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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Craneske . SIR Fantasy / Knight (2)

2007.09.10 09:32

로스나힐 조회 수:210

2.

세이즈는 아들을 생각했다. 자신이 속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돈과 아들을 바꿔버리다니, 그게 어지간한 액수의 돈이었다면 단숨에 거절했을 터였다. 하지만 이제 와서 계약을 파기할 수는 없었다. 이미 돈을 써버렸기 때문이다. 계약을 파기하기 위해서는 받았던 돈을 모두 돌려줘야 한다. 하지만 이미 그럴 수 없다. 그걸 알고 그 여자도 아들에게 옷과 식사를 사주는 것을 말리지 않았던 것이다. 받은 돈에서 옷과 식사로 빠져나간 돈은 표조차 나지 않을 정도로 적은 돈이었다. 하지만 그 돈을 전부 돌려줘야 할 경우, 그 돈은 10년을 벌어도 갚지 못 할 엄청난 금액이었다.
그는 우선 은행으로 향했다. 평범한 거리에 있는 작은 은행이었다. 그는 돈다발을 내밀며 은행 직원에게 계좌를 개설하고 싶다고 말했다. 은행 직원은 깜짝 놀라며 돈을 세어보았고, 기계가 돌아가며 숫자가 올라갈수록 말단인 그의 눈은 커져만 갔다. 기계가 멈추자 그는 주저 없이 안으로 들어가 점장을 불러왔다. 점장 또한 놀라며 이정도 액수를 이곳에서는 맡을 수 없으니 조금 더 큰 은행을 소개시켜 주겠노라고 했다. 그리고 그들은 첫 보기에도 비싸 보이는 차를 타고 도시의 중심으로 향했다.
도착한 은행은 나라에서 가장 큰 은행 중 하나였다. 헌데 그 은행에서도 돈의 엄청난 액수에 놀라워하는 눈치였다. 세이즈는 새삼 자신이 받은 돈이 얼마나 큰돈인지 실감했다. 이자만 받아도 부자가 평민층에서 평생 먹고 살 수는 있을 정도의 돈이 나올 터였다. 그는 이자를 받아 받은 돈을 돌려주고 아들을 데려온다는 계획을 세웠다.
은행 간부가 전부 출두한 자리에서 세이즈는 이 은행에 돈을 맡기겠노라고 했다. 간부들은 모두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자도 높게 쳐주겠다고 했다. 세이즈는 당분간 자신이 생활할 수 있을 정도의 돈을 제외하고 나머지 전부를 은행에 맡겼다. 은행과의 거래가 끝났고, 그는 다시 거리로 나왔다.
거리로 나온 그는 먼저 집을 마련하기로 했다. 쓸 데 없이 호사스러운 집을 살 필요는 없었다. 가진 돈으로 충분히 깔끔한 집을 살 수 있었다. 평범한 거리에 있는 평범한 집이었다. 흰색과 주황색이 적절하게 섞인 현대식 단독 주택이었다. 세이즈는 집을 구매한 뒤 생필품 몇 가지를 집에 들여놓았다.
이자가 처음 들어올 한 달 동안 세이즈는 적당히 먹고 적당히 자고 적당히 입으며 생활했다. 그리고 한 달이 지나 처음 이자를 확인한 그는 아들을 데려오겠다는 생각을 까맣게 잊어버리고 말았다. 그가 바래마지않던 생활이 거기 있다는 것을 깨달은 그는 그저 기뻤다. 빈민촌에서 40년이 넘는 세월을 썩으며, 빈민가의 경계에서 보이는 평범한 사람들의 행진을 보며 얼마나 아파했던가. 그 모든 차이를 뛰어넘어 단숨에 올라갈 수 있다는 사실을 이제야 깨달은 것이다. 지금도 낡아빠진 집이 아닌 평범한 집에서 살고 있지만, 이 돈만 있으면 훨씬 좋은 집에서 거주할 수 있고, 외모를 가꾸고, 지식을 쌓으면 그야말로 귀족의 생활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의 기본적인 탐욕, 자신만을 위하는 성질은 분명 그에게도 존재하고 있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대 저택을 손에 넣었다. 가정부도 고용했다. 차도 샀고, 번듯한 외모도 갖추게 되었다. 이제 지식만 쌓으면 빈민가의 생활은 추억으로만 회자하는 새로운 삶을 얻게 되는 것이다. 그에게 지식이라는 결정적인 약점이 남아있을 그 때, 그의 집으로 한 남자가 찾아왔다.

“세이즈님 되십니까. 전 로나 가문의 집사 오투아 네스탄테라고 합니다. 당주 세토로스타님의 명으로 여기 찾아오게 되었습니다.”

자신을 로나 가문의 집사라고 소개한 남자는 공손한 태도로 세이즈에게 인사를 건넸다. 세이즈는 자신이 그 사람이라고 응답한 뒤 집사를 데리고 저택 안으로 들어갔다. 저택 안은 넓은 공간에 별다른 장식물이 없어 공허한 느낌을 주고 있었다. 둘은 로비를 지나 계단을 올라 세이즈의 방으로 향했다. 세이즈가 다소 산만하게 걷는 반면에 오투아는 반듯한 자세로 그를 따라갔다. 방을 몇 갠가 지나치고 세이즈의 방에 도착한 둘은 안으로 들어갔다.

“먼저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집사는 여전히 반듯한 자세로 서서 이야기를 꺼냈다. 세이즈는 의자에 앉아 그의 말을 들었다.

“두 달 정도 전에, 세이즈님 께서는 누군가로부터 돈을 받으셨지요?”

집사의 말에 세이즈는 두 달 정도 전의 일을 생각했다. 자신은 돈을 받고 아들을 예술가라 칭하는 여자에게 넘겨주었다. 그는 생각했다. 어떻게 저자가 그 사실을 알고 있는 것인가. 그는 돈을 풀어 조사를 시켰다는 단순한 결론을 내리고, 이미 다 알고 찾아온 것이라 추측했다. 그렇기에 숨길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그, 그랬네만.”

이것은 세이즈에게 이런 상황에 대처할 능력이 없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었다. 돈을 풀었다고 해도 빈민가에서 일어난 일까지 전부 알아내는 건 불가능하다. 세이즈는 조금 더 깊게 생각했어야 한다. 하지만 그럴 정도로 똑똑한 인간은 아니었다.

“뒷조사를 해봤습니다. 그 돈을 준 사람이 혹시 여자였습니까?”

세이즈는 자신의 예상대로 돈을 풀어 조사를 했다고 확신했다. 물론 이건 오투아의 거짓말이었다. 하지만 세이즈는 그것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그리고 이제 문제는 어째서 뒷조사를 했는가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

세이즈는 집사를 노려봤다. 집사는 담담하게 질문을 바꿨다.

“세이즈님은, 그 돈을 도대체 무엇과 맞바꾸신 겁니까?”

이미 돈과 바꾼 것이 아들이라는 것도 알고 있을 텐데, 세이즈는 새삼스럽게 질문을 하는 것이 불쾌했다. 그리고 자신의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대답을 회피하고 질문을 던졌다.

“그걸 묻는 이유가 뭐지?”

집사는 잠시 침묵했다. 대답을 해야 할지 망설이고 있는 것이다. 세이즈가 충분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었다면 오투아는 조금 더 자세를 낮추고 대화를 이끌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럴 필요는 없었다.

“원래는 아드님이 있었다고 알고 있습니다.”

오투아는 세이즈의 질문을 무시했다.

“무엇이 알고 싶은 건가?”

세이즈는 짜증을 냈다. 여전히 그는 집사를 노려보고 있었고, 집사는 무덤덤하게 그 시선을 받고 있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겠습니다. 아드님과 돈을 바꾸셨지요?”

세이즈의 주먹이 집사에게 날아갔다. 집사는 피하지 않았다. 그대로 서서 주먹을 받았다. 세이즈는 분노하며 집사에게 소리쳤다.

“도대체 왜 그런 걸 묻는 거냐!”

세이즈의 주먹이 떨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제서야 자신이 걸려들었다는 사실을 깨달았지만, 이미 늦었다. 오투아는 일부러 그가 자신을 때리도록 도발한 것이다. 세이즈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그를 로나 가문의 일에 끌어들이기 위함이다. 재력으로도 전술로도 원래가 빈민인 세이즈는 로나 가문의 당주 세토로스타의 상대가 되지 않았다.
세이즈는 다시 자신의 의자로 돌아가 자리에 앉았다. 허탈한 듯 몸에 힘을 뺀 채 잠시간 침묵했다. 도대체 무슨 이유가 있는 건지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을 주워 담을 방법은 없었다. 그는 고개를 들어 집사를 향했다.

“보기 좋게 걸려들었군. 그래, 원하는 게 뭔가?”

집사는 조용하게 로나 가문의 요구사항을 전달했다.

“그 여자를 찾아내는 것에 협력해주십시오. 필요하다면 당신의 돈을 사용할 수도 있다는 것에 동의해주십시오.”

꽤나 간단했다. 하지만 일방적으로 너무 불합리한 요구였다. 세이즈는 자신의 돈을 써도 괜찮다는 것에 동의하면 분명 자신의 재산은 거덜날 거라고 생각했다. 그걸 위해서 이러는 것이 아닌가라는 추측까지 했다. 물론, 그건 전혀 빗나간 추측이었지만, 그는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내 그 조건에 동의했다. 다른 방법은 없었다. 그리고 질문했다.

“도대체 그 여자를 왜 찾으려는 거지?”

“당신이 거래한 그 여자가 최근 출몰하는 소년 연쇄 살인범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세이즈는 식은땀을 흘리며 오투아를 바라봤다. 오투아는 그저 무표정하게 서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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