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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12. 29 초회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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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달이 없네."
마루에 걸터앉아 카미루가 말한다.
"하지만 그 대신 별들이 더 밝게 보이잖아?"
미즈루가 그 옆에 앉았다. 자-하며 카미루에게 음료 캔을 건내준다.
"고마워...에, 미즈루 이거 술이잖아!"
"응?"
확실히 그녀의 손에 들려있는건 알콜도수 4.3%의 맥주.
"이게 뭐 어때서?"
"너, 아무리 대학 졸업했다지만 미성년자가 술을!"
"언니~맥주 한캔 정도는 술도 아니야~ 뭐 이정도로 그래?"
그래도-라고 카미루는 항의하지만, 미즈루가 막는다.
"그러지말고 언니도 한번 마셔보지그래?"
우웅...하고 고민하는 카미루지만, 이내 캔을 딴다. 푸슉-하는 시원한 소리. 캔 입구에서 하얀 거품이 나온다.
푸슉-미즈루도 자신의 캔을 따고 입으로 옮긴다.
"아~좋다~"
아저씨같은 대사를 하지만, 그런건 신경쓰지않는다.
"콜록, 콜록,"
하지만 카미루는
"뭐야 이거...쓰고 맛 없어..."
"......"
풉, 하고 무언가 뿜는 소리. 이내
"아, 아하하하하!!!"
미즈루가 웃기 시작했다.
"뭐야 언니~ 맥주도 못마시는거야? 정말...우리 언니 곱게 컸네."
달은 없지만 별이 밝은 하늘을 보며 유쾌하게 웃는 미즈루.
"이런거 마시기 싫어..."
"그러지말고, 오늘 한번만 마셔. 이것도 마시다보면 괜찮아질거야."
카미루는 그런 미즈루의 말에 어쩔 수 없이 홀짝거리며 맥주를 마셨다.

삭(朔).
달이 없는 밤은, 달이 충만한 만월(滿月)과는 또 다른 마력이 있다.

"이런 생활이 계속됐으면 좋겠어."
카미루가 말한다. 그녀의 얼굴은 이미 붉게 상기되어있었다.
"응?"
"이런 생활...학교에 다니고, 친구들과 이야기하고...이번 시험도 잘 봤고...미즈루와도 즐겁게, 앞으론 맥주도 마실 수 있게 되고..."
카미루는 자신의 소망을 말한다.
지금까지 자신은 특별하게 자라왔다. 특별한 환경에서만 자라왔기에 자신이 보통인줄 알거나 하지 않는다. 자신이 다르다는걸 알고있다. 하지만 그런건 싫다. 아니, 싫다기보다-지금의 생활이 더 좋다. 택할 수 있다면 당연히 더 좋은걸 선택할것이다.
"가능할거야...분명."
미즈루도 확답을 해준다.
"앞으론 나쁜 일 없이 즐겁게 지낼 수 있을거야..."

하지만 그 바람이 깨져버리는건 분명 [세계]의 장난일것이다.

  

...02
불안해서, 잠을 이룰 수 없었다.
무엇이 자신을 불안하게 하는지는 몰랐다. 적은 양이지만 술을 마셨는데도, 게다가 알코올에 익숙하지 않은데도, 잠이 오지 않는다. 다만 카미루는, 희미한 피냄새를 맡은것 같았다. 하지만 신경쓰지 않기로 했다.
'어디서 누가 손이라도 베인거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잠을 청하려 했지만, 좀처럼 잠이 오지 않았다. 덕분에 아침에 늦잠을 잤다.
"......?"
카미루는 아침 일찍 학교에 가는 편이다. 가끔은 자신이 교실 문을 열고 들어갈때도 있지만, 늦잠을 잤기에 이날은 이미 대부분의 아이들이 와 있던 상태였다.
분명 이상을 눈치챈것도 그때.
교실 분위기가 다르다. 무언가 가득 침채되고 가라앉은 분위기.
그리고-카미루의 옆쪽 책상 위에 꽃병이 하나 놓여있다. 하얀 국화꽃이 꽂혀있는 꽃병이.
카미루는 이 상황이 무엇인지 알지 못했다. 하지만...불안한 느낌이 들었다. 하얀 국화꽃이면...설마? 하는 마음은 있었지만, 나쁜 생각은 하지말자며 억지로 생각을 억눌렀다.
그리고 선생님이 들어오셨다. 선생님도 어두운 표정이시다.
"           、      ˚       "
선생님이 뭐라고 말씀하셨지만 알아듣지 못했다. 아니, 알아듣지 못했을리가 없다. 다만-카미루의 머리속에서 그 이야기를 알아듣기를 거부했기 때문일것이다.
일부 학생들은 울음을 터트렸다.
그럴리가 없다.
전학 온 첫날, 가장 먼저 자신에게 말을 걸어주고
자신의 좋은 점을 솔직하게 칭찬해주면서 질투하지않고
항상 즐겁게 웃던

'어째서...?'
사람은 죽을 수 있다. 아니, 누구든 죽는다.
그래-피할 수 없는 생물적 한계인 것이다.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그녀가 죽기엔 아직 너무 이르다. 한창 젊음을 느끼며 생명이 고동칠 시기에 끊겼다.
물론 사람이 요절하는것은 드문 일은 아니다.
카미루가 이렇게 어지러운 것은 그게 오늘이기때문.
바로 어제 저녁, 미즈루와 얘기하며 평온함이 계속되길 바랐던, 다음날이기에.
카미루는 정신이 혼란스러웠다.

그날 수업 자체는 특별히 다를게 없었다. 들어오는 교과 선생님마다 모두 죽은 여학생을 위해 애도를 표했다는 정도. 학생들이 모두 불안함을 감추지 못하고, 또 여러 학생들이 넋을 빼놓고 있었다는 정도. 어찌보면 당연한 상황. 그렇게 하루가 끝났다.
수업이 모두 끝나고 카미루는 가방을 챙기고 있었다.
"음?"
그러다 서랍속에서 무언가를 발견했다.
"아..."
이전의 검정 일색의 공책. 평소엔 책상속에 필통밖에 넣지 않는 그녀이기에 이제까지 눈치 못채고 있었다. 그녀는 남의 물건인줄 알면서 다시 그 공책을 펴봤다.
"             。          "
여전히 알 수 없는 글자들. 그러면서 그녀는 공책을 팔랑팔랑 뒷쪽까지 넘겨봤다. 거기엔-
공책은 앞쪽부터 1/3정도를 썼다. 그리고 가운데 1/3정도는 비어있다. 그리고 뒷쪽 1/3정도에 다시 무언가 쓰여있다.
하지만 달랐다. 이 공책은 뒤부터 펴면 그쪽이 앞이 되도록 앞 뒤 모두에서 쓰기 시작한 공책이었다.
"?!"
그녀는 공책을 뒤집어 뒤쪽-이제는 앞쪽이 된-부터 펴보기 시작했다. 그곳엔 다른 문자로 무언가가 쓰여있었다. 아마 웬만한 사람들은 이 글자들을 봐도 무슨 글자인지 모를것이다. 하지만 카미루는 아니다.
"이건..."
카미루는 이 문자를 안다. 분명 현재 지구상에서 이 문자를 사용하는 국가는 없다. 매우 소수의 민족만이 쓴다고 들었다. 카미루는, 왜 배우는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이 문자를 배웠다.
확실히 읽을 수 있었다.
그것은 일기였다.
날짜까지 같은 문자로 써 놓은 일기.
그녀는 놀라운 마음에 남의 일기인줄 알면서도 그것을 읽기 시작했다.

...
......
.........

내용은 특별한게 없었다. 그냥 그날 어디서 무엇을 했다고 적은 정도. 무언가 특별한게 없는 날은 그냥 날짜와 날씨만 적어놓었다. 하지만 카미루가 당황을 감추지 못한 부분은 하루도 빠짐없이 적어놓았다는 것이다.
분명 선생님은 이 자리의 원래 주인 학생은 학교에 나오는 날을 손가락에 뽑을 정도라고 했다. 카미루도 그 학생을 단 한번도 본 적이 없다.
하지만 그 일기엔 올해 초부터 단 하루도 빠짐없이-심지어 공휴일까지-일기(날짜)가 적혀있었다.
그냥 미리 적어놓은걸까? 라고 생각도 해봤지만, 요 며칠 사이와 특별한 날의 날씨를 생각해보니 모두 일치했다.
카미루는 무언가 신비로우면서도 두려운 마음에 공책을 다시 처음으로 폈다. 그러자 처음엔 눈치채지 못했던, 공책 표지 안쪽에 쓰여있는 것을 보았다. 같은 문자로 쓰여있는 말. 그것을 읽자
"리겔...아마츠?"
공책 주인의 이름인것 같았다.
'Rigel이라고 쓰는건가? 특이한 이름이네. 별 이름이라니...'
카미루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하며 카미루는 그 공책을 자신의 가방안에 넣었다. 그리곤 마지막으로 죽은 옆자리 여학생에게 묵념을 하고, 교실에서 나왔다.

다음날, 반 아이들중 몇명이 대표로 여학생의 장례식에 가기로 했다. 학급 임원들과 그녀의 남자친구, 그리고 카미루도 가기로 했다.
장례식장은 조용했다. 그녀의 부모님들도 이미 기운이 다 빠지셨는지, 울지도 못하고 허망하게 앉아계실 뿐이었다. 그들은 조용히 묵념을 하고, 오래지않아 그곳에서 나왔다.
모두가 말이 없다. 다만 그녀가 그곳에서 들은것은, 그녀가 죽은 모습이다. 그러고보니 지금까지 왜 죽었는지 듣지 못했었다. 다른 문안객들이 하는 말을 들은 바로는, 그녀는 어떤 외상도 없고 약물을 먹거나 가스를 마신 흔적도 없으며, 심장마비도 뇌진탕도 아니었다고 한다.
알 수 없는 방법으로, 정말 평소와같이 평범한 모습으로-그녀의 집 베란다에서 죽어있었다고 한다. 마치 나이 많은 사람들이 잠자다가 편안히 죽듯이.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다른 학생들은 장례식장에서 바로 집에 갔지만 카미루는 학교로 돌아갔다. 어제 가져가버린 공책을 놔두러 가기 위해서이다. 카미루가 문을 열고 들어갔지만 자리엔 아무도 없었다. 수업을 들은 다른 학생들도 이미 귀가했을 시간이었다. 그런데 한 낯선 남학생-인듯한 남자가 교실 뒤에 서 있었다. 아직 학생으로 보이는 외모이지만, 교복도 입지않았다. 새카만 머리를 뒤로 묶고, 한 손에 검정색 종이로 표지를 싼 책을 들고 읽고있었다.
검정색 표지.
"아,"
카미루는 자리로 가면서
"저...혹시 이 자리, 원래 주인...?"
그제서야 남학생은 책을 덮고 카미루를 쳐다본다. 머리칼과같이 검정색의 눈동자. 하지만 투명하다는 느낌을 주는 카미루의 눈에 비해, 한없이 차갑고 날카로운 인상을 주는 시선. 무표정한 얼굴.
"음..."
그는 낮은 음성으로 대답한다.
"저...미안. 공책, 어제 깜빡하고 가져가버렸어. 요즘 내가 이 자리 쓰거든..."
카미루는 가방에서 공책을 꺼내 남학생에게 돌려준다. 그는 공책을 받아든다.
"괜찮다. 되찾았으니 됐어."
대답하는 그의 목소리도 낮은 음성이지만 차갑고 날카롭다. 무감정하다.
"하루 이틀정도 늦어도 문제되진 않으니까."
그는 뒤돌아 교실 문을 향해 걸어갔다.
"저...학교, 매일 오는거야?"
음?
그는 다시 뒤돌아본다.
"무슨 소리지?"
"그, 나도 생각없이 읽어버렸는데-아, 물론 일부로 읽을 생각은 아니었어. 일기...같았는데, 날짜가 매일 써져있어서..."
순간, 남학생의 표정이 변했다. 놀란 표정으로.
"어느쪽이냐?!"
그리고 다시, 화난 표정으로 얼굴이 변했다.
"어느쪽을 읽은것이냐?!"
그는 성큼성큼 걸어 카미루에게 다가왔다.
"에? 저, 그, 그러니까..."
카미루가 공책을 가리키고,
"어느쪽이라고 해야하면..."
남학생이 공책을 건내주고 카미루는 공책의 뒤쪽-어느쪽이든 앞쪽이 될 수는 있지만-을 편다.
"이쪽부터 쓴..."
...
"후..."
그가 한숨을 쉰다.
"다행이군. 그럼 됐어. 거의 쓰지 않는 문자인데, 읽을 수 있나보지?"
그의 표정은 어느새 처음의 무표정으로 돌아가있다.
"으, 응...어렸을적에 배운적 있어..."
"역시...위험했나..."
그는 그렇게 말하며 공책을 들었다.
"화내서 미안하다. 반대쪽은 중요한 내용이라서."
그렇게 말하며 그는 다시 문쪽으로 발을 돌렸다. 그러나 카미루는 다시,
"저, 그런데-정말 학교는 매일 오는거야? 그리고...반대쪽의 문자는 뭐야?"
그는 이번엔 고개만 돌려 그녀를 쳐다본다.
"학교는 매일 밤에 온다만만 네가 신경쓸 일은 아니야. 오늘은 공책때문에 좀 일찍 왔을뿐이고. 그리고...그 문자에 대해선, 알지 않는편이 좋을것이다."
그는 그 말만 남기고 교실을 떠나갔다. 카미루는 얼른 따라가 교실 문을 열어 복도를 봤지만, 이미 그의 모습은 사라지고 말았다.
"......"
의문만을 남기고 사라졌다.
"아, 그러고보니까 이름...확인 안했네? 리겔 아마츠? 맞으려나..."

그렇게 말하며 카미루는, 다시 떠나간 옆자리 친구의 자리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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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후기라고 치자

코드입니다.
오늘도 독서실에서 글을 끄적여봅니다.
n번째 세계-코야마가-
두번째 입니다.
네-드디어 리겔의 등장입니다. 뭔가 잔뜩 폼만 잡는 녀석인듯한 느낌?
이번 편에선 죽은 여학생과 그 남자친구가 잠깐 나오는데요, 유키오와 창주가 아니에요!
[...
소설을 읽어주신 분들이, 미즈루에대해 좋게 얘기해 주십니다. 기분 좋아요~

1. 독서실은 글이 잘 써진답니다. 지난 기말고사땐 왠지 잘 안됐지만, 최근엔 다시 잘 되네요.
2. 분량 늘리기는 이번에도 실패인듯 싶습니다. 묘사를 늘리려니 실력이 없고, 스토리를 늘리려니 머리가 아파요!!(←)
3. 오늘은 친구들과 조조로 영화를 보기로 했는데, 제가 늦잠을 자버려서 다른 영화를 봐야했답니다...
4. DB=비슷한거 녀석은 나쁜 녀석이에요. 좀 맞아야 정신을 차릴듯 한데, 맞아도 정신을 못차리네요(←)
5. 이제 곧 2008 무자년입니다. 모두 정해년의 마무리는 잘 되어가시나요?

이정도로 해두겠습니다.
음...글 쓰기전엔 후기에 쓸 말도 어느정도 생각해뒀는데
막상 쓰려니 또 생각 안나네요...

그럼 이만 줄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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