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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1. 4 초회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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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몇주간의 시간은, 아이들로 하여금 학우의 죽음이라는 충격에서 꽤나 벗어나게 해주었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일상을 살아가고있다. 죽은 여학생의 책상은 교실 앞쪽으로 옮겨졌고, 그위엔 아직도 꽃병과 싱싱한 꽃이 꽂혀있었다.
"카미루, 언제까지 할거야?"
"한달정도만. 언제까지 이럴순 없겠지."
그 꽃은 코야마 카미루가, 전학온 자신에게 가장 먼저 잘 대해준 여학생에대한 애도의 표현이었다. 카미루는 그녀의 장례식 이후에도 계속 꽃과 물을 새로 갈며 그녀의 책상에 놔 주었던 것이다.
그런 나날들이었다.

삭(朔).
만월(滿月)과는 또다른 마력이 깃든 밤.

카미루는 하늘을 올려다보고있다.
달이 없는 하늘은 주변의 별들이 더욱 밝게 빛나게 해준다.
'그러고보니...'
그 아이가 죽은 것도 이렇게 미즈루랑 하늘을 바라본 다음 날이었구나...
그런 생각을 하며 돌아섰다.
'그래. 언제까지 우울해져 있을 순 없지.'
베란다의 문을 닫으며
"이만 자야지..."
닫으며...
활짝-카미루는 문을 다시 제쳐 열었다.
"?!"

살기.
미약하나마 느껴진다. 근처에서 기운을 완전히 숨기지 못하거나 원래 미약한 기운이 아니다. 멀리서 오기때문에 그만큼 약하게 느껴지는 기운.
하지만 그런 기운을 느낄 수 있었던건 카미루가 훈련을 받았기 때문만은 아니다.
'날...향한? 아니, 이런 느낌은...'
분명 다르다. 자신에게 향해있지만 자신에게 향한 것이 아닌 살기.
'무차별적으로?!'
대상은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닿는 범위 내에 있는 모든것에게 내뿜는 살기. 근원이 어디인진 모르겠지만, 분명 강한 기운일 것이다. 평범한 사람은 이런 살기를 내뿜을 수 없다. 분명 보통이 아닌 존재이다. 결코 흘려보낼 수 없다.
카미루는 얼른 안으로 들어간다. 잘때 입는 옷이지만 지금은 갈아입을 여유같은건 없다. 카미루는 집 안 깊숙한 곳으로 들어간다.
"어, 언니?"
중간에 미즈루와 마주치며 부딛칠 뻔했다.
"무슨 일이야? 이렇게 급하게?"
"미안 미즈루! 급한 일이야. 갔다와서 설명해줄게."
카미루는 그렇게 말하며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으로 갔다.
"서, 설마 언니, 혈해를 가져가려고?!"
미즈루가 놀란다.
"아니. 혈해를 꺼낼 정도는 아닌것 같아. 하지만 좀 먼곳인것 같아서-공간을 이용하려고."
카미루는 급하게 계단을 내려간다. 나무로 된 가옥이지만, 어느정도 내려가니 돌로 된 차가운 계단이다. 그 아래엔 어두운 공간이 무겁게 내려앉아있다.
"나도 같이 가!"
미즈루도 따라 내려가지만,
"괜찮아. 나 혼자 갈게. 아까 살기 느꼈지? 보통은 아니지만 분명 그걸로 끝이야. 무슨 일이 있을것 같진 않아. 확인만 하고 올거니까 괜찮아. 그리고 이 문은 한번에 한명씩 밖에 못가잖아?"
그렇게 말하며 그들은 작은 문 앞에 섰다. 완벽한 원형의 돌문. 가운덴 주먹이 들어갈만한 구멍이 뚫려있고 그 위 아래로 금이 가있다. 작은 문이지만 돌문이라 열기엔 무거워 보인다.
카미루는 왼손 엄지손가락으로 오른손바닥을 크게 찢었다. 손에서 피가 넘쳐흐른다. 그리고 그 손을 문 가운데 있는 구멍에 넣는다.
카미루의 손바닥에서 흐른 피는 문의 구멍에 떨어지고-떨어진 피는 위 아래로 갈라져있는 틈에 흘러간다. 그리고 그 무거워 보이는 돌문이 좌우로 열렸다.
문이 열렸지만 안에는 아무것도 보이지않는 어둠이다. 하지만 피냄새가 난다. 카미루가 손바닥을 찢어 흘린 피의 냄새가 아니다. 그것보다 훨씬 많은양의, 짙은 피냄새.
"다녀올게."
카미루는 그렇게 어둠속으로 걸어들어갔다.


...02
카미루가 문 안으로 들어가기보다 조금 전.
그녀가 하늘을 보면서 감상에 잠겨있을때 즈음. 시간으로 따지면 5분 남짓한 짧은 시간.
코야마가로부터 수 킬로미터 떨어진 도심의 건물 옥상. 그 위엔 여러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서 있는 사람들은 단 한명. 나머지 사람들은 모두 바닥에 누워있거나 쓰러져있다. 죽은 사람은 없다.
검은 머리카락에 검은 눈동자-리겔 아마츠는 한손엔 검정색의 공책을, 한손엔 녹슨 검을 들고 있다.
쓰러져있는 사람들중 죽은 사람은 없다. 모두 숨을 쉬고있다. 하지만 그것뿐이다. 건물 옥상의 바람은 쌀쌀할텐데도 몸을 움추리거나 떠는 사람도 없다. 그것뿐이다. 숨을 쉬고있지만 단지 연수에서 내리는 명령으로 횡격막과 늑골이 움직이고 있을 뿐. 벌써 몇명은 호흡이 흐트러지며 비정상적으로 숨을 내쉬고있다.
리겔은 질렸다는듯이 공책을 옥상 바닥에 던져버렸다. 그의 왼손엔 어느새 검집이 생겨났고, 그가 녹슨 검을 꼽자 검집은 나타났을때처럼 어느새 사라졌다.
"......"
리겔은 건물에서 다음 건물로 뛰듯이 공중으로 몸을 날렸고 어둠속으로 사라졌다.

그리고 카미루는 아직 어둠 속에 있다. 이미 정체 모를 살기는 사라졌지만 그 근원지는 알아냈다. 머리속에 지도가 그려진다. 위치는 코야마가로부터 수 킬로미터 떨어진 도심. 그 도시의 어딘가에 있는 건물...그 건물의 옥상. 그리고 그곳엔-바닥에 쓰러져있는 많은 사람들.
'...?!'
거기까지 이미지를 마친 카미루는 얼른 다시 어둠속으로 한발짝을 내민다. 카미루의 몸은 어둠속으로 녹아들었고 이내 사라졌다.
건물 옥상. 그곳에 무언가 일그러진듯한 현상이 생겼다. 허공에 사람 한명 지나갈만한 검은 원이 생기고-그 원은 돌문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돌 문이 좌우로 열리더니 그 안에서 카미루가 나왔다.
"...!!!"
카미루는 옥상의 광경을 보고 놀랐다. 아까 공간 안에서 이미지를 했지만 이렇게 보니 느낌이 다르다. 얼른 사람들에게 뛰어가 그들을 살펴본다.
"이봐요, 괜찮아요?"
카미루는 한 사람을 붙잡고 흔들어본다. 숨은 쉬고있지만 반응이 없다.
"저기요, 제 말 안들리나요?"
다른 사람에게 옮겨가 역시 불러보지만 반응이 없다.
그렇게 한사람 한사람 모두를 불러보았지만 전부 똑같다. 모두들 숨은 쉬고있지만 의식이 없다. 게다가 다수는 이미 호흡이 흐트러져 좋지 않은 상태이다.
"......"
카미루로선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내려가서 경찰이나 119에 연락해야지...하며 옥상 계단으로 나가려 했다. 그런데-그녀의 발치에 무언가 차였다. 그녀는 그것을 들어보았다.
어두워서 제대로 보이진 않지만 대충 알아볼 순 있었다. 검정색 표지의 책자. 아니, 공책.
"검정색...공책?"
그녀의 심장이 고동친다. 설마-
하지만 그게 급한것이 아니다. 그녀는 얼른 계단을 내려갔다. 20층이 넘는 건물이지만, 10칸 정도의 한 계단을 한번에 뛰어 내려왔기에 다 내려오는덴 2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건물 1층의 로비엔 아직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그 사람들에게 말했다간-자신도 경찰과 엮기고 말것이다. 공중전화로 가서 신고만 하는것이 제일 좋다.
그렇게 그녀는 건물 밖으로 나와 공중전화 부스로 들어갔다.
이런 경우-어디에 전화해야할까...
하지만 인명이 우선이라 생각하여, 그녀는 119에 연락해 지금 상황을 간단히 전하고 그곳에서 벗어났다.
'저 사람들은 어떻게 되는것일까...'
그렇게 생각하며 그녀는 밝은 곳으로 나갔다. 아까 주운 공책을 보기 위해서였다.
'가스중독이라든가-그런것일까? 하지만 저렇게 트인 곳에서...어쨌든 별 탈 없이 모두 일어나면 좋을텐데...'
그렇게 생각하며 공책을 펴보았다.
......
설마가 사람 잡는다고 했던가? 하마터면 그녀는 공책을 떨어트릴 뻔했다.
"그녀석..."
공책은 앞 뒤가 모두 똑같이 검다. 어느쪽이라고 표시해놓지 않으면 어디가 앞인지 구분할 수 없을것이다. 그렇기 때문인지-공책은 앞 뒤쪽 모두에 무언가를 써 놓았다. 한쪽은 극소수만이 사용하는 문자. 날짜까지 그 문자로 써 놓은 일기이다. 다른 한쪽은 무엇을 써 놓았는지 알 수 없는 문자. 적어도-인류 문명상 이런 문자는 없었을 것이다-하는 글자.
공책의 표지 안쪽엔 카미루가 읽을 수 있는 글자로 이렇게 쓰여있었다.
Rigel Amatsu
"무슨...짓을 하고 있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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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혹은 그 미만의 것

다시 뵙는 분들, 반갑습니다.
처음 뵙는 분들, 처음 뵙겠습니다.
라는, 어디선가 본 듯한 느낌이 드는 맨트로 시작해도 되렵니까?
음...이것도 전에 써먹은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 말이죠...
뭐 괜찮습니다.(←)
어쨌든 이번에도 n번째 세계-코야마가- 세번째 이야기를 무사히(인지 아닌진 모르겠지만) 끝마쳤습니다.
일단...
짧아 짧군요 짧잖아의 삼단활용.
하아...이번엔 무려 두시간도 안걸렸어요오...
저야 물론 길게 쓰고싶었는데-내용상 여기쯤에서 끊어야 할것같고,
더 가자니 그 다음에 끊을만한 부분은 한참 뒤인것같고! 그래서 어쩔수 없었습니다...
용서해주세요...(라지만 신경이나 쓰는 사람이 있을지OTL)
이야기는 점점 달려갑니다.
랄까-지금 머리속으로 스토리 구상을 하면서 생각해보니까...
과연 이 스토리 제목을 '코야마가'로 해도 괜찮을지 모르겠네요...
음...다른 스토리가 주가 될것같아<<<

차치해둡시다.(←)
언제나 가장 먼저 읽어주시는 제 1번독자 앨리군에게 감사를.
그리고 코야마가 스토리의 아버지격 되는 코야마군(무려!)에게 감사를.
항상 좋은 답변 달아주시는 카루나님께 감사를.
제 글에 정확한 비판을 해주시며, 이번에 MB 문학게시판 관리자가 되신 클립마인드님께 축하와 감사를.
그 외 리플은 없어도 매번 제 글을 읽어주시거나 한번이라도 읽어봐주신 분들께 감사를.

랄까-꼭 뭐 대단한 것처럼 말하는군요(←)

그럼 이만 줄이겠습니다.(←또 후기만 엄청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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