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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으... 공주님. 히이로가 괴롭혀..."

 "... 제, 제발 그 공주님 소리 좀..."

 가라앉을 대로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하며 쥐슬은 그대로 테이블 위로 엎어져 버렸다. 칭얼거리는 것도 잊지 않고.

 "대회라... 좋겠다..."

 그런 쥐슬의 모습을 보며 아젠은 중얼거리며 한숨을 쉬었다. 당연히 나가고 싶다는 생각도 있다. 하지만 그리 실력이 좋은 것도 아니다. 게다가 같이 나갈 파트너도 없다.

 혹시 모르지. 실린이 '그럼 나랑 같이 나가볼까?' 라고 말해줄지도. 그런 생각을 안해본 것도 아니다.

 영화처럼 전개되는 이야기. 실린의 권유와 함께 이어지는 특훈. 그리고 그 순간 눈을 뜨는 잠재능력. 결국은 우승까지...

 "....."

 이 무슨 3류 청춘 학원 운동물 전개도 아니고...

 도리질을 치며 엉터리 같은 상상을 그만둔 아젠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실린을 바라보았다. 여전히 작은 투닥거림을 반복하는 쥐슬과 히이로.(... 여전히 히이로가 태클을 넣는 쪽이긴 하지만...). 그리고 그 모습을 쓴 웃음을 지으며 바라보는, 약간은 당황한 듯한, 또 재미있는 듯 보고 있는 실린의 모습이 보인다.

 "아, 실린은 대회에 같이 나갈 사람 있어?"

 "응?"

 "대회 안나가? 같이 나갈 사람 있어야 하잖아."

 약간은 기대감으로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을 느끼며 물어본다. 그 말에 실린은 살짝 웃으며 짧게 답했다.

 "일단... 있기는 하지만..."

 "헤에..."

 역시나... 하는 생각을 하며 아젠은 쓰게 웃었다. 하긴, 당연한 이야기일지도...

 "누, 누구야?!"

 그리고, 그 누군가에 대한 질문은 굳이 아젠이 할 필요도 없었다.

 "에? 그, 그게..."

 "누가 감히 나의 공주님에게..."

 "누가 너의 공주님이냐!"

 벌떡 일어나면서 소리를 지르려는 쥐슬을 보며 히이로는 그대로 그 머리를 찍어 눌러버렸다. 그대로 납작하게 테이블 위로 엎어져 버린 쥐슬을 보며 실린은 쓰게 웃었다.

 "그만해. 아프겠다."

 "괜찮아. 이 녀석은 원체 튼튼해서 한컷 뒤에는 반창고 떼고 나온다."

 "뭐야 그건...."

 히이로의 말에 입을 가리며 쿡쿡 하고 웃는다. 원체 무표정한 얼굴의 히이로가 덤덤한 목소리로 한 농담이 우스웠는지 한동안 웃음을 멈추지 못한다.

 "뭐, 일단 애인이긴 한데..."

 그리고, 얼마의 시간이 지난 뒤 진정이 된 듯 살짝 눈물을 닦아낸 실린은 그렇게 말했다. 아무렇지도 않은 목소리로 툭 내던지듯 한 이야기. 다른 셋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 이야기를 듣다가....

 "애인?!"

 "읍읍읍읍!"

 "....."

 놀란 목소리로 되물으며 실린을 바라보는 아젠. 그리고 소리를 지르며 일어나려는 쥐슬을 찍어 누르고 입을 틀어막는 히이로.

 "우와. 애인하고 같이 게임 하는거야?"

 "으, 응... 그렇지."

 생각보다 더 화려한 반응에 주눅이 든 것일까? 약간 목소리가 움츠러든 실린을 향해 아젠은 눈을 빛내며 물었다. 뭐, 이런 사람에게 애인이 없다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겠지만 게임까지 같이 할 거라고는 생각 못한 것도 있으니...

 "멋지다아... 부럽다아..."

 "아젠 애인은 게임 안하나봐?"

 "으... 응?"

 실린의 물음에 아젠은 순간 흠칫 하며 말꼬리를 흐렸다. 그리고 그런 아젠을 보며 히이로는 무덤덤한 목소리로 그에 답해주었다.

 "하지 말라고 막는 쪽이지."

 "무, 무슨 소리야?"

 히이로의 말에 당황하며 대꾸하는 아젠. '헤에~' 하고 아젠을 바라보는 실린에게 아니라고 손을 내저은 뒤 쏘아붙였다.

 "무슨소리야.. 애인이 있을리가 없잖아."

 "왜 없어? 그 과외해주는..."

 "아, 아, 아, 아니라니까아!"

 얼굴로 피가 몰리는 것이 느껴진다. 하지만 있는 힘껏 고개를 저으며 부정해도 히이로는 이미 다 알고 있다는 표정으로 어깨를 으쓱일뿐.

 "그렇구나. 대충 그런 이야기인가보네."

 그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이는 실린. 아마 어떤 상황인지 감이 잡힌 것이겠지. 그 태도에 얼굴이 한층 더 붉어지는 아젠이었지만 히이로는 어깨를 으쓱이며 말을 이었다.

 "같이 하자고 설득해봐. 잘하면 먹혀들더라구."

 "아, 아니... 그러니까 애시당초 애인이 아니라니까..."

 고개를 푹 숙인 채 중얼거리는 아젠을 보며 실린은 가볍게 웃었다. 그러다 문득 생각났다는 듯이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

 "그러고보니.... 그럼 히이로는 같이 ED 하자고 설득 했다는 이야기?"

 "... 뭐, 그렇지."

 고개를 끄덕이는 히이로. 그에 아젠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물었다.

 "애인 있었어?"

 ".... 응."

 ".... 진짜냐?"

 히이로의 대답에 고개를 든 쥐슬이 물었다. 그에 히이로는 한숨을 쉬며 되물었다.

 "몰랐어?"

 ".... 배신자."

 그 말과 함께 그대로 자리에 쓰러져버리는 쥐슬이었다.

 "그래. 나만 애인 없다. 에라이. 배신자들."

 "그게 니 잘못이지 우리 잘못이냐?"

 테이블 위에 쓰러져 궁시렁거리는 쥐슬, 그리고 빼먹지 않고 태클을 거는 히이로, 연신 쿡쿡거리며 웃음을 멈추지 않는 실린.

 그 모습을 보며 아젠은 조그맣게 중얼거리기만 할 뿐이었다.

 "그러니까... 애인이 아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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