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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패스파인더36

2008.12.27 15:56

azelight 조회 수:522

3장 종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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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크라탄은 완전히 파괴되지 않는 한 죽지도 않는지 하반신이 사라진 상태에서도 아직 살아 있었다. 하지만 이제 모든 힘을 잃은 듯 그가 마법으로 만들어낸 안개는 사라지고 있었다. 타크라탄에게 결정타를 날린 키엘리니는 그 우아함과는 바닥에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잠들어 있었다. 정신력을 쥐어짜낼 수 있는 한계까지 끌어낸 것일 것이다. 로딘은 여전히 기절한 상태였고 탬퍼는 이미 남은 그림자들을 처리하고는 자리에 주저앉아 타크라탄을 내려다보고 있는 낸시를 보고 있었다. 야예이는 낸시의 근처에서 언제라도 뛰어들 수 있게 대검의 손잡이를 쥐고 서 있었다.
 
 “나이샤아르...”

 타크라탄이 낸시를 불렀지만 낸시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물끄러미 내려다볼 뿐.

 “어째애서어. 나는 부운명 가앙해져었는제데에...”

 “타크라탄. 마법사의 방식을 잊었다고 말하지 않겠지. 우리가 걷는 길은 살얼음과도 같나니. 우리의 추는 무겁고 천칭의 기울기는 깊어. 그중에서도 너의 기울기는 돌이킬 수 없는 상태지. 너는 단지 받아야할 것을 받았을 뿐이야.”

 “규우형의 처언칭은 어긋나아암을 요오옹서어치 않는다아는 거언가아. 우리이는 어언제에까아지이 규우운형의 노예에가아 되어야아...”

 “우리가 마법사인 이상 영원이겠지.”

 “부운노오오오. 하지마아안 우리이느으은... ... 어째... 왜... 나아이샤아르으으으. 저어주... ...야.”

 타크라탄은 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걷어지는 안개의 틈새로 비쳐오는 햇빛을 받으며 부스러지기 시작했다. 낸시는 손을 뻗어 그의 육체를 끌어당겼다. 그리고 가볍게 휘젓자 타크라탄의 육체를 구상하던 음차원의 힘이 압축되어 하나의 정수처럼 뭉쳐졌다. 낸시는 소매 속에서 꺼낸 갈색 유리병에 타크라탄의 정수를 담고는 다시 소매 속으로 집어넣었다.

 “끝난 건가?”

 옆에서 쭈욱 지켜보고 있던 야예이가 묻자 낸시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끝났어.”라고 대답했다. 그러고는 방금 전가지의 냉막한 분위기가 거짓말인 듯 평소의 헤실한 웃음을 지으며 손을 들어 마을 쪽을 가리키고는,

 “그럼 일단 돌아가자.”
 
 라고 말했다. 야예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나마 가장 멀쩡한 두사람은 탬퍼를 일으켜 세우고 힘이 빠진 키엘리니를 독려했다. 하지만 결국 야예이가 키엘리니와 로딘을 들고 가야했다. 낸시는 도저히 완력이 안 될 것 같아 보였고 잦은 마법의 사용으로 지쳐 있었다. 탬퍼는 상처는 없었지만 누적된 피해와 피로가 너무 심해서 스스로 걷는 것도 힘겨워 보일 정도였다. 결국 야예이는 둘의 도움을 바라기 보다는 양쪽 허리에 각각 로딘과 키엘리니를 끼고 먼저 걷기 시작했다. 물론 두 사람의 상태를 배려해서 평소에 비하면 한참 느긋한 걸음 걸이였다.
 완전히 지친 두 사람과 기절한 두 사람 덕에 돌아오는 길은 적적했다. 야예이 역시 먼저 입을 여는 유형은 아니었고 가장 수다스러운 두 사람은 입을 열 힘도 없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그리고 겨우 마을에 돌아왔을 때 그들은 여전히 적막한 마을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안내가 사라지고 햇빛이 광장을 비추기 시작했음에도 사람들은 누구도 나오지 않고 있었고 마을은 조용했다.

 “여전히 조용하네.”

 일이 해결되었음에도 정적으로 찬 마을의 모습을 보고 낸시가 말했다. 야예이는 말없이 마차에 로딘과 키엘리니를 밀어 넣은 후 토른을 상대해주고 있었기 때문에 대답한 사람은 진이 다 빠져 힘없는 늙은이처럼 되어버린 탬퍼였다.

 “실감할 수 없는 것이겠지. 그들은 절망에 잘 길들여져 있더군. 그렇다면 이 조차 뭔가의 전조로 해석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 같았기에 낸시는 고개를 끄덕였다.
 
 “모든 것이 해결된다 해도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말이군요.”
 
 탬퍼는 그렇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인간이란 생각보다 항상성이 강한 존재라는 것을 생각하면 지금 같은 상황이 이해가 가긴했다. 그들은 변화에 뭔가를 느끼겠지만 여전히 공포와 절망에 떨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났을 때 그들이 해방되었음을 확실히 깨닫게 될 것이었다. 더 시간이 지나면 사람들의 죽음에 슬퍼하며 애도하게 될 수 있을 것이고 더욱 시간이 지나면 그들은 그 슬픔들을 딛고 일어나 다시 그들의 일상을 되찾을 수 있게 될 것이었다.
 세상은... 언제나 그렇게 돌아가는 법이었으니까.
****
 탬퍼가 마부가 되어 마차가 출발했다. 키엘리니는 몇 시간 뒤에 깨어났지만 로딘은 거의 하루가 지나도록 깨어나지 못했다. 아마 직접적으로 제일 크게 당한 것이 그일 테니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되기도 했다. 키엘리니가 간신히 목숨을 건졌다고 말했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거기다가 로딘은 자신이 어떻게 당한 것인지 기억에 없는 듯 했다. 그가 기억하는 부분은 조종자를 발견하고 배후습격을 하려다가 실패하여 반격당해 나가떨어진 때까지가 전부였다.

 “한심하군.”

 로딘은 그렇게 말하며 한숨을 쉬었다. 그 역시 상당한 실력을 가진 전사임에 틀림없는데도 제대로 마법사에게 일격도 먹이지 못하고 당했으니 스스로가 한심하게 여겨질 만도 했다. 하지만 그것은 여기 있는 누구나 마찬가지였다. 만약 1:1로 맞붙게 되었다면 자신은 이길 수 있었을 것이라고 누구도 자신 있게 말할 수 없었다.

 “한심한 일이 아니에요. 로딘. 그는 타락자였으니까요. 그들은 정상적인 인간의 범위를 뛰어넘은 자들이에요.”

 낸시는 로딘을 위로하려는 듯이 말했다. 하지만 로딘은 딱히 위로를 받지 못한 것 같은 표정을 계속 유지했다. 낸시는 그 모습을 보고 피식 웃더니 계속 말했다. 로딘은 저리 두더라고 탬퍼와 키엘리니에게서 떠오르는 표정을 보니 아무래도 설명이라는 것을 해야할 것 같았다.

 “어쩐지 질문이 들어올 것 같으니 설명할게요. 타락자란 ‘마법사의 방식’에 어긋난 자들을 이르는 말이에요. 정확하게는 규칙이가로 말해도 되겠지만 동시에 규칙을 초월해 적용되기도 하며 마법사들 전부가 가져야하는 마음가짐이자 책임이기도 하기 때문에 우리는 ‘방식’이라고 부르는 것을 어긴 자들을 이르는 말이지요.
 ‘마법사들’은 누구보다도 세계의 법칙, 균형에 가까이 있는 자들이에요. 그리고 어느 누구보다도 그 저울을 쉽게 움직일 수 있는 자들이지요. 하디만 반대로 우리는 어느 누구보다도 손쉽게 세계로부터 영향을 받을 수 있게 되요. 경계에 양발을 담고 있다고 표현해야 하는 편이 옳겠지요.
 그런 경계 속에서 균형을 지키지 못한 마법사는 타락하게 되요. 세상에 존재하는 등가교환의 법칙. 업의 균형을 맞추지 못한 자들은 그들이 갈구하던 것과 같은 것으로 변해버리죠. 그러면 더 이상 인간이 아니게 되요. 타크라탄을 보셨다면 쉽게 이해할 수 있겠죠.”

낸시가 검지를 들어 올리며 빙긋 웃자 키엘리니와 탬퍼는 고개를 끄덕였다. 옆 구석에 앉아 있던 야예이도 낸시의 이야기에 흥미가 생긴 듯 낸시 쪽으로 시선을 보내고 있었다. 야예이로서는 한 번 들어본 적이 있는 이야기일 것이다.
 낸시를 바라보는 그 시선이 왠지 묵언의 재촉처럼 보였기에 그녀는 다시금 빙그레 웃었다.

 “타락한 마법사는 더 이상 인간이 아니게 된다... 그래요. 더 이상 인간이 아니게 되죠. 엄청난 힘을 손에 넣게 되지만 타락한 마법사는 타락의 주체가 된 힘의 흐름 속에 빠져들어 자신을 잃게 되요. 그리고 그들은 보다 많은 자신들로 세상을 채우고자 하죠. 불에 홀린 자는 세상을 불꽃으로 뒤덮을 거예요. 그리고 세상은 거대한 화염지옥이 되겠죠. 물이 홀린 자라면 그 지역에는 언제나 물난리가 일겠죠. 어쩌면 세상을 뒤덮을 홍수가 될지도 모르겠네요.
 그런 식으로 그들은 세상을 채우려고 할 거예요. 더 이상 세상은 세상이 아니라 저 이면 속의 다른 세계처럼 하나의 관념만이 지배하는 장소가 되겠지요. 성직자인 탬퍼 아저씨와 키엘리니라면 알겠지요. 세상에 단 하나의 법칙만이 적용된다면 어떻겠어요. 지금 이런 세상에서 말이에요.”

 “그렇다면 세상은 파멸하겠지요. 어느 누구도 그런 숨 막히는 장소에서는 살아갈 수 없을 테니까요.”

 키엘리니가 대답했다. 신실한 성직자라면 말하기 힘든 말이지만 키엘리니는 그렇지도 않은 듯 했다.

 “그래요. 더 이상 자아를 유지할 수 없게 된 타락자들은 그런 일을 지상에 실현시키려고 하게 되요. 보다 더 큰 힘을 지향하면서 말이에요.”

 “끔찍한 일이로군요.”

 키엘리니는 소름끼친다는 표정을 지었고 탬퍼는 팔짱을 끼고는 엄숙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마차의 가운데 세워둔 등속의 불빛을 바은 탬퍼의 표정은 고뇌에 찬 현자 같았다.

 “그렇기에 마법사의 길은 살얼음과도 같아요. 우리는 언제나 대가에 민감해지죠. 그에 둔감해지는 순간 발을 잘못 디디게 될지도 모르니 말이에요. 전번에 스승님이 했던 망을 기억하세요? 스승님은 저를 위해서 왜 과한 재보를 주는 것인지 설명했었어요. 제대로 이해할 수 없긴 했지만요.”

 모두들 엘리엔이 그런 말을 했었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있었다. 워낙 뜬금없는 말이기도 했었으니 말이다. 탬퍼는 그 말에 물어보겠다고 생각했었다는 것을 깜빡했다는 사실을 덤으로 깨달았다.

 “그것이 우리의 방식이에요. 마법사의 방식이죠. 자신의 추의 균형을 맞추는 삶의 방식이죠. 타크라탄은 자신의 균형을 맞추지 못했어요. 큰 힘을 손에 넣었지만 결국 천칭은 중심으로 돌아와야만 하죠. 너무나도 무거워진 그의 추를 맞추기 위해서는 그의 죽음이 필요했어요. 불쌍한 타크라탄.”

 낸시는 우울한 표정을 짓고는 양 다릴 당겨 끌어안았다. 그 얼굴이 너무 슬퍼 보였기에 결국 누구도 타크라탄과 그녀의 관계나 타크라탄이 그녀를 불렀던 “나이샤르”란 이름에 대해서 물어보지 못했다. 그들은 서로의 얼굴과 낸시의 얼굴을 번갈아 쳐다보는 수밖에 없었다.
 마차 속으로 침묵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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