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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몽환록]2장-개전-(2-1)[3]

2007.08.20 23:07

울프맨 조회 수:204

모든 것은 평소와 다를 게 없었다.
아침을 맞이하는 도시의 일상은 여전히 분주했고, 각각의 사람들이 저마다의 자리를 찾아 회사로, 학교로, 일터로 바쁜 걸음을 재촉했다.
뉴스는 아침부터 대량의 변사체 발견과 성지대학병원을 필두로 각 대학병원에서 벌어진 시체 연쇄 도난 사건을 떠들썩하게 방영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남의일.
당사자가 아닌 타인으로서는 그저 기괴하고 이상한 사건, 아침부터 들려온 재수 없고 불길한 일 정도로 생각했기 때문에 크게 신경 쓰는 이들은 없었다.
이 사건이 이들의 일상에 미치는 영향은 그저 아이들이 집 밖을 나설 때 부모들이 몸조심과 일찍 귀가할 것을 당부하게 하는 정도였을 뿐, 이들의 일상 전체를 뒤흔들 힘은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사건의 장소인 성지대학병원 근처를 수상한 외국인 남자가 어슬렁거리는 것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신경 쓰지 않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시대가 많이 바뀐 관계로 외국인이라는 것이 더 이상 사람들의 이목을 끌만한 요소가 아니었고,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날카로운 눈초리를 날리는 수상해 보이는 행동도 준수한 외모가 가려주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진한 흑발에 흑진주와 같은 멋진 검은 눈동자를 지닌 이 라틴계 외국인 청년은 외모로 이목을 끌었으면 끌었지 수상하다거나 그 외의 다른 이유로 바쁜 이들의 시선을 끌 여지는 없었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도 단 하나의 시선만큼은 이 외국인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었다.
그 당사자는 바로 수상한 외국인으로부터 몇 걸음 떨어진 곳에서 유치원에 가기 위해 엄마 손을 꼭 붙들고 버스를 기다리는 꼬마 아이였다. 여섯 살 남짓한 이 아이는 엄마를 비롯한 다른 사람들처럼 무관심할 수 없었다.
아직 어린나이여서 외국인을 본 경험이 거의 없었기에 호기심과 신기함이 유발된 것이 첫 번째 이유였고, 그로인해 외국인 청년을 구경하기 시작했을 때, 아이는 도저히 눈을 뗄 수 없는 무언의 마력에 빠져들었다.
이유는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아이는 확실히 알아차릴 수 있었다.

‘ 저 아저씨는 이상하다!’ 라는 것을.......... 존재자체에서 뿜어져 나오는 위화감이 아이에게 남자의 정체가 수상함을 알려오고 있었던 것이다.

“엄마, 엄마!”

아이는 이상한 남자의 존재를 알리기 위해 열심히 엄마의 손을 잡아끌기 시작했다.

“엄마! 엄마아~~!”

인상을 찌푸리고 야단이라도 칠 듯한 엄마의 모습은 무서웠다. 하지만, 그늘 안에 몸을 숨기고 이상한 기운을 풍기는 아저씨가 더 무서운 아이였다.
그러나 엄마는 그저 아이가 투정이나 부리는 것으로 여기고 아이의 애원을 무시했고, 그렇게 엄마와 남자를 번갈아 보며 용을 쓰던 아이의 눈에 들어오는 것이 하나 있었다.

그것은 바로 위화감의 정체였다.
외국인의 존재를 특별하게 느끼게 만들었던 바로 그 무엇. 그것이 남자의 사소한 실수로 아이의 눈에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이었다.
아이는 그 짧은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엄마!! 저 아저씨 이상해!! 그림자 없어!!!”

순간, 주위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모두의 시선이 아이와 외국인을 향했다.
아이의 비명에 가까운 외침은 주변 이들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던 것이다.
그러나 제법 예리한 시선을 지닌 꼬마아이조차도 미처 발견하지 못한 것이 있었다.
자세히 관찰하지 않으면 결코 쉽게 알아보기 어려운, 주위의 그림자들보다 약간 짙은 그림자가 건물의 그림자를 타고 순식간에 남자의 발에 엉겨 붙은 사실을...............
그렇기 때문에 외국인 청년이 잘생긴 얼굴에 장난기 섞인 미소를 가득 띠며 어깨를 으쓱거렸을 때, 아이의 엄마는 창피해서 얼굴을 들 수가 없었다.

“이리 와!!”

“엄마. 진짜야~ 저 아저씨 이상해~ 엄마~~!”

아이를 끌고 재빨리 자리를 벗어나는 엄마와 끌려가면서도 끝까지 엄마를 졸라보는 아이.
결국 아이는 끌려가면서 마지막으로 한 번 더 확인해 보기 위해 외국인을 돌아보았다.
그리고 태어나서 처음으로 경험하는 무시무시한 공포에 휩싸이고 말았다.
장난기 섞인 환한 입가의 미소와는 달리 청년의 눈은 끔찍한 살기와 적의를 띄고 아이를 노려보고 있었던 것이다.
결국, 겁에 질린 아이가 울먹이며 엄마를 졸라 두 사람이 같이 돌아보았을 때, 청년은 종적을 찾을 수가 없었다.


“큰일 날 뻔 했군.”

대학병원근처를 벗어나 인적이 드문 골목에 와서야 이 수상한 외국인 청년은 겨우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자신도 모르게 그늘 밖으로 한걸음 내딛은 것 때문에 눈치 빠른 꼬맹이가 그걸 보았고, 하마터면 사람 가득한 시내 한복판에서 정체를 들킬 뻔하지 않았던가!
물론, 일반인들이 그때 그의 그림자가 없는 상황을 보았다고 당장 정체를 알아차리거나 하진 않겠지만, 문제는 그들 사이에 섞여 있을지 모르는 정체불명의 적이 가장 큰 문제였다.
그렇기 때문에 청년은 부랴부랴 발걸음을 서둘러 혹시나 있을지 모르는 추적을 따돌리기 위해 은신하기 좋은 골목으로 숨어든 것이었다.

그러나.........

“큰일 날 뻔하다뇨! 큰일은 이미 났습니다!!”

한숨을 돌리고 여유를 찾으려는 이 라틴계 청년에게 어디선가 불평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분명 골목엔 청년 외에 인적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으나, 목소리는 청년의 근처에서 또렷하게 들려오고 있었다.
하지만 청년은 놀라거나 당황하지 않았다.

“또 시작이군............."

마치 엄마에게 잔소리를 듣는 질풍노도의 반항심 많은 소년처럼 불편한 태도를 드러낸 청년은 너무나 자연스럽게 자신의 발밑에 있는 존재에게 말을 걸기 시작했다.

“이런 젠장! 이제 그만 좀 하렴 사랑하는 동생아. 넌 하나뿐인 형의 속을 박박 긁어야만 속이 시원해지겠니?”

청년은 좀 전의 꼬마에게 보여주었던 무시무시한 눈빛이었다고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다정한 모습으로 말했다.
그러나 청년의 시선이 향하는 곳은 바로 자신의 그림자였다.
만약 누군가가 이 모습을 보았다면, 청년의 불우했을 어린 시절을 상상하며 혀를 찰 법한 광경.
그러나 다음 순간, 놀랍게도 청년의 그림자는 스스로 벽을 타고 솟아오르더니 이윽고 형체를 갖추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완연한 사람의 형상이 되었다.
그림자에서 나온 사람은 흑발에 야성적인 수염을 갖춘 청년과는 정반대의 이미지를 지니고 있었다.
단정한 금발에 초롱초롱한 청록색의 보석 같은 눈동자를 빛내는 이쁘장한 미소년의 모습으로 청년의 어깨에도 못 미치는 키로 보아 대략 17세가 될까 말까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청년에게도 이 소년에게도 그림자는 존재하지 않았다.

“정말 형님은 언제 철이 드시는 겁니까? 제가 분명히 그늘 밑에서 가만히 기다려 주십시오. 라고 신신당부한지 얼마나 됐다고 소란을 일으키시고.............. 만약 제가 돌아오는 게 조금이라도 늦었다면 그 많은 사람들 눈에 형님 정체가 탄로 났을 게 아닙니까!! 이래서 다른 분들이 우릴 ‘바보 니카드로 형제’라고 부르는 게 아닙니까!!”

한바탕 독설을 쏟아낸 동생은 아직도 분이 덜 풀린 모양인지 볼을 잔뜩 부풀린 채로 씩씩거리고 있었다.
청년, 니카드로는 그런 귀여운 동생의 모습을 보며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래........ 앞으론 조심하마. 내가 잘못했다. 그러니까 이번 한번만 용서해주지 않겠니? 적을 소탕하고 임무를 완수하면 네가 좋아하는 초코파르페를 잔뜩 사줄 테니까.............”

“흐......흥! 제가 무슨 애인 줄 아십니까? 형님도 참 너무 하시는 군요!”

애써 좋아하는 기색을 감추는 동생을 보며 니카드로는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이내 표정을 굳히곤 진지한 태도로 묻기 시작했다.

“그래. 그런데 병원을 살핀 결과는 어떻게 됐지? 뭔가 흔적을 찾은 건 있나?”

“그 점에 대해선 드릴 말씀이 많습니다. 일단 이곳은 장소가 적절치 않으니, 호텔로 돌아가시지요 형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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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도 끝나가는 여름. 많은 분들이 이미 개학을 했으리라고 생각되네요^-^;

새학기를 힘차게 시작하도록 합시다 ㅠ.ㅠ

오늘도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다른 분들도 건필하세요~~!!

<특전>
캐릭터 탄생 비화.

니카드로 - 원래 초반의 약한 적인 희연을 넘기고 중간급의 개념으로 이 캐릭터의 특성과 능력을 결정했었습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이름! 어떤 이름을 지어야 적절할지를 군 제대한 2005년 이후부터 고민하기 시작했는데, 그 힌트를 준 것이 바로 군대간 친구와의 전화였습니다.
군대에 있는 친구는 몇번이고 수신자부담 전화로 전화를 해서 절 곤욕스럽게 만들었고, 친한친구다보니 무시할 수 없기에 그때마다 응해주다가 한 번은 가볍게 다툰적이 있었죠.
그 내용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나: 또 수신자 부담이냐? XXXX야. 좀 그만좀해. 이제 니 카드로 걸어!

여기서 발견했습니다.

니 카드로 걸어. 니 카드로......... 니카드로. 니카드로... 이거 괜찮네?

이렇게 캐릭터 이름이 결정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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