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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무제.

2008.01.28 04:17

ronian 조회 수:205

그 날은 달빛이 매우 아름답게 빛나던 밤이었다.
창가에 걸터앉아 하늘을 보니 더더욱 달이 가까이 보였고,
날씨도 선선하고, 바람도 상쾌한 그런 밤이었다.

그러나 나는 그 순간 세상의 파멸을 꿈꾸고 있었다.

뱅글뱅글 쳇바퀴처럼 돌아가는 일상 속에서,
한없는 무의미함을 느끼는 이 삶을 다시금 되삼키며,
어떤 일이든지 좋으니 나에게 <자극>을 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순간 <그녀>가 내 앞에 나타났다.
아니. 그녀라고 칭할 수 있을까? 단지 어렴풋이 무엇인가를 느끼고 있었을 뿐이지만
그 당시의 나는 그 알 수 없는 무엇을 나를 꼭 안고 있는 여성처럼 느꼈다.

그리고 그녀는 부드럽게 나를 쓰다듬으며 속삭이기 시작했다.



[네가 현실로서 존재한다고 믿는 이 세계가 얼마나 부서지기 쉬운 곳인지 알고 있어?]

‘아아 그래. 나를 이렇게 짓누르고 있는 이 세계가 부서지기 쉬운 곳인가? 어째서?’


[인간은 사회를 구성하지 못하면 살 수 없다고 하지만 사회를 이루는 그 순간. 적과 나로 갈라지게 되어있어. 인간의 가장 큰 적은 바로 인간이거든]

‘개인은 약하니까 사회를 이룰 수밖에 없잖아? 그게 왜?’


[하나가 되면 주변의 모든 것을 자신을 위해 바꾸며, 둘이 되면 단체를 이루어 주위를 파괴하고, 셋이 되면 하나와 둘로 나뉘어 하나를 핍박하는 둘이 존재하게 되는 곳. 그건 단지 악의로서 악의를 상대하고 나를 위해 남을 짓밟기 위한 곳이야.]  

‘아아……. 그건 나도 가끔 느껴온 그것. 인간을 위해 모든 것이 존재하며 돌아간다는 사고. 세상에 미친 듯이 넘쳐흐르는 독기와 악의.’


[이곳이 네가 여태껏 선의로만 충만하다고 여겼던 세상의 진실이지.]

‘그 진실이 왜? 무엇이 달라지지?’


[후후. 어서 와. <우리>는 너를 반기고 있어. 그 진실을 아는 너는 <자격자>가 될 소질이 충만하니까. 중단하기엔 이미 너무 늦었어. 안 그래? 세상을 찢는 하나의 <칼날>을 넌 이미 가져버렸어.]

‘세상을 찢는 칼날? 세상을 찢는…….’


[아마 너 자신조차 파멸시킬 <칼날>이겠지만 뭐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없어. 중요한 건 ‘너’와 ‘나’의 접점이 지금 이 순간부터 생겼다는 거야.]

‘나의 파멸과 너와 나의 접점……. 그래. <칼날> 이로군.’


내가 가진 세상을 찢는 <칼날>을 인식한 순간.
난 그것을 휘두르지 않고서는 못 견딜, 세상의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충동을 느꼈다.
나라는 존재의 파멸은 아무래도 좋았다.

나에게 다시는 느껴보지 못할 정도의 자극을.
세상을 뒤덮은 악의와 독기 속에 점점 침잠해 가는 나에게 구원을.
이 악의가 악의를 낳는 세상을 찢어버릴 힘을.

그리고 나는 그 <칼날>을 있는 힘껏 휘둘렀다.
그 순간 내 안의 모든 것이 조각나는 듯한 고통과 함께 그와는 다른 환희가 온 몸을 스멀스멀 잠식하고 있었다.
고통과 환희라는 정반대의 감정의 격류 속. 혼탁해지는 의식 속에서 들려오는 새하얗게 웃는, 아름답기 그지없는 <그녀>의 목소리가 들렸다.

[미래에 온 것을 환영합니다. 나의…….]

내가 마지막으로 들은 것은 여기까지다.
지금 이 순간도 가장 아쉬운 것은 <그녀>가 나를 뭐라고 불렀는지 못 들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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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꿈사에 다닌지 몇년인가요 -ㅅ-;;

언제나 설정만 부여잡던 제가 뭔가 하나 올리긴 하네요?

오오 신기합니다 박수박수 [...]

일단 제목도 없습니다. 내용도 짧습니다. 주제?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

뭐 보시다시피. 단편이라고 올렸긴 한데요.

대화가 전부죠 네에- [...]

하긴 프롤로그틱한 기분으로 끄적였으니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먼산]

계속 안될 가능성이 9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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