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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Craneske . SIR Fantasy / Knight (4)

2007.09.14 06:35

로스나힐 조회 수:198

4.

세토로스타는 이미 시르의 거처도 알고 있었고, 현재 그녀가 그 거처에 머무르고 있다는 사실도 알았다. 이번에 데려간 아이가 누구인지도 알았고, 그 데려간 아이의 아버지가 지금 어디에 살고 있는지도 알았다. 하지만 세토로스타는 당장 쳐들어가는 일 따위를 하지 않았다. 그는 궁금했다. 연쇄 살인범이자 자칭 예술가의 진의를 알고 싶었다. 무엇이 그녀를 움직이고, 목적은 무엇인지를 알고 싶었다.
그는 컴컴한 서재에서 영상자료를 돌려 보았다. 거대한 쇠파이프로 만들어진 새장, 철골로 엮인 나무의 형상, 가지마다 달린 모니터, 스피커로 만들어진 잎사귀, 그리고 그 화면과 소리는 세토로스타의 아들이었던 존재를 알리고 있었다. 최후였을지도 모른다. 살아있다고 해도 이미 세토로스타의 관심을 끌 수는 없었다. 그는 그 영상자료를 그저 자료로만 보고 있었다. 혹시라도 다른 단서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뒤적여보는 그런 문서와 동등하게 취급하고 있었다.

“세토로스타님.”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어느새 오투아가 돌아와 있었다. 세토로스타는 열려있으니 들어오라고 했다. 화면의 영상은 어느새 빈민가를 비추고 있었다.

“성공적으로 끌어들였습니다.”

주인의 명을 받고 시내에서 그나마 외진 곳에 위치한 대 저택을 방문한 그의 목적은 세이즈라는 사람을 이 일에 끌어들이는 것에 있었다. 세이즈는 두 달 전까지 빈민가에서 근근히 목숨만 이어가던 사람이었고, 동시에 시르가 이번에 데려간 아이의 아버지이기도 했다. 덧붙여 멍청했고, 상황에 대처하는 능력이 떨어졌다. 그렇기에 세토로스타가 그를 이용해 먹기로 한 것이다.

“자세하게 결과를 보고하게.”

오투아는 바르게 선 자세로 세이즈의 저택에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 했다. 자신의 한 마디 한 마디, 세이즈의 각 반응을 전부 털어놓았다. 밑조사에서 확인 된 대로 멍청했다든가, 결국 빈민촌의 버러지라는 사견은 말하지 않았다. 그저 순수하게 있었던 진실만을 이야기했다. 세토로스타는 모니터에서 나오고 있는 세이즈와 시르와 그의 아들을 보며 집사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 화상은 시르가 이동할 때 그녀를 쫓도록 고용한 탐정이 찍어온 것이다. 화상은 성공적으로 녹화됐지만, 탐정은 돌아오지 않았다. 시르가 눈치를 채고 조취를 취한 것이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녹화된 테이프를 보내온 진의는 여전히 의문이었다. 그저 자신감에서 오는 객기인지, 아니면 치밀하게 계획된 무언가가 있는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녹화되는 내내 시르는 얼굴에 미소를 띠우고 있었다. 마치 평범한 사람의 행색을 하고는 부자를 따라다니며 옷가게에 들르고, 식당에 들렀다. 오히려 선량해보이기 까지 했다.

“이제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겠군.”

공원에서 부자가 울며 헤어지는 장면까지 확인한 세토로스타는 영상을 정지하고, 밖으로 나설 채비를 했다.

“그 불쌍한 빈민 녀석을 데리고 단숨에 치고 올라가야겠어.”

세토로스타는 척 보기에는 별로 고급스러워 보이지 않는 차를 타고 세이즈의 저택으로 향했다. 시내를 지나 몇 번인가 골목을 지나고, 마침내 도착한 저택은 쓸 데 없이 거대한 자신의 몸뚱이를 과시하고 있었다. 로나 가문의 당주는 차에서 내려 저택의 문에 다가갔다. 문의 양 옆을 고정시키고 있는 돌기둥에 손을 대고, 잠시간 그 자리에 서있던 그는 곧 집사를 시켜 문을 열도록 했다. 초인종을 누르자 잠시 후 응답이 왔다. 이미 곧 갈 것이라고 연락을 해놓은 상태이기에 문은 쉽게 열렸다.

“정말 조심성 없는 녀석이군.”

세토로스타가 중얼거렸다.
그는 느린 걸음으로 정원을 지나고, 분수를 지나고, 다시 정원을 지나 저택으로 들어갔다. 세이즈는 로비에 나와 세토로스타를 맞았다.

“어서 오십시오.”

세토로스타는 대충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인사에 응했다. 세이즈는 식사를 준비해두었으니 먼저 저녁을 먹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 세토로스타도, 그의 집사도 거절하지 않았다. 조용히 세이즈의 뒤를 따랐다. 세이즈는 자신이 침착하고 있는 줄 알았지만, 그의 온 몸으로 당황하고 있다는 색을 내비췄다. 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아도 곧 자신이 자멸할 것이기에 세토로스타는 별다른 행동을 하지 않은 것이다.
싣앙에 도착한 그들은 적당한 사이즈의 식탁에 앉았다. 오투아는 앉지 않고 세토로스타의 뒤에 서있었다. 몇 명의 하녀가 음식을 내왔고, 그들은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잠시간 침묵상태가 이어졌다. 그저 수저나 포크를 달그락거리는 소리만이 들려올 뿐이었다. 그 조용함을 견디지 못하고 먼저 말을 꺼낸 것은 세이즈였다.

“사건에 대해 자세하게 이야기 해 주시겠습니까?”

세토로스타는 잠시 뜸을 들여 세이즈를 초조하게 만들었다. 아들이 살인마에게 끌려갔다는 간단명료한 사실만을 전달해 놓았으니 알아서 궁금한 것을 물어올 것이라는 예상대로의 반응에 세토로스타는 예정대로의 반응을 한 것이다. 시간을 들여 초조하게 만든다. 별 것 아닌 일이지만 효과는 뛰어났다.

“저기…….”

“전부 말씀 드리도록 하지요.”

로나 가문의 집사가 세이즈의 말을 잘랐다. 여전히 세토로스타는 차려진 음식만을 뒤적이고 있었다.

“당신의 아들을 돈과 맞바꾼 여자의 이름은 시르입니다. 본명인지는 확실치 않습니다. 그 사람은 최근 발생하는 소년 연쇄 살인범입니다. 이건 추측 같은 게 아니라 사실입니다. 소년을 데려다가 자신의 작품으로 만드는 여자입니다. 그녀의 손에 들어간 아이들의 목숨은 없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겠지요. 그리고 최근에는 중앙공원에서 당당하게 자신의 작품 설명회를 가진 일이 있었습니다. 이 테이프에 영상 자료가 들어있으니 나중에 확인해 보도록 하십시오.”

오투아는 비디오 테이프를 세이즈에게 건넸다. 세이즈는 떨리는 손으로 그것을 집어 들었다.

“그러면, 내 아들은…….”

“이미 돌아가셨다고 생각하는 게 편할 겁니다.”

세이즈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현기증이 나는지 비틀거렸다.

“혹시 내 아들이 살아있을 가능성은 없는 건가?”

그리고 질문했다. 세토로스타는 계속해서 제공되는 음식을 먹으며 미소를 지었다.

“……. 아직 살아있을 가능성은 있습니다. 하지만, 확인할 방법은 그 살인마의 거처로 들어가는 것 밖에 없습니다. 너무 위험합니다.”

“가능성! 살아있을 가능성은 있단 말이지!”

세이즈가 소리쳤다.

“가능성은 있습니다.”

“그쪽의 정보를 내게 주지 않겠나! 돈, 돈이라면 얼마든지 주지.”

오투아는 잠시 침묵했다. 그리고 허리를 숙여 주인의 귀에 몇 마디를 속삭였다. 세토로스타는 집사의 말을 들으며 식사를 멈췄다. 그리고 고개를 들어 세이즈를 바라보았다.

“돈은……. 필요 없습니다. 자료는 전부 넘겨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세이즈는 비틀거리며 다가와 세토로스타의 손을 잡았다. 정말로 감사하다며 고개를 숙이고, 허리를 숙였다. 상당히 과장된 몸짓이었다. 하지만 세토로스타는 신경 쓰지 않았다. 그는 집사를 시켜 지금까지 수집한 데이터가 들어있는 상자를 가지고 오도록 했다. 집사는 공손히 인사를 하고는 상자를 챙기기 위해 자리에서 떠났다. 식당에는 세토로스타와 세이즈만이 남았다.

“사실은.”

세토로스타가 입을 열었다. 그 때 한 하녀가 식사를 보충하기 위해 접시를 들고 나타났다. 세이즈는 하녀에게 이제 식사는 그만 가져오라고 지시했다. 그리고 대화가 끝날 때까지 아무도 들여보내지 말라고도 했다.

“물러주시니 고맙군요.”

세토로스타의 말이 계속됐다.

“사실, 요전에 시르의 표적이 된 소년은 제 아들입니다. 귀가 도중에 납치당했지요.”

세이즈는 계속해서 이야기를 들었다. 맞장구를 치거나 다른 행동을 보이지 않고 가만히 이야기를 듣고만 있었다. 세토로스타는 침울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계속했다. 자신의 아들이 살해당한 이야기를 하며 그는 몸을 떨었다. 그리고 아내가 미쳐버렸다는 말도 했다. 아들의 끔찍한 모습을 보고 아내가 돌아버렸다는 이야기까지 마친 그는 다시 침묵했다.

“그렇군요.”

세이즈는 조용히 한마디만을 던졌다.

“부탁입니다. 그 녀석에게 복수하는 걸 도와주십시오. 그게 제가 자료를 모두 넘겨드리는 이유입니다.”

세토로스타는 간절한 표정으로 세이즈를 바라보며 손을 잡았다. 세이즈는 꼭 그러겠노라고 약속했다. 힘을 합쳐 악랄한 살인마를 붙잡자고 했다. 세토로스타는 감사하다며 인사했다. 그 때 식당문 밖에서 오투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세토로스타님. 자료를 가져왔습니다.”

세토로스타는 오투아에게 들어오라고 지시했다. 오투아는 들어와 자료가 든 상자를 식탁 위에 올려놓았다.

“이게, 저희가 모은 자료의 전부입니다.”

세토로스타와 오투아는 세이즈에게 자료를 건네며 예의를 차리는 것을 잊지 않았다. 세이즈 또한 예의바르게 받아들이는 것을 잊지 않았다.
세토로스타는 집사를 데리고 밖으로 나왔다. 어두워진 길가에 가로등이 희미한 불빛을 비추고 있었다. 그는 걸어가며 말했다.

“이제 곧 녀석은 자멸하겠지. 그리고 내가 이곳을 접수하면 로나 가문은 다시 일어날 수 있어.”

집사는 여전히 바른 자세로 주인의 곁에서 주인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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