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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재선의 문학노트>

시와 음악 ‘행복한 여행’

인터넷 문학라디오-문학 기차

장재선기자 jeijei@munhwa.com


인터넷과 라디오 사이에 문학이 끼었다. 이름하여 인터넷문학라디오방송. 여기서 만드는 프로그램이 ‘문장의소리-행복한문학여행’이다. 띄어쓰기를 해서 애써 풀어보면, 인터넷 공간에서 라디오 소리를 벗삼아 문학을 주제로 여행을 떠나는 것쯤이 될까.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1년 전부터 문학포털사이트 사이버문학광장(www.munjang.or.kr)을 통해 운영해 왔단다. 문학마니아들에겐 인기를 끌었다는데, 사이버와 친하지 않은 사이비 마니아라서인지 이번에 처음 들어봤다. 3대 진행자로 뽑힌 이문재 시인이 첫 방송을 내보냈다는 소식을 듣고서였다.

듣고 난 소감부터 말하자면, 아, 이거 제대로 된 문학여행이네, 한 번도 여정에 동참하지 않은 것은 담당기자로서 직무유기로군, 이었다. 시와 음악, 문학인들과의 인터뷰가 풍성하게 어우러지고, 청취자 사연도 적절하게 소개됐다. 등단하지 않았으면서도 훌륭한 서정시를 쓰고 있는 임의진 목사의 작품을 구슬프면서도 감미로운 음악과 함께 들려준 것이 특히 신선했다. ‘인디오의 길’과 같은 외국 노래가사에 담겨있는 시정(詩情)을 소개할 때는 인디오의 힘겨운 삶을 생각하며 가슴이 뻐근해지기도 했다.

진행자인 이문재 시인의 목소리는 잔잔하면서도 정감이 있었다. 이 시인의 문재(文才)야 익히 알고 있었으나, 방송에 적합한 ‘말발’의 재능까지 겸비하고 있는 줄은 미처 몰랐다. 1, 2대 진행자인 시인 김선우, 소설가 한강씨도 찬사를 들었다니, 문학여행이라는 주제가 문인들의 음성을 보드랍고 말랑말랑하게 만들었는지도 모르겠다.

한 가지 사족을 붙이자면, 인터넷라디오라는 매체의 특성상 시 장르 소개에 치우칠 수 있는데, 소설 등 산문을 어떻게 소화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인터넷문학라디오가 온라인 문학여행이라면, 오프라인에서 대표적인 것이 문학기차여행이다. 관광 전용열차를 전세내서 가는 것이니 버스로 다니는 문학기행의 진화라고나 할까.

교보문고와 문학서비스단체인 ‘문학사랑’이 공동 주관하는 이 행사도 시작된 지 벌써 1년이 됐다. 지난해엔 주로 소설가들의 작품 배경이 되는 지역을 찾았다. 올해엔 지난 4월 정호승 시인과 함께 그의 작품 배경이 되는 경북 영주 부석사 일대를 다녀왔고, 지난 토요일(17일)엔 안도현 시인의 작품 공간인 전북 부안의 해변과 김제 들판, 정읍의 동학농민혁명 유적지 등을 둘러봤다.

안 시인과 함께 하는 문학기차여행에 가족들을 데리고 동참했다. 모처럼 가장으로서 체면도 세우고, 두 초등생 아이들에게 문학 작품의 소중함을 일깨워주고 싶다는 일석이조의 야심을 품고서였다. 여행에 앞서 행사 프로그램을 살폈던 1학년짜리 아이가 시낭송이 뭐냐고 물어왔다. 독서광인 내 아이가 혹시 천재가 아닐까 기대했던 마음이 잠시 삐끗했으나, 아이가 시에 관심을 가져준 것이 어디냐 싶어서 침을 튀기며 깜냥껏 설명했다.

문학기차 여행엔 언제나 남녀노소가 비슷한 비율로 참석한다. 수백명의 사람들과 어울려 문학 작품을 낭송하다보면 이 부박한 시대에도 삶과 세상을 성찰하는 문학이 여전히 살아남을 것이라는 믿음이 생긴다.

기차가 우리나라 20세기 벽두를 연 속도의 총아였다면, 인터넷은 21세기를 지배하고 있는 첨단의 이기다. 이것들을 문학여행에 선용하는 사람들의 지혜는 결국 문학에 대한 사랑, 삶의 온기에 대한 그리움에서 나왔다고 생각한다.


jeijei@munhwa.com  

기사 게재 일자 2006/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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