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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2008.10.20 05:54

라온 조회 수:264

  귀를 벽에 가져다 대면 건너편에서 나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언제나 끊이지 않는 웃음소리. 뭐가 그리 즐거운 것일까? 뭐라고 도란도란 얘기를 하는 것도 같은데 도대체 그 내용을 알 수가 없다. 어떤 재밌는 얘기도, 어떤 재밌는 방송도 결국에는 질리기 마련인데 왜 저들은 언제나 웃을 수 있는 걸까?
 창문으로 스며들어 방에 퍼지던 밝은 빛이 사라지고나면 더 이상 옆방 사람들의 웃음소리는 들려오지 않는다. 아마 잠이 든 거겠지. 더 이상 웃음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는 아쉬운 상황에 잠시 한숨을 내쉬고 나면  간신히 벽을 넘어오는 소리를 눈앞에 아른거리는 얇은 실처럼 어렴풋이 느낄 수 있다. 코고는 소리, 작은 웃음소리, 날아다니는 모기를 잡기 위해 온 몸을 찰싹찰싹 때리는 소리... 적당히 불러대는 즉흥곡처럼 어설프게 듯 보이지만 그들의 행복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언제부터 벽 너머에 귀를 기울인지도 모를 만큼 긴 시간이 지났다.  그들처럼 행복해지고 싶다. 언제나 웃음이 끊이지 않는 그 곳에 가고 싶다. 이제 행복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다. 이 갈증을 풀고 싶다. 하지만... 방법을 모르겠다. 어떻게 해야 저 속에 들어갈 수 있을까.

 주먹을 쥐어본다. 이 벽을 두들기면 어떻게 될까? 내가 있다는 걸 안다면 건너편은 어떻게 될까? 알 수 없다. 정말로 알 수 없다. 내 존재가 저들의 웃음을 멈추게 한다면? 상상하기조차 싫다. 하지만 저 웃음 속에 섞이고 싶다. 건너편의 웃음소리 중 하나가 되고 싶다.

 손을 바라보면 그 곳엔 자신의 모든 힘을 담고 있는 주먹이 보인다. 그 주먹으로 벽을 한번 쳤다. 웃음소리는 그치지 않았다. 몇 번 더 두들겨 보지만 벽을 부수기에는 터무니없이 약하다. 다시 몇 번을 쳐봤지만 결과는 마찬가지. 결국 포기하고 손을 펴 볼에 흐르는 눈물을 닦아냈다.

 힘이 없다. 기절하듯이 아무 곳에나 드러누웠다. 여전히 웃음소리는 그치지 않고 변한 것은 없다, 한번 나온 눈물은 끝없이 흘러나와 솜털만큼도 남아있지 않던 기력마저 모두 빼앗아 밖으로 나간다. 아마 남은 모든 시간은 이 눈물과 무기력함과 함께 흘러가게 될 것이다

 누군가가 팔을 잡았다. 눈물을 훔치던 손이 그대로 들여 올려졌고 내 몸도 그에 따라 움직였다. 대체 누구인가? 알 수 없다. 두려움이 밀려와 뿌리쳐보려 했지만 자신을 잡고 있는 사람은 자신을 단단하게 붙잡고 어디론가 끌고 갈 뿐이다.

 그 사람은 한참이 지난 후에나 멈춰 섰다. 도대체 뭐가 뭔지 알 수 없는 상황. 그는 이번에는 팔을 살짝 끌어 무언가를 만지게 했다. 한참을 더듬고 나서야 그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문, 그 곳에는 문이 있었다. 귀를 기울이면 웃음소리가 들린다. 이 문은 분명 벽 건너편으로 갈 수 있는 문이다. 기쁨에 겨운 것을 잠시 억누르고 그 사람에게 자신이 있는 걸 어떻게 알았냐고 물어보았다. 그가 벽을 두들기는 시늉을 했다. 어렵지 않게 눈치챌 수 있었다. 한번뿐이자 마지막이었던 몸부림이 효과를 본 것이다.

나는 문을 열었다. 잠시 두려워 머뭇거렸지만 그 사람은 내 그런 마음을 눈치 챘는지 내 손을 잡고 문 건너편으로 이끌어주었다. 그리고 나는 벽 건너편으로 넘어올 수 있었다. 언제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던 그 곳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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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 표현력이 딸리네요.

원래 실력도 구렸지만 한동안 안 써서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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