글쎄. 습관 같은 거야."

 

   세이버는 그런가, 하곤 다시 팬 케이크 위의 딸기 컴포트로 시선을 돌렸다. 엘데세나가 그를 읽어내려는 것처럼, 그 또한 이럭저럭 엘데세나 비토리아에 대해 파악해가고 있었다. 예상대로, 미각은 거의 상실한 건가. 그는 딸기 한 조각을 입에 털어 넣었다. 그녀는 기본적으로 시럽을 넣지 않은 종류의 커피만을 마셨다. 허나 눈 앞의 저 잔은 세이버가 자신의 팬 케이크에 딸려 나온 꿀을 거의 컵째 쏟아 부은 것. 물론 그녀가 아무런 티를 내지 않을 가능성도 있지만, 글쎄.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게 그 정도의 당분은 끔찍할 것이다.

 

   "세이버. 먼저 오늘은... 머물 곳을 만들래."

   "당신 마음대로."

   "생각보다 호불호가 약하네, 너는."

   "서번트니까."

 

   더 이상 무언가를 무슨 수를 써서든 아득바득 해나가야 할 의무는 없었다. 무엇이 어떻게 된다 한들, 세이버는 이미 옛적에 생을 다한 망자였기에. 동시에 그 말은, 그가 망자임에도 불구하고, 무슨 수를 써서든 아득바득 해내야겠다, 고 마음 먹은 일이 없다는 뜻도 되었다. 그걸 이해한 것인지 엘데세나 비토리아는 다시 침묵을 지켰다. 그들은 심플한 비즈니스 파트너였고, 서로에 대해 필요 이상의 정보를 묻지 않았다.

 

   제나는 세이버의 이름을 알지 못했으며, 세이버는 제나의 과거도 목표도 알지 못했다. 다만, 세이버가 파악한 것은 눈 앞의 빈틈없는 척 하는 마스터는 그 가련한 외견과는 달리 꽃피는 인생을 살아오지 못했다는 것 정도, 그리고 스스로 악당인 것처럼 굴고 있다는 점 정도였다. 현대의 인간은 충분히 속일 수 있겠지만, 세이버는 속으로 고개를 저었다. 그는 아마 그의 고국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울 악녀를 알고 있었고, 그 이상의 악한 또한 충분히 보아온 것이다. 그 자들에 비하면..., 아니. 애당초 그가 판단하는 엘데세나 비토리아는 진짜배기 악한과는 전혀 연관이 없었다. 굳이 따지자면 팔뚝만한 새끼 고양이나 강아지가 털을 부풀리고 컁컁거리며 사람을 위협하는 것에 가깝게 보였다. 

 

   '... 그렇게 말하면 절대 인정하지 않겠지.'

 

   역시, 세이버는 엘데세나 비토리아 오르델라피에 대해 이미 꽤 많은 것을 파악하고 있었다.

 

 

03.

 

 

   자신의 마스터는 꽤나 솜씨가 좋다. 마술에 대해서 저 정도로 혐오하면서도, 마치 아침에 일어나 물 한 잔을 따라 마시는 것 같은 가벼운 손짓으로 몇 번 슥슥, 몇 마디 툭툭 내뱉는 것으로 이루어지는 화려한 영창을 보며 세이버는 생각했다. 그의 생전에 있었던 이름높은 자들과는 역시 비교가 어렵지만, 저 정도면 충분히 인대의 기준으론 솜씨가 좋은 마술사였다. 무엇보다, 자신에 대해서 끝까지 불신하고 실력을 과신하지 않는다는 점이 마술 사용자로서는 최대의 강점일 것이다.

 

   "끝났어."

   "빠르네."

 

   제나는 자신의 완벽하고도 간결한 영창 따위엔 전혀 관심의 파편도 보이지 않으며 어깨를 으쓱했다. 오히려, 마술에 주의를 다시 한 번 기울이는 대신, 그녀는 미리 알아둔 인맥을 통해 CCTV와 생체인식시스템이 제대로 돌아가는지를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준비가 철저한 것도 맞지만, 악취미인 것도 맞다. 현대 대도시는 기본적으로 셀 수 없이 많은 카메라와, 인간을 생체단말로 인식하는 레벨의 감시 시스템을 인프라로 구축하고 있었다. 한때 둠즈데이라 불렸을 정도의 사건으로 황폐화되었다가 재건된 이 도시는 그 중에서도 감시의 레벨이 철저했다. 제나 비토리아는 마술에 대해 전혀 신뢰하지 않고 있었으므로, 사역마를 깔기보다는 이 도시의 수많은 눈을 활용하는 것을 택했다.

 

   '역시 악취미가 맞아.'

 

   세이버는 생각했다. 그녀는 분명 자신의 거점이 날아가는 것 자체에는 번잡스럽다 생각할 뿐 어떠한 아쉬움도 남기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반대로, 그게 누구든 파괴하는 순간, LVPD를 필두로 이 도시의 주요 정부 네트워크에 그 자의 얼굴이 정면으로 찍힌 영상이 퍼져나가겠지. 제나 비토리아는 도시의 지역 한 구 정도의 감시 카메라를 슬쩍 엿보게 해달라고 부탁할 수 있는 인맥도, 그걸 단숨에 퍼뜨리도록 해당 관리자를 '설득'할 수 있는 자금도 있었다. 즉,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그녀는 자신의 기반을 날려버리는 인간이 죽던 살던 관심이 없었지만, 그 자를 사회적으로 말살시킬 수 있도록 모든 무대 장치를 마련해 둔 것이었다. 물론 마술을 통해 그 자의 얼굴이 이 장소에서는 탐지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그쯤이야 워프를 한 게 아닌 이상, 이곳에 들어오는 모든 이의 기록과 그를 통한 이동 경로를 추적해보면 하루 안에 답이 나올 일이었다. 

 

   "동시에, 그게 누구던 네트워크 베이스에 접속했던 기록이 있다면 그 기록을 경찰청으로 바로 보내달라고 요청했어."

 

   그녀는 배시시 웃었다.

 

   "이 도시는 미국 전역에서 수도 워싱턴, 동부의 뉴욕과 함께 가장 경찰의 권력이 막강한 도시 중 하나니까."

 

   제나 비토리아는 덧붙였다.

 

   "네가 이해하기 쉽도록 설명하자면, 인간이 사춘기 때 써둔 낙서나 몰래 읽은 금서들 따위가 깔끔하게 정리되서 불특정 다수에게 뿌려진다고 보면 돼."

 

   ── 솔직히 말해서, 어디 가서 뛰어내리고 싶어질 사람이 아주 많을 걸? 그녀는 방긋, 우아한 미소와 함께 내뱉었다. 

 

   "악취.. 약간, 유치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엘데세나?"

   "어머나, 유치하다니. 결계를 날려버렸다고 그 사람을 죽여버리겠다고 하는 것보단 훨씬 비폭력적이고 건전하잖아."

   "차라리 일대일 결투를 신청하는 게 뒷맛이 깔끔하지 않나 싶지만."

   "숨길 거리가 그다지 없는 사람이라면 문제가 없을텐데, 뭘."

 

   학생 때 검색한 고수위의 매체 정도야, 사춘기의 일탈로 웃음거리 한 번 되고 말 거고. 본인이 굉장히.. 정부나 이 체제에 대해 뭔가 위협적인 짓들을 벌이고 있던 게 아니라면 솔직히 별 일 없을 가능성이 훨씬 높은 걸. 검은 토트백에 노트북을 다시 쑤셔넣으며 제나가 웃었다. 

 

   "하지만 마스터, 그게 가능하단 말은 곧, 당신이 마음만 먹으면 저 길에 나다니는 일반 시민이나 비시민 신분의 마술사 한둘 정도야 이 나라에서 쥐도새도 모르게 사라지게 할 수 있다는 말 아닌가?"

 

   제나 비토리아는 대답 대신 아름답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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