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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을 휘두른다. 단번에 6명이 피를 뿌리며 허공으로 날아가 버린다. 귀가 멀 것 같은 칼바람 소리에 질린 병사들은 한 걸음 뒤로 물러난다.

"우아아아아!"

누군가 소리를 질렀다. 두려움을 떨쳐내듯 창을 찔러 들어간다. 그에 용기를 얻은 듯 몇 자루의 창이 뒤를 따른다.

막는다. 칼을 그대로 땅에 박아버린다. 2m는 됨직한 넓은 칼날의 폭은 주인의 몸을 충실히 지켜준다. 칼날에 부딪친 창이 맥없이 부러져 나간다.

칼을 걷어차며 들어올린다. 땅을 훑어내며 그 앞에 있던 병사들을 쳐 날린다. 붉은 피와 함께 날아간 흙덩이가 병사들 머리 위로 쏟아진다. 투석기에서 쏘아낸 바위 같다. 순식간에 혼란이 퍼진다.

뛰어오른다. 적진의 한 가운데 착지하며 칼을 내리 친다. 운석이라도 떨어진 것처럼 커다란 크레이터가 생긴다. 연속으로 세번. 주변에 칼을 휘두른다. 순식간에 주위가 텽 비어버린다. 웅크린 몸을 일으켜 세우자 창을 들이댄 채 접근하지 못하고 주춤대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인다.

칼을 들어올린다.

"물러나라. 싸우는 것은 좋아하지 않지만 계속 적대 행동을 할 경우는 봐주지 않는다."

물러나라, 물러나라, 물러나라. 그 소리가 병사들의 머리를 때린다. 접근하는 사람은 없었다. 신장 6m 의 거인. 기간테스가 내뿜는 위압감은 이미 공포라는 영역을 훨씬 초월해 있었다.

몸을 돌린다. 계속 이 곳에 머물 이유는 없었다. 이미 끝나버린 싸움. 더 이상 피냄새를 맡고 싶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 순간 뒤에서 병사들이 움직이는 소리가 들린다. 고개를 돌린다. 바다를 가르듯 갈라진 병사들 사이로 두 명의 사람이 걸어오고 있었다.

새하얀 머리카락이 바람에 흩날리는 것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손에 들린 것은 금빛의 검. 본 적은 없었다. 하지만 익히 들어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백발의 검투사..."

"아는 사람이야?"

거인의 어깨 위에 앉아있던 소년이 묻는다. 그 말에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다. 남자의 몸에서는 짙은 피냄새가 풍긴다. 인간의 피가 아니다.

"참. 용 사냥꾼이면서 검 사냥꾼이지. 꽤 유명해. 저 칼 '울부짖는 사자'도 굉장한 명검이고."

"헤에. 그거 영광인데? 천하의 레아틴 히페리오스가 날 알아주다니."

참이 웃으며 답한다. 비꼰다거나 하는 느낌이 전혀 실려있지 않은 순수한 감탄. 그 말에 레아틴은 쓴 웃음을 지으며 답했다.

"세계 최강의 공처가라고..."

참의 얼굴이 가볍게 일그러진다. 뒤에 서 있던 여자가 크게 소리내어 웃으며 참의 어깨를 팡팡 두드린다.

그런가, 저 여자가 바로...

"상관 없겠지.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니까."

왠지 가벼워진 분위기를 몰아내듯 목소리를 낮추며 참이 한 걸음 나선다. 그 옆에 서 있던 그의 아내, 키리는 한 걸음 물러난 뒤 팔짱을 낀 채로 히히낙낙 거리고 있었다.

"왠지 무시하는 것 같지 않아? 레아?"

리에코가 투덜대며 묻는다. 레아틴은 자신의 어깨 위에 앉아있는 소년의 말에 가볍게 웃으며 답했다.

"아니, 믿는거야."

신뢰. 그리고 자신감. 그 것이 아마 저 커플이 14마리의 용을 쓰러뜨리게 해 준 진짜 힘.

칼을 들어올린다. 달려오는 참. 몸을 낮추며 한 발 앞으로 내딛는다. 길게 몸을 늘여 낮게 베어나간다. 길게, 키리의 코 앞 까지 검이 훑고 지나간다.

참이 피한다. 몸을 날려 피한 뒤 레아틴의 옆으로 달려나간다. 목표로 한 곳은 왼쪽 오금. 뛰어오르며 칼을 휘두른다. 다리를 들어올리자 아슬아슬하게 참의 칼이 발 아래를 지나간다. 그대로 기합과 함께 밟아버린다. 참은 땅을 구르며 그 발을 피한다. 땅이 흔들린다.

참과의 거리가 멀어진다. 정확히 레아틴의 검이 닿지 않는 범위까지 물러난다.

"휘우, 대단한데? 기간테스 최강의 전사라더니 그 말이 틀리지 않아."

여유있는 목소리. 하지만 참의 등 뒤로는 식은땀이 흐르고 있었다. 강하다. 그러면서도 빠르다. 지금까지 상대해 왔던 용 보다도 더 힘든 상대인 것 같았다.

다시 달린다. 참이 공격 범위에 들어오는 순간 레아틴이 칼을 내리찍는다. 수직으로 내리 꽂히는 칼. 오른쪽으로 몸을 날리며 피한다. 칼이 땅에 박혀 들어가는 순간 뛰어올라 칼자루를 밟고 다시 뛰어오른다. 단번에 5m 높이를 뛰어오르며 참은 양손으로 칼을 움켜쥐었다.

그 순간 눈 앞으로 자신의 몸 만한 커다란 주먹이 날아든다.

"펀치다! 레아!"

- 쾅!

"크악!"

참이 피를 뿌리며 날아간다. 레아틴은 내던졌던 자신의 칼, 기가 슬래셔를 다시 뽑아들었다. 리에코의 말에 조용히 답한다.

"네, 주인님."

칼을 뿌려 묻어있던 흙덩이를 털어낸다. 고개를 돌린다. 참이 떨어진 자리에 부연 흙먼지가 일어나는 것이 보인다. 죽었을까? 사정 봐주지 않고 친 주먹이다. 보통의 인간이 버틸만한 힘이 아니다.

순간 몸이 묶인다. 몸 주위에 생긴 3개의 둥근 고리가 조여들며 레아틴의 몸을 묶는다. 몸이 으스러질 것 같은 압력. 시선을 돌리자 자신을 노려보고 있는 키리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죽인다!"

비명같은 외침. 키리가 양손을 들어올린다. 왼손으로 도형을 그려내자 그 앞쪽에 새하얀 빛이 모여들고 있었다. 오른손을 내지르며 주문을 외운다.

[천산탄千霰彈! T.H.O.U.S.A.N.D.S.H.O.T.G.U.N!]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빛의 화살이 레아틴을 향해 날아든다. 키리의 단계마법. 마나와의 접촉 없이는 사용할 수 없는 9단계의 원형식. 그 엄청난 적의를 담은 빛이 날아들자 리에코가 비명을 지른다. 그와 동시에 레아틴은 온 몸에 힘을 주었다.

"하앗!"

황금빛 고리가 산산히 부서져 나간다. 기가 슬래셔를 들어 앞에 세워 꽂으며 몸을 웅크린다. 빛이 검을 때린다. 움켜쥔 검이 흔들리는 것이 느껴진다. 하나하나가 발리스타에서 쏘아진 대형 화살같은 느낌. 길게 땅을 파내며 레아틴의 몸이 뒤로 밀려난다. 입술을 깨문다.

한 순간 그 힘이 멈춘다. 머뭇거리지 않고 칼을 뽑아들며 달려들었다. 키리의 머리를
향해 내리친다.

"어딜!"

칼이 막힌다. 참이다. 피투성이가 된 채로 키리의 앞에 서 있었다. 정면으로 레아틴의 검을 막아낸 참의 몸은 무릎까지 땅에 박혀있었다. 몸에 있던 상처가 벌어지며 피를 뿜어낸다. 참 역시 검을 피를 토해낸다. 피 안에 내장 조각으로 보이는 살덩이들이 섞여있다.

"참!"

키리의 비명. 그 소리를 들은 참이 웃는다. 입 안에 고여있던 피가 흘러내린다.

강하다. 버텨낼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렇다고 멈출 수는 없었다. 아직 참의 눈에는 싸우고자 하는 의지가 남아있었다.

그에 응한다.

[역장力場! F.O.R.C.E.F.I.E.L.D.E!]

내려치는 레아틴의 검이 다시 막힌다. 왼손을 들어올린 키리의 머리 위에서 시작된 반구형의 투명한 벽이 레아틴의 검을 막고 있었다. 한 팔로 참의 목을 감은 채 레아틴을 노려보며 손을 움직인다.

뛰어오른다. 뒤로 물러나며 검을 고쳐잡는다. 레아틴이 서 있던 자리 위로 커다란 폭발이 일어난다. 키리가 사용한 주문이 아니다. 어느 새 그 둘의 앞에 서 있는 사람이 보였다. 손에 든 것은 듀얼 소드. 왼손은 자신을 향한 채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고, 입에서는 알아 들을 수 없는 말을 토해내고 있었다.

그 사람의 손 앞에 불타는 돌이 모습을 드러낸다. 갯수는 총 4개. 쏘아낸다.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돌을 기가 슬래셔를 휘둘러 부숴버린다. 커다란 폭발이 레아틴의 몸을 삼킨다.

화기를 걷어낸다. 어깨위를 감싼 왼손이 화끈거렸다.

"괜찮아?"

레아틴의 말에 리에코가 고개를 끄덕인다. 다행이다. 리에코에게는 아무런 피해도 오지 않은 것 같았다. 그에 반해 기가 슬래셔는 이가 완전히 나가서 칼이 아닌 몽둥이 수준으로 변해있었다.

"미티어 스웜. 무서운 주문을 쓰는데?"

리에코의 말에 긍정을 표하며 시선을 돌린다. 어느샌가 세 사람의 모습은 사라져 있었다. 물러난건가...

"그 사람. 쿨구레루 맞지? 붉은달의 화신."

"아마도."

검은색 일색의 마도사를 떠올리며 답한다. 역시, 오늘은 어찌어찌 막은 듯 하지만 자신 혼자서는 좀 벅찬 상대들이다.

"후속 부대는 언제쯤 온대? 연락 왔어?"

"아직, 곧 오겠지만서도..."

그런가... 리에코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몸을 돌린다. 오늘 다시 사람을 보내봐야 할까? 적의 공세가 점차 강해지고 있었다. 급하게나마 먼저 달려오기는 했지만 혼자 막는 것도 이제는 힘들다.

"내일까지 버텨보고 안 오면 조금 물러나자."

"응."

해가 진다. 어느새 이렇게 하루가 저물고 있었다. 붉게 물든 하늘이 피로 얼룩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싸워야 하는 걸까?"

하늘을 바라보며 중얼거린다. 하지만 답해주는 사람은 없었다.







설명

[사또나리] 님이 손안바다에서 연재중인 [기간틱스] 의 주인공들

레아틴 히페리오스 - 기간테스의 마지막 생존자. 히페리오스는 가장 강한 기간테스의 전사 가문

리에코 - 우연히 레아틴을 만나게 된 소년. 특이사항 없음 [틀려!]

....




[느와르] 님의 [천하일색] 주인공들

알아서 검색해 볼 것. 완결 게시판에 있음 [틀려!]




쿨구레루 - 붉은달의 진혼곡에 있던 캐릭터. 기타 특이사항 없음 [틀리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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