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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첫사랑이란... 뭘까요?

2008.08.02 12:10

카와이 루나링 조회 수:211

 첫사랑이란 대체 뭘까요?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언제였던가..
 그 사람이 넷을 하는 것을 옆에서 구경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였습니다.
 무언가 잘 안되는가 싶더니, 비밀번호를 잊어버린 모양이군요.

 '당신의 첫사랑의 이름은?'

 비밀번호를 찾을 때 나온 질문입니다.
 
 그 사람은 이런저런 답을 몇 개 적어보았지만 전부 아니더군요.
 그리고 잠시 뒤, 저 보고 물을 좀 가져다 달라고 합니다.
 
 유리잔에 물을 따르기전에 한 모금 마셨습니다.
 그런데, 조금 쓴 맛이 나는 것 같습니다.
 자리에 돌아가니... 역시나, 무사히 진행중인 모양입니다.

 네, 알고 있습니다.
 그 사람의 첫사랑이 제가 아닌 것을...
 그 곳에 적히게 될 답이 제 이름이 아닌 것을...

 다 알고 있는데..
 이전에도 그에 관한 이야기를 했던 적도 있고...
 이해한다고, 그리고 이야기 해 줘서 고맙다고..
 그렇게까지 이야기를 했는데...

 아, 물론 그 사람은 제게 신경을 써 주려 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제게 미안해서 그런 것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전 오히려.....

 

 자신이 한 이야기를 잊으면 화를 냅니다.
 하지만, 제가 한 이야기를 자신도 가끔 잊는다는 것을 알고 있을까요?

 제가 조금만 투덜대면 화를 냅니다.
 하지만, 정작 자신은 마음에 안들면 화를 내고 심하면 욕까지 서슴없이 꺼냅니다.
 물론 제게는 그런 적이 없군요. 심한말은 어디까지나 혼잣말로 하는 것이지만...
 그 때 옆에 있는 저는 과연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하는 것일까요?

 자신이 하는 일에 제가 관심을 보이지 않으면 짜증을 냅니다.
 하지만 정작 제가 무슨 말을 해도, 자신이 관심 없는 일이면 그냥 모른다고 넘어가는군요.
 
 무언가를 해 주면, 고맙다는 말 대신 마음에 안 드는 부분에 대해 먼저 불만을 토해냅니다.
 그 뒤에야 고맙다는 이야기가 뒤늦게 나오는군요.

 무언가를 만들어주면, 자신의 일에만 빠져 있어서,
 때로는 떠먹여 줘야만 그 것이 입에 들어가는군요.

 자신을 기다리게 하면 화를 냅니다.
 하지만 때로는 자신도 절 기다리게 한다는 것을 잊는 것은 아니겠지요?

 제가 하는 일에 있어, 자신의 마음에 안들면 뭐라 하지만,
 제 마음에 안드는 일에 있어서는 말 한마디 하는 것 조차 못하게 막는군요.

 자신의 성격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절대로, 조금이나마 고치려는 생각은 안하는 것 같군요.
 제게는, 문제되는 일은 당장 고쳐야만 하는 일이 되어버렸지만요.

 무언가 엉망진창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이상하네요.
 어째서 화가 나지 않는 것일까요?
 제멋대로인 사람 덕분에 고달파지는 것은 저입니다만..

 별로 쓸데 없는데만 신경 쓰는 사람.
 정작 신경 써 줬으면 하는 것은 신경 쓰지 않고,
 그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에만 신경 쓰는 사람.

 저와는 정 반대인,
 제 쪽에서 보면 정말 엉망일 뿐인 제 멋대로인 사람이...

 어째서, 싫지 않은 걸까요?



 무언가 갑자기 기분이 가라앉고, 힘을 낼 수가 없을 때.
 처음에는 적당히 대꾸해주고, 물어보고, 그리고 살짝 화를 내기도 하고..
 하지만 그 뿐이고, 결국 자신이 할 일에서 손을 떼지는 않는구나.. 라고 생각했었지만.

 결국은 일어나 이 쪽으로 오네요.
 무슨 일 있냐고 하면서 다독여주네요.
 
 바보같이... 처음부터 그래주면 얼마나 좋아...
 자신이 내게 바라는 일, 조금만이라도 내게로 돌려서 해주면... 얼마나..

 

 조금 더 관심 받고 싶어요.
 조금 더 신경 써주고 싶어요.
 
 이야기 해 줄 것은 이야기 해주고,
 이야기 못 해줄 것이라면, 솔직히 그렇다고 말해줬으면 좋겠어요.

 남들이 보기엔 바보 같다고 보여도 할 수 없어요.
 남들이 묻기에 왜 그리 손해만 보고 사냐고 물어도 할 수 없어요.

 싫지 않으니까.
 이런 엉망 진창인 사이라고해도 싫지 않으니까.
 아니 오히려 지금 이 순간도...

 대체, 왜 그럴까요?
 이성적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지만
 그 것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이런 느낌은..

 대체, 무엇 일까요?



 ....

 뭐긴 뭐야? 첫사랑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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