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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Craneske . SIR Fantasy / Knight (3)

2007.09.10 21:12

로스나힐 조회 수:238

3.

시르는 어마어마한 액수의 돈과 맞바꾼 소년을 데리고 자신의 성으로 향했다. 자신의 영지, 개인적인 삶의 공간으로 내려간 시르는 소년에게 소개했다. 오물들이 지나는 길을 지나 도달한 자신만의 공간을 소개했다. 육중한 철문이 그들의 앞을 가로막은 곳에서 시르는 환희에 차 소년을 향해 소리쳤다.

“이곳이 내가 사는 곳이야! 환상적인 곳이지.”

하지만 소년은 시무룩한 표정이었다. 아무리 다짐에 다짐을 했다고 해도 어린애는 어린애다. 아버지와의 헤어짐이 쉽게 받아들여질 리 없었다. 시르는 약간 붉은 기가 감도는 소년의 단발을 바라보며 말했다.

“너도 곧 이곳이 좋아지게 될 거야.”

그리고 그녀는 철문을 향해 몸을 돌렸다. 두 문짝에 손을 대고 밀자, 철제 조형물이 기이한 소리를 내며 벌어졌다. 녹적색의 녹이 바스락거리며 땅으로 떨어졌다. 그 환상으로의 관문은 시끄럽고 기분 나쁘게 천천히 아가리를 벌려 손님을 맞을 준비를 했다.
안은 온통 회색빛이었다. 사방이 전부 회색의 페인트로 깔끔하게 칠해져 있어, 마치 안개 속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줬다. 몽환적인 분위기의 공간에 들어온 소년은 어쩐지 머리가 어지러워지는 것을 느꼈다. 공기에 약간의 비린내가 섞여있었기 때문이다. 그 비린내음의 출처는 방 중앙에 위치한 단상이었다. 그녀의 작품이 올려져있는 단상을 바라보며 소년은 두려움을 느꼈다. 무언가 무시무시한 것이 붉은 색의 천으로 가려져 있다는 사실을 직감적으로 알아차렸다.
시르는 부들부들 떨고 있는 소년의 어께를 감싸 안듯 붙잡았다. 소년의 여전히 떨고 있었다. 시르는 미소를 지으며 소년에게 속삭였다.

“괜찮아. 무서운 게 아니니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이 저 안에 있지.”

소년은 그 말을 믿을 수 없었다. 평범한 소년이 이해할 수 있는 범주에서는 이미 한참 벗어나 있었다. 보지는 않았지만 느낄 수 있었다.

“저, 저기…….”

소년이 말을 꺼냈다.

“왜 그러니?”

시르는 부드럽게 소년의 말을 받았다. 그녀는 여전히 미소를 띠우고 있었다.

“저 안에 있는 걸 보여줄 수 있어요?”

소년은 물었다. 하지만 시르는 거절했다. 안에 있는 것은 소년의 인지 능력을 한참 벗어나 소년을 침몰시킬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시르는 자신의 재료가 작품이 되기 전까지 충분히 정상의 세계에 머물러있기를 바랬다. 그렇기에 지금 소년에게 자신의 작품을 보여줄 수는 없었다. 붉은 천을 벗겨내는 대신 시르는 소년을 다른 곳으로 인도했다.

“우와…….”

자리를 옮긴 소년은 감탄했다. 시르가 소년을 데리고 간 곳은 호화스럽게 꾸며진 거대한 홀이었다. 사방에 화려한 장식들이 난무했고, 금, 은, 보석으로 만들어진 가구들이 번쩍거리며 자신이 멋지다는 것을 으스대고 있었다. 천장에는 아름다운 그림이 그려져 있고, 거대한 샹들리에는 가만히 조용하게 불빛을 내뿜고 있었다. 그 외에 홀에는 기다란 테이블이 있었고, 그 위에는 온갖 호사스러운 음식이 차려져 있었다.
시르는 소년을 의자에 앉게 했다. 소년은 생전 처음 보는 음식에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시르가 음식을 권했지만,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었다. 잠시 뜸을 들인 소년은 식탁위로 손을 옮겨 천천히 음식을 음미하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소년의 움직임이 분주해졌다.
소년이 음식을 먹어치우는 동안 시르는 그를 관찰했다. 붉은 기가 감도는 흑색 단발머리를 관찰하고, 까무잡잡하지만 성숙함이 느껴지는 얼굴도 관찰하고, 적당히 건강한 신체도 관찰했다. 폐에 병이 있는지 자주 걸걸한 기침을 해댔지만, 그 정도는 빈민가에선 평범한 측에 속한다. 시르는 소년의 상태에 만족했다. 자신의 작품에 알맞은 소년이었다. 일부러 빈민가까지 가서 찾아낸 보람이 있었다.
시르는 소년을 작품으로 만들 생각에 빠져들었다. 온갖 쾌락 중추가 분비물을 흘려보내기 시작했다. 흥분에 몸을 떨었다. 계속 짓고 있던 미소는 어느새 웃음으로 번져있었다. 하지만 소리는 내지 않았다. 마치 폭탄에 화약을 구겨 넣는 것처럼 시르는 자신의 쾌감을 한 번에 폭발시키기 위해 참고 있었다. 작업에 들어갈 때를 기다리며 환희에찬 웃음을 표정으로만 드러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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