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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Depression Wish : 에렐리니아 - 54

2008.06.19 02:47

미에링 조회 수:252



"눈치를 보니 애인인데."

주스를 마시던 로베스가 느닷없이 그런 말을 꺼낸다.

"무슨 얘기인가?"

로베스가 나를 보며 미묘한 표정으로 미소짓고 있다.

"마루 교사님이 데려간 계집분."

그러더니 로베스는 주스를 길게 들이켰다.
그리고 난 어느 새 비어버린 주스잔을 먼저 내려놓는다.

타악,
조금 큰 소리가 거실에 울렷다.

"그 얘기라면 방금 전에도 했다."

그러자 로베스는 또다시 내 뺨을 양 손으로 꾸욱 누르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이 상태에서는 말하지 않기로 했다.

"그건 무관심이야, 에렐리니아? 그럼 잡쳐."

내가 아무런 대답이 없자, 로베스는 계속해서 내 뺨을 누르고 있다.
그리고 무언가를 기다린다는 듯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눈치를 보니 애인인데."

그런 소리를 다시 하고 있다.
그리고 결국 나는 양 뺨을 눌린 채로 말을 꺼내고 말았다.

"관교 읍도."

그리고 로베스는 내 눌린 발음을 듣자마자 쇼파 위에 엎어졌다.

"아하하하하, 에렐리니아, 그거, 그거- 아하하"

내가 말하기를 기다리고 있던 것일까…
난 다시 비어버린 컵을 들고 일어나서 주방으로 와 버린다.
컵을 헹구어 놓을 때 까지도, 거실에서는 로베스의 웃음소리가
작게 울리고 있었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신경 쓰고 있다는 것일까.
마루를 생각하면 답답한 기분이 드는건 부정할 수가 없었다.

그래,
그건 마루가 무례했던거야.
분명히 나와의 외출 중이었는데, 아무리 내가 가보라고 했다고 해도
사과나 양해의 한 마디도 없었으니까.

그래, 그래서 기분이 좋지 않은 것이다.

그렇게 결론을 내리고, 난 다시 거실로 나왔다.
로베스가 숨을 고르고 있다가, 나를 보고 다시 쿡, 하고 웃음을
터트리려다가 애써 참고 있었다.

"에렐리니아, 면상이 웃겼어."

뭔가 반박하고 싶은 기분이 들었지만, 넘어가자.
로베스의 장난에 진지하게 반응해 봐야, 다시 장난의 대상이 될
뿐이니까. 그렇게 난 말없이 그 옆에 앉았다.

"언어 학습부터 하는게 좋겠다, 로베스."

"마루 교사님에게 전화 해볼까?"

멋대로 내 휴대 전화기를 꺼내고 있다.

"그럴 필요 없다. 내가 배운만큼은 가르쳐 줄 수 있다."

"전화 때려보고 싶지?"

어딘가 대화가 빗나가고 있는 것 같다.

"필요없다고 했다."

"면상에 다 심어져 박혀있어, 에렐리니아."

…………

"달아올랐다, 에렐리니아. 촉촉해?"



타앙.



손바닥이 탁자를 때리는 소리가 귀가 아플 정도로 거실을 울렸다.

"…에렐레니아, 화끈무식…"

"언어 학습을 한다."

"응…"

그제서야 로베스는 내 말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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