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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로 즐기는 문학(퍼온글)

2006.06.27 15:35

야담 조회 수:489

‘기는 문학’ 13개월째 서비스
문학에서 멀어져간 독자들 이렇게 해서라도 …
주1회 만드는 인터넷 문학라디오


지난 20일 오후 8시 서울 마포구 합정동의 한 스튜디오 녹음실. ‘제국호텔’, ‘내 젖은 구두 벗어 해에게 보여줄 때’ 같은 시집으로 높은 인기를 얻고 있는 시인 이문재씨가 헤드폰을 쓰고 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26일 방송분이다. “안녕하세요. ‘행복한 문학여행’의 이문재입니다. 언젠가 이런 상상을 한 적이 있습니다. 먼 훗날 내 삶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 한 통의 편지를 받는 겁니다.…”
이 방송은 국내에서 처음 시도되고 있는 인터넷 문학라디오다. 13개월 됐다. 주 1회 제작돼 월요일 오후 10시 ‘사이버 문학광장’ 사이트(www.munjang.or.kr)에 게시된다. 프로그램 이름은 ‘문장의 소리-행복한 문학여행’이다.
처음 시작은 작년 5월이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위원장 김병익)와 문인들이 문학회생의 기치를 내걸고 사이버 공간에 문학 방송국을 차렸다. 문인이 방송원고를 쓰고, 진행과 디스크자키까지 겸했으며, 시와 소설을 소개하고, 유명 문인들을 초대했다.
‘행복한 문학여행’이지만 작업은 고됐고, 인터넷 문학방송의 1년 성적표도 초라했다. 연출을 맡은 희곡작가 최창근씨는 “방송 파일을 사이트에 올려놓으면 접속 건수가 주당 200~300회 정도”라고 말했다.
그러나 방송 원고를 쓰는 이윤설 시인은 “독자들에게 ‘이래도 안 들을래’라는 각오로 원고를 쓴다”고 말했다. 이씨는 ‘제가 여러분과 함께 하는 이 순간이 정성으로 만나고 정성으로 사랑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는 클로징 멘트 한 줄이 자랑스럽다. 모든 원고에는 생생한 현장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일에도 속초에서 이메일로 원고를 쏘고 서울 녹음실로 차를 몰았다. “풍어제를 다녀왔어요. 그냥 정성을 다하겠다고 말하기보다는 만선을 기원하는 풍어제 굿판에 쏟는 어민의 정성을 보여주는 것이 색다를 것 같아서요.” 이씨는 “귀로 즐기는 문학이라는 신선한 경험을 청취자에게 계속 선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 인터넷 문학 방송‘행복한 문학여행’을 진행하는 이문재 시인(오른쪽 끝)과 방송원고를 쓴 이윤설 시인(가운데)이 초청작가인 소설가 정지아씨와 함께 대화를 나누고 있다 채승우기자

1시간30분짜리 1회분을 녹음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대략 2시간30분. 소음을 막기 위해 에어컨조차 틀지 않은 찜통 녹음실에서 이문재씨는 땀을 뻘뻘 흘렸다. ‘그립다고 써보니 차라리 말을 말자/…’ 윤동주의 시에 가수 안치환씨가 곡을 붙인 노래 ‘편지’가 흘러나왔다. 이어 ‘책 읽어주는 남자’ 코너. 이 시인은 벨기에 출신의 미국 문인, 메이 사튼의 일기 ‘혼자 산다는 것’을 육성에 실었다.
이 프로는 시인 김선우씨(1~13회)에 이어 최근까지 소설가 한강씨(13~46회)가 진행해왔고, 이씨는 지난 12일부터 방송을 맡았다. 2대 진행자 한강씨는 싱어송라이터로 숨겨뒀던 ‘끼’를 동원해 방송을 띄웠다. 자신의 일상을 소개하는 ‘잠수함 통신’이란 코너를 만들더니 10여 개의 자작곡을 들고 나와 녹음실 안에서 기타 치고 노래를 불렀다. 한씨의 노래 가운데 ‘12월 이야기’라는 곡은 시노래 모임인 ‘나팔꽃’ 회원이자 가수인 이지상씨의 4집 앨범에 듀엣곡으로 실리기까지 했다.
출연 문인들의 면면도 화려하다. 권혁웅 김별아 김애란 김연수 문태준 박상순 손택수 신현림 윤성희 이현수 정이현 조경란 천운영 함성호 등 스타급 문인들로 초대코너를 꾸렸다. 26일 방송에는 올해 이효석 문학상을 받은 소설가 정지아씨가 출연해 자신의 수상작 ‘풍경’을 낭독한다.
김태훈기자 scoop87@chosun.com  

입력 : 2006.06.26 00:52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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