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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그녀]의 이야기 : n번째 세계-01

2007.08.09 01:13

Set_Age 조회 수:238

오후
해가 져가며 주홍빛 황혼이 서쪽 하늘에서 지평선을 향해 기울어져 내려갈 무렵.
안경을 쓴 남자가 창틀에 걸터앉아 담배를 피고있다. 그가 있는 곳은 복도. 안쪽 면은 커다란 유리들이 이어져있는 창문이고 반대쪽 면은 하얀 벽만이 이어질 뿐이다. 그런 복도가-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양쪽으로 이어져있다. 남자는 황혼 아래에서 그림자를 길게 늘이며 말없이 담배를 피고 있을뿐이었다.
창문에서 내려오는 주홍빛 황혼. 어느새 그 황혼의 아래에 하나의 그림자가 더 생겼다. 그림자의 주인공은 둥근 모자를 쓰고있었다.
안경 쓴 남자는 피던 담배를 허공에 떨궜다. 담배는-땅에 떨어지지않고 허공에서 사라졌다.
"사탄...무얼 하려는것이냐..."
"신을 떨어뜨리려는거다."
모자 쓴 남자는 안경 쓴 남자의 물음에 답했다.
"네놈들에게 그런것이 가능할리가 없잖아. 그리고 설령 가능하다해도, 나와 내 동료들이 막을것이다."
안경을 쓴 남자는 새 담배에 불을 붙이며 대답했다.
"후우...웬만하면 담배는 끊지? 아무리 천사라고 하지만 좋을게 없다고."
"말을 돌리지마. 너희 악마들에, 거인들까지 손을 잡았다고 하지만, 너무 무모해. 신에게 이긴다는건."
모자 쓴 남자는 모자를 더 깊게 눌러썼다.
"걱정마라. 우린 신에게 대적할 '마왕'을 깨웠다..."
모자의 그림자 밑에선 그의 미소가 희미하게 빛나고 있었다.
"미카엘...절대 네 기대를 져버리지 않을 화려한 전쟁이 될테니까."
황혼 아래의 그림자는 다시 하나만 남게 되었다.



인간과 블러드 레기온(Blood Legion : 피의 군대)의 전쟁.
인간의 모습이 아니며, 머리 끝부터 발 끝까지 붉은 색을 띈 지휘관도 없는 군대.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블러드 레기온의 공격이 멈췄다. 먹지도 죽지도 않으며, 그저 '인간(혹은 그에 준하는 지적 생명체)'를 무자비하게 멸하던 그들이었기에-사람들은 그들의 공격이 멈추자 기쁨과 함께 뭔지 모를 두려움에도 쌓였다.
그가 이곳에 나타난것도 그 즈음이었다.
어께까지 닿는 흑발. 검은 눈동자를 가진 건장한 체구의 청년. 그저 이방인인듯한 위화감도 없이 이곳에 나타났다.
그리고 이것은 극소수의 사람만이 아는 이야기인데, 그가 처음 오던 날. 외곽 지역에서 블러드 레기온과의 소규모 전투가 있었다. 작은 지역이어서 마땅히 싸울만한 사람도 적었고, 아무리 적은 수의 블러드 레기온이 왔다지만 이길 수 있을리 만무했다. 사람들은 당연히 모두 도망갔다. 그런데-블러드 레기온은 추격해오지 않았다. 궁금해진 한 사람이 다시 마을로 가보니, 한 청년이 마치 처음부터 붉은 머리카락이었다는듯이 피를 뒤집어쓰고 맨손으로 블러드 레기온과 싸우고 있었다. 아니, 그들을 찢으며 일방적으로 살육을 하고있었다. 그 블러드 레기온을 상대로. 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돌아왔을땐, 그곳엔 청년은 커녕 피 한방울 남아있지않아 헛소리로 묻혀진 이야기이다.
하지만-헛소리 일리가 없다. 그는 분명히 이곳에 있고, 나와 만났다. 그는 우리 쇼브스리(Chauve-Souris)에 의뢰를 했고 난 그 보수로-전쟁의 참가를 요구했다. 그가 승락을 했다는 것을 말 할 필요도 없다.
'우린 이길 수 있어...그는 가히 '마왕'이라 불릴 만 하지. 내 생각이 맞다면...'
모자 쓴 남자-사탄은 자신의 책상 앞에 앉아 웃고있었다.



혼자서 그곳에 가려면 얼마든지 갈 수 있다. 또 누군가 그곳에서 '성'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는것보단 혼자 가는 쪽이 낫다. 하지만 그는 혼자 가지않고 굳이 용병단에 의뢰를 했다. 사막 한 가운데까지 블러드 레기온에게서 안전하도록 데려다달라고.
그래...어째서인지 이곳에선 죽었을 '그녀'의 기운이 느껴진다. 하지만, '그녀'가 누군지는 모르겠다. '그녀'가 죽었을거란 확신 또한 왠지 모르겠다. 확실한건-
"난 잘못된 길을 가고있지않아."
그-리겔 아마츠-는 침대에 누워 천장으로 손을 뻗었다.
"잘못되었다면, 내 손으로 제대로 된 길을 만들어주겠어."
눈을 감지만 잠은 오지않는다. '그녀'의 기운이, 불안하게 한다...

다음날, 그는 하릴없이 거리로 나간다. 이곳에 온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선 아직 때가 안됐다. 그 전까지 딱히 할 것도 없다. 도시의 번잡함을 지나 발걸음이 교외로 향한다. 사람들이 점점 줄어들고, 한 교회가 시야에 들어왔다. 내키지 않지만-할일도 없다. 신을 믿는것도 아니지만 가서 시간이나 때워야겠다, 라고 생각했다.
"어차피 신이라는것도-다 믿는 사람의 마음가짐에 따를 뿐 이잖아..."
"그렇지 않아요."
교회 문에 다다랐을때, 그가 중얼거리자 누군가 거기에 답하였다. 리겔은 뒤를 돌아보았다.
하얀 원피스를 입은 여성. 그리고 옷의 일부라도 되듯 새하얀 머리칼. 마치 순백의 천사를 연상시키는 모습이었다.
"못보던 얼굴이네요. 저희 교회엔 처음이신가요?"
그녀가 미소지으며 말했다. 신도인가? 옷차림으로 봐선 성직자 같진 않다. 리겔은 귀찮다든듯이 대답했다.
"아, 예. 방에 있어봤자 별로 할 일도 없고. 걷다보니 여기로 걸음이 향했네요."
"모두가 주님의 뜻입니다. 어서오세요. 제가 안내해드릴게요."
순간-
"지옥으로."
주변의 풍경이 바뀌었다. 아니, 풍경은 변하지 않았다. 남은 것은 거대한 위화감 뿐. 분명 외관으론 변한것이 없지만, 확실히 '다른 공간'이다. 바람 한점 불지않는 '이공간'이다.
"너...뭐냐..."
"오랜만이네요. 아까 못보던 얼굴이라고 했는데, 거짓말. 정말-이렇게 얼굴 맞대는게 얼마만인지 몰라. 그동안 얼마나 보고싶었는지 알아요, 리겔?"
그녀는 뒷짐을 지고 한발 한발 리겔의 주변을 맴돈다. 아-이 위화감. 확실히 이곳에 와서 처음 느꼈던 기운과 동일하다.
"너...설마..."
"기억할리는 없는데-'설마'라는건 뭔가 느꼈다는거지요? 기뻐! 리겔이 나를 기억해주다니."
숨이 막힌다. 이 공간 속에선 한시도 더 있기가 싫다. 아니, 더 있을 수 없다. 이곳에 있다간...분명 위화감에 눌려 미쳐버릴것이다.
"너무 그렇게 스스로를 죄지 말아요. 그냥 풀어버리세요. 괴로워할것 없어요. 자-난 여기 있어요. 더이상 당신을 붙잡는건 없잖아요?"

광기(狂氣)
내 안에 가둬둔 그녀의 영혼이-날 미치게 한다.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리겔의 머리칼이 핏빛으로 물든다. 마찬가지로 붉은 눈동자를 번뜩이며 달려나간다. 손톱을 세우고-그녀에게 달려든다.
"미안해요. 하지만 이젠 안돼요."
한줄기 바람이 불었다.
그렇게 느껴졌다.
그와 동시에-리겔이 온몸에 베인듯한 상처를 입으며 나가떨어졌다.
"리겔. 혹시 이 검 알아요? 바르만웨라고 하는데."
어느새인가 그녀의 손엔 한자루 검이 쥐어져 있었다. 장식이 전혀 없는 날밑과 손잡이. 하지만 창백한 파란색을 내뿜는 검날이, 그 검의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리겔은 몸을 이르켜 자세를 추스렸다. 많은 상처가 난 그의 몸은-벌써 조금씩, 하지만 눈에 띄도록 회복되고있었다.
"너, 뭘 한거냐."
"'진공을 가르는 검' 이에요. 가만히 있는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수십번도 더 적을 벨 수 있죠."
그녀가 검을 살짝 흔들자 주변에 마치 돌풍이 일어난것첨 요동쳤다.
"뭐, 오늘의 매인은 이게 아니지만요."
그녀는 왼손을 뻗었다. 그러자 그녀의 손에 한자루 단검이 쥐어졌다. 날이 두갈래로 갈라진, 돌로 된 단검이다.
"이건...이름이 없네요. 능력은-직접 보여주는게 낫겠죠?"
그녀는 단검을 아래로 쥐고 자기 등 뒤쪽의 허공을 찔렀다.
"크아악!!!"
리겔의 배에서 거대한 날이 튀어나와있었다. 날은 그의 등 뒤로 이어져있다. 커다란 낫이다. 그녀는 검을 다른 방향으로 휘둘렀다. 베고-찌르고-당기고-
허공을 향해 계속해서 단검을 움직였다. 그리고 그때마다 리겔의 주변에선 검, 도끼, 창, 낫 등의 날붙이들이 나타나 그를 베고-찌르고-후벼팠다.
"리겔, 일어나요. 당신이 내 심장을 가져간 고통에 비하면 이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잖아요?"
"너...죽여버리겠어...!!!"
리겔은 이미 낫기 시작한 상처를 끌고 그녀에게 달려갔다. 그녀의 목을 잡고 쓰러트렸다.
"으아아아아아!!!!"
그녀의 목을 조른다. 그리고 한손을 들어 손톱으로 그녀의 목을-

탕!

단발의 강한 총성이 들리고 리겔이 뒤로 쓰러진다.
"괜찮습니까?!"
총을 든 남자가 여자에게 달려와 그녀를 감싼다. 그리고 다른 한 남자는 자신의 검을 쓰러진 리겔의 목에 겨누었다.
"네놈, 뭐하는거냐!!!"
긴 금발과 초록 눈동자. 그리고 교회군 장교들의 제복. 그는 흑발로 돌아간 리겔의 팔과 몸을 마법 구속구로 묶었다.
"이 회복력...평범한 인간은 아니군."
기절한 리겔을 놔두고 그는 여성에게 다가갔다.
"괜찮습니까, 크리사리온양?"
"아 네, 괜찮아요. 고맙습니다, 케이지님."
리겔이 흘린 피에 붉게 물든 원피스를 입고있는 그녀는, 마치 자신이 공격받았다는듯이 겁먹은 표정으로 있었다.
"크리사리온양, 일단 저희랑 함께 가시죠."
"네..."
케이지라 불려진 남자와 총을 든 남자는 양쪽에서 리겔을 구속하고 앞서 걸어갔다. 뒤 따라 걸어가는 여성-크리사리온의 얼굴에 미소가 번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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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다! 엄청 짧다!
당연하다! 충동적으로 쓰기 시작해서 엄청 금방 끝낸 작품이다! 원래 설정에서 엄청 바뀌고 엄청 짤라먹었다! 짧은게 당연하다!(←)
라고 시작하는 후기입니다. 랄까-나도 모 선생님처럼 전용 멘트를 만들어볼까...(←라기엔 너무 안쓴다)
리겔의 이야기.
원래 이 이야기를 먼저 쓸 생각이었지만, 어쩌다보니 세트의 이야기를 먼저 썼습니다.
뭐랄까-별로 상관은 없죠. 어느정도 갈때까지 두 이야기에서 연결점은 찾아보기 힘드니.
그래도-드디어 시작했다! 라는 느낌이네요.
아아-방학동안 많이 써야하는데 이 뭐...
앞으로 분발해봐야죠. 그럼 잘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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