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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륵…스르륵…….
조용히 책을 넘기는 소리가 퍼지며 내려앉은 기계음이 규칙적으로 울렸다.
그가 보고 있는 책은 '신비로운 아틀란티스, 후쿠이 현'이란 제목의 단순한 관광안내책자였다.
아무래도 관광도시로 유명하기 때문인지 간단한 약도나 숙소로 쓸만한 건물 등이 소개되어있어서 주의 깊게 봤지만
실질적으로 이용하기엔 미묘한 것들 뿐이었다. 자신이 그곳에서 하고자 하는 것은 관광이 아니라 전쟁이었으니까.
"흐음."
탁, 하고 신경질적으로 책자를 접고 시간을 확인했다. 5시 반……. 아직 계획을 실행하기 이른 시간이다.
분명 기억이 맞는다면 이 비행기의 도착시각은 5시 40분.
도착하기까지 10분 정도 남았지만 순항 중인 비행기의 속도로 10분이면 몹시 먼 거리다.
자칫하면 시작도 못 하고 성배전쟁에서 탈락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너무 몸을 사리면 이 작전의 의미가 없다.
그래, 그냥 지금 시작하자.
마르코는 가볍게 결심하고 주머니에서 새끼손톱만 한 보석들을 바닥에 굴렸다.
하나, 둘, 셋…….
마력을 머금은 보석들은 이리저리 뒹굴기 시작했다.
날고있는 비행기 내부에서 일어나는 폭발을 얼마나 견딜 수 있을까?
곧바로 추락할꺼라 생각하진 않는다.
대충 예상해보길 아슬아슬하게 움직이다가 5시 40분쯤에 추락하지 않을까.
일부러 마력을 차단하는 차단막까지 사용하며 보석의 마력을 감추고 시동키는 스마트 폰의 앱으로 대신해서까지 들고왔다.
추락해주지 않으면 이쪽도 곤란하다.
뭐, 다른 마술사는 더 훌륭한 방법을 사용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걸로 충분하다.
성배전쟁의 시작일을 계산했을 때, 지금 이 비행기가 가장 '마술사'가 타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만약 추락하지 않으면 그걸로 좋다. 자신의 목숨을 걸고 도박할 필요 없이 안전하게 도착하면 된다.
반대로 추락한다면 그때야말로 자신의 위협을 걸고 도박을 해야 한다.
도박은 좋아하지 않지만 자신 쪽에 승률이 기울었다면 못 할 것도 없다.
잠들기 전 그녀가 말했었다. 모든 일은 차근차근 진행해야 한다고. 이번 일은 분명 착실하게 행하고있다.
도박이라고 표현했을 뿐이지 스스로 훌륭한 전략이라 생각한다. 싸우기 전에 이기라는 말도 있다.
전쟁이 시작하기 전에 다른 마스터를 제거할 수 있다면 그거야말로 최상책이 아닌가.
그렇게 차근차근 '가능성'을 지워간다.
조금씩 성배에 다가가면 된다. 아무리 번거롭고 힘들어도 성배만 갖고 돌아오면 그녀는 깨어난다. 그건 불변의 사실이다.
지금 여기서 단 한 명의 마스터가 존재한다면 엄청난 수확이다.
만약 여기 타고 있는 모든 승객이 일반인이라고 하면 그저 그것뿐이다.
리스크와 리턴을 생각해봤을 때, 이 비행기는 폭파해야 마땅했다.
이건 그런 전쟁이니까.
가장 이상적인 상황은 후쿠이현 상공에서 폭파되고 체공 중에 서번트를 소환, 안전하게 착지하는 것으로 마무리
떨어지는 곳은 이왕이면 사람이 드문 곳이 좋겠지
그러나 그렇게까지 좋은 상황이 만들어지리 없다.
항상 최악을 가정하고 움직인다. 그게 그녀의 가르침이었다.
마르코는 최대한 자연스럽게 앉은 좌석에서 웅크리고 앱을 실행시켰다.
삑, 하고 울리는 버튼음. 그리고 보석은 폭발했다.
──────콰아앙, 예상외로 커다란 충격과 함께 마르코는 의식을 잃었다.
'크, 아아'
머리가 지끈거린다.
어렴풋이 정신이 들자마자 이성이 채찍질했다.
그래, 폭발. 비행기를 폭파시켰다.
재빨리 주위를 둘러보고 파악해야한다.
어서 다음 단계를 시작해야한다.
그런 강박관념이 머리를 깨웠다.
그래, 분명 나는 비행기를 폭파시켰다. 지금 상황은?
다급히 주위를 둘러보니 이미 자신은 하늘에 있었다.
"쯧."
마르코는 혀를 찼다.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고있다.
아마 예상외로 강했던 폭발로 인해 비행기 몸체에 구멍이 뚫리고 기압차로 빨려 나온 것 같다.
아직 추락하기에 이른 시간이다. 후쿠이현까지 제대로 도착할 수 있을까.
허나 그런 고민도 제대로 서번트를 소환했을 때 이야기다. 사치스러운 고민이다.
잠깐 헛웃음이 나왔다. 너무 희망적으로 움직였나. 조금 후회했다.
본격적으로 성배전쟁을 시작할 시간이 왔다.
서번트의 소환, 이것이 실패하면 모든 게 끝이다.
이런 상황에서 소환하기 위해 진은 미리 몸에 그려두었다.
해야 하는 건 주문의 외우는 것. 두 눈을 감고 간절하게 빌었다.
제발 닿아달라고, 기도하며 입술을 열었다.
"고한다! 너의 몸은 나의 밑으로, 나의 운명은 너의 검으로. 성배의 인도에 따라 이 의지, 이 이치에 따른다면 답하라!
맹세를 여기에. 나는 영원히 모든 선을 이루는 자. 나는 영원히 모든 악을 베푸는 자. 너는 삼대의 언령을 휘감은 칠천.
억지의 굴레에서 오너라, 천칭의 수호자여!"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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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여우
2015.04.02 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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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여우
2015.04.02 21:30
또다른 안 두번째.
소환된 라이더는 마르코에게 죽을 생각이냐며 그를 크게 비난한다.
마르코는 어차피 서번트 소환에 실패한 이상 자신의 계획은 그걸로 끝났을 거라고 응수한다.
그렇게 티격태격하다가 육지에 도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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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여우
2015.04.05 05:29
그 목소리에 답하듯이, 한줄기 바람이 뺨을 스쳐지나갔다.
이윽고 바람은 거대한 돌풍이 되어 마르코의 몸을 휘감았다.
조심스럽게 눈을 뜬 마르코가 본 것은 구름 위를 날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었다.
머리카락을 가볍게 흐트러뜨리는 바람을 기분 좋다고 느낀 것은 얼마만일까.
그것은 예감이 확신으로 바뀌었을 때의 감각과도 비슷했다.
마르코는 자신의 계획이 성공했음을 느꼈다.
몸을 통해 전해지는 따뜻한 숨결은, 온기는, 자신이 아닌 다른 이의 것이었다.
어느새 마르코는 자기보다 연하로 보이는 소녀에게 안겨서 하늘을 날고 있었다.
소녀는 전신에 갑옷을 입고 있었지만, 그 무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유롭게 바람을 누볐다.
하지만 겉모습보다 놀라운 것은 소녀의 몸을 구성하고 있는 방대한 마나의 흐름이었다.
금방이라도 폭발할 것만 같은 마력의 소용돌이는 그녀가 평범한 인간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것을 의미했다.
"묻겠다. 네가 나의 서번트인가."
무심코 웃음이 튀어나오려는 것을 억누르며 마르코는 소녀를 향해 질문을 던졌다.
어리석은 질문이라는 것은 이해하고 있다. 하지만 묻지 않고는 견딜 수가 없었다.
이 소녀야말로 자신의 소원을 이루어줄 가장 첫번째 장기말에 틀림없었다.
소녀는 마르코의 질문에 이보다 더할 수 없는 매력적인 미소를 띄우며 대답했다.
"보면 몰라? 이 마스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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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가 입을 열고 처음으로 던진 한마디는 자신을 소환한 마스터에 대한 욕설이었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부아가 치밀어 올랐다. 그도 그럴 게 이 마스터 님께서는 방금 전에 마술과는 무관계한 일반인이 타고있던 여객기를 통째로 폭파시켜 버린 것이다. 아니,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실제로 그 여객기에는 자신을 소환한 이 남자 말고도 다른 마술사들이 타고 있었다. 아마도 남자와 마찬가지로 성배를 손에 넣기 위해 찾아온 다른 방문자들이겠지. 만약 비행기가 이곳(시오시시오)으로 진입했다면, 그들 중 누가 령주를 받을 지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그러니까 여객기를 폭파시킨 건 좋아. 그건 넘어가겠지만! (아니, 사실 전혀 좋지는 않지만)
소녀는 이마에 혈관 마크를 띄운 채 남자를 계속 추궁하기 시작했다. 신기하게도 화를 내면 화를 낼수록 소녀의 얼굴은 더욱 사랑스러워졌다.
"너 생각이 있는 거니, 없는 거니? 하마터면 죽을 뻔 했잖아. 이 높이에서 바다에 떨어지기라도 해 봐. 즉사라고? 아프다고? 바보야? 죽을 거야?"
남자는 자신에 대한 예상치 못한 반응에 어안이 벙벙해진 것 같았다.
그러나 곧 냉정함을 되찾은 뒤, 소녀의 질문에 침착한 목소리로 말했다.
"널 소환하지 못한 시점에서 내 계획은 수포로 돌아간다. 그런 의미에서 실패도, 죽는 것도 내게 있어선 별반 다르지 않아."
"뭐어──?!"
이번에는 소녀가 어이를 상실할 차례였다.
이 남자는 무모한 계획을 세워서라도 저 섬에서 열리는 이 의식에 참가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혹시 실패한다면 자신이 죽어도 상관없다고 판단했다. 그렇기 때문에 남자는 아무런 망설임없이 여객기를 폭파시킬 수 있던 거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즉 이 성배전쟁은 남자에게 있어서 인생의 전부를 뜻했다. 그런 거라면 어쩔 수 없다면서 소녀는 감정을 추스렸다.
"......뭐, 이번 일은 불문율에 붙이겠어요. 결과적으로 나를 부르는 건 성공했고, 이렇게 무사하니까."
"다행이군. "
"하지만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까진 두 번 다시 그런 짓은 허락 못해. 자살원망자랑 같이 싸울 마음은 없으니까."
"네가 하고싶은 말은 알겠다. 하지만 그 가설은 의미가 없어."
어째서? 라고 되묻는 소녀에게 남자는 단언했다.
"나는 내 목적을 성사시키기 전까지는 죽을 수 없어. 그러니까 혹시 내가 죽는다면 그건───"
그건 네가 그 손으로 자신을 죽일 때 뿐이다. 남자는 그렇게 말했다.
"......흥. 그렇게 되지 않도록 알아서 내 기분을 살피는 게 좋을 거야."
"아아, 가능한 노력하지. 그래서 나는 널 뭐라고 부르면 될까?"
"그러고보니 자기소개도 아직이었네. 나는 라이더. 적당히 불러도 상관없어. 너는?"
"내 개인명은 마르코다."
"그래. 잘 부탁해, 목숨 아까운 줄 모르는 마르코."
"이상한 별명은 붙이지 마."
그 말에 대답하듯이 소녀───라이더의 움직임은 더욱 박차를 가했다.
바람이 또다시 마르코의 덥수룩한 머리카락을 한층 더 흐트러놓는다.
육지가 가깝다.
그들은 머지않아 저곳에서 열리게 될 축제의 가장 마지막 손님이었다.
그 때, 마르코가 손에 차고 있던 손목시계가 딱딱한 기계음을 냈다.
시계는 마르코의 예감이 옳다는 것을 증명하듯 오전 5시 40분을 가르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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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목소리에 답하듯이, 한줄기 바람이 뺨을 스쳐지나갔다.
이윽고 바람은 거대한 돌풍이 되어 마르코의 몸을 휘감았다.
조심스럽게 눈을 뜬 마르코가 본 것은 구름 위를 날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었다.
머리카락을 가볍게 흐트러뜨리는 바람을 기분 좋다고 느낀 것은 얼마만일까.
그것은 예감이 확신으로 바뀌었을 때의 감각과도 비슷했다.
마르코는 자신의 계획이 성공했음을 느꼈다.
"위험천만했어."
몸을 통해 전해지는 따뜻한 숨결은, 온기는, 자신이 아닌 다른 이의 것이었다.
어느새 마르코는 자기보다 연하로 보이는 소녀에게 안겨서 하늘을 날고 있었다.
소녀는 전신에 갑옷을 입고 있었지만, 그 무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유롭게 바람을 누볐다.
"하지만 이제 괜찮아."
하지만 겉모습보다 놀라운 것은 소녀의 몸을 구성하고 있는 방대한 마나의 흐름이었다.
금방이라도 폭발할 것만 같은 마력의 소용돌이는 그녀가 평범한 인간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것을 의미했다.
"묻겠다. 네가 나의 서번트인가."
무심코 웃음이 튀어나오려는 것을 억누르며 마르코는 소녀를 향해 질문을 던졌다.
어리석은 질문이라는 것은 이해하고 있다. 하지만 묻지 않고는 견딜 수가 없었다.
이 소녀야말로 자신의 소원을 이루어줄 가장 첫번째 장기말에 틀림없었다.
소녀는 이상하다는 듯 살짝 눈썹을 가볍게 찡그린 뒤, 여유로운 미소를 띄우며 대답했다.
"나는 라이더의 클래스로 현계한 영령. 그리고......"
바람이 또다시 마르코의 덥수룩한 머리카락을 한층 더 흐트러놓는다.
육지가 가깝다.
그들은 머지않아 저곳에서 열리게 될 축제의 가장 마지막 손님이었다.
"당신에게 승리를 가져다줄 서번트야."
그 때, 마르코가 손에 차고 있던 손목시계가 딱딱한 기계음을 냈다.
시계는 마르코의 예감이 옳다는 것을 증명하듯 오전 5시 40분을 가르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