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비밀글

Reiarine 2012.12.30 05:13 조회 수 : 4

 

 01.


 내가 지금보다 어릴 적에는 정원이라는 것의 존재 이유를 몰랐었다. 붉은 튤립와 장미, 흰 백합, 그리고 다른 여러가지 꽃과 푸르른 나무와 풀들이 자라는 훌륭한 정원이 있었지만 그 존재가치를 이해할 수 없었다. 누나를 제외하고는 우리 집안에서 화초를 좋아하는 사람은 없을 터인데.

 그런데다가 그 누나도 실은 정원에 별로 관심을 두지 않았기 때문에 정원을 찾는 사람은 사용인들을 제외하고선 나밖에 없는 것이었다. 나 또한 그렇게 화초같은 것을 좋아하는 건 아니었지만, 방 안에서 가만히 있자니 왠지 답답했기 때문에 정원에서 지내는 시간이 많았다. 별로 아무것도 안 한다는 사실은 장소가 방에서 정원으로 바뀌어도 변하지 않았지만.

 그런 생활이 계속 되다보니 정원은 어느샌가 나만의 공간이 되어 있었다. 정원사들이 내 얼굴을 봐도 전혀 당황하기는 커녕 그저 일상적인 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카이─"


 멀리서 나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다.

 사라 바스티안. 바스티안 가의 후계자. '후계자'라는 말은 보통 사람들은 별로 쓰지 않는 말이지만 그렇게 이상하고 드문 단어는 아니다. 유명 기업의 자식들 같은 경우에도 '후계자'라고 불리면서 커서 기업을 이어받게 되는 것이다. 누나의 경우에도 가업을 이어받는 다는 의미에서는 이상할 것 없는 후계자였다. 다만, 보통 사람에게는 이상한 의미인 점도 있는 것이다.

 바스티안 가문은 마술사 가계였다. TV같은 곳에 나와서 카드놀음을 하는 시시껄렁한 잡기꾼이 아닌 마술을 쓰는 사람Magi. 그런 의미인 거다. 누나는 그런 '마술사'의 업을 이어받기 위해 태어났다고 한다. 나에게는 뭔가 멀게만 느껴지는 이야기였다.


 "카이, 여기 있었구나. 왜 대답을 안하고 있어?"


 머리 위쪽에서 얼굴이 갑자기 튀어나왔다. 나를 바라보는 눈은 나와 똑같이 붉은 빛을 띄고 있었고, 머리는 숏컷으로 길지 않아서 남자 치고는 머리가 긴 편인 나와 그렇게 차이나지 않은 검은 머리를 한 여성이었다.

 화초 사이에 앉아 있어서 잘 보이지 않았을텐데 어떻게 찾아낸건지 건너편에서 불쑥 나타나 앉아있는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

 

 

Powered by Xpress Engine / Designed by Sketchbook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