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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패스파인더8

2009.04.06 16:06

azelight 조회 수:591

 캐논의 털이 푸른색으로 변색되기 시작했다. 앞발에는 변화된 털빛처럼 푸르른 아우라가 일렁였다. 듣는 자를 굳게 만드는 강력한 언령이 깃든 포효를 내뱉은 캐논은 단 일격에 눈앞의 오거를 박살냈다.
  캐논의 거체는 단숨에 오거와 짐승들을 짓밟고 오크들마저 쫓아낸 마을의 자랑스러운 껍질을 박살냈다.
  사람들은 갑자기 나타난 이 거대한 곰을 어떻게 대해야할지 몰라 망설였다. 그는 마을의 전설상에서나 나올 곰의 신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가 적인지 아군인지 사람들은 구분할 수 없었다.
  캐논은 너무나 무시무시한 형상을 하고 있었고 난폭하게 모든 것을 파괴하려드는 것처럼 보였다. 일격에 오거를 박살내는 모습, 광폭해 보이는 포효, 무시무시한 앞발을 보면 누구라도 두려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어 보였다.
  그런 두려운 모습으로 쇄도하는 캐논의 모습을 보고도 마을 사람들은 아무런 행동도 취할 수 없었다. 속박의 언령이 사람들 뿐 아니라 주위에 모든 이들의 움직임을 굳게 만들고 있었다.
  잭은 고개를 들어 마을로 들이닥친 캐논의 모습을 보았다.
  속박의 언령은 그에겐 통하지 않는 듯 보였다. 잭은 목덜미가 상처를 입었음에도 전혀 개의치 않고 캐논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에크로반에게로 시선을 돌리며 의지를 발했다.
  [너는 역시 평범한 인간이 아니로군. 캐논은 이 숲의 왕. 이 숲에 속한 자들은 누구라도 그의 의지에 굴할 수밖에 없을 텐데.]
  잭은 오른 손을 부들부들 떨고 있는 에크로반을 향해 말했다. 그의 손아귀는 찢어져 피가 내리고 있었고, 쥐어져 있던 검은 어디론가 날려가고 없었다. 팔에는 잭의 손톱이 스쳐지나간 자국이 나있었다. 핏물이 상처자국을 따라 흘러내린다. 에크로반은 어떻게든 기력을 회복할 생각인지 입을 꾹 다물고 잭을 노려볼 뿐이었다.
  잭은 그런 에크로반에게서 시선을 돌려 다시 캐논을 바라보았다.
  웅장한 크기의 캐논은 잭과 에크로반에게로 다가왔다. 잭은 그에게 확실히 왕으로서의 위엄이 갖추어져 있다고 생각했다. 과연 신의 후손. 갈색 산맥의 왕이었다.
  [잭.]
  캐논이 잭을 부르며 그를 내려다 보았다. 늑대 치고는 거대한 그이지만 캐논의 크기에 비하면 한참 작은 존재에 불과했다.
  [일을 크게 벌였구나. 미르키엘의 이름에 맹세코 네가 한 일은 그 분의 의지에 뜻하는 바가 아니다. 멸절은 인정치 않는다. 무엇보다 잔악한 몬스터들을 끌어들이다니 될 일이 아니다.]
  캐논의 말에 잭은 빈정거리는 의지를 내뿜었다. 거대한 조롱의 의지가 캐논을 덮쳤지만 캐논은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산의 왕은 진중했으며 그를 흔들 수 있는 것은 대지의 분노뿐임을 그 자리에서 새로이 증명했다.
  [캐논. 모르는 것은 너다. 인간들이 미르키엘의 의지대로 조화를 유지할 줄 아느냐? 인간들에 비하면 차라리 우둔한 몬스터들이 더 낫다. 그들은 모두 무너뜨릴 거다. 몰아치는 홍수처럼. 사방을 태우는 불길처럼. 아직 힘이 약할 때 묻어두지 않으면 안 돼. 너도 봤을 거다. 그 오크들이 사방으로 흩어져 가는 모습을. 너는 너무 인간의 편에 섰다가 너무 물들었군. 네게 왕의 자격이 없어.]
  잭은 그렇게 말하고 울음소리를 냈다. 낮지만 웅장하게, 그리고 넓게 울려 퍼지는 울음소리는 적에게는 공포를, 아군에게는 용기를 실어주는 소리였다. 잭의 울음소리로 그의 무리들은 캐논의 속박의 언령에서 깨어나기 시작했다.
  잭은 재차 무리에게 퇴각 명령을 내렸다.
  [잭.]
  캐논이 잭의 움직임을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도망가게 두지 않겠다.]
  캐논이 잭을 앞발로 내려쳤지만 잭은 훌쩍 뒤로 물러났다. 캐논의 공격은 단 번에 잭이 서 있던 집을 무너뜨렸지만 잭의 근처에도 닿지 못했다.
  지상에 착지한 잭은 불꽃의 숨결을 내뿜었다. 캐논은 그 불길을 온 몸으로 받으며 앞발을 휘둘렀다. 불길은 캐논의 몸에 닿지도 못하고 그의 주변에 일렁이는 푸른 영기에 의해 갈라졌다. 잭은 불꽃을 뿜다말고 캐논의 공격을 피하고는 그대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캐논은 잭을 쫓기로 결심했다. 그를 쓰러뜨리지 않는 한 잭은 몇 번이고 이와 같은 일을 되풀이할 것 같았다. 그리고 회차가 늘어날수록 그를 쓰러뜨리기 더욱 힘들어질 것이 틀림없었다.
  “캐논! 나도 대려가 주제!”
  에크로반이 캐논을 불렀다. 하지만 캐논은 고개를 저었다.
  [자네는 부상을 입었어. 거기다 무기로 잃었군.]
  캐논은 왼손에만 쥐어진 검과 다친 오른팔을 보며 지적했다.
  “괜찮아. 이 정도는 회복할 수 있네.”
  에크로반이 왼손에 쥔 칼을 허리춤에 꽂아 놓고 상처부위를 감싸 쥐었다. 캐논은 에크로반의 왼손으로부터 상당한 힘이 모이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것으로 상처가 완전히 회복된 것은 아니었지만 최소한 자신의 몫을 할 수 있을 정도 회복되었다는 사실도 캐논은 알 수 있었다.
  캐논은 정신적인 한숨을 쉬고는 에크로반을 앞발로 붙잡아 등으로 휙 던졌다.
  [꽉 잡게나.]
  캐논은 그렇게 말하고 달리기 시작했다. 에크로반은 왼손으로 캐논의 털을 꽉 잡고 그의 등에 바싹 엎드려 붙었다. 순식간에 캐논은 마을을 벗어나 산을 타 넘었다. 무리가 이동한 흔적을 따라 능선을 뛰어넘은 캐논은 곧 멈춰섰다. 잭이 그의 무리와 함께 캐논과 에크로반을 기다리고 서 있었다.
  [역시 쫓아왔군.]
  잭은 바위 위에서 캐논과 에크로반을 노려보며 말했다.
  캐논은 들을 경사지게 해 에크로반이 쉽게 자신의 등에서 내려설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에크로반은 잭의 등에서 내려와 그의 왼편에 나란히 섰다. 에크로반은 자신과 캐논을 둘러싼 잭과 잭의 무리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한창을 싸웠지만 그 수가 별로 줄어든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쫓아 올 거라고 생각했다. 캐논. 진정 인간들이 조화를 지킨다고 믿는 건가? 저자는 모르지만 다른 이들에 대해선 나는 회의적이게 될 수밖에 없군.]
  잭은 고개를 기울였다. 그 나름의 빈정거림의 표시인 듯 했다. 캐논은 그런 잭을 똑바로 바라 보았다.
  [지금 저들은 충분히 이 숲의 규율을 지키고 있다. 그들은 과하지 않았고 그들이 필요한 것 이상을 취하지 않는다. 숲은 지켜지고 있어. 그렇다 하더라도 멸절은 균형의 유지자인 우리들이 가질 태도가 아니네.]
  [그것은 자네 생각이겠지. 좋아. 의견 교환은 이 정도로 하지. 언쟁같은 시간낭비는 시작하지 않는 편이 좋으니 말이야. 세상은 냉혹하고 잔혹하다는 것을 너도 알거다. 살아남는 자야말로 진리지. 그렇게 인간들이 좋아다면 어디 한 번 그들을 구해내 봐라.]
  잭이 말을 마치자 공격적인 의사가 그를 중심으로 파문처럼 퍼졌다. 동시에 짐승들이 캐논과 에크로반을 향해 돌격해오기 시작했다.
  캐논은 돌격해오는 짐승과 몬스터들의 무리를 보며 에크로반이 저들을 상대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는 상처입어 있었고 약해져 있었다. 무엇보다 인간의 신체로는 저런 많은 수를 감당할 수 없었다. 차라리 잭과 1:1 전투를 벌이는 것이 나을 것이다.
  에크로반 역시 같은 생각을 한 것 같았다.
  “캐논!”
  [맡기지.]
  캐논이 에크로반을 잭에 서있는 바위 턱을 향해 던졌다. 그리고 온몸에서 푸른 아우라를 발산하며 잭의 무리들을 맞이했다.
  포효를 지른 캐논은 가장 가까이에 있는 곰을 발로 찼다. 트롤과 오거가 손에 돌도끼를 들고 공격해왔지만 캐논은 무시했다. 그의 몸은 마법적인 힘을 가지고 있는 무기가 아닌 이상 거의 손상을 입지 않았다. 캐논은 자신을 공격하는 트롤을 앞발로 누른 후 다른 쪽 발로 찢고는 옆에 있는 오거를 물어 내던졌다. 물론 그 동작에 주변의 수많은 짐승들이 쓸려났다.
  캐논은 포효로 나는 새들을 떨어뜨리고 발길질로 그들을 땅에게서 영원히 지속될 포옹을 받을 수 있도록 만들어 줬다.
  하지만 그의 몸에서 자잘한 생채기들을 생기는 것 까지 막을 순 없었다.

  에크로반은 캐논이 적절하게 힘의 가감을 준 덕분인지 무사히 바위턱에 오를 수 있었다. 물론 착지 순간 몇 바퀴 뒹굴긴 했지만 자잘한 타박상을 입었을 뿐이었다. 하지만 날려 온 주제에 그 정도의 상처 밖에 입지 않은 것이니 오히려 다행이라고 말해야 했다.
  잭은 에크로반을 향해 말했다.
  [어리석군. 가장 멀쩡한 상태에서도 너는 날 이길 수 없어.]
  어째서 그러는 것인지 잭은 잘 알고 있었지만 심리전의 일완으로 일단 그렇게 말했다. 에크로반이 그가 불리하다는 사실을 조금이라도 걱정하게 만든다면 잭은 그 틈을 파고들어 에크로반의 정신을 나약하게 만들 수 있을 것이었다. 하지만 레인저의 마음에 흐트러짐은 없었다. 잭은 마음속으로 경의를 표했다. 하지만 둘의 어리석음에는 실소를 금치 않았다. 차라리 에크로반이 죽더라도 캐논이 오는 쪽이 나았다. 그의 압도적인 힘과 맷집이라면 협공을 받으면서도 자신을 쓰러뜨릴 수 있을지도 몰랐다. 잘하면 재기불능의 상처를 입혔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캐논은 에크로반을 구하는 쪽을 선택했다. 저 고결한 전사는 못 다한 승부의 결말에 대한 집착과 인간에 대한 책임감에 의해 그런 선택을 했다지만 캐논은 단지 자신이 더 견딜 수 있기 때문에 그런 선택을 했다. 잭은 그런 캐논의 선택이 어리석어 보였다. 
  잭은 내색하지 않고 에크로반을 주시했다. 그래도 방심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굳이 인간이 아니라도 살아있는 존재, 마음을 가진 존재는 굳은 의지를 가졌을 때 가공할 힘을 내보이곤 했다. 잭은 자신이 방금 전에 에크로반에게서 상처를 입었다는 사실도 여전히 인지하고 있었다. 압도적인 힘의 차이가 존재하는 데도 그런 기지를 낼 수 있는 것이 각오를 한 존재들이다.
  잭은 돌진을 위해 몸을 낮췄다.
  에크로반은 검을 뽑으며 잭을 바라보았다. 쌍검이야말로 그의 검술을 극한까지 발휘할 수 있는 분야였지만 하나의 무기를 다룬다는 기술에 무지한 것은 아니었다. 전투 중에는 어떤 상황이든 존재할 수 있고 에크로반은 자신이 될 수 있는 한 모든 상황에 대응할 수 있도록 훈련해 왔었다. 오래 전 그가 길잡이를 그만 두기 전부터.
  에크로반이 먼저 움직였다.
  검을 쥐고 앞으로 내달린다. 반면 잭은 더욱 몸을 낮췄다. 돌진하기에 앞서 더욱 몸 안에 힘을 비축하듯 이 잔뜩 온 몸에 힘을 주고 근육을 부풀렸다.
  에크로반은 잭이 돌진해올 때가 언제인지 짐작했다. 이미 몇 번이나 그의 도약을 보았다. 에크로반은 승산을 느끼며 다리에 힘을 줬다. 이번에는 전 번처럼은 되지 않을 것이었다. 확실하게 잭의 목을 벤다. 충분한 거리가 되었을 때 에크로반은 검을 휘둘렀다.
  동시에 잭이 뛰어 올랐다. 잭이 땅을 박차는 힘을 견디지 못하고 부서진 바위의 파편이 도약한 방향의 반대편으로 맹렬히 튀었다. 잭은 마치 사라지는 것 같았다. 지금까지의 움직임과는 전혀다른 신속하고 힘있는 돌진이었다.
  잭이 에크로반의 왼쪽 어께를 물었다.
  검은 절반 밖에 휘둘러지지 못한 상태였다. 에크로반은 고통도 느낄 새도 없이 잭의 도약 방향을 따라 휙 끌려갔다. 잭이 착지 하고 에크로반은 잭에게 어깨를 물린 상태를 바닥에 나뒹굴었다. 검은 이미 에크로반의 손에서 떠나 바위턱 아래로 떨어졌다.
 그리고 한껏 달린 덕분에 거칠게 숨을 몰아쉬던 야예이는 에크로반이 쓰러지는 장면을 모두 지켜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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