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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몽환록]2장-개전-(2-2)

2007.10.27 21:25

울프맨 조회 수:158

2-2. 전학생

2학년 3반의 봄은 무거웠다.
학기 초부터 인근 학교의 여학생이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은 사건을 시작으로 일주일의 지루한 교통안전사항 교육이 받은 지 채 며칠도 지나지 않아, 이번엔 급기야 반 급우가 사고를 당하는 대형사고가 터지고 말았다.
그리고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더 나아가 이제 사고를 당한 그 급우의 자리에는 새하얀 국화 한 송이가 자리를 지키게 되었다.
문을 열자마자 보이는 1분단 세 번째 자리에 놓인 국화는 등교하는 아이들의 마음을 모두 무겁게 만들었다.
분위기를 수습하고 아이들을 지도해야 할 담임도 마찬가지였다.
새 학기가 시작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벌어진 충격적인 사고와 죽음은 담임으로 하여금 자책감과 부담감을 안겨주었고, 평소 밝고 쾌활하던 담임마저 조회와 종례시간에 무거운 모습을 보여주자, 반 공기는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순식간에 침체되기 시작했던 것이었다.
게다가 국화꽃의 주인은 다름 아닌, 반의 분위기 메이커 소란과 소문을 담당하던 존재였으니 그 부재로 인한 적막은 한층 더했다.
그러나.
크게 슬퍼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누구나 그 불행한 사고를 안타까워하고 애도하긴 했지만, 학기 초라 절친한 우정을 나눌만한 친구도 없었기에 눈물을 흘려준다던가 하는 일은 아예 없었고, 시간이 지나면서 차츰 잊혀지게 되었다.
그리하여 삼일정도 지난 후엔 국화꽃이 치워졌고, 오일 후에는 빈 책상이 반의 맨 뒤로 치워졌다.
그리고 일주일이 지났을 때 출석부의 사진마저 없어져 그 소년은 반에서 이제 완전히 존재의 흔적을 찾을 수 없게 되었다.

대신 아이들은 일주일동안 급우의 죽음과 관련된 한 가지 간과할 수 없는 사실을 깨닫고 그의 죽음대신 새로운 소문이 반 전체에 곰팡이처럼 피어나기 시작했는데, 그 소문의 주인공은 바로 영준이었다.
죽은 우진이 내기를 운운하며 귀신을 찍어오겠다고 한 바로 그날, 영준은 교통사고에 관해 뭔가 아는 듯한 모습을 소연과 그 친구들에게 보여주었고, 우진이 죽는 날 영준은 바로 그 병원에 치료하러 갔다가 돌아왔다.
우연의 산물이라고 치부하기엔 너무나 절묘한 이 상황은 호기심 많은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했고, 나아가 우진의 죽음은 더 이상의 비극이 아닌 흥미로운 이야기의 소재로 전락해 소문의 근원이 되기 시작한 것이었다.
이렇게 모두가 영준을 표적으로 삼으며 소문의 대상으로 수군거리기 시작했고, 소문은 점점 눈덩이처럼 불어나 결국엔 나쁜 상상까지 첨가되기에 이르렀다.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구설의 변질은 음식이 상하는 것만큼이나 쉬운 일.
거기에 변질되는 방향은 당연히 나쁜 쪽이면 나쁜 쪽이었지, 결코 좋은 소문이 되진 않았다.
그렇게 나쁜 소문이 주류를 이루게 되자 자연스럽게 아이들이 영준을 바라보는 시선은 결코 호의적이지 않은 쪽으로 변해갔다.

한편, 이런 반 분위기를 통제해야할 담임은 자신이 담당한 학생의 사후문제로 심신 양쪽이 모두 심란한 상태였기 때문에 반에 가득한 이 불길한 공기의 변화를 눈치 채지 못했고, 급기야 못된 소문으로만 표출되던 아이들의 악의가 막 표면으로 분출하려는 상황까지 도달하려하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
그렇게 그런 분위기가 팽배하고 극도로 고조된 우진의 사후 일주일 째, 반의 분위기를 급반전 시키는 큰 사건이 일어나게 되었는데, 그 사건은 영준에게 집중되어있던 시선을 한 번에 돌려버릴 만큼 파격적인 것이었다.





[전 학 생 소 개]

칠판에 백묵으로 또각또각 글씨를 써낸 담임은 오랜만에 만면에 밝은 미소를 띠고 있었다.
이 시기의 전학생이라면, 골치 아픈 요소가 될지도 모르지만, 침체된 반 분위기를 단번에 반전 시킬 수도 있는 좋은 기회라고 담임은 생각한 것이다.

“뭐, 다들 들어서 알고 있겠지만, 오늘은 우리 반에 새로운 친구가 하나 들어오게 되었단다. 어색한 점도 많을 거고~ 힘든 점도 있겠지만, 이제부터 한 반이니까 새 친구가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도록 해라. 알겠지?”

건성으로 예~ 하고 대답하는 아이들, 그리고 그중 영준도 마찬가지였다.
단지, 기대감에 약간 들뜬 아이들과는 달리 영준은 전학생의 존재에 그다지 관심을 갖지 않았다.
이는 악질적인 소문이 판을 칠 때와 마찬가지로 무관심한 태도였다.
이유는 일주일 전의 그 사건 이후로 언젠가 닥쳐올지도 모르는 새로운 사건에 대비해 잔뜩 계산을 하느라 다른 쓸데없는 일에 신경을 쓸 여력이 전혀 없었던 것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무의식중에 고개를 들어 교실에 들어온 새 친구를 확인했을 때, 영준은 자기도 모르게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고야 말았다.
새 친구는 다름 아닌 기륭이었던 것이다!

‘어떻게 저 녀석이 여기에?!’
만화나 소설에서 종종 보아오던 일이 자신의 눈앞에서 일어나자, 영준은 뒤통수를 맞은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또래보다 조금은 생각이 깊고 남다른 경험까지 했기 때문에 앞으로 일어날 일들에 대하여 여러 가지로 궁리를 하긴 했지만, 만화나 소설에서 식상하게 써먹는 패턴인 갑작스런 전학생이 현실에서 벌어질 줄은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
식상한 소재에 허를 찔린 것이 바로 지금의 영준의 모습이었다.
그렇게 영준이 자리에서 일어난 채 멍청히 기륭을 바라보며 서 있자, 그의 오버액션으로 한눈에 영준을 알아본 기륭 역시, 안 그래도 어둡던 표정이 한층 더해 걸레처럼 구겨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같은 나이 또래가 지을 수 있는 표정이라고는 결코 생각할 수 없는 전학생의 살기등등한 모습에 반 아이들에 박힌 기륭의 첫 인상은 그야말로 최악으로 전락하고야 말았다.

“음. 이.. 일단 새 친구가 왔으니 소개를 해야겠지? 자. 전학생은 앞으로 나와서 자기소개를 하도록 하렴.”

결국 중재를 맡은 것은 담임이었다.
아직도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멍하니 서있는 영준을 앉히고 기륭에게 자기소개를 권하여 전학생의 자기소개가 시작되었다.
그러나 그것은 잠깐 딴생각을 했거나, 하품을 한 녀석들은 듣지 못했을 만큼 어이없고 간략한 소개였다.

“기륭이다.”

그것으로 끝.
대한민국에서 최초이며 유래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간략한 이 전학생소개는 아이들을 어이없게 만들기에 충분했고, 애써 미소를 지어보였던 담임의 얼굴에 당혹한 먹구름을 드리우게 했다.

“에.......... 얘. 얘들아. 기륭은 말이지 우리나라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그 어색하고 잘 모르는 점이 많이 있을 수 있어요. 그러니까 이해해주고 친하게 지내도록 해라. 그럼, 뭐 질문 있는 사람?”

기륭을 대신한 담임의 소개에 아이들 중 한 녀석이 벌떡 일어나 물었다.

“어느 나라 사람이에요?”

아이들은 원래 외국인에 민감한 것.
담임은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이것으로 전학생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아이들은 기륭에게 외국인 그의 고향이나 풍습 문화 등등을 물어보며 자연스레 사이가 좋아질 것이라는 공식이 머릿속에서 짜였기 때문이었는데....................
그러나 담임이 그런 아름다운 상상을 하며 기륭의 출신을 이야기 했을 때, 불행히도 반 전체엔 그가 예상했던 것과는 정반대의 절망적인 상황이 연출되기 시작했다.
바로 ‘짱개다~’, ‘짱깨네~’, ‘중꿔’ 등등의 단어가 반 곳곳에서 수군거리며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담임이 기륭의 국적을 소개한 것이 오히려 역효과를 일으켜 기륭은 첫 인상과 더불어 순탄치 않은 전학 첫날을 시작하게 되었다.
결국 보다 못한 담임의 마무리로 소개는 끝나고 기륭은 맨 뒤로 밀려난 우진의 빈자리에 자리 잡았다.
그리고 이 모든 상황을 지켜보며 미소 짓는 이가 있었으니, 어느새 평정을 되찾은 영준이었다.

‘이거......... 재밌어 지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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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륭이 전학을 왔습니다.
원래는 이 에피소드가 1장 파란대신 처음을 차지할 예정이었습니다만...... 앞뒤의 개연성을 맞추기 위해 현재 에피소드가 뒤로 밀려나고 영일과 니카드로 형제의 이야기가 2장을 개시하게 되었답니다.(즉, 이번 에피소드는 이미 두달전부터 완성되어있었던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빨리 나왔죠 ^^;;;;)

이제 기륭이 순탄하게 학교생활을 해나갈지 어떨지... 지켜봐주셨으면 합니다.(아마 못하겠지요;;)

그럼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다른 분들도 열심히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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