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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Depression Wish : 에렐리니아 - 52

2008.06.15 18:43

미에링 조회 수:250


파삭,
쿠키가 될 뻔 했던 과자가 쪼개지는 소리다.
오랜만에 실수였다고 할까, 굽는 시간을 조금 지나쳐 버린 모양이다.

"에렐리니아, 쿠키가 앙탈스러워."

소파에 몸을 기댄 채, 그런 알 수 없는 표현과 함께 쿠키를 입에
물고 있는 로베스가 나를 바라본다. 들고 온 주스 잔 두 개를
내려 놓으며 들여다보자, 쿠키라기보다는 비스킷이라고 하면
어울릴 거 같은 모습이었다.

"미안."

어째서인지 한참 멍한 상태로 서있다보니 한참이 지나 있더라,
하는 어이없는 상황이었다. 왠만한 일이 있을 때에도 이랬던 적은
없었는데, 나 같지 않은 일이었다고 할까, 그 때문에 어이없는
실수를 했다고 할까. 10분 정도만 굽고 꺼냈어야 하는건데…

"하지만 이꼴로도 쳐먹기는 녹여주는데."

그런 말을 하며 로베스는 또 한개의 쿠키… 아니 비스킷을 입으로 가져간다.
나도 살짝 맛을 보니, 겉부분이 살짝 노릇하게 구워져서 조금만 더
늦었으면 쓴 맛이 날 뻔한 상태였다. 그래도 아직은 먹을 만은 하니
다행이라고 할까, 다른 손님이었다면 내놓지 않았을지도 모르지만.

"어려우면 아누라크 말로 말해."

로베스는 주스를 한 모금 들이마시며 고개를 젓는다.

"으응, 뻔질나게 갈궈야 자라지."

"…그런데, 그런 말은 어디서 배웠지?"

"어학의 기본은 방송."

대체 어떤 방송을 보고 배운걸까, 문득 궁금해 진다.
그것을 물어보려고 로베스를 바라보는데, 내 얼굴 바로 앞에 무언가가
스윽 하고 다가왔다.

"아~"

"…뭔가."

쿠키를 내 입 앞에 내밀고 저런 소리를 하며 웃고 있는 로베스.

"왜애, 어릴때는 허구한날 이랬잖아~"

…그다지 싫은것은 아니었기에, 로베스의 손에 있는 쿠키를 손으로

"에이, 입으로 받아야지~"

받으려 하자 로베스는 휙 하고 피하고는, 내가 손을 내리자 다시
쿠키를 내 앞으로 내민다.

"……."

뭔가 묘하게 항의하고 싶은 기분이 되었지만,
달리 할 말이 있는것도 아니었다.
그보단, 뭐라고 해야 할지를 모르겠다고 해야 할까…
결국, 계속 내 앞에 팔을 들고 기다리던 로베스가 보채듯 손을 흔들었고,
난 거기에 이기지 못하고 결국 로베스의 손에 들린 쿠키를 입으로
물었다.

"우후후, 나도 하나 줘."

생긋 웃으며 기다린다는 듯 살짝 벌어진 입술을 내게 향하며
기다리는 로베스에게, 난 또다시 아무 말도 반박할 수가 없었다.
잠시의 머뭇거림 끝에 결국 쿠키를 집어주자, 입술 근처까지
가져갈때까지 기다리다가 그 앞까지 가져가서야 그것을 입술로
살짝 물어 받았다.

"흐흥~"

기분 좋은듯한 콧소리를 내며, 로베스는 쿠키를 오물거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난 그런 로베스를 잠시 바라보다가, 괜히 시선을 돌리고 만다.
주스가, 조금 진하게 만들어 진 것 같다.

"에렐리니아는, 마루 교사님이 마음에 들어?"

주스가 목에 걸렸다.

"콜록, 콜록… 크흠.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로베스는 흐응, 하며 고개를 끄덕이더니, 다시 나를 보고 배시시하는
웃음을 짓는다.

…가끔은, 로베스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을 때가 있다.

"에렐리니아, 속이 답답하지?"

난데없이 그렇게 묻는 로베스, 무엇을 묻고 싶은건지
난 곧바로 이해하지 못하고 되물었다.

"음? 무슨 얘기지?"

로베스는 손가락을 들어 내 뺨을 꾸욱 눌렀다.

"마루 교사님."

"……."

어째서인지 로베스의 눈을 계속 마주 볼 수가 없어서 고개를
돌려 버린다. 어째서, 라고 생각해도 어쩐지 무언가 부끄러운 것을
들켜 버린 것 같은 기분에 눈을 마주할 수가 없었다.
무언가 잘못 한 것도 실수한 것도 없는데, 어째서 이런 기분이
드는 것일까.

"머루에게 실수한건 없다."

로베스는 느닷없이 웃음을 터트렸다.

"아하하하, 에렐리니아, 귀염둥이!"

"…무슨 말이냐."

로베스는 웃음을 멈추지 못하며 손을 내 저었다.

"아니야, 아무것도. 파하하…"

로베스의 웃음이 멈출 때 까지, 난 주스잔을 비워 버린걸로도 모자라서
쿠키 두 개를 한번에 입에 넣고 씹었다.

…뭐야, 대체.


"그런데,어쩐다지, 마루 교사님, 눈치를 보니 애인인데."

"그럴 나이지."

로베스는 다시 내 뺨을 폭 하고 찌른다.

"우리랑 비슷하게 나이 쳐먹은 거 같은데?
  그런데 에렐리니아, 마루 교사님 나이는 알아?"

모른다.
…내가 고개를 젓자, 로베스는 내 반대쪽 뺨도 꾸욱 누르기 시작했다.

"…누르지 마라."

"에렐리니아, 그건 무관심 아냐?"

내 말은 무시한 채 내 뺨을 꾸욱꾸욱 누르고 있는 로베스 덕분에,
이상한 발음으로 말이 나가고 있다.

"상군 웂는 일이도."

나를 보던 로베스의 표정이 괴상하게 일그러지더니,
결국 다시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아하하하, 에렐리니아, 말이 그게 뭐야~"

"…스스로 해놓고 웃지 마라."

로베스는 한동안 웃음을 멈출 것 같지 않다…
난 웃고 있는 로베스를 그대로 두고, 비어버린 그릇과 컵을
정리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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