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Depression Wish : 마루 - 39
2008.02.25 23:07
"뭐라고?"
"계약 변경이라고 했다만."
되묻는 내게 에렐은 별 것 아니라는 듯이 딱 부러지게 말했다.
에렐의 말은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거기에, 별 다른 설명이 없어도 무엇을 이야기 하려던 것인지 정도는 쉽게 알 수 있었다.
이제 약 열흘 남짓한 시간만이 남은 우리 둘의 계약.
일단은 표면적인 이유는 그 것이었으니까,
어떤 형태로든 바뀌지 않으면 우리의 만남도 곧 끝나게 되는 것이었지.
하지만 지금 에렐은 그 계약을 바꾸자고 말하고 있었다.
'언어 공부가 필요할 것 같다.'
에렐이 로베스에게 했던 말.
그리고 이어진 계약 변경이라는 말.
아마도 어떤 말이 이어질 것인지는 쉽게 유추해 낼 수 있었다.
"로베스... 씨를 가르치면 되는거야?"
내 말에 에렐은 고개를 끄덕였다.
"나와 마찬가지로, 기간은..."
에렐은 잠시 머뭇거렸다.
무언가 말을 하려고 하다가 잠시 멈추고 생각에 잠긴다.
그리고는,
"로베스가 완전히 익숙해 질 때까지. 기간은 무제한."
그렇게 말을 건넸다.
"에렐리니아?"
그리고, 그 말에 반응을 보인 것은 로베스였다.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에렐을 바라보고는 잠시 고개를 갸웃거린다.
"왜 그러지?"
그런 로베스의 태도 보고, 에렐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되물었지만 로베스는 가볍게 손을 내저었다.
"□□□□□□□"
무엇이라고 한 것일까?
아누라크의 말로 작게 중얼거리는 로베스에게 에렐은 약간 인상을 찌푸려보였다.
하지만 로베스는 그저 어깨를 으쓱일 뿐이었고, 에렐은 잠시 뜸을 들이다가 결국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래서, 어떻게 할건가?"
에렐이 묻는다.
아마도 그 계약에 관한 이야기이겠지.
솔직히, 두 번 생각할 이유 따위는 없었다.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에렐과의 인연을 이어가고 싶다.
그 것이 내 심정이었다.
로베스의 모습을 슬쩍 바라본다.
에렐의 허리까지 내려오는 새하얀 머리카락과는 다른, 어깨를 겨우 덮는 길이의 새카만 머리카락.
에렐의 붉은 눈동자와는 다른 푸른 빛이 감도는 검은 눈동자.
조금은 날카로운 느낌을 주는 에렐과는 달리 맑으면서도 부드러운 느낌의 눈빛.
옷 마저도 하얀 것을 주로 입는 에렐과는 반대로 부드러운 파스텔 톤의 블라우스와 치마를 입고 있었다.
정말, 에렐과는 정 반대의 모습이었다.
아직은 이 곳의 말이 익숙하지 않은 듯한, 마치 에렐의 처음 모습을 보는 듯한 것 만은 똑같았지만.
"좋아."
그리고, 대답한다.
이 것으로 조금이라도 에렐과의 인연을 연장할 수 있다면,
망설일 이유 따위는 없었다.
"그런가, 알았다."
그리고, 에렐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이어졌다.
애써 생각하지 않으려던, 에렐과의 마지막이 조금이나마 더 늘어나게 되었다.
비록 둘 만의 일이 아니라, 다른 사람과의 관계도 생겨나게 되었지만...
그래도 괜찮을 것 같았다.
"그럼 당신 녀석께서 내 교사가 임명된 것입니다?"
"... 뭐, 그렇게 되겠군요."
로베스는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더니 가볍게 한 손을 내밀었다.
그 손을 잡자 가볍게 흔들어 준다.
"절 부탁드립니다."
...
뭔가 엄한 말을 들은 느낌이었다.
"가르칠 것이 많아 보이네요."
쓰게 웃으며 로베스의 말에 답한다.
내 말에 로베스 역시 살짝 웃으며 수긍한다.
"아, 머루."
"마루라니까..."
그렇게 로베스와 가볍게 악수를 나누던 도중, 끼어든 에렐의 말에 무의식적으로 답하며 고개를 돌린다.
여전히 발음이 잘 안되는지, 아니면 정말 머루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인지...
그런 생각을 하며 에렐의 말을 기다린다.
"그.... 계약의 대가는 뭐로 할건가?"
내가 자신에게로 주의를 돌리는 것을 기다렸다가 말을 꺼내는 에렐.
"안 그래도, 이전에 바다에 같다오는 정도로 끝내기엔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바다?"
에렐의 말에 로베스가 알 수 없다는 눈으로 나와 에렐을 바라본다.
그 눈빛을 애써 무시하며, 에렐을 바라본다.
"으음..."
"말해라. 혹, 생각한 것이 없다면 나중에 말해도 되겠지만."
에렐의 말에 가볍게 고개를 젓는다.
아무래도 에렐은 그런 곳에서는 철저한 느낌이니까 지금 확실히 해 두는 것이 좋겠지.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언가를 받아내는 것은 딱히 내키지도 않는다.
사실, 에렐이 계약 같은 소리를 하지 않았어도,
단지 같이 있을 수 있다는 사실 만으로도, 그 제안 받아들였을 테니까.
"...."
그렇기에, 내가 택한 답은...
"... 기도해줘."
"뭐?"
내 말에 에렐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인상을 찌푸렸다.
그 모습을 보며 말을 잇는다.
"내가, 당신의 그 엉터리 같은 우연에 휩쓸리지 않고, 옆에 계속 머물 수 있도록...."
"...."
어쩐지 낯부끄러운 이야기를 꺼낸 것 같았다.
하지만 에렐은 그 말에 대해 특별히 다른 이야기를 꺼내려는 눈치는 아니었다.
그저 그 붉은 눈동자로 날 가만히 바라보았을 뿐.
그 눈을, 내 의지를 담아 똑같이 바라본다.
"... 여전히, 손해만 보는 남자로군."
결국 에렐은, 그렇게 중얼거리고는 시선을 돌렸다.
그런 에렐을 향해, 조심스럽게 묻는다.
"계약은?"
"성립이다."
내 물음에 에렐은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답한다.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새어나온다.
"계약 변경이라고 했다만."
되묻는 내게 에렐은 별 것 아니라는 듯이 딱 부러지게 말했다.
에렐의 말은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거기에, 별 다른 설명이 없어도 무엇을 이야기 하려던 것인지 정도는 쉽게 알 수 있었다.
이제 약 열흘 남짓한 시간만이 남은 우리 둘의 계약.
일단은 표면적인 이유는 그 것이었으니까,
어떤 형태로든 바뀌지 않으면 우리의 만남도 곧 끝나게 되는 것이었지.
하지만 지금 에렐은 그 계약을 바꾸자고 말하고 있었다.
'언어 공부가 필요할 것 같다.'
에렐이 로베스에게 했던 말.
그리고 이어진 계약 변경이라는 말.
아마도 어떤 말이 이어질 것인지는 쉽게 유추해 낼 수 있었다.
"로베스... 씨를 가르치면 되는거야?"
내 말에 에렐은 고개를 끄덕였다.
"나와 마찬가지로, 기간은..."
에렐은 잠시 머뭇거렸다.
무언가 말을 하려고 하다가 잠시 멈추고 생각에 잠긴다.
그리고는,
"로베스가 완전히 익숙해 질 때까지. 기간은 무제한."
그렇게 말을 건넸다.
"에렐리니아?"
그리고, 그 말에 반응을 보인 것은 로베스였다.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에렐을 바라보고는 잠시 고개를 갸웃거린다.
"왜 그러지?"
그런 로베스의 태도 보고, 에렐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되물었지만 로베스는 가볍게 손을 내저었다.
"□□□□□□□"
무엇이라고 한 것일까?
아누라크의 말로 작게 중얼거리는 로베스에게 에렐은 약간 인상을 찌푸려보였다.
하지만 로베스는 그저 어깨를 으쓱일 뿐이었고, 에렐은 잠시 뜸을 들이다가 결국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래서, 어떻게 할건가?"
에렐이 묻는다.
아마도 그 계약에 관한 이야기이겠지.
솔직히, 두 번 생각할 이유 따위는 없었다.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에렐과의 인연을 이어가고 싶다.
그 것이 내 심정이었다.
로베스의 모습을 슬쩍 바라본다.
에렐의 허리까지 내려오는 새하얀 머리카락과는 다른, 어깨를 겨우 덮는 길이의 새카만 머리카락.
에렐의 붉은 눈동자와는 다른 푸른 빛이 감도는 검은 눈동자.
조금은 날카로운 느낌을 주는 에렐과는 달리 맑으면서도 부드러운 느낌의 눈빛.
옷 마저도 하얀 것을 주로 입는 에렐과는 반대로 부드러운 파스텔 톤의 블라우스와 치마를 입고 있었다.
정말, 에렐과는 정 반대의 모습이었다.
아직은 이 곳의 말이 익숙하지 않은 듯한, 마치 에렐의 처음 모습을 보는 듯한 것 만은 똑같았지만.
"좋아."
그리고, 대답한다.
이 것으로 조금이라도 에렐과의 인연을 연장할 수 있다면,
망설일 이유 따위는 없었다.
"그런가, 알았다."
그리고, 에렐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이어졌다.
애써 생각하지 않으려던, 에렐과의 마지막이 조금이나마 더 늘어나게 되었다.
비록 둘 만의 일이 아니라, 다른 사람과의 관계도 생겨나게 되었지만...
그래도 괜찮을 것 같았다.
"그럼 당신 녀석께서 내 교사가 임명된 것입니다?"
"... 뭐, 그렇게 되겠군요."
로베스는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더니 가볍게 한 손을 내밀었다.
그 손을 잡자 가볍게 흔들어 준다.
"절 부탁드립니다."
...
뭔가 엄한 말을 들은 느낌이었다.
"가르칠 것이 많아 보이네요."
쓰게 웃으며 로베스의 말에 답한다.
내 말에 로베스 역시 살짝 웃으며 수긍한다.
"아, 머루."
"마루라니까..."
그렇게 로베스와 가볍게 악수를 나누던 도중, 끼어든 에렐의 말에 무의식적으로 답하며 고개를 돌린다.
여전히 발음이 잘 안되는지, 아니면 정말 머루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인지...
그런 생각을 하며 에렐의 말을 기다린다.
"그.... 계약의 대가는 뭐로 할건가?"
내가 자신에게로 주의를 돌리는 것을 기다렸다가 말을 꺼내는 에렐.
"안 그래도, 이전에 바다에 같다오는 정도로 끝내기엔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바다?"
에렐의 말에 로베스가 알 수 없다는 눈으로 나와 에렐을 바라본다.
그 눈빛을 애써 무시하며, 에렐을 바라본다.
"으음..."
"말해라. 혹, 생각한 것이 없다면 나중에 말해도 되겠지만."
에렐의 말에 가볍게 고개를 젓는다.
아무래도 에렐은 그런 곳에서는 철저한 느낌이니까 지금 확실히 해 두는 것이 좋겠지.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언가를 받아내는 것은 딱히 내키지도 않는다.
사실, 에렐이 계약 같은 소리를 하지 않았어도,
단지 같이 있을 수 있다는 사실 만으로도, 그 제안 받아들였을 테니까.
"...."
그렇기에, 내가 택한 답은...
"... 기도해줘."
"뭐?"
내 말에 에렐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인상을 찌푸렸다.
그 모습을 보며 말을 잇는다.
"내가, 당신의 그 엉터리 같은 우연에 휩쓸리지 않고, 옆에 계속 머물 수 있도록...."
"...."
어쩐지 낯부끄러운 이야기를 꺼낸 것 같았다.
하지만 에렐은 그 말에 대해 특별히 다른 이야기를 꺼내려는 눈치는 아니었다.
그저 그 붉은 눈동자로 날 가만히 바라보았을 뿐.
그 눈을, 내 의지를 담아 똑같이 바라본다.
"... 여전히, 손해만 보는 남자로군."
결국 에렐은, 그렇게 중얼거리고는 시선을 돌렸다.
그런 에렐을 향해, 조심스럽게 묻는다.
"계약은?"
"성립이다."
내 물음에 에렐은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답한다.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새어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