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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인애플 일기

로하 2013.05.11 12:12 조회 수 : 0




* 이하 나오는 '나이'는 전부 다 만 나이 기준입니다.






"───보고합니다! 보고합니다! 전하께서 ... 태자 전하께서 ..."



에드워드 플랜테저넷. 영국의 왕세자는 전장에서 입은 상처의 악화로, 손 쓸 도리도 없이 병사했다. 그것이 1356년. 왕세자의 나이

스물 넷. 그리고 『그녀』가 열 일곱 살의 일이었다. 


승세는 확실히 잡은 상태였다. 지지 않는다. 이긴다. 이길 수 있다. 오르는 승기, 넘쳐흐르는 기대감. 그리고 죽음.


전시에 죽음은 흔한 일이다. 물론 온갖 손익계산을 하고, 대가를 약속받고 대신 군단의 맨 앞에 선 왕족이나 귀족 따위에게도. 평등하게

찾아가는 것. 모두가 각오는 하고 있었을 것이다. 두려워하는 것과는 별개로. 


아무튼, 그런 죽음일지언정. 지금 이 순간만큼은 흔한 일,로 치부하며 가벼운 애도로 넘길 수는 없었다. 왕의 아들. 차기 왕. 기세가

오르는 이 상황에서, 왕세자가 죽었다는 것 : 그것도 전장에서 입은 상처로 죽었다는 것은 상황을 바꾸고도 남을 일이었다. 그것만은

피해야 한다. 그것만은.


부왕은 최측근들과 모여 머리를 맞대었다.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어떻게. 형제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물론 맏이의 재능에, 능력에

비견될 아이는 없었으나, 나름대로는 유능한 자식들이었다. 하지만 외모가 너무나 달랐다. 키 정도의 문제였다면 오히려 아무래도

좋은 일. 머리칼 색도, 눈 색도 너무나 다른 그들은, 형의 습관을 따라하는 것은 무리였다. 대역이 되는 것은 불가능했다. 

거기에, 그렇게 형을 따라할 수 있을 정도로 그들은 형에 대해 깊게 알지 못했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 그들은 너무나 어렸다. 

겨우 열 넷과 열 셋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한다. 어쩌면 좋지.


그리고 그들은 떠올려냈다. 궁정의 꽃. 누구보다도 아름다운 얼굴로 미소지으면서도, 항상 서적에 못내 미련이 남는 시선을 보내곤하던,

열 일곱의 왕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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