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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라툴님이 보고계셔.

2004.11.05 19:55

이부키 조회 수:769

이 글을 보실 때 스타크래프트에서 나오는 질럿의 목소리를 연상하면서 들으시면 더욱 재밌게 즐기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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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라툴님이 보고 계셔



"My life for Aiur!"


"My life for Aiur!"



격렬한 전투함성이 맑게 갠 하늘에 메아리친다.
제라툴님의 게이트웨이에 모인 질럿들이 오늘도 전사같이 눈에 광채를 띠고 샤쿠러스의 보랏빛 대지를 지나간다. 후퇴를 모르는 사이 블레이드와 몸을 연하늘색의 실드로 감싸고. 블레이드의 광채가 흐트러지지 않도록, 치솟는 전투의욕이 사라지지 않도록, 미친듯이 돌진하는 것이 이곳에서의 몸가짐. 물론 점호시간 아슬아슬하게 걸어가는 등의 품위 없는 질럿따위 존재할 리도 없다.

샤쿠러스 R-48구역 제3 게이트웨이.

캐리건과의 마지막 결전 이후 건립된 이 게이트웨이는 원래 컨클레이브(의회)의 보호를 위해 세워졌다는, 전통 있는 아라 클랜 계열 게이트웨이이다. 샤쿠러스 행성 내, 저그들의 옛 흔적이 남아 나무같은것이라곤 전혀 없는 이 지역에 제라툴님께서 지켜보시는 가운데 질럿에서 템플러까지 일괄교육을 받을 수 있는 프로토스들의 정원. 시대는 변하고 저그의 지도자가 오버마인드에서 세번 바뀌어 캐리건이 된 오늘날에도 180년간 다니면 모 행성 아이어에서 순수배양된 듯한 전사들이 사이 블레이드를 날카롭게 세우고 출격한다는 시스템이 아직도 남아 있는 귀중한 게이트웨이인 것이다.



그 - 세이가르도 그런 평범한 질럿의 한명이었다.



"잠깐 기다리게."



어느 날.
미네랄 필드 끝에 있는 두갈래길에서 누군가가 세이가르를 불러세웠다.
제라툴상의 앞이었으니까 순간 제라툴님께서 부르셨나 하고 생각했다. 그런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낮고 중후한 목소리였다.

누군가 정신파 링크를 걸면 먼저 멈춰선 후 'An taro adun'하고 대답하면서 몸 전체를 돌려 돌아선다. 갑작스러운 일이라도 허둥대는 모습을 보여선 안 된다. 더군다나 머리만으로 '돌아본다' 같은 행동은 전사로서 실격. 어디까지나 침착하게, 그리고 절도 있게. 조금이라도 연륜 있는 전사께 고개를 숙일 수 있도록. 그러니까 돌아서서 상대의 눈을 똑바로 바라본 후, 가장 먼저 무엇보다도 절도 있게 "An taro adun" -

하지만 안타깝게도, 세이가르의 정신파 링크에서 'An taro adun'라는 문장은 나오지 않았다.




"---"




그 정신파 링크의 주인을 확인한 순간 정신파 링크의 연결이 순간 막혀 버렸기 때문에. 겨우겨우 사이 블레이드를 내밀지 않았던 것은 R-48구역 제3 게이트웨이의 질럿으로서 절도 없는 행동을 하지 않도록 평소부터 정신파 수련을 성실히 한 성과. ......가 결코 아니다. 너무나도 놀라서 정신력이 따라가지 못한 채 순간냉동 당해 버린 것 뿐.


"현명한 존재시여...저처럼 어리석고 미천한 자에게 무슨 일이십니까?"




겨우겨우 자력으로 반쯤 해동한 후 세이가르는 반신반의하며 정신파 링크를 연결시켰다. 물론 그의 시선 끝에 자신이 있는 것과 그 연장선상에 아무도 없는 것은 이미 확인한 일이지만 역시 의심하지 않을 수가 없다.


"어린 전사여, 불러 세운 것은 나. 그 상대는 자네. 이것은 틀림없는 사실일세."


틀림없다, 라고 해도. 그것은 저의 짧은 지식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고견입니다. 라고 대답하고는 적진으로 내달려 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어째서 정신파 링크를 걸어 온 건지 짚이는 것이 없는 만큼 머리속은 패닉 직전 이었다. 그런 세이가르의 사정 같은건 알 리 없는 그 전사는 살짝 안광을 띄우며 똑바로 세이가르에게 다가왔다. 계급이 다르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가까이에서 얼굴을 뵐 일 같은 건 없었다. 제대로 정신파 링크를 통해 목소리를 들어 본 것도 이번이 처음이었다.

온 몸을 뒤덮은 황금색 갑주는 그가 하이템플러라는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밝게 빛난다. 어쩌면 정말로 금이 아닐까 하고 생각될 정도였다. 그는 손에 들고 있던 카다린 크리스탈 원석을 세이가르에게 내민다. 영문도 모르고 받아 들자, 빈 양손을 세이가르의 무릎 위쪽으로 올렸다.


'........'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순간 알지도 못한 채 세이가르는 눈을 뜨고 팔을 뻗고 있을 뿐이다.


"기계 의족의 제3 연결부위가 흐트러져 있네."




"예?"



주)애초에 프로토스 전사들의 기동력은 매우 느린 편이다. 그것을 보완하기 위해, 신입 질럿들을 위한 기계 다리 개조 리서치가 아둔의 성지에서 행해지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말하고, 그는 세이가르에게서 크리스탈을 돌려 받자 "An taro tassadar"
를 남기고 먼저 게이트웨이를 향해 걸어갔다. 뒤에 남겨진 세이가르는 상황이 점점 파악됨에 따라 후두부에 정신파가 몰려갔다.

틀림없다. 저 붉은색 휘장.


컨클레이브의 몇 안 되는 생존자, 그 중에서도 훌륭한 고등기사단을 많이 배출하기로 유명한 아라 클랜(부족)출신으로 이곳에서 고등기사단장을 맡고 계시는 사르단님. 통칭 [Ara gattan zi jurak](아라 클랜의 첫번째 창).
허어.. 성함을 생각하는 것만도 과분하다. 나 같은 하급 전사가 그 이름을 생각해 버려도 괜찮은 것인가. --그런 기분이 되어 버리는, R-48구역 제3 게이트웨이의 존경의 대상.


'이럴 수가..'


죄책감에 증발 직전이다.


'이럴 수는 없는 것이다.'


세이가르는 한동안 망연히 서 있었다.
존경하는 고등기사단장과 처음으로 정신파 링크를 접촉시켰는데. 전사로서 이다지도 부끄러운 모습을 보여드리다니. .
제라툴이시여...
죄책감 섞인 눈으로 올려다본 제라툴님은 평소와 다름없이 강렬한 안광을 띄우고서
넥서스의 바로 앞에 가만히 서 계시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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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는 무려 프루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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