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장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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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장. 가장 높은 산
어둠 속에 16명의 마법사가 서 있었다.
색의 칭호를 가진 협회의 마법사들. 그리고 그들을 부른 것은 바로 협회의 적이며 검은 마법사들의 수장인 흑암자 다르카신이었다.
16 명의 마법사들은 거대한 마법진 바깥에서 서 있었다. 그들은 자신들 모두가 모인 것을 확인하고는 소환의 의식을 벌였다. 이 소환 의식은 흑암자를 소환하기 위한 의식이었다. 흑암자와 색의 16인을 분리하는 이 마법진이 있는 한 양쪽 중 어느 누구도 서로를 공격할 수 없다. 마법진은 서로를 위한 안정장치의 역할을 하고 있었다.
흑암자는 소환에 응해 마법진의 정중앙에 섰다. 그가 소집한 코번이니 거절할 이유는 없었다. 하지만 흑암자는 곧바로 용건을 꺼내지 않고 차가운 웃음과 함께 16인을 둘러보았다.
“흑암자여.”
“그대의 부름에 우리는 응했다.”
“무슨 일이냐?”
“결코 작은 일은 아닐터.”
침묵을 지키는 이들을 제외하고 16인들 중에서 재촉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긴급소집이었던 만큼 꽤나 불만이 많을 것이니 당연했다. 그것도 악의 축이라고 할 수 있는 흑암자. 물론 흑암자와 견줄 수 있는 악한 존재들은 많지만 그들 중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자가 바로 눈앞에 있던 자였다. 가장 최근 제국 최남단에서 또 일을 저질렀다고 들은 협회의 16인들은 흑암자의 존재를 그리 좋게 볼 수 없었다.
흑암자는 자신을 적대하는 눈동자들이 섞인 16인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손을 휘저어 환영을 만들어냈다. 그 환영들은 다섯 개의 초상화였는데 16인들 역시 알고 있는 얼굴이었다.
“타크라탄, 론델, 카자크, 퀄케란, 기리즈무. 나의 다섯 제자들이지. 이들 모두가 타락했네.”
한 순간 16인으로부터 웅성거림이 일었다가 잦아들었다.
“있을 수 없는 일이오.”
청의 탈틴이 소리쳤다. 한명의 스승아래서 다섯이나 되는 제자가 한 번에 타락하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타락이란 마법사가 가장 경계해야하는 덕목이었다. 매년 몇 십 명씩이나 되는 타락자가 발생하고 마법실험의 사고라는 명목으로 제거되거나 인세의 법칙을 초월한 의지를 실행하려하다 모험가들에게 살해당하곤 하지만 난 명의 스승 아래서 다섯이나 되는 타락자가 나온 일은 없었었다. 유래 없는 일인 것이다.
“그렇네. 유래 없는 일이지. 그대들도 잘 아는 내 다섯 제자들이네. 이것으로 그대들이 그토록 바라던 흑익군의 후퇴가 이루어질 테지.”
그리곤 찌릿하고 예리한 눈으로 16인을 동시에 둘러보았다. ‘네놈들 중에 이런 결과를 낼만한 일을 벌인 자가 있지 않느냐?’라는 눈빛이긴 했지만 그런 일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다르카신은 잘 알고 있었다. 일단 그 다섯은 저 16인들에게 밀리긴 각각 1천의 군대와 마법적인 존재들의 비호를 받고 수 많은 보호 마법 속에서 지켜지고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그들이 한데 뭉쳐있는 것도 아니었다. 흑암자는 그들이 힘을 합쳐 자신에게 대항할 수 있도록 두지 않기 위해 다섯을 흩어 놓은 것이다. 그런 그들을 다섯 명 전부 동시에 타락시키는 일은 있을 수 없었다.
“어쨌든 이들이 지금 도주했네. 나의 탐지로도 찾아낼 수 없을 만큼 깊숙이 숨었네. 그놈들의 능력으로는 그런 일이 가능할 리가 없다는 것을 생각하면 조력자가 있는 것이 틀림없다는 사실도 알 수 있지. 그래서 자네들을 소집한 것이네. 현재 전쟁 중임에도 불구하고.”
다시금 16인들 사이에 웅성거림이 생겼다. 그리고 웅성거림이 잠잠해질 때쯤에 갈색의 엠폴로스가 나섰다.
“그대가 그 다섯을 모두 타락시켰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 않소? 타락자들이 위험한 것은 사실이지만 어쩌면 그대는 그들을 제어한 방법을 발견한 것인지도 모르지 않소.”
말하는 엠폴로스 자신도 그 말이 어의없다는 투였기에 다르카신은 코웃음을 치거나 비웃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저 저런 멍청이같은 역할을 스스로 떠맡은 엠폴로스를 불쌍히 여길 뿐이었다. 서로 믿을 수 없는 만큼 저런 질문을 하는 수밖에 없겠지. 다르카신은 속으로 웃었다.
“그대 스스로도 믿지 못할 일은 하지 말게 엠폴로스. 타락자는 그저 분리되어 나온 원소령과는 다르네. 그들은 자신들의 지성을 가지고 있으면서 더 큰 힘의 성향 속에 부유하는 존재일세. 땅에서 떨어져 나온 흙 한줌과는 차원이 다르단 말일세.”
훈계하듯이 말한 것은 기회가 온 김에 그들을 자극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색의 16인 중 한 명인 엠폴로스는 그 도발에 넘어가지 않았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그런 시시한 도발에 넘어가서야 마법사일은 해먹을 수 없다. 어차피 다르카신도 그렇게 큰 의미를 두고 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아쉬워하지도 않았다. 그저 그의 나쁜 성격에서 발로한 의미 없는 짓에 불가했다.
“알지만 확인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니 이해해 주시오. 물론 그대가 진실을 말해줄 것이라고도 믿지 않소. 여하튼 지금 우리가 협력해야만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그 말을 하고 싶은 거요?”
“그렇다네. 제자 관리를 못한 내가 한 잘못이기는 하지만 다섯이나 되어서야 나로서도 승산을 점치기 힘들지 않겠나? 무엇보다 이래서야 과연 무슨 일이 일어날지 나조차 전혀 예측할 수가 없다네. 그래서 별 수 없게도 자존심을 굽히고 자네들에게 협조를 구하는 것이네.”
다르카신은 기분나쁘다는 듯이 말했지만 16인의 마법사들은 그것을 무례라고 생각지 않았다. 그는 그런 콧대 높은 소리를 할 만한 자격이 있는 이였다. 적어도 40년간 최강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마법사로서 독보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다는 사실에서도 그의 오만은 충분히 허용 받을 만 했다. 그의 존재를 불쾌히 여기는 다른 마법사들도 최소한 그의 강력함에는 경의를 표할 정도였다.
“확실히 진실이라면 큰일이오.”
“아직은 확실한 것이 없소!”
“적어도 흑암자는 기만하는 자는 아니오. 그는 자신의 강력함을 믿는 자이지 않소?”
흑암자의 말이 끝나자 세 번째 웅성거림이 일었다.
다르카신은 그들의 소란이 끝나기를 차분히 기다렸다. 이 멍청한 회의를 빨리 끝내고 싶은 것이 그의 심정이었지만 그것이 불가능함을 그는 잘 알고 있었다. 혼자서 모든 것을 결정하는 자신과는 달리 그들은 16명이며 그것도 강력한 마법사들 16명이 모여 있는 것이었다.
그것은 극과 극의 차이를 보이지만 때 쓰기 좋아하고 자기밖에 모르는 아이 16명을 모아놓은 것과 비슷하다. 차이점이라면 아이들은 그들 중 가장 힘이 쎈 사람이 이길 것이고 마법사들은 가장 말을 잘한 자가 이긴다는 점이랄까. 더 결정적인 차이점은 마법사들의 경우 승자의 의견이 절대적으로 반영되지 못한다는 점일 것이다.
그렇기에 다르카신은 자신의 지팡이로 짚고는 평소에는 결코 보이질 않을 인내심을 가지고 차분히 기다렸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자 웅성거림이 줄어들었다. 그리고 다시 갈색의 엠플로스가 대표자로서 다르카신에게 말했다.
“좋소. 당신의 말을 믿겠소. 그대의 제자 다섯이 타락자가 되었다는 것을... 그리고 그것이 세계에 재앙이 될 것임 또한 인정하오. 우리는 협회 전체 공문을 돌리고 것이고 그들을 찾는 데 힘을 쓸 것이오. 하지만 일이 그들을 찾아내는 것만으로 끝나진 않을 거요. 그들은 더 이상 인간이 지니는 한계를 지니지 않을 것이니... 그들이 무엇이 되어있을지는 미지의 영역. 저울의 추를 되돌리기 위해서 우리가 해야 할 일에 대해서 의논해 보아야만 하오.”
다르카신은 고개를 끄덕였다. 애초에 그는 그런 이야기를 하려고 코번을 소집한 것이었다. 하지만 서로를 불신하는 두 집단이 속편하게 이야기를 할 수 없는 노릇. 색의 16인이면 대륙에서 가장 지혜롭고 현명한 자들의 모임일 텐데 그렇기 때문에 이런 어린애 노름을 해야 하다니. 런런 절차들이 그를 짜증나게 만들고 있었지만 이번에는 여느 때처럼 그가 무시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었기에 다르카신은 스스로를 열심히 달랬다.
“내가 원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오. 엠플로스. 여기까지 오는 데 너무 시간이 걸리는 군. 특별히 내가 그대들을 기만한 때는 첫 번째 때 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데 말이지. 어쨌든 나는 그들을 재빨리 통제하고 싶소. 그대들이 어떤 생각을 하던 말이오. 물론 통제방법은 죽음이오. 그 이상의 방법은 없겠지. 그들을 발견 즉시 파기하는 수밖에 없소. 여느 때처럼 말이오. 물론 수단과 방법을 가릴 필요도 없고. 각자가 알아서 하면 되겠지. 또한 만약 예외적인 일이 일어났다면 서로 정보를 연계하도록 합시다. 수단은 전과 같이! 그럼 이 보다 좋은 방법이 있소?”
색의 마법사들은 고개를 저었다. 물론 그들이 낼 결론도 마찬가지였지만 수단에서 좀더 이야기를 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는 이들이 있었다. 그러나 흑암자의 단호한 태도는 그런 발언이 나올 기회를 허락하지 않았다.
“좋소. 앞으로는 이렇게 간단하게 끝낼 수 있는 일을 길게 끄는 일 따위는 일어나지 않도록 할 수 있다면 좋겠소.”
흑암자는 소리치고는 곧바로 자신을 전송하기 시작했다. 자신의 할 말만하고 사라지는 행동은 그 자체로 흑암자의 성격을 그대로 표현하고 있었기에 마법사들은 별 참견하지 않았다. 한두 번 겪는 일도 아니었다.
“어떻게 생각하오?”
흑암자가 사라지고 남은 마법사들의 시선이 금의 엘리엔에게로 향했다.
“글쎄요. 제 스승님이기는 하지만 흑암자의 생각 따윌 제가 알 수 있겠어요. 그저 제가 할 수 있는 말은 스승님은 결코 거짓말을 하지 않는 다는 것뿐이군요. 특별히 중요한 일 일수록 요.”
“그를 믿는 다는 말이오?”
“믿지 않아도 어쩔 수 없다는 말이에요.”
연이어 나오는 질문에 엘리엔은 그렇게 대답했다.
별거 아닌 대답이었지만 그들에게는 그 정도로 답이 되었는지 하나 둘 사라지기 시작했다. 정보제공자가 누구건 간에 다섯 명의 타락자가 발생했다는 것만큼 사실인 것 같으니 서둘러 손을 쓰려는 것 같았다.
타락자란 시간이 흐를수록 강력해지니 재빨리 손을 쓰지 않으면 설령 색의 16인 전부가 나서더라도 감당하지 못할 일로 발전할지 모를 일이다.
엘리엔은 이제는 텅 빈 검은 공간에 혼자 남아 조용히 생각 속에 잠겼다. 그 어떤 소리도 없다는 점에서 이 장소는 생각하기에는 참 좋은 장소였다.
‘경고정도는 해줄까.’
엘리엔은 그렇게 생각하며 눈을 감았다. 그리고 텅 빈 어둠만을 남기고 그녀 역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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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하나 넘으니 더 큰 산이 앞에 4개 있는 건가요...
으허허허.. 하지만 어째 넘기는 더 쉬울 것같다는 생각이 드는건 왤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