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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하다. 이건 빈껍데기다.

처음 부딪치는 순간 그런 생각이 들었다.

또 한 기가 자신에게 달려들고 있었다. 적색의 창을 들고 차징이라도 하는 것 처럼 곧장 날아오고 있었다.

하지만 그 것 뿐. 오라를 쓸 필요성조차 느끼지 못했다. 원거리 포격용인 인텔리전스 디바이스를 이런 식으로 사용하는 녀석들이다. 정해진 진형도, 기본적인 대오도 없었다. 그저 무작정 달려들 뿐이었다.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은 채 몸만 비틀어 창을 피한다. 상대의 금빛 디바이스를 잡아채며 오른손에 든 총으로 머리를 날려버린다. 단지 그 것 뿐. 화려한 기교도, 다른 무엇도 없었다.

발을 움직인다. 공격을 피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단지 상대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피를 맞기 싫은 것 뿐. 시시한 싸움이라고 생각하며 주변을 살핀다.

이미 상황은 대부분 정리되어진 상태였다. 자신과 똑같은 모습을 한 전사들. 적의 세 배에 달하는 숫자를 앞세워 단숨에 승부를 결정짓는다. 학살이라기 보다는 집단 린치에 가깝다.

Flow Moon. 이넥스 크루이드라는 정체 불명의 사내를 기점으로 한, 그의 클론 400기로 이루어진 전투 부대. 통상의 전사 4만과 전투력이 비슷하다고 평해지는 부대다. 그보다 높게 평가하는 사람은 있어도 낮게 평가하는 사람은 없는 최정예부대.

특히 그 중 이넥스의 능력은 독보적이었다. 그 누구도 쉽사리 이넥스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지 않는다.

회색 날개의 츠바사.

어느샌가 자신의 별명이 되어버린 어깨의 문신에 대한 기억조차 하지 못하면서 싸우는 방법 만은 확실하게 기억하고 있는 사나이.

그렇지만 그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클론들은 왜 이리 더럽게 싸우는 것일까?

자신과 똑같은 모습을 한 전사들이 하는 행동을 보며 이넥스는 눈살을 찌푸렸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 섬세하고 깨끗한 전투와는 거리가 멀었다. 미친듯이 달려 들어 쏘고, 후려치고, 물어뜯는다. 어쩌면 기억을 잃기 전 자신의 모습이 저랬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 보지만 거부감은 여전히 자신을 괴롭히고 있었다.

6기의 '이넥스'들이 마지막 적을 갈갈히 찢어버리는 모습에 결국 고개를 돌리고 말았다. 보기 싫었다. 빨리 이 비린내 나는 전장에서 물러나고 싶었다.

통신기를 든다.

[오, 형님. 역시 무사하시군요. 전황은 어떻습니까?]

"그 형님 소리 좀 그만하지 못하겠나?"

기다렸다는 듯 자신의 송신에 응하는 남자를 보며 인상을 찌푸린다. 하지만 그 사내는 절대 그럴 생각이 없는 듯 입가에 웃음을 지우지 않으며 이넥스를 바라볼 뿐이었다.

라크슬레인 G.Slazer.

역시 그리 마음에 드는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평소에는 굉징히 공손한 태도로 사람을 대한다. 하지만 어느샌가 그는 실종된 총수 다음 가는 위치에 서 있었다. 전장에 투입되는 병력에 대해서는 말 그대로 '말'로 사용하는 것을 서슴치 않는다. 그러면서 전투가 끝난 뒤에는 말단 병사 하나하나를 챙기는 모습도 보인다.

어느 것이 진짜 모습일까? 하는 생각을 해 본 것도 한두번이 아니다.

뭐, 굳이 고민할 필요는 없겠지만.

역시 자신은 그런 것에는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며 실소를 흘렸다. 자신은 그저 싸우기만 하면 될 뿐이다. 그 것 뿐이었다. 그 외에는 아무 것도 필요 없었다.

어쩌면 자신이 이렇게 라크슬레인이나 그의 지시를 따르는 것도 그 때문일지 모른다.

아무 것도 묻지 않고, 아무 것도 의심하지 않는다. 그저 그의 능력에 탄복하고, 그의 능력을 이용할 뿐이었다. 계락 따위도 없이 지독히 단순하게 이넥스를 다룬다.

역시, 자신은 그냥 순수한 싸움꾼일 뿐이다.

상황을 보고한다. 기동 포격단을 10분도 채 안되어 궤멸시켰다는 말에 라크슬레인은 탄성을 내지른다. 하지만 이넥스는 그런 라크슬레인을 무시한 채 말을 이었다.

"다만 머리가 없었다."

[무슨 말씀이십니까?]

"빈 껍데기뿐이었다. 단순히."

자신이 빠진 Flow Moon과 같은 거겠지. 굳이 설명을 덧붙이지는 않았다. 라크슬레인도 꽤 하는 인물이다. 이 정도를 눈치 못챌리 없었다.

[총알받이군요. 기동포격단을 재정비한다는 말은 있었지만 아예 파기해버린 것 같군요. 조금은 예상 밖인데요?]

"조금은 예상 했다는 이야기군."

[약간은요. F.M이 공격해 오는데 기동포격단만 가지고 쫄래쫄래 나온다는 말에 그런 생각이 들긴 했습니다. 이건 버림수구나 하고... 아마 지금쯤 전열을 재정비 하고 있겠지요.]

재정비 하는데 필요한 시간이 그 정도면 충분한거냐? 아니면 단순히 부하를 아끼기 위해서 빼돌린거냐? 어느쪽이 맞는지 이넥스는 알 수가 없었다.

뭐, 아마도 전자겠지. 아니면 다른 꿍꿍이가 있다거나. 아무리 그래도 그 아미엘이 지휘하는 군이다. 그렇게 무르지는 않을 것이다.

매력적인 여자라고 한다. 이지적인 용모 만큼이나 능력도 뛰어나다는 말을 들은 적도 있었다.

그러다 문득 실소해 버렸다.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건지. 머릿속에 떠오른 잡스런 생각을 털어버린 뒤 묻는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하지?"

[계속 진격해 주세요. 지금쯤 본성에는 아무도 없을 겁니다. 뒤로 물러나는 중이겠지요. 다만 그들이라면 지금쯤 어느 정도 방어태세가 구축되어있을테니 본대와 합류한 뒤에 다시 계획을 짜도록 하겠습니다.]

"알았다."

간단히 답한 뒤 통신을 끊는다. F.M의 전열을 가다듬은 뒤 이동을 지시한다. 싸울 때와는 달리 질서 정연한 모습으로 400기의 병력이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한다.

초전은 승리. 하지만 아무 것도 없는 승리다. 얻은 것도, 잃은 것도 없는 단순한 장난일 뿐. 마음에 들지 않았다.

뭐, 이제 시작이니까. 앞으로 즐길 기회는 많이 올 것이다. 그렇게 자위하며 이넥스 역시 발걸음을 옮긴다.

전술이건 전략이건 알 필요도 없었다. 그저 싸우면 그만일 뿐. 그게 싸움꾼이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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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점은 아마 꿈사와 손안바다를 한 화씩 왔다갔다 할지도...

뭐, 그런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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