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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몽환록]2장-개전-(2-1)[5]

2007.10.20 21:33

울프맨 조회 수:178

그러나, 비둘기 놈의 부리에서 튀어나온 짤막한 한마디는 그의 그런 예상을 송두리째 뒤엎어 버리고 말았다.

[모두 죽었다.]

“뭣?!”

니카드로 뿐 아니라 평소 침착함을 유지하던 동생마저 경악을 금치 못할 충격적인 소식.

“그 다섯명이.. 전부?! 형님. 이건...”

초조해하는 동생의 모습에 니카드로 역시 고개를 끄덕여보였다.
동생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를 형도 알아차린 것이다.

“놈들은 실전 실행부대 중에서도 특별히 뛰어난 녀석들이었다..... 그런 이들을 궤멸시켰다는 건 적들의 주력부대가 이 지역에 유입되기 시작했다는 이야기겠지.......... 그렇지 않고서야 우리 부하들을 전멸시키는 게 가능할 리가 없잖아.”

니카드로는 그답지 않게 신중한 모습이었다.
만약 이것이 적들의 대규모 행동이 확실하다면, 추측할 수 있는 이유는 단 하나 뿐.
능력자 분쟁의 변두리인 이 한국에 적들의 주력이 침입해 왔다는 얘기는 사전에 이쪽의 목적이 알려졌다는 증거로 볼 수 있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그동안 잘도 우리의 시야 밖에서 은신해 있었겠군요.....”

동생은 지난 한 달간 아무런 일도 없었던 것을 상기하며 니카드로의 의견에 동조했다.
그들이 이곳에온 이후 지난 한 달 동안은 작전 수행에 아무런 차질이 없었으나, 최근 며칠사이 이 도시 곳곳에 몸을 감추고 있던 부하들이 피습을 당해 목숨을 잃기 시작하지 않았던가.
그러나, 그런 두 사람의 추측을 이번에도 비둘기는 보기 좋게 무너뜨리고 말았다.

[아니, 적은 하나다.]

“뭣이?!”

비둘기의 충격적인 발언!
이것은 니카드로는 물론 동생마저도 소파를 박차며 일어서게 만들 정도였다.

“설마...! 지금 단 한명에게.. 단 한명에게 그분들이 모두 당했단 말인가요?”

동생의 목소리는 심한 충격으로 크게 흔들리고 있었다.
그리고 엄청난 충격 못지않게 분노를 느낀 니카드로는 동생에게 질세라 한층 더욱 격앙된 목소리로 비둘기를 질타했다.

“이 빌어먹을 자식!!! 네놈은 그 자리에서 우리 부하들이 다 뒈지는걸 보고만 있었던 거냐?! 그러고도 뻔뻔하게 대가리를 디밀어?!!”

상대가 다수여서 능력에 한계를 맞이해 아군이 당하는 것을 두고 볼 수밖에 없었다면 성질 급한 니카드로로서도 크게 화를 내진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상대는 오직 하나. 단 한명이라면 제아무리 강한 상대라 해도 협공으로 능히 제압하는 것이 가능할 터였다.
다섯 명의 능력이 적 하나에 미치지 못한 다해도, 불패의 마인이라 불리는 이 비둘기(정확히는 비둘기를 통해 어딘가에서 자신들을 보고 있을 녀석)가 가세했다면 분명, 적을 처치하고도 남았을 것인데, 그렇지 못했다는 것은 분명 그런 행동을 취하지 않았다는 명백한 증거였다.
그렇기 때문에 니카드로는 무섭게 화를 내고 있었다.

“네놈이 아무런 손도 쓰지 않은 바람에 우리의 소중한 부하가 다섯이나 목숨을 잃었다! 이걸 어떻게 책임질 셈이지? 우리와의 계약이 그렇게도 우습게 보였나?!!”

[분명....... 계약한 내용 중에 위협요소를 처리하라는 건이 있긴 있었지......... 하지만.]

비둘기는 니카드로의 분노 따윈 안중에도 없는 듯 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침착한 모습으로 그의 화를 돋우는 말을 쉽게 할 수 있겠는가?
결국 니카드로는 비둘기의 다음 말을 듣고 이성의 끈을 상실하고 말았는데, 그것은 다음과 같았다.

[당장 처리하란 말은 없었으므로 계약을 위반하진 않았다. 그리고 난 네놈의 부하가 아니야. 네놈의 약해빠진 부하가 죽건 말건 내가 왜 책임을 져야하는 거지?]

“이게 뚫린 입이라고 잘도!!!!”

니카드로는 격분한 나머지 자신의 손에 들고 있는 지포라이터를 힘껏 구겨 쥐었다.
순식간에 휴지처럼 구겨지는 철제 라이터. 지포라이터는 그 형체를 잃고 구겨진 쇳덩어리가 되어버렸다.
그러나, 니카드로의 실로 무시무시한 악력에도 불구하고 비둘기는 겁을 먹기는커녕,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일단 진정하시지요. 형님......”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니카드로를 만류한 것은 다름 아닌 그의 동생이었다.
니카드로의 동생 역시 분노가 치밀어 오르는 것은 마찬가지였지만, 성질 급한 니카드로가 행여나 강한 상대를 새로 적으로 만드는 것이 아닐까에 대한 우려가 그의 분노를 억누른 것이다.

“........빌어먹을 새대가리 새끼.......”

니카드로는 욕을 하며 가까스로 소파에 앉았다. 이 도시에 침입한 적의 처리가 우선이다... 라는 것을 그 역시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가까스로 분노를 가라앉힌 것이다.
니카드로가 진정된 모습을 보자 동생은 일단 안도의 한숨을 내쉬곤, 비둘기를 향해 물었다. 이미 죽은 다섯 명의 부하 말고도 현장에 있었던 또 하나의 인물. 희연의 안부였다.

“희연씨는............ 어떻게 되었습니까?”

비둘기가 이야기한 것은 다섯 명의 부하들 뿐, 희연에 대해선 어떠한 이야기도 없었기에 동생의 말투는 기대 반 불안 반으로 매우 조심스러웠다.
다른 이는 몰라도 희연은 눈앞의 녀석과 직접 계약을 맺은 상대, 그런 계약자가 해를 입게 내버려 두었다면 결코 가만두지 않겠다는 심산도 있었다.
그리고 비둘기가 입을 열었다.

[죽지 않았다.]

불행 중의 희소식. 그러나 니카드로는 비둘기의 말에 도리어 격분하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뭐야! 그 어정쩡한 대답은!! 확실하게 말하지 못해?! 멀쩡하게 살아있으면 살아있다고 할 것이지 죽지 않았다니! 설마............. 계약자의 보호마저 소홀히 했다는 소리는 아니겠지?!”

동생은 형의 태도에 잠시 의아해했지만, 곧 그 뜻을 헤아리고 마찬가지로 끓어오르는 분노를 억제하지 못했다.
눈앞의 이 비둘기가 계약을 잘 이행하여 희연이 상처하나 없이 멀쩡하다면 무사하다고 말하면 그만인 것을 이 비둘기는 굳이 죽지 않았다며 빙 돌려 말하고 있었다.
그 말인 즉슨, 희연이 중상을 입고 도주하는 것을 수수방관했을 가능성을 내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것이었다.
조금 비약적인 상상이라 여길 수도 있는 것이었지만, 지금까지 비둘기의태도로 미루어보아 그 가능성은 충분했다.
그리고 부당한 의심을 당하고 있는 대상인 비둘기 역시 그 사실을 부인하지 않았다. 오히려 당당하게 가슴을 내밀어 보이며 자신 있게 대꾸하는 것이었다.

[그래 방관했다.]

“뭣이 어째?!”

[끝까지 들어주시지 그래? 만약 그녀가 절체절명의 위기였다면 난 당연히 약속을 지켰을 것이야. 허나, 그럴 필요가 없었기 때문에 방관한 것이다.]

“필요가 없었다고?”

[그래, 바로 제 3자가 나타나 그녀의 신병을 보호했기 때문이지. 놈은 믿을 수 없이 강력한 힘으로 강한 상대를 일격에 잠재우고 희연을 데리고 사라졌다. 내가 한 건 그들이 도주하기 쉽도록 결계를 열어준 정도였지.]

니카드로와 동생은 상대의 말에 큰 충격을 받은 듯, 잠시 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비둘기를 통해 들은 제 3의 능력자의 존재는 그들에게 있어 여러 가지 의미와 해석을 가져다 줄 수 있는 요소인 것이다.

‘아군의 지원인가...?’

그러나 니카드로도 동생도 그에 대한 가능성을 부정했다.
한국에 파견된 것은 백인간부 바로 직전까지 올라온 니카드로의 팀으로 백인간부 만큼은 아니라고 해도 상당한 지위를 과시하고 있었다. 그런 만큼 징계의 성격으로 좌천된 것이나 마찬가지인 임무라 해도 그들에게 한 마디 상의와 통보도 없이 지원을 보내줄 리가 없었다.
게다가 오히려 이번 임무를 실패하기 바라는 세력도 있는 만큼, 제 3의 인물이 아군일 리가 없었다.

“그렇다면........ 재야의 인물이군.”

조심스럽게 결론을 내린 니카드로의 말에 동생이 맞장구를 치며 동의했다.

“그리고 우리가 찾는 인물일지도 모르죠.”

아군의 강력한 능력자 다섯을 단신으로 처치한 정체불명의 강적을 단 한방으로 잠재웠다는 비둘기의 보고는 당연히 과장된 면이 있었고, 형제들로서도 미심쩍은 부분이 있긴 했다. 하지만, 조금은 과장되었다 해도, 강력한 적을 제압하고 희연을 구해낸 것은 명백한 사실.
그들의 임무인 양 세력의 균형을 무너뜨릴 강력한 능력자가 아닐까 하는 의혹이 드는 것도 당연한 것이었다.

“단정 짓기엔 이르다........... 하지만, 허무맹랑하지만은 않은 이야기로군.”

니카드로는 다시금 건방진 자태로 테이블 한 가운데를 차지한 비둘기를 노려보았다.

“놈이 희연을 데리고 어디로 갔는지는 알고 있나?”
[아니, 아쉽게도......... 하지만 정체는 잘 알고 있다.]

“호오?”

기대이상의 정보에 니카드로와 동생은 귀를 기울였다.

[놈은 경찰이었다. 이 도시의 경찰서와 지구대를 샅샅이 뒤지면 소재를 파악할 수 있겠지]

“가끔은 쓸모 있는 짓도 하는군........... 그 정보 믿을 수 있는 것이겠지?”

[믿고 안 믿고는 그쪽의 마음대로, 다만 너희들을 속이는게 과연 나에게 무슨 이득이 된다는걸까?]

“주절주절 말은 잘하는군.”

니카드로는 경멸의 눈빛을 가득 담아 비둘기를 쏘아보았다.
아무리 유용한 정보를 주었어도 녀석은 그의 소중한 부하들을 죽게 내버려두고 희연을 행방불명으로 만든 결정적인 원인제공자였다.
결코, 호의적인 감정을 니카드로는 품으려야 품을 수 가 없었다.

“이제 네놈은 필요 없어! 그러니 당장 꺼져라! 이 시간부로 네놈과 우리의 계약은 무효다. 계약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는 계약자 따위 아무짝에도 필요 없지! 두 번 다시 우리 일에 관여하지 말고 눈에 띄지도 않는 게 좋아! 또 한 번 마주치게 되면 그땐 각오하는 게 좋을 거다!!”

동생은 니카드로의 살기어린 음성에 자기도 모르게 움찔하며 뒤로 물러섰다.
물론, 니카드로의 경고는 동생을 향한 게 아니었지만, 단지 근처에 있는 것만으로도 주눅이 들만큼 니카드로가 뿜어내는 압력은 무시무시한 것이었다.
그러나 막상 그 대상인 비둘기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여유가 넘쳤다.

[좋아. 그거 듣던 중 반가운 소리로군. 네놈들의 면상을 보지 않는 것만큼 유쾌한 일은 없을 테니까.......... 하지만, 네놈들의 부하를 도륙한 그 녀석에 대한 정보는 별로 필요가 없나보지? 난 개인적으로 한번 만나보고 싶어질 정도였거든............ 그 ‘백인간부’를 처치한 녀석이야. 흥미롭지 않나?]

“그게 무슨?!”

갑작스런 비둘기의 충격발언에 당황한 동생.
그러나 동생은 할말을 채 끝마치지 못했다.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한 질식할 것만 같은 무시무시한 압력이 니카드로에게서 뿜어져 나왔기 때문이었다.
“그거 재미있군........... 그 얘기. 자세히 말해봐라.”

니카드로의 눈이 광기로 번뜩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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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늦어졌습니다.......................
개강하고 나서 일상에 치이다보니 소설에 손을 대는 시간이 적어지네요.
게다가 아직 시험기간중..(안끝났습니다. ㅠ.ㅠ)
시험공부는 안하고 중간에 짬을내서 올려봅니다..... (이걸로 용서해 주시길)
그럼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편부터 2-2장. 전학생 part가 진행됩니다.
추운날씨 감기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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