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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Depression Wish : 마루 - 59

2008.06.24 15:25

카와이 루나링 조회 수:193

첫 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반 쯤은 농담으로 여겨왔던 말이었다.
하지만 그 것은 어느 순간부터 모습을 드러내다가,
지금 이 순간 선명하게 새겨져 버렸다.

이전과는 조금 달랐다.
그 이유가 무엇이든간에...

잎새는 이별을 말하고,
나는 그 것을 받아들였다.

남들과는 다른 특별한 관계.
그 점접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아마도, 다음에 우연히나마 잎새를 만나게 되었을 때,
그 땐 지금까지와는 다른 관계로 만나게 되겠지.

이상한 기분이었다.
무언가 막힌 것이 내려간 듯 하면서도,
굉장히 답답한 기분이었다.
후련한 것 같지만 그렇다고 시원하다고는 절대 말 할수 없는 기분이었다.

길게 한숨을 내쉰다.
가볍게 자신의 볼을 두드려본다.

"이제, 진짜로 정리해야지."

자신을 향해, 타이르듯 중얼거려본다.

잎새가 말했었지.
더 이상 자신에게 마음을 쓰는 것은, 내가 만나는 사람에게 실례가 되는 짓이라고.

그래, 지금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에렐이다.
에렐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 마음을 쓰는 것... 해서는 안될 짓이겠지.

이 것을 스스로 깨닿는 것이 아니라, 옛 애인에게 배우게 되다니...
나도 참 어지간한 녀석이다.

쓴 웃음이 새어나온다.
어쩐지 조금은 개운해지는 느낌이었다.

하늘 위로 시선을 옮긴다.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하늘이 보인다.
정말, 오랜만에 하늘을 보는 것 같았다.

돌아가면, 무슨 말을 해야할까?
할 이야기가 굉장히 많았다.
이런 기분이라면, 그 어떤 이야기라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이번에는... 내가 이야기를 해 줄 때겠지.
이전에 에렐이 내게 자신의 이야기를 해 주었을 때처럼.

에렐은 내 이야기를 듣고 뭐라고 말해줄까?

에렐이 할 이야기를 상상해 보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런 기분이 들었다.
에렐이라면, 분명히 내게 힘이 되어줄 말을 해 줄 것 같다고.

 

아무래도, 에렐은 잠시 집을 비운 것 같았다.
벨을 눌러보았지만 별 다른 반응은 없었다.
주의를 기울여 안 쪽의 소리를 들어보아도 별다른 인기척은 느껴지지 않는다.

멀리 갔으려나?
에렐의 성격에 그럴 것 같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손에 꺼내어 들었던 휴대 전화를 다시 집어 넣는다.

담벼락에 등을 기대어 선다.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고, 그렇게 에렐을 기다린다.
언제 돌아올지 기약이 없는 상황이었지만,
그래도 왠지 이렇게 기다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콧노래까지 흥얼거리며 시간을 흘려보낸지 얼마간,
차 소리가 들려오는 것을 깨닫고는 고개를 들었다.
익숙한 한 엔진 소리.
그 소리가 들려오는 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그 곳에는 틀림없는 에렐의 하얀 차가 있었다.

미끄러지듯 이 쪽으로 다가오는 에렐의 차.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본다.
어느샌가 작게 웃고 있는 자신을 알 수 있었다.

".... 왔나?"

문 앞에서 차를 세운 에렐은 잠시 뜸을 들이다가 말했다.
언제나와 같은 무덤덤한 얼굴.
그 모습을 잠시 바라보다가 가볍게 웃으며 답했다.

"응, 다녀왔어."

마치, 집에 돌아온 것 같은 대답.
그런 내 말에 에렐은 잠시 입을 다물었다가 답했다.

"그래."

짧은 대답.
넌 여전하구나... 하는 생각을 하고 있는 사이, 에렐은 작은 목소리로 말을 덧붙였다.

"조금 늦었군."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들리지 않을 듯한 목소리.
하지만, 어쩐지 그 짧은 말 한 마디는 가슴을 크게 흔드는 느낌이었다.
굳이 로베스의 얼굴을 보지 않더라도, 에렐이 무슨 말을 한 것인지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미안."

짧게 사과를 건넨다.
에렐은 그런 내게는 시선조차 주지 않은 채 다시 차에 올라 차고로 향했다.
하지만, 그런 에렐의 태도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즐거운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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