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있는 감상 및 건의 게시판인데 완성판(1.0ver?)까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아무도 감상평을 올리지 않는 게 어째 좀 적막해서 저부터 직접 글을 적어봅니다.
평소엔 카톡이나 챗방이라는 서로가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는 장소가 있어서 그렇겠지만
역시 글로 써서 남겨두지 않으면 사라지는 자료들도 있으니 차후 참고가 되면 다행입니다.
기본적으로 모든 선언이 비공개로 처리되기 때문에
제 플레이 기록을 공개하는 데 일말의 거부감이 없는 건 아니지만
0.5ver도 반 정도는 달려온 것 같아서 어디까지나 공개할 수 있는 범위에서
그 동안 느꼈던 점이나 문제점 등에 대해 풀어볼까 합니다.
▶ 1일차 낮
0.4ver까지는 룰의 실험적인 측면이 강했기 때문에 밸런스 조정을 위한 전투 위주로 진행됐으며
승리 보상이란 개념이 있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전투에 임하는 게 모범적인 플레이 방식이였습니다.
반대로 말하면 직접 캐릭터를 조작하면서 서로 교류를 하고 싶은 저같은 플레이어들에게는 불친절한 방식이였죠.
교류를 수락하는 기준도 저 상대가 우리 팀에게 있어서 얼마나 이득이 되는가,
자신에게 불리한 상대라면 미리 포섭해놓던지, 혹은 관계도를 쌓아서 얻을 수 있는 보상을 노리는 식이였고,
승리 보상(공적점 등)이 다른 팀과의 격차를 만들기 때문에 "일단 때리고 보자"는 전투광이 판을 쳤어요.
이 방식을 아주 부정하진 않겠지만 아무래도 캐릭터를 연기한다는 면에서 보자면 삭막해지는 게 사실이죠.
그래서 이번에 도입된 RP 요소(+ 인연 점수, 정보점 관련 룰)에 여러모로 기대하는 바가 컸습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이게 꽤 만만치 않더라구요.
이 날 저는 조우한 상대에게 적의가 없는지 확인하고 서로 교류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이 때까지는 좋았죠. 그 다음에 어디서, 어떤 대화를 나눌 것인지 장소와 화제를 지정했어요.
근데 상대가 저랑 완전히 다른 장소를 지정하는 바람에 서로의 선언이 상쇄되어버렸어요.
당연히 제쪽에서 꺼낸 화제에 대한 상대의 반응 같은 건 들을 수도 없었고,
사정을 모르는 저는 그냥 "상대가 내 말을 무시했구나. 기분 나쁘다." 이 정도의 인식이죠.
이건 화자 A와 B가 진행자를 통해서 대화를 나눠야 하기 때문에 그 과정이 굉장히 번거로워지기 때문입니다.
제가 하고싶은 말이나 의도가 그대로 상대에게 전해지리란 보장이 없는 거예요.
여기서 제가 생각했던 RP와는 약간 다르다는 걸 깨달았어요.
결국 0.4ver의 방식보다 진행 시간만 길어졌을 뿐이지 방식 자체는 별 차이가 없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 1일차 밤
제 마스터의 종족은 사도라서 낮에는 활동이 제한되기 때문에 밤에 사자를 늘려야 했습니다.
단 이 당시에는 만약 다른 인물에게 발각당할 경우 사자 만드는 걸 실패한다는 룰이 존재했어요.
일부러 사람이 안 올 것 같은 장소를 골랐는데도 아쉽게도 다른 인물이 나타나는 바람에 실패했죠.
이 날은 낮에 조우했던 서번트A와 재회하고, 새롭게 등장한 다른 서번트B, 이렇게 두 분과 조우했습니다.
이 두 서번트는 사전에 서로 만나서 전투하기로 합의했던 모양으로 중간에 한 플레이어 분께
전투에 참가할 것인지에 대한 여부와 만약 참가하지 않는다면 관전하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았어요.
(이 제안은 어디까지나 B의 생각으로 A 자신은 그걸 대신 전달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뉘앙스로요.)
만약 이 제안을 거절했다간 두 서번트 사이에 낑겨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거나
혹은 두 팀에게 동시에 공격받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있었기에 그리 나쁜 제안은 아니라 승락했습니다.
하지만 완전히 외적인 부분에서 플레이에 개입하는 게 좀 눈살 찌푸려지기도 했었고,
선언 내에서 충분히 해결 가능한 문제를 바깥에서, 그것도 A라는 사람을 시켜서 간접적으로 전하는 게
마치 "우리들끼리 싸우기로 했으니 예정에 없던 너희들은 빠져라"라는 식으로 해석될 여지가 다분했습니다.
(실제로 선언 속에서 제 캐릭터를 통해서 얘기를 건넸을 때 나온 B의 반응은 '끝까지 무시한다'였습니다)
결국 이 일로 두 플레이어 분과는 마찰이 있었지만 서로 대화를 통해 지금은 좋게 해결됐습니다.
이번 일로 깨달은 점은 서로 얼굴이 안 보이니 원활한 소통마저도 힘들다는 점이였습니다.
▶ 2일차 낮
1일차 때 저런 일을 겪은 저는 평화적으로 나가자는 방침을 아예 포기했습니다. 일단 때리고 보는 거예요.
사실 금방 끝날 선언을 길게 끌고, 어떻게든 대화에 개입할려고 했던 건 제가 가지고 있는 보구 때문입니다.
현재 약 한 팀을 제외한 전원이 알고 있으므로 공개하자면 A등급 상시해방형 보구로,
저의 자원(생명력, 마력, 정보점 등)을 댓가를 지불하고 일정 기간 동안 상대에게 대여해줄 수 있는 효과인데요.
귀찮은 점은 상대의 허가가 없으면 발동하지 않기 때문에 어떻게든 선언 내에서 거래를 성사시켜야 합니다.
왜 이런 보구를 들고 왔냐면 이번 버전이 RP 위주라는 말과 회복할 수 있는 수단이 극히 제한되어 있어서
뒤에서 암거래나 하려고 했는데 정작 생명력이나 마력이 부족한 팀이 거의 없다는 게 맹점이였습니다.
(추측하시는대로 거래를 성사시키면 제게 메리트가 있지만, 상대가 안는 디메리트는 거의 없습니다.)
1일차 때는 이 보구를 활용할 기회가 전무했기 때문에 저는 어프로치를 바꾸기로 결심했어요.
생명력이나 마력이 필요 없다면 이쪽이 먼저 때려서 생명력을 소모시킨 뒤 강제로 팔자고 말이죠. (?!)
사실 이 날은 의욕이 거의 떨어져서 낮에 활동할 수 없는 마스터와 함께 거점에서 뒹굴거리고 있었습니다.
슴가 소믈리에가 찾아온 건 그 때였어요. 제 마스터 분이 교류를 원하셨기 때문에 상대를 안으로 초대했죠.
근데 그 분이 정중하게도 글까지 작성하면서 그 제안을 거절한 채로 얘기를 진행시켜 가려고 하는 거예요.
제 캐릭터는 '참을성이 없다'는 설정이였기 때문에 질문에 답한 뒤 그대로 달려들어서 제압해버렸습니다.
물론 죽일 생각은 없었고, "우리는 결코 대등한 관계가 아닌데 뭘 믿고 뻔뻔하게 나오냐"는 대화의 주도권을 얻기 위한 행위였어요.
(설령 전투가 벌어져도 나중에 보구로 회복시켜주면 그만이고, 서번트를 부르면 령주 하나 소모시킨다는 계산도 있었습니다.)
다만 여기서 상대방은 자신의 행동을 제한 받았다는 데 불쾌감을 표하면서 아예 선언을 놓아버렸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죄송하게 생각해요. 제 생각만 앞서서 상대방의 입장을 전혀 고려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게 슴가 도둑 사건의 진실입니다. 1일차 밤도 그렇지만, 어느 쪽이 잘못했다거나 비난받아야 한다는 게 아니라
기본적으로 교류를 할 때는 무조건 인형이 되서 상대방이 하는 말을 고분고분 듣는 게 안전책이라는 겁니다.
▶ 2일차 밤
이 날의 절망감은 이로 말할 수가 없습니다. 벌써 세 장면이 끝났는데 정상적으로 마친 교류가 한 번도 없거든요.
다른 사람들은 별 탈 없이 잘 하고 있는 걸 보면 아무래도 저 자신에게 문제가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듭니다.
진심으로 플레이를 놔버릴까 고민도 많이 했고요. 다른 사람한테 말할 수 없는 만큼 혼자서 끙끙 앓는 수 밖에 없었습니다.
결국 서번트 한 명과 전투를 하고, 마지막에 교류도 하고, 거래도 성사시켰습니다.
하지만 나중에 글을 쓰기 위해 RP를 하려고 하니 플레이어들끼리 서로 시간이 안 맞아서 예정일이 계속 뒤로 밀리더군요.
사실상 RP라는 게 거의 불가능한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자포자기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 3일차 낮
진행자 측에서 어느 정도 선택지를 주어야 하지 않겠냐는 아르니엘 님의 제안에 따라 처음으로 선택지라는 개념이 도입됩니다.
결국 선택지는 4일차부터 사라졌지만, 사실 액션을 취할 때 혼동할 일이 없어서 대처하기 쉬웠어요.
몇몇 분들은 자기가 취하고 싶은 행동을 제한받는다고 못마땅해하는 의견도 들려왔지만...
이 날은 그냥 적당히 돌아다니다가 다른 캐릭터 2명을 만나서 적당히 미니 RP도 했습니다.
저는 어제 상대와 거래를 나눌 때, 만약 앞으로도 우리 팀과 우호적인 관계를 맺고 싶다면 빌려간 자원은 갚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상대는 뭔가 수상쩍었는지 빌려갔던 자원을 모조리 갚았고, 이게 5일차 밤 전투의 시발점이 됩니다.
▶ 3일차 밤
변태팀하고 만나서 전투를 벌였지만 2회기가 시작되기 전에 저쪽은 도주했습니다.
그 팀과는 이 날 이후로 딱히 만난 적도 없고, 들려오는 소식도 없고 해서 그냥 스쳐지나가는 인연이려니 하고 있습니다.
그 이후 캐스터와 버서커 간의 전투를 옆에서 지켜봤습니다.
아무래도 저 두 명은 플레이가 시작하고나서 계속 만난 악연이라는 듯 합니다.
▶ 4일차 낮
이벤트 태그를 사용중이라 별다른 일은 없었습니다.
뭔가 이벤트가 발생하지 않을까 내심 기대하고 있었는데 진짜로 아무 일도 없이 선언 종료했습니다.
다만 이후 다른 분들도 딱히 뭔가 없다는 걸 보면 원래 그런가보다 싶어요.
마음 같아서는 교회 모임에 가고 싶었지만 연이은 보구 사용으로 진짜로 소멸 직전이였습니다.
참고로 마스터로부터의 마력 공급은 없었습니다.
빨리 다음 장면으로 가고 싶은데 교회 이벤트가 계속 늘어져서 이틀 동안 기다려야 했습니다.
▶ 4일차 밤
TV를 시청하면 버서커의 정보점을 얻을 수 있다길래 보고 있었더니 마스터 한 명과 조우했습니다.
'저쪽은 당신에 대해 그다지 신경쓰이지 않는 모양입니다'라길래 저도 신경쓰지 않는다고 했더니
갑자기 다가와서 제 옆에 있던 마스터와 무언가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끝까지 무시당했기 때문에 딱히 할 일은 없었습니다.
▶ 5일차 낮
마스터와 떨어져서 어떤 곳에서 무언가 큰 일을 저질렀습니다.
신사가 불탔을 때는 뭔가 반응이 있었는데 다음 장면에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더군요.
▶ 5일차 밤
적을 탐색하다가 이벤트 태그 [과거회상] 중이던 로하 님과 조우해서 전투를 벌인 결과, 패배했습니다.
원인은 단순한 판단 미스로 지금도 조금 후회가 남습니다.
인상깊은 점이 있다면 이 날만큼은 제 안에서 꽤 원활하게 선언을 했던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다만 이 때 전투한 지역은 서로 보구를 날렸는데도 다음 장면에서 딱히 아무런 언급이 없었습니다.
아마도 런던편에 비해 지역 수 자체가 부족해서 그런 게 아닐까 해요.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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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클
2013.08.28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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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아
2013.08.29 00:17
히메는 역시 육식계였어...
사실 교류에 대해서는 저도 찬성입니다. 만난 사람은 별로 없지만 제대로 이야기만 하고 끝난 경우는 1번정도였기에...
선언의 범위가 늘어나고 할수있는 일이 많아지면서 결과가 나오기전에 여러가지 할수있게 되었지만, 역시 끝은 전투가 되는듯한 느낌이 없지않아 있죠. 만난 상대가 상대인 점도 없지않아 있습니다만..
2일차 낮에 관한일은 서번트와 적 마스터가 만나서 사건이 벌어지면 저런 상황이 나와도 이상하지 않을법한데말이죠.
일단 서로 적이고 저번 버젼에는 인질(이 사건에 대해서 로하냥에게 사죄)로 인해 몇턴동안 행동자체가 봉인된 적도있었으니까요.
뭐..에뎀님의 글 처럼 생사여탈권 자체가 걸려버리면 역시 문제가 되겠지만, rp적인 요소에서의 제안이 정도라면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거라 생각.......몇턴정도의 피해를 입고 도주하는거라면 지금의 룰과 크게 다르지 않기때문에.
그나저나 모르는 곳에서 일어난 사건이 생각보다 많군요....정보가 딸립니다
흠... 그런 일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