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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몽환록]2장-개전-(2-1)[4]

2007.09.21 01:12

울프맨 조회 수:167

호텔로 돌아온 니카드로는 동생의 소득 없는 보고에 분노했다.
동생은 그림자의 형태로 병원 곳곳을 살피기도 하고, 경찰이나 기자의 말을 엿듣기도 했지만, 이렇다 할 수확을 얻지 못한 것이다.

“그 곳에서 우리 편 능력자가 무려 여섯 명이나 행방불명이 되었어. 그런데도 시신은커녕 싸운 흔적도 없었다고?!”

“면목 없습니다.......”

금방이라도 불꽃을 뿜어낼 듯한 형의 기세에 동생은 기가 죽은 모습이었다.
이 모습을 본 니카드로는 조금 화를 누그러뜨리며 태도를 바꾸어 말했다.

“너에게 화를 내는 게 아니다. 아우야........... 난 단지 다섯 놈이나 호위하러 갔으면서도 아무 소식이 없는 게 답답할 뿐이야......... 게다가 이정도의 피해를 입고도 적에 대한 그럴 듯한 정보가 하나도 없으니.........”

니카드로는 입에 담배를 물고 한탄했다.
“그냥 지금이라도 당장 저 빌어먹을 병원을 없애버릴까? 그럼 놈들도 깜짝 놀라서 튀어나올 거 아냐?!”

형의 불같은 성격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동생은 형의 이 말에 숙였던 고개를 쳐들고 다급히 손을 흔들며 만류했다.
한 번 돌아버리면 앞뒤를 가리지 못하는 그의 성격 탓에 동생이 뒷수습을 하느라 얼마나 고생을 해왔던가!
실력을 인정받고 백인간부의 자리에 까지 오를 예정이었던 두 형제가 지금 이런 능력자 전쟁의 변방에 처박혀 있는 것도 사실 따지고 보면 형 니카드로의 성격으로 인한 중요임무의 실패 때문이 아니었던가?!

“아무리 그래도 그건 안 될 말입니다. 그런 일을 벌였다간 국가차원에서 쫓기게 될게 분명합니다.”

한 국가를 적으로 돌리는 일은 아무리 강한 능력자라고해도 결코 하고 싶지 않은 것.
물론, 이미 시체가 수백구나 증발된 지금시점에서 큰 이목을 끌고 있는 것은 사실이었다.
그러나, 그 정도의 일로 인한 경찰의 추적과 대학병원 하나를 통째로 날려버림으로서 벌어지게 될 일은 차원이 다른 법.
형, 니카드로도 홧김에 내뱉은 말이기도 했고, 그 일이 얼마나 큰 위험을 초래해올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구태여 그는 동생의 말에 토를 달지 않았다.
그리고 그렇게 어느 정도 진정된 형의 모습을 보자 동생은 그제야 안도하고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말하기 시작했다.

“정보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 형님. 우리에겐 희연씨가 주도해 계약한 인물이 있지 않습니까?”

니카드로는 동생의 말에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그것은 어제, 병동의 격전이 벌어지기 몇 시간 전에 니카드로가 희연을 근처 카페로 불러내 지시한 특별 주문으로 이 도시에 은거하고 있는 강력한 인물의 손을 빌리게 한 것이었다.
이는 적. 기륭이 상당히 강력했다는 희연의 보고로 그녀를 보호하기 위한 수단이었는데, 이 제안의 착안 자는 다름 아닌 니카드로의 동생이었다.
직접 적과 맞붙으려는 불같은 성격의 형을 걱정해 생각해낸 타협책이었다.

“계약한 자는 분명히 맹약에 의해 희연씨를 지키겠다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어제 병원에서도 있었을 것이고, 그 당시의 광경과 희연씨의 행방도 잘 알고 있을게 분명합니다.”

“그래, 그거 좋은 일이군......... 그래서 놈은 어디 있지?”

그러나 니카드로의 말에 동생이 막 대답하기도 전에, 열어놓은 창가로 날렵하게 날아 들어오는 무언가가 있었다.

“비둘기?”

동생은 창문을 통해 들어온 비둘기를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보통 도심의 비둘기라면, 이런 고층호텔의 창문까지 힘겹게 날아들어 올리가 없었다.
쉽게 구할 수 있는 먹이가 지천에 널려있는데 뭐 하러 10층이 넘는 고층호텔까지 올라오는 수고를 하겠는가.

“대리를 보냈군.”

비둘기에게서 느껴지는 능력의 잔재를 감지한 니카드로는 경멸이 섞인 조소를 흘렸다.
그리고 동생 역시 비둘기의 정체가 무엇인지 알아차렸다.
타이밍 좋게 나타난 이 정체불명의 비둘기야 말로 실은 자신이 말하던 계약자이며 본 모습이 아닌 다른 것을 대신 보냈다는 사실을..........

“해도 너무하는 군요!!”

형 앞에서는 언제나 순한 어린양 같던 동생의 진노.
단정한 금발을 찰랑이며, 눈썹을 있는 힘껏 찡그리곤 고함을 지르는 모습이 마치 어린애의 투정과도 같은 귀여워 보일 수도 있는 모습이었지만, 전신에서 뿜어내는 무시무시한 살기는 결코 무시할 수 없었다.
그 막강한 기세는 희연이 기륭을 처음 만났을 때 그가 뿜어내던 것과 필적, 아니 그 이상!

“아무리 당신이 예전부터 이름 높은 불패의 마인이라 해도 감히 우리 형제 앞에서 이런 무례를 보일 수는 없는 겁니다!!”

동생의 격한 노호성은 호텔 객실을 쩌렁쩌렁하게 울릴 정도로 강렬했다.
그러나 비둘기는 동생의 매서운 질타에 꿈쩍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동생을 향해 태연하게 몸을 돌려 말을 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자리싸움에서 밀려나 이런 촌구석으로 떨어진 주제에 말이 많구나. 그만 살고 싶은 게냐?]

분명한 협박. 게다가 비둘기는 니카드로 형제의 아픈 점을 꼬집고 있었다.
그러나 방금 전의 열화 같은 기세는 어디로 갔는지 동생은 비둘기를 향해 이만 갈 뿐, 변변한 대꾸조차 하지 못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그것은 바로 압도적인 힘의 차이. 동생이 방금 전 까지 뿜어냈던 것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무지막지한 강기가 본체도 아닌 고작 비둘기에게서 폭사되어 온 것이었다.

‘분하지만 적수가 못된다...’

“정말 대단하군. 단지 매개체에 불과한 비둘기 따위도 그 정도의 위력을 과시할 정도라니... 오랜 세월동안 전승된 네놈의 명성도 장식품은 아닌 것 같군.”

이제까지 동생과 비둘기가 하는 짓거리를 지켜보기만 하던 니카드로가 입을 열었다.
하지만, 여유로워 보이는 말투 속엔 니카드로의 미묘한 감정의 동요가 감춰져 있었다.
그는 동생이 수모를 당하는 것에 대한 분노를 간신히 억누르고 있는 중이었다.
그러나, 그런 그의 속사정이 어떻건 간에 상관없이 비둘기는 또다시 거침없는 독설을 퍼부었다.

[건방진 분신의 본체가 나서셨나. 흥, 본체라면 자기 분신의 교육을 똑똑히 시켜놓아야 할 것을........... 하긴 본체가 저모양이니 분신이 주제파악을 못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지.... 아니, 분신이라기 보단 인형이라고 말해야 맞는 건가?]

결국 니카드로의 인내심은 한계에 부딪히고 말았다.

“입 닥쳐! 빌어먹을 닭둘기 같으니!! 네놈은 내가 묻는 말에 대답이나 해!!”

활화산처럼 폭발한 니카드로는 당장이라도 비둘기의 목을 비틀어버리고 싶었지만, 일단 가장 중요한 것은 정보, 그 하나를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한 최대의 참을성을 동원하면서 대신 욕설을 퍼부어주었다.

“네놈이 대리를 보냈건, 어쨌건 상관없어. 난 네놈의 꼴을 절대 보고 싶지 않으니까! 네놈이 직접 나타났다면 널 박살내버렸을지도 모르지! 그러니까 네놈은 닥치고 묻는 말에 대답이나 하면 되는 거다!!”

니카드로는 하찮은 비둘기 따위를 향해 열을 내고 있는 자신이 미칠 듯이 한심했지만, 겨우 성질을 추스르고 최대한 진정하려 애썼다.

“묻겠다. 어제 현장에 있었겠지?”

[있었다.]

아무런 거리낌 없이 대답하는 비둘기. 그런 뻔뻔하고 오만방자해 보이는 모습이 니카드로에겐 굉장히 불쾌하게 느껴졌지만, 사건의 정황과 희연의 행방을 알기 위해 니카드로는 평정을 유지하려 노력했다.

“그럼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도 잘 알고 있겠군. 빠짐없이 말해라.”

당시의 자세한 정황을 기대하며 니카드로는 비둘기를 주시했다.
부하들이 상처하나 없이 무사하리라곤 생각할 수 없었지만, 이름 높은 전설의 ‘불패의 마인’이 동행한 이상 전멸과 같은 참담한 결과를 당하진 않았을 것.
최소한 부상을 당하고 은신했거나, 생포를 당한 정도의 피해를 입는 정도일 것이라고 예상한 니카드로였다.
그러나, 비둘기 놈의 부리에서 튀어나온 짤막한 한마디는 그의 그런 예상을 송두리째 뒤엎어 버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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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만입니다.................-_-;
죄송합니다. 개강후 수업과 여러 일정에 밀려 방학때 처럼 자주 올리지 못하고 말았습니다.
최대한 자주 올리려 노력하겠습니다.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모두 건필하세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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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간 story:
동생: 그런데 형님은 닭둘기란 말을 어디서 들으신 겁니까?
형: 그건말이다 아우야. 우리가 한국에 온게 한달전이 아니냐. 그때부터 시간 때울거리를 찾다가 인터넷을 했고 거기서 배웠단다.
동생:...................................
<본편엔 나오진 않지만, 니카드로와 영준은 넷상에서 만난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영준에게 캐발렸다는 설정입니다.>[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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