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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새신] 빛

ahaz 2016.09.04 22:18 조회 수 : 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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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더 빛을… 조금 더 빛을…"


 가냘프게 내뻗은 손가락 사이로 황금색 빛줄기가 내려와 늙고 노쇠한 얼굴을 비추었다. 


ㅡ 오래전 '보았던' 여인이 있었다. 그는 그녀를 사랑했었다고. 그 기억이 말해주었다. ㅡ


부드러운 숨결이 창 밖에서 흘러들어와 마지막 숨을 내뱉는 입술을 어루만졌다. 


ㅡ 또 다른 여인을 '보았다'. 그는 그녀 또한 사랑했었다고. 그 기억이 말해주었다. ㅡ


창 밖으로 뻗은 손은 곧 힘을 잃고 고개를 숙이며 담요 위로 쓰러졌다.


ㅡ 그 이후에도 다른 여인을 '만났다'. 그라면 그녀 또한 사랑했을거라고. 그 기억이 말해주었다. ㅡ


두 눈이 천천히 감기는것과 동시에 의식은 시야와 같이 암전되어갔다.




 어새신은 감았던 두눈을 떠 호텔 창밖을 내다보았다. 높은 건물의 전망은 시골 도심과 끝없이 펼쳐진 바다를 내려다볼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었다. 이른 아침의 바닷바람은 마지막으로 느꼈던 바람과는 다른 시원하고도 상쾌한 종류의 느낌이었다. 다시는 찾아올줄 몰랐던 육신의 감족이 호기심많은 어린이마냥 어새신의 심장을 두근두근 뛰게 만들었다. 어쩌면 지금의 자신이 마지막일지도 모른다. 점차 희박해져가는 신비속에서 도플갱어는 그 힘을 잃어갔고 곧 종말을 맞이할 터였다. 그렇기에 자신을 소환하도록 도와준 마스터에겐 고마워하고있다.
 괴테라는 껍질속에 수십년을 살아온 괴물은 껍질의 노화와 함께 세상에 작별을 고했다. 이후 수많은 자신이 나타났다가 사라져갔다. 개중에는 수차례 행위를 반복한 것도 있었고, 지금 이 모습처럼 가죽의 행세를 하다가 사라진 개체도 있었다.
 어새신 스스로도 본인이 수많이 존재한 도플갱어와 지금의 껍질을 한 괴테중 누구냐 묻는다면 어느 하나라고 정확히 답하지 못하고 고민에 빠질것이다. 수십년의 생활로 괴테 그 자신이 되어 도플갱어라는 본연의 임무를 완전히 수행했다고 볼 수 있다. 그렇기에, 이후 남겨진 괴테라는 인물의 행적은 전부 도플갱어라는 괴물의 행동. 누가봐도 명백한 가짜. 그러나 그가 행하는 행동은 누가봐도 명백한 진짜였다.
 도플갱어라는 전설 또한, 본래라면 존재하지 않을 환상종. 그러나 고대로부터 이어진 동일한 영혼에 대한 두려움, 근대 이후 생겨난 같은 모습의 괴물이라는 전설로 생겨난 믿음은 그 존재를 낳아 잠깐이나마 실제로 존재하게 만들었다. 그 존재는 오래가지 않았고, 현대라는 시대의 흐름에 성냥처럼 빠르게 사그라들었다.

 
 오래전 마지막으로 보았던 불빛이 있었다. 너무나도 눈부신 빛은 두려움보다 경애를 낳았다. 그 화려함과 존재감을 동경했었다. 그렇기에 모습을 바꾸고, 진짜 행세를 하였다. 누구보다도 밝게 빛나길 기원했다. 그럴수록 더욱 더 모습을 바꾸었으며 존재를 세상에 각인시켜나갔다. 그러나 종극엔 그저 한때의 이야깃거리로 화자되는 정도만 남긴채 괴물은 조용히, 빛을 잃어갔다.


 어새신은 다시 한 번 창밖을 내다보았다. 밝게 떠오른 태양빛이 수면위로 조각조각 바스라든 모습은 마치 푸른 도화지 위로 반짝이는 보석들과 같았다. 거리에는 사람들이 도시에 일어날 일은 새까맣게 모른채 하루하루 살아가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었다. 출근하는 직장인이나, 학교로 등교하는 학생들. 가게 문을 열며 오늘의 장사를 시작하는 사람이 보였다. 누군가는 자동차를 몰며 신호를 기다리며 흘러나오는 라디오를 듣고 있었다. 지방이지만, 이곳에도 많은 사람들이 모여 각자의 삶을 누리고 있었다. 이러한 모습조차, 어새신에겐 우주에 펼쳐진 별빛과도 같이 아름답게 보였다.
 어새신은 그러한 모습을 동경하고 있다. 하지만 도플갱어라는 괴물에게 허락된 행위는 하나밖에 없다. 누군가의 모습을 흉내내고 그 사람 자체가 된다면 언젠가는 가짜가 아닌 진짜로서, 화려하게 빛날거라는 믿음이 들었다.
 창밖으로 거리를 내다보는 도플갱어의 모습을 보았는지, 아이 한명이 걸음을 멈추고 그를 올려다보았다. 간신히 얼굴정도만 알아볼 수 있는 거리이지만, 도플갱어는 아이를향해 한손을 흔들어보였다. 아이 또한 손을 흔들고는 고개를 푹 숙인뒤, 가방을 고쳐메고 가던 길로 발걸음을 돌렸다. 어새신은 아이가 무사히 학교에 도착하길 빌면서 미소를 지었다.
 천진난만한 아이는 학교에 가서 친구들에게 신기한듯 말할 것이다. 마을에 자신과 똑 닮은 사람을 보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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