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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Depression Wish : 마루 - 51

2008.06.13 16:16

카와이 루나링 조회 수:198

 에렐의 차가 멀어지는 것을 잠시 지켜보다가 몸을 돌려 병원 안으로 들어간다.
 여전히 잎새는 응급실의 침대 위에 누운 채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다.

 마치 죽은 사람처럼 새하얀 얼굴.
 거칠어진 피부와 머릿결.
 볼살은 빠져 광대가 드러나 있었고, 핏기가 없는 입술은 잔뜩 갈라져 있었다.
 마른 몸에서는 이전의 건강함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

 이전에 그랬던 것처럼, 손으로 머리를 쓰다듬어 본다.
 하지만 전처럼 '반짝' 하고 눈을 뜨지는 않는다.
 몸 하나 뒤척이지 않고 가쁜 숨을 내쉬며 그대로 누워 있을 뿐.

 한숨이 새어나온다.
 어째서 이렇게 된 것일까?
 무엇이 그녀를 이렇게 만들어 버린 것일까?

 게다가...

 '역시 와 줬구나...'

 정신을 잃기 전에 잎새가 중얼거렸던 말.
 그것은 대체 무슨 의미였을까?

 잎새의 손을 잡아 양 손으로 감싼다.
 차갑게 식어있는 손.
 단순히 추운 날씨 때문에 그런 것은 아닐테지.
 
 "후으..."

 새어나오는 한숨.
 조금 더 손을 세게 잡아본다.
 하지만, 여전히 반응은 없었다.

 몸이 안 좋은 것이었을까?
 지금 상태를 보면 그리 틀린 추측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대체 어떻게 몸이 얼마나 안 좋았길래...
 그 짧은 시간 만에 사람을 이렇게 바꾸어 놓을 수 있는 것일까?
 단순히 몸이 안 좋은 것 만으로 그 힘이 넘치던 잎새가 이렇게 지쳐버릴 수 있는 것일까?

 "... 일어나."

 하고 싶은 말이 많았다.
 하지만 끝내 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담배를 피우면 잠시나마 모든 것을 잊을 수 있다는 말을 들었던 것 같다.
 문득, 갑자기 담배를 물어보고 싶어졌다.
 이런 복잡한 머릿속을 단 한 순간 만이라도 날려버릴 수 있다면....
 지금 눈 앞에 보이는 저 하늘 위로, 모든 것을 태워 보낼 수 있다면...

 '담배는 피우지 마.'

 언젠가, 잎새가 해 주었던 말이 문득 떠올랐다.
 어쩐지 쓴 웃음이 새어나왔다.

 정말, 너만 아니라면 내가 이런 생각을 할 리가....

 "...."

 순간 말문이 막힌다.
 뒤늦게야 불현듯 떠오른 한 사람의 모습.
 새하얀...

 "에렐..."

 그제야 조금 전 에렐에게 비춰진 내 모습이 어땠을지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에렐이 지금 날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내게 호감을 가지고 있을지도... 라는 생각은 어디까지나 나의 바램일 뿐.

 나와의 거리를 두려고 그렇게나 애쓰던 에렐의 모습과,
 때로는 조금 망설이던 에렐의 모습.

 그 것은 과연 이성에 대한 호감에서 시작된 모습일까?
 아니면, 지금까지 자신을 괴롭히던 외로움을 잊게 해 줄 수 있을거란 기대감이었을까?

 하지만, 그 답이 어떤 것이라고 해도....
 내가 보인 행동은.... 호감을 보이던 상대에게 취할 행동은 아니지 않을까?
 위급한 상태에 빠진 사람에 대한 도움... 이라고 보기에는 스스로의 태도가 그렇지 못했다는 것 정도는 쉽게 알 수 있었으니까.

 그래.
 지금 내가 바라보고 있는 사람은, 마음에 두고 있는 사람은 에렐이다.
 우연한 만남에서 시작되었지만 지금은 그 누구보다도 내게는 중요한 사람이다.

 그래, 틀림없이 그래.... 야 하는데...

 고개를 돌린다.
 응급실의 유리문 안으로 멀리 잎새가 누워있는 자리를 찾아본다.
 조금 안쪽이라 그런지, 잘 보이지는 않지만...
 어쩐지 그 안에서 숨쉬고 있는 잎새의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
 
 아무리 에렐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저런 잎새에게 손을 뗄 수가 없었다.
 잠시라도 눈을 떼면 부서져 버릴 것 같은 모습에 눈을 돌릴 수가 없었다.
 그 밝고 강했던 모습이 모조리 사라져버린,
 한 때는 말 없이 떠나가 날 절망하게 만들었던 한 사람.
 
 마치 도움을 청하려는 듯 하던, 그 힘겨운 표정이...
 내 얼굴을 보자 겨우 안심할 수 있었던, 그 짧은 한 마디의 말이...

 가슴에 맺혀 내려가지 않는다.

 "후으...."

 할 수 있는 행동은 한숨 짓는 것 뿐.
 그 어떤 말도, 행동도, 심지어 생각까지도...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었다.
 그 어떤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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