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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시간이여 멈춰라!(時よ止れ!)

2008.03.14 22:19

코드 조회 수:237

"시간이여 멈춰라!"
마술사가 외쳤다.
관객들이 바라보는 사이에, 정말 눈 한번 깜빡할 시간되 되지 않는 시간에,
마술사는 관객들 사이에서 유유히 걸어나왔다.

간단한 마술이다. 마술사는 두꺼운 유리로 된 수조에 들어가고, 수조 안에 물이 채워진다. 그 수조 안에서 탈출하는 마술이다. 물론 숙련된 마술사들에게도 많은 훈련을 요하는 마술이지만.
밧줄로 손이 묶인 마술사가 들어있는 수조에 물이 채워진다. 물론 저정도 밧줄로 마술사를 완전히 묶을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것이다. 자물쇠로 단단히 잠긴 유리 수조 안에 있는 구멍이라고는, 위쪽에 물을 넣기위해 뚫어놓은, 사람 손 겨우 들어갈 크기의 구멍 두개 뿐.

수조에 물이 가득 차고, 마술사는 이제 숨을 쉬지 못한다.
순간 무대에 설치된 장치에서 푸슉-하고 불꽃이 튀긴다.

"            -          "
마술사가 무어라 말하는것처럼 입이 움직이고, 그 입에서 공기방울이 나온다. 하지만 물속에 있기에 사람들은 알아들을 수 없다.
그리고, 사람들의 움직임이 멈췄다. 심지어 무대장치에서 튀어나오는 불꽃도 멈췄다.
마술사는 여유롭게, 입 안에 숨겨놓은 열쇠를 꺼내 유리수조 위로 손을 빼 자물쇠를 연 후, 뚜껑을 열고 수조에서 나왔다.
나온 그는 다시 수조를 잠궈놓고, 열쇠를 수조 옆 작은 틈에 숨겨놓은뒤 관객석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그가 움직이는걸 관객들은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마술사가 관객석 한 가운데로 가고, 딱-하고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푸슉-하고 나머지 불꽃이 모두 튀면서,
"오오!!!"
하는, 사람들의 함성소리가 터져나왔다. 모두들 어느새 수조속에서 사라진 마술사를 찾고있다.
"여러분!"
관객석에서 마술사의 목소리가 들린다. 그는 온 몸이 푹 젖은 채로 물을 뚝뚝 흘리고 있다.
"와아!!!"
그의 모습을 확인한 관객들은, 다시한번 환호성과 기립박수를 건낸다.
마술사는 머리를 뒤로 쓸어넘기며 다시 무대로 걸어나와, 관객들에게 정중히 인사를 하고 퇴장을 했다.

하지만 그 마술사도 눈치채지 못한것이 있다.
그가 시간을 멈춘뒤, 모든 관객들-심지어 불꽃마저도 멈춘 그 세상에서, 관객석 맨 뒷자리의 소녀가 그녀의 손가락과 발을 살짝 까딱이며 움직이고 있었다는 사실을.


"오늘도 정말 최고였습니다, 제팔씨."
"하하, 뭘. 내 즐거움인걸."
무대 직원이 수건으로 마술사의 젖은 몸을 닦아주며 말했다.
"이젠 내가 할테니까 자네도 가서 쉬라고."
"네. 고맙습니다."
마술사의 개인 휴게실. 제팔은 수건을 머리에 얹고 문을 열었다. 그러자 그곳엔 낯선 사람이 있었다.
"응? 꼬마아가씨, 여긴 관계자 외 출입 금지인데?"
제팔이 좋아하는 안락의자에 앉아있던건 한 소녀였다. 중세풍의 고딕 드레스를 입고 다리와 손을 차분히 모으고 앉아있는, 귀여운 외모의 소녀였다. 게다가 머리엔 머리띠 장식인지, 커다란 토끼귀도 달려있었다. 하지만 꼬마아가씨라고 불릴 정도의 외모는 아니었던게, 17, 18세 정도는 되어보였다.
"사기꾼."
"앵?"
소녀의 첫 한마디는 대담했다. 보통 마술사에게 사기꾼이라는 말은 굉장한 모욕이다. 그런 말을 소녀는 아무렇지도않게 내뱉은것이다.
"아가씨...지금 무슨 말을 하는것일까?"
제팔은 머리를 털면서 건성으로 대답한것이다.
"어쨌든 아저씨는 이제 옷을 갈아입어야하니, 잠깐 나가주겠어?"
"신경안써. 그냥 갈아입어."
소녀는 표정을 변하지않고 말한다.
"저기...이쪽이 신경쓰이는데..."
"뭐 따지자면 사기꾼은 아닌가. 정당히 자기 능력을 가지고 벌인 행위이니."
하지만 소녀는 그 말을 무시하고 계속 말한다.
"하지만 그렇게 따져도 역시 사기꾼."
"어이 아가씨. 자꾸 사기꾼 사기꾼 하면 이 아저씨도 화난다고? 빨리 나가줘. 나도 쉬고싶으니까."
소녀가 고개를 돌려 제팔을 쳐다본다.
"'트릭은 없습니다. 시간을 넘나드는 마술사 제팔!' 이라...과연?"
소녀가 허리춤에서 회중시계를 꺼낸다. 은색 체인으로 연결된, 딱 보기에도 고급스러운 물건이다.
"19시 36분 52초 766. 오차범위 0초 000000001 이내."
현재 시간을 말한 소녀.
"아카식 레코드에 간섭해, 일시적으로 자신 이외의 시간을 정지시킨후 움직여 다시 시간을 돌린다. 이걸 과연 마술이라고 할수있나? 말하자면 이건 마법이잖아?"
소녀가 안락의자에서 일어난다. 프릴과 레이스가 풍성히 달린 드레스가 사락 끌린다.
"저기...무슨 소리를 하는건지?"
제팔은 알아들을수 없다는듯이 말한다. 하지만 소녀는 눈치챘다. 그의 얼굴이 미묘하게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바뀌는것을.
"만나서 반가워, 마술사 제팔. 내 이름은...잊어버렸지만 일단은 크로노메이지, 라고 불리고있어."
소녀는 웃으며 말하며 손을 내밀었다. 제팔도 어쩔수 없다는듯이 악수를 했다.
"!!!"
제팔은 놀랐다. 소녀의 손을 잡는 순간, 그 안에서 형언할수 없을 정도의 시간의 깊이를 느꼈기 때문이다.
"아가씨...아가씨도 시간을 다루는거야?"
제팔이 긴장된 목소리로 말했다.
"그렇게 긴장할것 없어. 아까 얘기했지? 난 크로노메이지라고 불린다고. 당신처럼 시간을 다루며, 여행하는 마법사, 혹은 마물이야."
소녀가 더 깊이 미소지었다. 그 웃음에는 제팔은 비교도 안될 정도로 오랜 시간, 그 자체가 담겨있었다.
"잘부탁해, 제팔."



그렇게, 그들의 이야기는 계속된다.

"트릭은 없습니다! 믿지 못하시겠다면 모두들 직접 보러오세요~"
"시간을 뛰어넘는 마술사, 제팔과 크로노메이지의 놀라운 이야기를!!"

무한한 시간을 뛰어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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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안녕하세요? 코드코데코덱코닥...이 아니라, 코드입니다.
아니, 저건 나한테 중요해요. 그러니까 태클걸지맛!(←)

이번건 단편입니다. 말하자면 습작.
시간을 다루는 마물 제팔과 크로노메이지의 이야기 입니다.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제팔과 크로노메이지는 악마성 드라큐라 효월의 원무곡, 창월의 십자가에 나오는 몬스터의 이름이죠.
저들을 미화에 미화에 미화, 심지어 크로노메이지는 성전환(...)까지 거듭하여 이렇게 만들었습니다.
사실 그림을 먼저 그리고 거기에 이런 설정을 붙인건데, 그림은 디카로 찍기가 귀찮아서 나중으로...(←)

이 이야기는 이걸로 끝입니다. 이 뒤를 더 쓸 예정은 없어요.
SM군도 제팔과 크로노메이지를 소재로 글을 써본다고 하니 그쪽을 기대해봐도 괜찮겠죠.
뭐...물론 언제 또 변덕이 도져서 뒷 이야기를 쓸지는 모릅니다.

아무튼, 이만 줄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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