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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이호이

42 2012.12.22 23:33 조회 수 : 2


"그래서, 소감은 어떻지?"


"달아."


 이름 모를 포도주를 즉평하면서, 남자는 술을 병째로 벌컥벌컥 들이켰다. 캐서린은 "흐응."하면서도, 식탁 위에 놓인 음식들에 시선을 던지고 있었다. 목조로 짜 올린 식탁, 무늬 없이 새하얗고 큰 식탁보 위로 갓 만든 음식들이 깔끔하게 담긴 채 김을 모락모락 피우고 있었다. 때는 늦은 아침, 식사 때가 되어서 자리를 옮긴 것이다. 캐서린은 왼손으로 턱을 괴고, 식사 중인 남자를 비뚜르게 바라보다가 중얼거렸다.


"기껏 열심히 차렸는데 안 먹나?"


"글쎄, 서번트는 먹지 않아도 되는 데다가……."


 깨작거리던 수저를 내려놓으며 채, 남자는 어깨를 으쓱였다.


"저런 게 만든 건 좀 껄끄러워서."


 어딘지 비웃음마저 띤 어조에, 캐서린은 "흠."하며 힐끗 시선을 돌렸다. 흑백이 교차하는, 전통적인 시녀복의 여성이 절도 있게 서 있었다. 머리에 달린 보라색 나비 장신구가 인상적이었다.


"나는 꽤 잘 만들었다고 생각한다만."


"퍽이나."


 냉소적인 반응. 캐서린은 코웃음치며 손을 휘휘 저었다. 한순간 장신구가 두근 맥동하더니, 시녀는 기계적인 움직임으로 뚜벅뚜벅 걸어나갔다.


 남자는 그걸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말했다.


"악취미로군. 벌레를 뇌에 박아 놓고 멋대로 부려 먹는다라……."


"그래서, 혐오스럽나?"


"설마."


 어딘지 웃음기를 머금은 목소리에, 남자는 불퉁하게 대꾸했다.


"그 정도는 내 구경거리도 못 돼."


 캐서린은 고개를 기울인 그대로 남자의 얼굴을 올려다 보다가 말했다.


"안 먹어도 된다면, 네 앞에 있는 호박 파이 좀 건네 다오."


"넌 손이 없나?"


 깔끔한 무시에, 캐서린은 느긋하게 덧붙였다.


"그렇게 배려가 없으면, 여자들이 싫어할 텐데."


 한순간, 남자가 눈가를 찌푸리더니, 휙─ 소리가 나고는.


 캐서린의 오른쪽 눈에 포크가 푹 박혀들었다.


"내 앞에서 여자 이야기는 꺼내지도 마라."


 그리고 캐서린은─ 피식 웃으며, 아무렇지도 않은 듯 포크를 뽑아냈다. 피는 튀지 않고, 파인 자국에 드리운 그림자가 섬뜩했다.


"나도 일단은 여자인데 말이지."


 그렇게 투덜거리면, 남자는 사납게 웃었다.


"벌레 주머니 주제에."


 캐서린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하나뿐인 눈으로 남자를 노려보았다. 오른쪽 눈 구멍 안에선 무언가─ 벌레들이 꿈틀거리며 기어나와, 빈 부분을 채우기 시작했다. 남자는 그 눈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말했다.


"음식에 벌레 들어간다."


 한순간 긴장된 분위기가 그 말에 탁 풀리고, 캐서린은 비뚤게 웃었다. 남자는 신경 쓰지 않는 듯 가볍게 고개를 돌려 수저를 들어올렸다가─ 자신의 손에 포크가 없다는 걸 알아챘다.


"어, 음."


 남자는 잠시 말이 없었다.


"포크 좀 집어 주겠나?"


 캐서린은 순간 풉 웃고서, 근처에 있던, 스테이크가 담긴 접시를 끌어당겼다.


"역시 넌 얼간이 정도가 어울려."


 ……식사는 금방 끝나, 그 많던 음식들도 깔끔하게 정리되었다. 뒤이어 후식으로 나온 아이스크림을 숟가락으로 떠 먹고 있는 캐서린을, 남자는 조금 신기한 듯 바라보았다. 넓은 식탁을 가득 채울 정도의 양을 거의 그녀 혼자서 먹어치웠기 때문이다. 작은 몸집에 비해서 대식가─ 그런 수준이 아니라, 명백히 인간의 위장이 처리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고 있었다. 어쩌면 자기 체중에 육박하지 않을까. 남자는 아, 하고 가볍게 감탄했다.


"널 어떻게 부를지 생각났다."


 그러고 보니 아직 제대로 된 호칭조차 정하지 않았었지. 캐서린은 숟가락을 들어올리며 물었다.


"뭐냐?"


 남자는 피식, 가볍게 웃었다.


"벌레인 데다가 밥을 축내니, 식충이면 되지 않겠나?"


 식충이는 아이스크림을 푹 떠서 물고는, 숟가락을 우물거렸다. 꿀꺽 삼키고, 얼간이를 바라보았다.


"식충이와 얼간이인가. 아, 그래. 난 덤 앤 더머를 제법 재밌게 봤지."


 어깨를 으쓱이며 한마디.


"그래서, 우리가 나오는 시트콤 이름은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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