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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녀는 조금 신기하다는 듯, 눈을 크게 떴다. 플리트비체나 비스뷔 같은 곳에서도 특유의 요정 같은 몸짓으로 다를 것 없이 행동한 소녀였으나, 아무리 그녀라 하더라도 거대한 철물 : 비행기가 하늘을 난다는 것은 조금 신기한 모양이었다. 흑발의 청년 ── 정영은 여동생을 바라보는 듯 온화한 눈으로 발이 땅에서 뜬 듯 붕붕 종종걸음으로 움직이며 이리저리 두리번거리는 소녀를 향해 미소를 지었다.



"정영, 정영."


"──아, 무슨 일이오이까. 소저, 무언가 요깃거리라도 필요한 것이오?"



으음, 아니니라. 소녀는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현재 그들이 있는 곳은 런던 히드로. 크로아티아나 체코 같은 동유럽을 거쳐, 스웨덴과 덴마크 같은 북유럽을 돌아 영국까지 도달한 것이었다. 본래라면 역시 프랑스 파리나 이탈리아 로마, 스페인의 바르셀로나나 독일의 퓌센 같은 곳도 향할 예정이었으나 정영도 소녀도 사람이 많은 곳을 즐기거나 익숙히 여기는 부류가 아니었기에, 하는 수 없이 생략하게 되었다. 그나마도 아직 쌀쌀함이 채 가시지 않은 초봄이기에 망정이지, 지금이 6월이나 그 이후의 한여름이었다면 정말이지 여직 다녔던 곳들조차 다니기 힘들었을 것이었다.



"지금은 어디로 향하는 것이더냐, 네 조국이라 기억하고 있거늘. 맞느냐?"


"예에. 소인의 고국에 잠시, ..약 한 주간 머물다 추후의 자세한 계획을 세울 예정이외다."


"그렇느냐. 고국의 산천이 그리운 게냐."


"후후, 글쎄올시다. 허나 확실히.. 역시 나고 자란 땅의 느낌은 다르다는 걸 부정하지는 않으오리다."


"뭐어, 그럴 터다."



소녀는 가볍게 미소를 머금었다. 아, 하고는, 정영은 문득 잊고 있었다는 듯 들고 있던 백팩을 뒤적이고는 여권을 꺼내었다. 스위스 국적의 여권을 꺼내어 소녀에게 건네어 준 정영은, 곧 자신의 여권 또한 꺼내어 들었다. 살풋 미소 지었던 소녀는 다시 거대한 통유리창 너머 비행기를 신기한 듯 바라보고 있었다. 당연한 일인지도 몰랐다. 그들은 여태까지 기차를 타고 다녔고 - 그 점에 있어 유럽은 이동이 편리했다 - , 아무리 소녀가 비행기란 것에 대해 어떻게든 알고 있었다 하더라도 직접 눈으로 보는 것은 전혀 다른 느낌일 테니까.



"일단, 탑승권을 받아 오겠소이다. 여기 앉아서 기다려 주시겠소이까, 혹 원한다면 함께 가도 무방하오만.."


"아아니. 여기 있겠느니라. 다녀오거라."



얌전히 앉아 대답한 소녀의 말에 살짝 고개를 끄덕인 정영은 곧, 체크인 카운터를 향해 반쯤 달리듯 빠른 걸음을 옮겼다. 하얀 소녀는 곧, 다시 인형처럼 다소곳 앉아 멍하니 행인들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이유는 모르겠으나, 그들 대부분이 소녀를 흘끔거리며 무어라 소곤대며 지나가고 있었다. 가끔, 무언지 알 수 없는 불빛이 한 번씩 번쩍이기도 했다. 어째서일까. 확실히 소녀의 의복이었다면 눈에 띌지도 모르겠으나, 소녀는 지금 그 위에 정영이 적당히 골라 준 긴 봄외투를 걸쳐입은 상태였다. 눈에 띄일 만큼의 이상은 보이지 않을 것이었다.



"... 은발, 이 드물기 때문인가."



소녀는 그리 결론지었다. 확실히 그것은 옳은 말이었다. 탐스러운 순수한 금발도 적을진대, 은발이 쉬이 보일 리가 만무했다. 소녀 개인으로서는 마치 햇빛처럼 찬란한 금빛 머리카락이 더 아름답다 여기었으나, 모름지기 어떠한 것이든 그들이 가지지 못한 것, 혹은 드문 것, 혹은 아름다운 것에 사람은 감탄하고, 질투하고, 또 부러워하기 마련이니까. 


더하여, 소녀의 머리카락이 매우 긴 것 또한 이유 중 하나라 소녀는 조금 생각을 수정했다. 허리 아래까지 길게 흐르는 머리칼은 드물고도 또 드물었다. 그 수많은 런던 히드로의 인파 중 소녀가 하루간 본 것도 겨우 세 명 정도였을 뿐이니까. 소녀가 금빛 눈을 살짝 휘며 답일 내리는 사이, 탑승권을 낀 두 개의 여권을 든 정영이 돌아오는 것이 보였다.



"소저, 오래 걸린 것에 사과하는 바이오. 사람이 많았소이다."


"으응, 괜찮느니라. 고생이었겠구나. 몇 시의 차편인 게냐?"


"어디 보자.. 일곱 시더이다. 아직 얼추 둘 하고도 반 시간 정도가 남았으메, 무언가 하고 싶으신 것이라도 있는 것이오?"


"글쎄... 딱히 없노라."


"허면 어찌 하는 것이..."


"그저, 이대로도 나쁘지 않느니라."



가족과 봄방학 휴가를 온 듯 보이는 어린 아이를 바라보며, 소녀는 툭, 하고 조용히 중얼거렸다. 그 말에, 잠시 고개를 갸웃한 정영도 이윽고 소녀의 시선이 닿은 곳을 보고는 어깨를 으쓱했다. 그리고는, 소녀와의 사이에 의자 한 칸을 두고 그 또한 편히 앉아 책을 꺼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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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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