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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iarine 2012.05.24 20:16 조회 수 : 4


아, 안녕하세요. ───씨죠? 만나서 반갑습니다. 저는 ───라고 해요.

여기 마을에는 처음 오시는 거겠죠. 그래서 일부러 제가 가서 설명이라도 하라고 하신 걸테고…. 궁금하신 점 있으면 뭐든지 물어보세요.


네? 아, 저 저택 말이지요.

저 저택에는 아무도 살지 않아요. 할아버지나 할머니들 중에서는 '예전엔 사람이 살았다'고 말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그 분들도 저택에 사람이 사는 걸 직접 보지는 못했다고 하시더라구요. 누군지는 몰라도 저런 저택에서 살다가 저택을 버린거 보면 부자일 거에요.

정말로 급하게 버리고 간 건지 뭔지 가구라던가 식기도 그대로 남아있고 문도 전부 열려 있어요. 딱 한 군데 닫혀져 있는 방이 있기는 한데…….

아이들이 가끔 들어가서 놀기도 하지만 어른들한테 혼나기도 하고 그러니까 물건 같은 거에는 손을 안 대죠. 소문이지만 '저택의 물건을 건드리면 저주받는다.'는 소문도 있고 말이죠.


그러고보니, 주인같아 보이는 사람이 있기도 해요.

여름이던 겨울이던, 언제인지 정해져있지는 않지만 1년에 한 번은 꼭 찾아오던 여자가 있었어요. 꽤나 젊어보이는 여자였죠.

아무도 그 여자랑 얘기해봤다는 사람도 없고, 그 여자가 누구인지 아는 사람도 아무도 없어요. 그냥 일년에 한 번씩 찾아온다는 것만 알고 있죠.

매년 와서는 저택 정리나 청소같은 걸 하더라구요.

그리고는 그 열리지 않던 방으로 들어간다더군요. 그래서 주인이 아닐까 하는 거구요.

그 여자는 그 방에서 있다가 또 어디론가 사라지는데 들어간 지 얼마 안되서 바로 나오는 일도 있고 일주일 넘게 들어가있다가 나오는 일도 있더군요.


하지만 그 여자도 이제 오지 않는 것 같네요.

재작년 초겨울에 오고선 작년엔 오지 않았어요. 뭔가 사정이 있을 수도 있지만 단 한 해도 거르는 걸 그 전까지는 본 적이 없었거든요.

그 해에는 제가 직접 그 여자를 봤어요. 굉장히 피곤한 표정을 짓고 있었는데 저택 청소같은 것도 하지 않고 바로 방 안으로 들어가 버리더라구요.

그러고 나서는 다시는 보지를 못했어요.

매년 한 명 정도는 그 여자가 떠나는 걸 봤다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 해에는 한 명도 없더군요.

그 방에서 나오는 것 조차 본 사람이 없더라구요.


사실은, 그 여자가 죽어서 유령으로 돌아다닌답니다.


…물론 농담이죠. 유령같은 게 있을 리 없잖아요?

그냥 그 여자가 방으로 들어가서 사라진 지 한 달쯤 후에 술에 취한 누군가 한밤중에 처음 보는 소녀를 봤다고 했었죠.

여자친구를 원해서 술김에 환상이라도 본 거겠죠. 아무도 그 소녀를 봤다는 사람도 없고 있을 리도 없으니까요.


뭐, 혹시 알아요? 정말로 그 여자가 죽어서 떠돌아 다니는 걸지-




─────────────────



공항에서 일본에 내려놓는 첫 발걸음은 상당히도 어색했다.

전세계를 떠돌아다니는 생활이었지만 일본에는 벌써 1년이나 머무르고 있었지만 굉장히 낯설게 느껴졌다.

정확히 말하면 그 첫 발걸음 뿐만이 아니라 걷는 것, 보는 것 같은 사소한 모든 것들이 어색했다. 공기나 기분, 움직임에서 느껴지는 어색함은 애써 무시했다. 아마 곧 익숙해지리라.


두근거리는 마음은 도쿄로 향하는 열차 안에서야 진정되는 듯 싶었다.

하루하루 느긋하게 살아가던 인생에 드디어 미래를 바꿀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는 희망과 두근거림, 그리고 긴장감으로 인해 평소보다 날카로워져 있던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혔다.


후유키 시의 성배 전쟁.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것과는 다르게 숫자가 세자리가 넘어가는 제법 희귀하지 않은 것이라고는 하지만 모든 일을 가능케하는 만능의 원망기. '근원'에까지 이를 수도 있다고 전해지는 그 성배를 놓고 다투는 마술사들의 전쟁이었다.


처음 그것을 알게 되었을 때에는 정해진 그 미래를 바꿀 수 있다는 생각에 기뻐 날뛸 지경이었다. 마술로도 어떻게 할 수 없어서 최대한 미루고 피해왔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회였다.

성배전쟁에 참여할 마음을 먹고 나자 그 후는 대비책들을 마련하는 것이었다. 후유키 시로 거처를 옮길 준비도 끝내자 언젠가를 위해 본가에 남겨두었던 '그것'도 가져왔고.

다만, 마음에 걸리는 것은 성배전쟁이 마술사들의 싸움이라고 하지만 그 진정한 모습은 영령들을 서번트로 소환해 싸우는 데에 있다. 그런 점에서 서번트를 소환하는 매개체인 성유물이 없다는 것이었다.


"…뭐, 상관 없지."


매개체를 이용한 소환이라면 '최강의 패'를 가지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하지만 매개체 없이 소환한다고 '최악의 패'가 나오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


후유키 시에 새로 구입한 집은 호텔 생활때처럼 고급스러운 느낌은 나지 않았지만 편안하고, 혼자 살기에는 지나치게 넓을 정도였다. 상대에 대한 대비를 하기에는 호텔보다는 자기 소유의 주택 쪽이 더 편리했기 때문에 주택을 선택했지만, 사실 적당한 매물이 없으면 하는 걱정도 있었다. 하지만 운이 따라준 것인지 적당한 것이 있길래 바로 구입한 것이다.


마술사가 부자인 것인지, 부자가 마술사인 것인지는 잘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결국 대부분의 마술사는 돈이 풍족했고, 그 범위에서 벗어나지 않는 마술사였기에 제작 기술로 이것저것 만들어서 자금을 조달했기 때문에 역시 돈에 여유가 많은 편이고 부담없이 집 한 채도 살 수 있던 것이다.

평소였다면 영맥같은 것을 조금 더 신경썼을 테지만 지금은 적어도 이 도시에 7명 가까운, 혹은 더 많은 마술사가 있을 수 있는 상황이었고, 그렇기에 영맥은 선점당할 가능성도 있고 공격받을 위험도 컸다.


공격에 대한 방비로는 거실에도, 빈 방 곳곳에도 등신대의 인형들이 놓여 있었다. 이곳을 비운 동안 상대가 침입했다면 충분히 알아챌 수도, 영격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비우지 않은 동안이라도 상대의 침입을 감지하기엔 충분했다. 특기도 아니고 자신도 없는 결계따위를 펼치는데 힘을 소비하지는 않았다. 엉성한 결계를 펴서 여기가 마술사가 있는 곳입니다 하고 선전을 할 바에야 없는 쪽이 좋았다.


그 후로 필요한 건 가구같은 것들이었다. 호텔에 있을 때는 그저 있는 것들을 사용할 뿐이었지만 집을 사고 나니 필요한 것들이 한두가지가 아니었다.

커다란 와이드 TV나 홈시어터, 냉장고, 소파, 옷장, 탁자, 전자렌지, 식기, 냄비, 프라이팬 등 갖가지 물건들을 주문하니 제법 커다란 차량이 와서 물건을 내려주었고 '대체 뭐하는 사람이지'하는 시선을 받으면서 전부 집 안으로 들여놓았다. 냉장고나 TV같이 커다란 걸 가볍게 옮기는 모습을 보고 더 놀라지는 않았을까 싶지기도 하지만.

이미 가지고 있던 게임 타이틀이나 콘솔, 컴퓨터나 블루레이 플레이어 같은 것도 전부 다 배치를 하고 정리를 끝내니 이미 늦은 밤이었다.


"One, Two, One Two Three Four!"


켜져있는 TV에서 심야 애니메이션의 엔딩이 흘러나오고 있었고 소파에 반쯤 누워 먹고 있던 과자도 바닥이 보여갔다. 아아- 츠키히는 귀여웠지. 기모노라도 하나 사 둘까나.


"…으음, 그럼 슬슬 시간인가."


소파에서 일어나서는 기지개를 쭉 폈다. 그리고 준비를 해둔 옥상으로 발을 옮긴다. 겨울 밤이고, 얇은 네글리제 차림이었지만 별로 상관은 없었다.

중간에 놓여진 거울을 보며 뒤를 돌아 다시 확인을 했다.


"이런 곳에도 생기는 건가, 이거."


오른쪽 어깨 뒤쪽에 새겨진 선명한 3획의 흔적은 분명히 '령주'였다.

령주는 성배를 원하는 마술사에게 주어진다. 성배를 원하는 마술사를 대성배가 선택한다. 성배를 얻기 위해 성배전쟁에 참여하려 하는 마스터는 령주를 얻게 되는 것이다. 팔이나 손등 같은 곳이 아니라 어깨 뒤라는 건 조금 의외였지만.


령주도 나타난 이상 더 지체할 필요는 없었다. 만약 매개체, 성유물이 있는 마스터들이 특정 클래스를 선점한다면 그만큼 폭이 줄어드는 것이니 미루어서 좋을 일은 없었다. 아직 본격적으로 시작하기까지는 시간이 제법 남았지만 그렇게 마력에 부담이 가는 정도는 아니었다.

남은 것은 어떤 서번트가 소환되냐 하는 것. 딱히 원하는 클래스나 영령은 없었으나 굳이 피하고 싶은건 성격적으로 맞지 않는 서번트려나. 마스터와 서번트 간의 사이가 나빠서야 적을 치기 전에 자멸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었다.



옥상에 미리 그려놓은 소환진은 단순했다. 마력이 담긴 피로 그려졌다는 것 이외에는 전혀 특별할 것 없었고, 겉으로만 보기에는 영령은 커녕 잡령도 소환하지 못할 것 같아 보이는 것이었다.

하지만 영령을 서번트로 소환하는 건 마술사가 아니라 대성배다. '마법'이 관여하고 있다고 들었지만 실상은 강령술에 가까웠다. 어렵게 생각할 것 없이 그저 연결고리가 되어 소환된 서번트를 유지시킬 마력만 공급해 주면 되는 것이다.


"시동ouvrir."


창문이 열리며 새어나가는 연기, 그 기분좋은 부유감을 느끼면서 마술회로를 연다.

"채워라, 채워라, 채워라, 채워라, 채워라.
반복할 때마다 다섯번. 그저 채워지는 순간을 깨트린다."

영창을 시작하자 주변의 소리가 모두 사라졌다. 조용한 밤시간이었지만 다른 곳과 격리된 듯한 느낌을 주는 정적이 이곳을 감싸고 있는 듯 했다.

"원소는 은과 철, 토대는 돌과 계약의 대공.
불어오는 바람에는 벽을 치고, 사방의 문을 닫고
왕국에서 나와 왕좌에 이르는 삼차로는 순환한다."

여태껏 찾지 못한 그 방법을, 더 늦어버리기 전에 찾기 위해서.


"고한다."

입을 떼자 마력이 흐르고 진이 빛을 발하기 시작한다. 예상 이상으로 날뛰는 마력에 당황한다.

너무 간단하게 생각한 것이 아닌가? 이대로 실패한다면? 자신으로, 아니 자만으로 가득 찬 가벼운 마음을 자책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자책한다고 달라지는 건 없다. 지금 이 순간에 모든 노력을 쏟는 것이다.
 
"그대의 몸은 나에게, 나의 운명은 그대의 검에.
성배의 인도에 따라, 이 뜻, 이 이치에 따른다면 대답하라."

불안감을 지운다. 평정을 되찾는다. 아무 일도 없을 것이다.
계속 자신감을 불어넣으며 영창을 계속한다. 생각한 것 이상이었으나 마력은 충분, 아무런 문제는 없을 것이다.

"여기에 맹세한다. 나는 온 세상 모든 선이 될 자, 나는 온 세상 모든 악을 물리칠 자."


터질듯한 마력의 흐름과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쏟아지는 빛이 사방으로 퍼져나간다.

…틀렸다, 은폐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이래서야 광고를 하는 정도가 아닌가. 그저 다른 마술사들이 눈치채지 않기를 실낱같은 운에 빌어야 하는 것인가.


"그대 삼대 언령을 두른 일곱 하늘. 억지의 윤회로부터 오라, 천칭의 수호자여─!!"



눈부시게 범람하는 빛의 파도 속에서 나타난 것은 한 남자였다.

언뜻 속마음을 알기 힘든 미소를 지은 얼굴, 길게 땋아내린 흰 머리의 남자는 주변을 둘러보더니 곧 이쪽을 바라보았다.

나타난 흰 머리의 남자는 다가와 이렇게 말을 걸어왔다.


"안녕하세요. 당신이 제 마스터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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