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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방 안에 적막이 감돈다. 톡톡톡. 가볍게 책상을 두드리는 소리만이 울려 퍼질 뿐이었다.

"20만이라..."

그 숫자가 소리없이 압력을 가해온다. 20만이다. 이 정도면 거의 전 병력을 동원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정말로 싸울 생각인건가.

아니, 단순히 이번 일 하나만으로 이렇게 큰 일이 벌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아마도 오래 전부터 천천히, 지속적으로 준비해 왔던 것이겠지. 그리고 결국 그 심지에 불이 붙어버린 것이다.

실종.

한 나라의 총수가 실종되었다.

그 것도 이 쪽의 사람과 접촉한 것을 마지막으로.

결백을 증명하고 싶었지만 방법이 없다. 어떤 증거도 없었다.

"적의 선봉은?"

전령이 숨을 고르는 것을 기다렸다가 묻는다. 그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츠바사의 Flow Moon 400기 입니다."

순간 회의장에 있는 사람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 숨을 삼킨다. 예상 외의 강공이다.

"... F.M 전 부대라. 저쪽 전력의 2할 이상인데..."

지금까지 표정의 변화가 없던 아미엘의 얼굴 역시 굳어있었다.

20만의 병력 중 단 400기. 그 비율은 얼마 되지 않는다고 하지만 그 부대의 힘은 4만의 병력을 훨씬 웃돈다는 것이 정설. 단순한 위협이나 국지전 수준으로 끝날 이야기가 아니다.

역시, 이 것은 진짜 전쟁이다.

하지만 시간이 부족했다. 현재 병력이 너무 흩어져 있었다. 전 군을 소집하기 전에 이미 F.M의 파상 공세가 전열을 흩어 놓을 것이다.

"우리 쪽에서 즉각 동원 가능한 병력은?"

회장의 공기가 가라앉는다. 무리도 아니다. 말 그대로 죽으러 가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

그 누구도 입을 열지 않는 가운데 단 두명만이 조용히 손을 들었다. 아므와 카미유.

그 둘의 모습을 잠시 지켜보던 아미엘이 결국 결정한 듯 손을 들었다.

"기동포격단이 나간다."

"아미엘님!"

카미유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외쳤다. 하지만 아미엘은 표정을 바꾸지 않은 채 말을 이었다.

"Coloress Sky 는 안된다. 너무 섬세해. F.M과는 맞지 않아."

재고의 여지가 없다는 태도. 카뮤는 입술을 깨물며 결국 자리에 앉고 말았다.

"15분만 버티면 된다. 기동포격단이 적을 막는 사이 뒤로 물러나 전열을 재정비. 수비 태세로 들어간다. 그 정도면 비활과 파우스트도 합류할 수 있겠지."

아무도 입을 열지 않는다. 조심스레 아므를 바라보는 사람도 있었지만 정작 그 당사자는 아무런 표정의 변화도 없었다. 말 그대로 총알받이가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원군을 청하는 것은 어떻습니까?"

숙연한 분위기가 감도는 가운데 로그미가 조심스럽게 말을 건넨다. 아미엘의 시선이 자신을 향하자 조금 당황한 듯 하다가 다시 목소리를 가다듬고 말을 잇는다.

"행복동 쪽에 원군을 청하는 겁니다. 그렇게 되면..."

"안된다."

하지만 아미엘은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그 것이야 말로 놈들이 원하는 것이겠지. 지금 저 녀석들을 이끄는 것은 다름아닌 라크슬레인이다. 전쟁의 명분 자체가 복수전이니 다른 나라를 끌어들이지 못하는 것 뿐이지, 우리 쪽에서 다른 곳을 끌어들이는 순간 No Name Network(노나메) 전부를 끌어들일 인간이다. 노나메의 창설자가 라크슬레인 그 인간이니 노나메 전부를 끌어들이는 것 정도야 쉽겠지."

아미엘의 말에 로그미 역시 고개를 숙였다.

별 수 없다. 일단은 시간을 벌어야 한다. 이렇게 시간을 벌다가 파견 나갔던 모든 병력이 복귀한다면 승산은 이쪽에 있다.

"그럼 지시한 대로 즉각 행동해 주기를 바란다."

자리에서 일어난다. 다른 모든 이들 역시 자리에서 일어나 예를 표한 뒤 바삐 움직이기 시작한다.





"아므."

"무슨 일이십니까?"

막 문을 나서려던 아므를 잡는다. 아미엘은 주변을 살피더니 아무도 없다는 것을 확인 한 뒤 목소리를 낮추어 말했다.

"이번 작전에서 자네는 빠진다."

"네?"

"아까 말했듯이 기동포격단은 총알받이다. 거기에 자네까지 휩쓸리게 할 생각은 없어."

"하지만..."

말도 안된다. 기동포격단은 어디까지나 아므의 1인 지휘체계였다. 안 그래도 힘든 상대를 머리가 없는 상태로 싸우라고 하다니, 15분은 커녕 5분이라도 버티면 다행일 것이다. 게다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는 안다. 하지만 그런 곳에서 자네를 잃을 수는 없어."

"...."

"곧 새 기동포격단이 완성된다. 그 때가 되면 어차피 지금 녀석들은 파기될 거였어. 그러니 버린다."

반박하고 싶었다. 기동포격단의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함께 하리라 했건만...

"어차피 기동포격단은 자네의 클론들이지. 자네가 빠진다고 해서 알 사람은 없어."

답하지 않는다. 그 굳은 표정을 본 아미엘은 가볍게 한숨을 쉬고는 말을 이었다.

"이건 전쟁이다. 전투가 아니야. 말을 버릴 때도 필요한거다."

"하지만!"

"'말'이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냐. 내겐 그렇게 보.... 인다."

아미엘의 표정이 미묘하게 변한다. 그 표정을 본 아므는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도 실제 하고 싶었던 말은 '보여야 한다' 겠지.

"알겠습니다. 그럼 전 어떻게 하면 됩니까?"

"뭐, 다른 쪽 동향을 좀 알아봐 줬으면 하네. 신경 쓰이는 곳이 있어서."

"다른 쪽이라 하면..."

"Angel`s tear."

아미엘의 말에 아므가 고개를 갸웃거린다. Angel`s tear. 그 곳은 변방의 중립 노선을 지키는 작은 영지다. 그런데 왜...

"간단해. 친구 사이라는 것은 그리 간단히 생각할 문제가 아니지. '세이피어드'가 참전하는 순간 뒤에 있는 '로망스'까지 참전하게 될거다. '이잠'은 절대 만만한 상대가 아니야."

그제서야 이해가 갔다. 생각해보면 확실히 이건 단순하게 끝날 문제가 아니다. 자칫 잘못하면 세계대전 수준까지 일어날 문제다.

"알겠습니다. 그럼 먼저 물러가겠습니다. 무운을."

가볍게 고개를 숙이며 인사한다. 아미엘은 아므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려 준 뒤 몸을 돌렸다.



전쟁의 막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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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내 인트라넷에 존재하는 문학창작 동아리 '손안바다'

그리고 꿈꾸는 사람들 을 이용해서 끄적이는 팬픽입니다.

...

저질러버렸다. 라는 생각밖에 안 듭니다. [한숨]

뭐, 그런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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