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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12. 27 초회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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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
거울앞엔 한 여성이 서있다.
검은 비단을 연상시키는 긴 머리칼은 단정하게 정리되어있다. 투명함이 느껴지는 검은 눈동자는 그와 대비되는 새하얀 피부에 더욱 돋보인다. 몸매는 척 보기에도 '스타일 좋다' 라고 할 수 있을것이다. 건강하지만 가늘고, 그러면서도 어딘가 '강함'이라는 인상을 주는 외모. 그리고 감출 수 없을듯한 커다란 존재감.
소녀라고 하기엔 성숙해보이고, 처녀라고 하기엔 앳돼보이는 미모의 여성.
"역시...너무 짧아..."
처음 입어보는 교복이라는 옷에, 코야마 카미루는 치마가 짧다는걸 느끼며 거울을 보고있다.
잿빛의 치마와 감색 블레이져, 붉은색 넥타이라는, 특별할것 없는 교복. 하지만 언제나 바지나 긴 치마 만으로 된 전통 복장을 입던 그녀에겐 너무나 짧다.
똑똑-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
"언니, 다 됐어요?"
"미즈루? 아, 다 됐어. 들어와도 괜찮아."
그리고 또 한명의 여성이 들어온다.
카미루와 놀랄 정도로 닮은 여성. 카미루가 긴 머리를 단정하게 정리해놓은데 비해 그녀는 짧은 숏컷이다. 그것만 아니면 둘은 매우 닮았다.
코야마 미즈루. 카미루의 여동생이다.
카미루가 전통을 지키는 보수적인 성격이라면, 미즈루는 현대적으로 나아가는 모습. 지금이야 카미루가 교복을 입고있지만 평소엔 전통복장을 입고있기에, 언제나 캐쥬얼하고 때론 파격적인 옷도 입는 미즈루와는 구분이 쉽다.(물론 머리길이로 구분하는게 더 쉽겠지만)
"이럴줄 알았어."
미즈루가 환하게 웃으며 말한다.
"언니...역시 교복도 엄청 잘어울려~"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카미루에게 안긴다.
"미, 미즈루..."
미즈루는 카미루를 안고 그녀의 가슴에 얼굴을 비빈다.
"언니, 역시 너무 예뻐~ 정말, 이러면 학교 보내기 싫어지잖아~"
카미루는 난감해 하면서도 동생을 어떻게 하지 못하고있다. 남들이 보면 낯뜨거울 장면일수도 있지만 아무렇지도 않게 행하는 미즈루이다.
"미즈루, 이제 가야..."
아-그제서야 미즈루는 아쉬워하며 카미루를 놔준다.
"나...잘 할 수 있을까?"
카미루는 학교가 처음이다. 걱정되는게 당연하다.
"당연하지. 나도 중간에 들어갔지만 이렇게 금방 다 끝내버렸는걸?"
"그야...미즈루는 똑똑하니까..."
카미루와 미즈루는 어렸을적엔 집안에서 교육받았다. 둘 다 미모에 부끄럽지 않을 정도로 뛰어났다. 다만, 카미루는 가문의 당주가 되기위해 다른 교육을 받았고, 학교에 갈 기회를 잃었다. 동생 미즈루는 그렇지 않았기에 초등학교에 편입해, 4년만에 대학과정까지 마치고 졸업한, 흔히 말하는 '엘리트' 이다.
사실 그녀의 능력이라면 2년 반이면 끝낼 수 있었을 과정이지만 그녀의 성격상 앉아서 공부만 하지 못하고 여러가지 문제도 일으키고, 학교도 빠지고 하다 늦어진 것이다. 물론 이로 인해 사회 생활에 '완전히' 적응해버렸지만. 그래도 그녀가 무사히 대학과정까지 마쳤기에 카미루 대신 당주일을 맡기로 하고, 카미루는 지금부터라도 학교에 나갈 수 있게 된것이다.
"언니~"
미즈루가 눈을 가늘게 뜨며 카미루를 쳐다본다.
"내가 언니 대신 집안일까지 봐주는데, 그러기야? '잘 할 수 있을까?'가 아니라 '잘해버려!'"
그리고 웃는다.
카미루도 그제서야 안정이 됐는지
"응. 고마워, 미즈루. 나 열심히 할게."
카미루와 미즈루는 대문으로 나갔다. 대문 앞엔 이미 고급 승용차가 대기해 있었다.
"차...타고 가는건가?"
"응. 여기부터 학교까지, 걸어가기엔 거리가 좀 되니까."
카미루가 가는 학교는 미즈루가 다녔던(약 6개월만에 졸업했던) 학교로, 미즈루만큼은 아니라도 엘리트들이나 부자집 자제들도 다니기에, 차를 타고 등교하는 학생들도 많진 않아도 있는 모양이다.
"그럼 다녀올게."
"응. 걱정말고 잘 다녀와. 언니라면 잘 할거야."
코야마 카미루는 동생 코야마 미즈루의 배웅을 받으며, 그렇게 첫 등교를 했다.
'나도 '비범'의 일상이 '평범'으로 바뀌는거야-'
그런 생각을 하며...



...01
"자, 카미루양? 이제 들어오세요."
담임선생님의 말이 끝나고, 교실의 문이 열렸다.
한발짝-두발짝-
문에서 한 여성이 들어오면서 교실에 우와-하는 소리가 퍼진다.
검은 비단결을 연상시키는 긴 머리결. 투명한 검은 눈동자와 그를 더욱 돋보이게 만들어주는 새하얀 피부. 가늘면서도 어딘가 강인함을 느끼게 해주는 몸. 그리고 감출 수 없을듯한 커다란 존재감.
코야마 카미루는 교탁 앞에 섰다.
"코야마 카미루 양이에요."
"코야마 카미루 입니다. 저...학교는 처음 다니는 거라 모르는게 많습니다. 그러니...이것저것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잘부탁드립니다."
환호성과 우레와 같은 박수소리. 진정되는데까진 꽤나 시간이 걸렸다.
"자리는 저기 중간에 빈 자리 있지? 일단은 저기 앉아요. 어차피 저 자리 주인, 학교 오는 날을 손에 꼽을 정도니까."
선생님은 그렇게 말씀하시며 교실 중간보다 약간 앞쪽의, 꽤나 좋은 자리를 가리켰다.
"예?"
라고 물음을 표하지만,
"그럼 카미루양, 잘해봐요~"
라며 선생님이 교실에서 나가버려  그 물음은 금방 묻혔다.
카미루는 선생님이 가리킨 자리로 가서 앉고, 가방을 걸어놓았다. 좋은 학교답게 의자도 책상도 꽤 좋다. 시간표는 지난번에 받아놓았으니...1교시 과목을 떠올리고 가방에서 새로 받은 교과서와 필통을 꺼낸다.
"아, 코야마양? 1교시는 교과서 안써. 프린트로만 수업하니 선생님께 새 프린트 달라고 해."
옆자리에 앉은 여학생이 그렇게 말해준다.
"어, 아? 고마워."
쓸모가 없었네-그렇게 생각하며 카미루는 일단 교과서를 서랍안에 넣어놓는다. 그런데
"응?"
서랍안엔 공책이 한권 놓여있었다.
앞 뒤로 아무런 무늬도 없는 검정색 공책. 평범한 크기에, 약간 두꺼운 공책이다.
'이 자리 원래 주인이 쓰던건가? 학교 거의 안나온다더니...'
카미루는 그렇게 생각하며 무의식적으로 공책을 펴본다.
'아, 함부로 펴보면...'
이라고 생각하지만, 그 생각은 공책 안에 써 있는 글자에 의해 정지당한다.
'             ˚      '
내용에 눈이 끌렸던게 아니다. 왜냐하면 읽을수 없기 때문이다.
카미루는 집안에서 엘리트 교육을 받았다. 그중엔 외국어도 포함되어있었다. 그것도-많은.
덕분에 카미루(와 미즈루)는 세계의 주요한 국가 언어들은 웬만큼 말하고, 듣고, 쓰고, 읽는게 모두 가능했다. 하지만 이 글자는 읽을 수 없었다. 어디 크지 않은 국가에서 쓰는 글자이거나 사용 인구가 적은 언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아니라고-카미루는 직감했다. 이유는 알 수 없다. 다만 그렇게 느껴진다.
왠지 확신이 간다. 이 언어는 인간이 쓰는 글자가 아니다.
단순히 낙서를 해 놓은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규칙이 있는듯 싶었다.
개인이 만든 글자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기엔 너무 존재감이 크다.
카미루는 무언가 느꼈다. 이 글자, 언어는 인간의 언어가 아니다...적어도, 현대에서 사용되는 언어는 아니다...그럼?
이런 의문이 전학 첫날의 시작부터 그녀를 감싸기 시작했지만, 그것도 1교시 교과 선생님이 들어오며 깨져버렸다.
'뭐...별것 아니겠지.'
카미루는 공책을 덮으며 다시 서럽속에 넣었다. 학교에 거의 나오지 않는다고 해도, 언젠가 나오게되면 챙겨가겠지.


점심시간. 이 학교도 기본적으로 도시락과 학생식당, 매점으로 나눠진다. 카미루의 경우 첫날이기에 도시락(by 미즈루. 사랑이 듬뿍!)을 들고왔다.
"미즈루...나, 혼자 이만큼 못먹는데..."
라는 중얼거림을 하게 만든것도 당연하다. 이 또래의 남학생들이라면 몰라도, 여학생인 카미루에겐 충분히 많고도 넘치는 양의 도시락이다.
"도시락 내용은 훌륭하다만..."
"저 코야마양, 같이 앉아도 될까?"
고개를 들어보니-아까 옆자리에 앉은 여학생이 다가와있다. 그 여학생도 도시락을 싸왔는지, 함께 먹자는 뜻인가보다.
"아, 물론이야."
카미루는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도시락을 당긴다. 고마워-라고 말하며 그 여학생은 카미루의 맞은편에 앉는다.
"헤에...코야마양, 도시락이 굉장하네?"
"아, 이건...첫날이라고 동생이 좀..."
미즈루에겐 고맙지만 내일부턴 역시 덜 싸달라고 부탁해야겠다.
"괜찮다면 같이 먹을래? 나한텐 많거든."
"아, 그래도 돼? 고마워~"
여학생은 정말 행복한듯한 표정이다. 이게 그렇게 대단한 일인가-싶은 카미루였지만, 아무래도 상관없다.
교실은 꽤 비어있다. 아무래도 식당과 매점이 있으니, 귀찮게 도시락을 싸오는 학생은 적은가보다. 교실에 남은 사람은 6명. 하지만 그중에서도 싸온 도시락을 먹는건 카미루를 포함해 3명뿐이다.
"코야마양, 공부 잘하더라? 선생님들 질문에 거침없이 대답하고..."
"으응, 사실 예전에 다 배운거라..."
실제로 전학 첫날이라며 오전 수업의 선생님들은 카미루에게 이것저것 질문을 했다. 그때마다 카미루는 모든 질문에 거침없이 대답을 했다. 미즈루 만큼은 아니지만, 카미루도 엘리트 교육을 받은만큼 현재 학교 수준은 한참 밑일것이다. 그녀가 학교에 다니기 시작한것도, 어떤 면에선 사회활동의 일환이라는 점이 더 크기도 하다.
"거기다 가까이서 보니 더 예쁘네? 아까 남자애들이 힐끔힐끔 보는거 눈치챘어?"
음?
카미루는 고개를 갸웃거린다. 분명 뭔가 시선이 느껴진것도 같은데-별로 신경쓰지 않았다.
"하긴...나도 눈길이 가는 미모인데...거기다 공부도 잘하고...안돼 코야마양! 내 남자친구 뺏어가면?!"
갑자기 여학생의 표정이 절망적으로 변하더니, 다시 갑자기 쿡쿡쿡-하고 웃는다.
이런 개그를 이해할 수 없는 카미루지만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카미루도 같이 웃어준다.
"아, 그리고 난 그냥 카미루로 불러줘. 코야마양...별로 익숙하지 않네..."
"괜찮아? 야호~그럼 카미루~"
사실 저 말엔 사실이 반밖에 담겨있지 않다. 분명 카미루는 '코야마양'이라 불리는데 익숙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카미루'라 불리는데에도 익숙하지 않다.
집안에선 고용인들에겐 '아가씨'나 '당주님'이라 불리고, 집안 사람들 외 다른 사람들도 '코야마가 당주님'으로 부르며, 가장 가까운 미즈루도 '언니'라고 부르기 때문이다.
그렇게 자신도 조금씩 변화할거라 믿으며 카미루는 자신의 학교에서의 첫날을 만끽했다.


방과후
교문으로 나가니 아침에 타고온 차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럼 먼저 갈게."
"응, 잘가 카미루~"
하루만에 친해져 교문까지 같이 나온 여학생에게 카미루는 작별인사를 하며 카미루는 차에 올랐다.
"언니~"
차에 올라타자마자-미즈루가 덮쳐왔다.
"와, 으왓?! 미, 미즈루?"
미즈루는 또 카미루의 가슴에 얼굴을 비비며
"언~니~보고싶었어~"
"저, 저, 미즈루..."
카미루는 부끄러워하며 창밖을 봤지만 차는 이미 출발했다. 이번엔 미즈루도 바로 일어났다.
"언니, 학교는 어땠어?"
"생각보다 괜찮았어. 수업쪽...은 오히려 쉬웠어."
카미루는 웃으며 대답한다.
"다른 아이들도 괜찮은것 같고, 벌써 친해진 아이도 있어."
"누구? 혹시 남학생은 아니지?"
아니~
카미루는 그렇게 답하며 입을 다문다.
괜찮다-그렇게 생각했다.
학교는 즐거웠다. 자신은 오늘만큼만 하면 된다. 그럼 분명-잘 해낼 수 있을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카미루는 오늘 학교에서의 하루를 회상했다.

차는 커다란 코야마가를 향해 달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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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후기
인사말은 단순하게 "안녕하십니까?"로 가겠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코드입니다.
네-닉네임을 다시 '코드'로 바꾼 이후 첫 작품이네요.
이번엔 'n번째 세계'의 주요 세가지 이야기중 '코야마가(家)'의 이야기 입니다.
이전에도 설명한 적이 있었지만,
'n번째 세계'는 '코야마가', '왜곡', '세계'의 세가지 주요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건 시대상으로 그중 가장 먼저인 '코야마가'의 이야기 입니다.

이번 부분은 스토리상 프롤로그에 해당하겠군요.
이미 머리속에선 뒤쪽 스토리 구상이 상당히 가속화! 지금도 가속중!
...뭐 언제 쓸진 모르겠습니다만,

'코야마가'의 경우는 시작은 평범한(가?) 학원물의 느낌으로 시작합니다만,
미리 말씀 드리자면
이 평화도 금새 깨져버립니다.(라는 계획입니다.)
뭐...나머지는 나중에 읽어봐주시길 빕니다.

카미루와 미즈루 자매는 언제봐도 좋습니다!
둘다 제 취향의 여성은 아니지만(←로리콘), 뭔가 보고있으면 흐뭇해진다랄까요?
그런 의미에서 '코야마가'는 매우 기분좋게 쓰고있습니다.(웃음)

음...막상 쓰려니 별로 후기에 쓸 말이 없네요.
그럼 이만 줄이겠습니다.

목표: 한 편당 분량을 늘리자...G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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