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 엄마? 왜? 어..? 갑자기 무슨 일이에요? 아, 응.. 상관 없긴 한데. ...네에."
최고급 일인실 병동 안, 15세 소녀, 쥬죠 루리는 갑자기 걸려온 모친의 전화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가, 곧 떨떠름하게 수긍했다.
01.
그녀는 커다란 캐리어에 모자를 집어넣었다. 오늘 아침, 나가사키의 본가에 계신 모친이 건 전화를 받은지 두 시간만에, 모든 짐을 챙기는 걸 끝낸 것이다. 영문을 모를 일이었다. 갑자기 뜬금없이 전화해선 오늘 저녁에 사람이 도착할테니 짐을 챙겨서 집으로 돌아오라니.. 혹시 이유를 알까 싶어, 영국에 있는 큰언니에게 연락해 보았지만, 그 쪽도 아무런 이유를 말해주지 않고 그저 빨리 집으로 돌아가라는 말 뿐이었다. 만약 집이 싫다면 고베나 오사카 같은, 섬 밖의 대도시에서 한 한 달 정도만 머무르라나.
쥬죠 루리는 삼자매 중 막내였다. 큰언니인 쥬죠 유키하(22)는 현재 런던에서 유학중이며, 작은언니인 토모요(20)는 약혼자 - 이 부분에 있어 루리는 가끔 자신이 에도 시대에 살고 있는 것 같단 감상을 품곤 했다 - 의 나라인 이탈리아에서 공부를 하고 있었다. 그녀는 본래 효고의 한 에스컬레이터식 여학교에 재적 중이었으나, 어릴 때부터 매우 병에 감염되기 쉬운 일종의 알레르기성 체질로 현재 이 병원에서 요양중이었다.
"으음. 간호사 언니들한테 인사..는 하는 게 낫겠지?"
무슨 일인진 몰라도, 아까 언니의 말로 추측해보자면 대충 한 달 후에는 돌아올 가능성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뭐어, 그녀로서도 가능하다면 다른, 더 큰 도시에서 잠시라도 지내거나 제대로 고교에 진학하는 편이 좋았다. 그러니까, 어느 쪽이 되었든 일단 인사는 해 두는 편이 좋을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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