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Depression Wish : 마루 - 43
2008.03.19 13:16
눈을 뜬다.
시계를 바라보니 어느새 아침이다.
꼬박 하루 가까이 잠들어 버린 것 같았다.
정말, 이렇게 긴 시간동안 잠을 자 본 것도 거의 몇 년만인듯 하다.
"...."
덕분에 조금은 기분이 나아진 것일까.
어제 잠들기 전에 비해서는 훨씬 진정된 느낌이었다.
뭐, 생각을 아예 하지 않는 것이 낫겠지.
살짝 짜증이 나려던 것을 겨우 억누른다.
이대로라면 에렐의 앞에서도 표정 관리를 하지 못할 것 같았다.
냉장고로 다가가 물을 꺼내 마신다.
화를 삼키는 것처럼 마구 들이킨다.
모처럼 괜찮았던 기분이 전화 한 통으로 이렇게 엉망이 될 줄은 몰랐다.
신경 써주는 녀석에게는 고마운 마음 뿐이지만 그래도 화가 나는 것은 어쩔 수 없는걸...
...
그만두자.
더 이상 생각해 봤자 독만 될 뿐이다.
어차피 인연 따위 끊은 집안이다.
지금 머릿속에 그딴 곳 생각할 여유 따위는...
"왔나? 오늘은 조금 늦었다."
에렐의 집에 도착하자 마치 기다렸던 것처럼 현관의 문을 열어준다.
기다렸다라...
나도 참 쓸데없는 기대를 하는구나 싶은 생각에 쓰게 웃고는 안으로 들어간다.
식탁 쪽에 앉아 있던 로베스와 가볍게 인사를 나눈다.
어제와는 달리 가벼운 느낌의 평상복을 입고 있는 상태였다.
붙임성 좋게 인사를 건네는 모습에 나도 모르게 기분이 좋아지는 느낌이었다.
"밥 먹어라."
"응?"
그렇게, 로베스와 이야기를 나누려던 찰나, 에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리자 내 쪽을 바라보며 손으로 식탁을 가리키는 에렐의 모습이 보였다.
"밥 안 먹었다면, 먹어라."
그 말에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발걸음을 옮긴다.
로베스의 앞쪽에 자리를 잡고 앉는다.
에렐에게서 접시를 받아든다.
그 뒤, 에렐이 자신의 몫을 들고와 자리에 앉는 것을 본 뒤 식사를 시작한다.
여전히, 맛있다.
빵과 달걀, 베이컨으로 구성된 간단한 아침 식사.
단순한 재료로도 이렇게까지 맛을 낼 수 있다는 것은 참 대단한 실력이지.
에렐의 요리 솜씨에 감탄하며 한 접시를 더 청한다.
고개를 끄덕이며 접시를 받아드는 에렐
"흐응..."
그리고 로베스는 그 모습을 보며 슬쩍 미소지었다.
"왜 그러시죠?"
그에 고개를 갸웃하며 묻는다.
로베스는 그저 가만히 웃으며 뜸을 들이다가,
"왠지, 에렐리니아의 기분이 좋게 목격됩니다."
라고 답했다.
"로베스?"
그 말에 에렐은 살짝 당황한 듯한 표정으로 로베스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로베스는 여전히 입가에 미소를 지우지 않는다.
"쓸데없는 소리다."
"하지만 틀린 말 타는게 아닌걸."
에렐의 말에 대꾸하며 내 쪽을 바라보는 로베스.
그 눈길을 슬쩍 피한다.
대체, 무슨 뜻이지?
로베스의 말은 아마 '에렐의 기분이 좋아보인다.' 라는 말이겠지.
무엇 때문에 로베스의 눈에 에렐의 모습이 그렇게 비춰진 것일까?
대체...
고개를 흔든다.
쓸데없는 생각을 떨쳐낸다.
어쩐지 당혹스럽다.
아니라고 생각하면서도,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은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후훗."
내 얼굴을 바라보며 가볍게 웃는 로베스.
그 눈을 똑바로 바라보기가 힘들었다.
그렇게, 에렐이 내 앞에 접시를 내려놓은 이후에도 말을 한 마디도 꺼내지 못한 채 식사에만 열중한다.
"...."
말이 없는 것을 에렐도 마찬가지.
이상하게 얼굴이 달아오르는 것을 느끼며 고개를 숙인다.
"아, 맞다."
그렇게, 소리없는 식사가 끝나갈 무렵,
로베스가 갑자기 손을 탁 치며 내 쪽을 바라보았다.
"무슨, 일이죠?"
로베스에게 묻는다.
그 물음에 로베스는 한껏 기대에 부푼 목소리로 물었다.
"마루 교사님. 여기 상점에 같이 입장할 수 있습니까?"
뜬금 없는 로베스의 질문.
상점이라고 하면 딱히 물어볼 것도 없이 주변에 널려 있는 것이었다.
아무리 천천히 걸어도 5분 이내에 갈 수 있지 않을까?
에렐이라고 해서 그 곳을 딱히 모를 것 같지는 않고...
"상점이라고 하면..."
"옷 파는 곳을 필요로 합니다."
아마도 지금 가지고 있는 옷을 파는 장소를 물어본 것은 아닐 것이다.
"글쎄요. 옷 가게라면... 시내 쪽으로 나가야 할 듯 한데요. 왜 그러시죠?"
로베스의 말에 조심스레 답한다.
다행히도 로베스가 물어본 의도를 정확히 파악한 것인지 로베스는 웃음과 함께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에렐리니아의 새 옷을 입혀주셨으면 합니다."
시계를 바라보니 어느새 아침이다.
꼬박 하루 가까이 잠들어 버린 것 같았다.
정말, 이렇게 긴 시간동안 잠을 자 본 것도 거의 몇 년만인듯 하다.
"...."
덕분에 조금은 기분이 나아진 것일까.
어제 잠들기 전에 비해서는 훨씬 진정된 느낌이었다.
뭐, 생각을 아예 하지 않는 것이 낫겠지.
살짝 짜증이 나려던 것을 겨우 억누른다.
이대로라면 에렐의 앞에서도 표정 관리를 하지 못할 것 같았다.
냉장고로 다가가 물을 꺼내 마신다.
화를 삼키는 것처럼 마구 들이킨다.
모처럼 괜찮았던 기분이 전화 한 통으로 이렇게 엉망이 될 줄은 몰랐다.
신경 써주는 녀석에게는 고마운 마음 뿐이지만 그래도 화가 나는 것은 어쩔 수 없는걸...
...
그만두자.
더 이상 생각해 봤자 독만 될 뿐이다.
어차피 인연 따위 끊은 집안이다.
지금 머릿속에 그딴 곳 생각할 여유 따위는...
"왔나? 오늘은 조금 늦었다."
에렐의 집에 도착하자 마치 기다렸던 것처럼 현관의 문을 열어준다.
기다렸다라...
나도 참 쓸데없는 기대를 하는구나 싶은 생각에 쓰게 웃고는 안으로 들어간다.
식탁 쪽에 앉아 있던 로베스와 가볍게 인사를 나눈다.
어제와는 달리 가벼운 느낌의 평상복을 입고 있는 상태였다.
붙임성 좋게 인사를 건네는 모습에 나도 모르게 기분이 좋아지는 느낌이었다.
"밥 먹어라."
"응?"
그렇게, 로베스와 이야기를 나누려던 찰나, 에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리자 내 쪽을 바라보며 손으로 식탁을 가리키는 에렐의 모습이 보였다.
"밥 안 먹었다면, 먹어라."
그 말에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발걸음을 옮긴다.
로베스의 앞쪽에 자리를 잡고 앉는다.
에렐에게서 접시를 받아든다.
그 뒤, 에렐이 자신의 몫을 들고와 자리에 앉는 것을 본 뒤 식사를 시작한다.
여전히, 맛있다.
빵과 달걀, 베이컨으로 구성된 간단한 아침 식사.
단순한 재료로도 이렇게까지 맛을 낼 수 있다는 것은 참 대단한 실력이지.
에렐의 요리 솜씨에 감탄하며 한 접시를 더 청한다.
고개를 끄덕이며 접시를 받아드는 에렐
"흐응..."
그리고 로베스는 그 모습을 보며 슬쩍 미소지었다.
"왜 그러시죠?"
그에 고개를 갸웃하며 묻는다.
로베스는 그저 가만히 웃으며 뜸을 들이다가,
"왠지, 에렐리니아의 기분이 좋게 목격됩니다."
라고 답했다.
"로베스?"
그 말에 에렐은 살짝 당황한 듯한 표정으로 로베스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로베스는 여전히 입가에 미소를 지우지 않는다.
"쓸데없는 소리다."
"하지만 틀린 말 타는게 아닌걸."
에렐의 말에 대꾸하며 내 쪽을 바라보는 로베스.
그 눈길을 슬쩍 피한다.
대체, 무슨 뜻이지?
로베스의 말은 아마 '에렐의 기분이 좋아보인다.' 라는 말이겠지.
무엇 때문에 로베스의 눈에 에렐의 모습이 그렇게 비춰진 것일까?
대체...
고개를 흔든다.
쓸데없는 생각을 떨쳐낸다.
어쩐지 당혹스럽다.
아니라고 생각하면서도,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은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후훗."
내 얼굴을 바라보며 가볍게 웃는 로베스.
그 눈을 똑바로 바라보기가 힘들었다.
그렇게, 에렐이 내 앞에 접시를 내려놓은 이후에도 말을 한 마디도 꺼내지 못한 채 식사에만 열중한다.
"...."
말이 없는 것을 에렐도 마찬가지.
이상하게 얼굴이 달아오르는 것을 느끼며 고개를 숙인다.
"아, 맞다."
그렇게, 소리없는 식사가 끝나갈 무렵,
로베스가 갑자기 손을 탁 치며 내 쪽을 바라보았다.
"무슨, 일이죠?"
로베스에게 묻는다.
그 물음에 로베스는 한껏 기대에 부푼 목소리로 물었다.
"마루 교사님. 여기 상점에 같이 입장할 수 있습니까?"
뜬금 없는 로베스의 질문.
상점이라고 하면 딱히 물어볼 것도 없이 주변에 널려 있는 것이었다.
아무리 천천히 걸어도 5분 이내에 갈 수 있지 않을까?
에렐이라고 해서 그 곳을 딱히 모를 것 같지는 않고...
"상점이라고 하면..."
"옷 파는 곳을 필요로 합니다."
아마도 지금 가지고 있는 옷을 파는 장소를 물어본 것은 아닐 것이다.
"글쎄요. 옷 가게라면... 시내 쪽으로 나가야 할 듯 한데요. 왜 그러시죠?"
로베스의 말에 조심스레 답한다.
다행히도 로베스가 물어본 의도를 정확히 파악한 것인지 로베스는 웃음과 함께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에렐리니아의 새 옷을 입혀주셨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