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이브로시아는 스커트를 집어들었다. 드레스 룸에서 1분 가량 고민하고는, 새하얀 블라우스와 코르사쥬도 꺼냈다.
그녀는 살아온 환경 탓인지, 굳이 의식하지 않아도 어느 정도 제대로 잡힌 바른 몸가짐이었지만─아마 그것이
혼자 어떤 말을 하더라도 '무례하다'는 느낌을 주지 않는 이유 중 하나이리라─ 오늘은 일부러. 제대로 된
격식을 차리는 모양이었다.
즐겨 입던 새하얀 와이셔츠도, 슬립드레스도 아닌 옷을 입기 위해 귀찮다는 듯 실크 스타킹을 찾아내 다리를
넣는다. 그리고, 손가락을 가볍게 튕긴다. 너희들의 주인으로서, 내가 너희들을 찾는다. 그리고 잠시 후,
그녀의 앞에는 열 명의 사용인이 공손하게 그녀의 말을 기다릴 뿐이었다.
"───준비하도록."
그 말 한 마디였다. 짧고, 간단한 말이었지만. 설명은 필요치 않았다.
02
흘끗, 서가에 꽂힌 낡은 책 한 권을 꺼내보았다. 한숨을 내쉬고, 살짝 고개를 저었다. 재미가 없다. 그래,
그건 사실이었다. 지겨워질 정도로 무반응인 대상에게, 사실 3주 이상이라는 기간을 유예로 준 것은 그녀로서는
유례가 없을 정도의 인내심이었으니.
확실히, 간밤에 생각한 대로. 자신이 물렀다. 너무 규율이란 걸 생각했었다. 어울리지도 않는 일.
다들 그렇게, 하고 싶은 대로 해 준다면. 어째서 자신은 지루하게 앉아 있어야 하는가? 그녀는 그녀답게,
멋대로 다니면 되는 일이다. 어차피 저들한테 '일반인'에게 통용되는 룰을 지켜주어야 할 필요는 없지?
아, 하지만 어디까지나 취향의 정도다. 그렇다고 하여 학살이든 무엇이든, 그런 지저분한 일을 할 생각
따위는 전혀 없으니까.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즐거움은 불쾌함, 혹은 더러움과 함께 할 수 없는 것이다.
───무엇, 틀림없이 9할은 지루하다는 이유였지만, 나머지 1할은 '나름의 배려'였으니.
...?
아.
살짝 눈을 내리깔던 그녀는 무얼 떠올렸는지 순식간에 꽃이 피듯 웃었다. 그래. 그래. 그 수가 있었구나..! 그
재미 없는 사람들도, 그럼 분명히 볼만한 반응을 보여주겠지? 미끼가 된 사람 자신도 모르는 트랩. 아아,
두근거려라. 자기 자신도 모르는 새 본인 자체가 함정. 후후. 어떤 바보 같은 고양이가 걸려들지, 정말로
기대되는 걸. 하지만..흐음...역시 이건 좀 심할까..? 본인한테는 미리 힌트라도 주어야 할까?
뭐. 만약 트랩에서 벗어나더라도 상관은 없어. 그건 그 나름대로 흥미로운 연극일 터. ..사실대로 말하자면,
내 옆에서 오래 있는 것보다는 나을 테니까. 열등감이라고 해야 하나...자존심? 그래, 그런 것에서 지고는
못 살 것 같으니까. 적어도 자신의 분야에서는.
아무튼, 그래. 그렇게 하자.
그 정도 결정에, 그러한 결정에 숙고는 필요 없다. 이브로시아는 사붓이 계단을 내려갔다. 2층 복도 왼 쪽
끝 방에, 늘 그렇듯 세 번의 의례적인 노크를 한다. 늘 그렇듯 대꾸는 없다. 지금은 고양이와 밖에 있을
시간이니까. 무엇, 방 안에 있더라도 다르지 않았겠지만.
가만히 문을 열고 방 안으로 들어간다. 너저분한 종이 뭉치들이 아니라면 사람이 살았는지조차 의심스러울,
그런 묘한 분위기. 그 중, 마호가니 책상 위에 놓인 무언가가 눈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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