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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Depression Wish : 에렐리니아 - 32

2008.02.10 05:37

미에링 조회 수:182



방에 돌아와, 가슴을 쓸어내렸다.
어쩐지 더운 것 같아, 나이트웨어 위에 걸치고 있던 가운은
벗어 놓았다. 뺨이 화끈거리는 느낌, 어째서일까.
어딘가 몸이 좋지 않은 것일까?

하지만 조금 덥고 화끈거리는 느낌 외에는 어딘가가 아프거나
이상이 있다는 느낌은 오지 않았다.

그저, 당황한 탓이겠지…

이게, 연애물에서나 보던, 몸이 달아오른다는 표현일까?
생각 해 보면 그런 것도 같다.
그렇다면…

내가,
마루를…?


하지만 꼭 사람이 소설대로 되는건 아니니까.
천천히 생각하자…

우선 머리도, 몸도 식힐 겸, 샤워를 하기로 했다.
욕실은 1,2층에 각각 있으니 내려갈 필요는 없다.

평소처럼 나이트웨어를 벗어두고, 갈아입을 속옷을 챙긴 다음
욕실로 향했다. 욕실은 작아서 둘 곳이 마땅치 않기 때문에
속옷은 문 앞에 두고 들어간다.


"하아…"

일부러 물 온도를 조금 낮춘 채로 끼얹는다.
이전의 집에서 쓰던 것 처럼 한번에 온 몸을 감싸며 적셔 주지는
못하지만, 이렇게 손으로 들고 끼얹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는
느낌이었기에 나름대로 마음에 든다.

조금은 서늘한 느낌의 물살에, 몸이 천천히 식어 가는 것 같다.
바디 클리너로 몸을 가볍게 씻어낸다.
어쩐지, 살짝 문지른 것 뿐인데도 간지러운 기분…

"으읏…"

어딘가 어지러운 것 같기도 한, 이상한 기분이었다.
뭘까, 이 이상한 느낌은…

얼른 몸을 물로 헹구어 내고,  수건을 대충 어깨에 걸치고 나와 버렸다.
오히려 몸이 더워진 기분,
물기로 몸을 식히기라도 해 볼까,
이전의 집에서는 공간이 지나칠 정도로 넓었기에 조금 덥다고
느낄 때면 자주 쓰던 방법이었다.

시트 위에 천을 하나 더 덮고 그 위에 누워 있으면,
물기가 천천히 마르며 체온을 앗아가 줄테지…

그렇게 욕실에서 나와서, 속옷을 입으려는데,
무언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톡톡, 하는 노크 소리.
그리고, 찰박, 하는 물기 머금은 나의 발소리.

"에렐, 들어가도 될… 어?"

고개를 들자 막 내 방문에 노크를 하고 있는 마루의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마루는 내 발소리에 막 나를 돌아보던 참이었다.

"아."

………

그리고 난,
아마도 침착하게 돌아서서,

젖은 몸 위에 그대로 팬티를 입고,
상체에는 급한대로 수건을 두른 채,
브래지어를 집어 들고,

방으로 들어왔다.


아, 문을 안 열었다.



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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