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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Depression Wish : 에렐리니아 - 24

2008.01.31 03:12

미에링 조회 수:178



"에렐……"

난데없이 스스로의 뺨을 두드리더니 나를 부르고는
다시 말이 없다. 그리고 테이블의 커피는 식어가고 있다.
계속 말이 없기에 난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슬쩍 가르켜 주었다.

"버터 커피는 식으면 마실 수 없다."

"어, 아, 응."

그제서야 발견했다는 듯, 마루는 무언가 막 꺼내려던 말을 멈추고
커피잔에 손을 뻗는다. 아직 많이 식지는 않은 것이 다행일까.
그리고 나도 그제서야 마루에게 맞추어 컵을 들었다.

아버지에게 이 커피를 타 드렸을 때는, 책을 보시다가 커피가 식어
버터가 굳어 버리는 바람에 다시 타 드렸었지…
그래도, 마음에 든다고 해 주셨는데. 몸이 따듯해 진다며.


"무슨 생각 해?"

…아,
잠시 옛 생각을 했던 것이, 꽤나 멍해 보였던 것일까.
커피잔을 들여다 보고 있던 내게 마루가 물어 온다.

"별 것 아니다."

그렇게 둘러대고 커피를 입에 대자, 마루는 무언가 다시 말을 하려는
듯한 눈치를 거두고 따라서 커피를 마신다. 묘하게 내 행동에
하나하나 따라와 버리는 것 같은 그의 행동.
그렇게 깊은 한 모금을 찬찬히 들이킨 뒤, 컵을 내려 놓는다.
그러자, 그도 컵을 내려놓는다.
탁자 위에 놓여진 비슷하게 반쯤 비어진 두 잔.

그리고 그가 다시 날 바라볼 때 즈음, 난 다시 컵을 들었다.

"…"

마루는 또다시 무언가 말을 꺼낼 듯 하다가 멈추고 나를 따라
커피잔을 들었다.

타악, 다시 잔을 내려 놓는다. 마루도 잔을 내려 놓는다.
다시 잔을 든다. 마루도 잔을 든다.

"……"

또다시 무언가 타이밍을 놓친 것 같은 느낌으로 애매하게 잔을 드는
마루를 난 시선을 움직이지 않은 채 지켜보았다.
그리고 내가 잔을 내려놓을 때에 맞추어, 그는 잔을 내려놓는다.
나란히 비어 있는 두 커피잔. 머뭇거리며 다시 무언가 말을 꺼내
보려는 마루, 그리고…

"풋."

작게, 난 웃음을 터트려 버린다.
어째서, 무엇이 우스운지, 난 작은 웃음소리를 입 밖에 내고 만다.

그리고, 에, 하는 멍한 소리를 내며 있는 마루를 뒤로 한 채,
난 자리에서 일어나 버렸다.

웃음을 감추기라도 하는 걸까, 왠지 모르게 난 훌쩍 계단을 오른다.

"방 정리를 하고 오겠다."

그 한 마디를 남겨둔 채 올라온 2층의 방, 들어서자마자 왠지 모르게
웃음이 나와 버린다.

"쿡, …아하하."

무엇이 우스운지 나 자신에게도 설명 하지 못한 채,
난 그렇게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얼마만에 웃는 것일까, 웃을만한 일이 있었던가.
웃음이 잦아들었지만, 그 묘한 웃음의 느낌이 계속 눈가를 맴돈다.


기왕 올라온 김에 외출복은 벗고, 시간도 시간이니만큼 잘 준비를
해 볼까. 나이트웨어를 입고, 방을 나갈때는 그 위에 가운을 하나
걸쳐 주는 정도.

그렇게 옷을 벗고, 나이트웨어를 꺼내어 입으려는데, 뒤쪽에서
무슨 소리가 난 것 같아서 돌아보았다.

"아."

"에렐, 전화를 놓고 갔어, 전화가 왔…"

마루는 잠시 굳은 채 내가 닫지 않고 들어온 문 앞에 서 있었다.



……
난 재빨리 나이트웨어를 입고, 가운을 걸친 뒤,
굳어 있는 마루의 손에서 조용히 울리고 있는 전화기를 받아 들었다.
그리고, 번호를 확인,

이라지만 내가 이 곳에서 아는 번호는 마루의 번호 하나 뿐이다.
당연히 모르는 번호일 수 밖에 없다.

"누구냐."

지금 나에게 이 나라에서, 게다가 이 시간에 전화가 올리가
없었기 때문에, 난 일부러 조금 퉁명스럽게 전화를 받았다.
게다가 아누라크의 언어. 하지만 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온 말은
나를 놀라게 만들었다.

"에렐리니아, 전화를 너무 무섭게 받는 것 같은걸…"

나도 모르게 놀란 목소리를 내고 말았다.

"……로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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