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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몽환록]1장-사망전이-(1-4)[11]

2007.02.23 01:28

울프맨 조회 수:166

눈앞의 상대는 진정 영준을 없애버릴 심산이었다.
단, 앞의 ‘어쩌면’이라고 복선을 깔아두긴 했지만 말이었다.........................

“좋아, 그럼 그 어쩌면...이 아닐 경우는 어떻게 되는 거지?”

영준은 희박해 보이는 낮은 가능성에 모든 것을 걸어보기로 마음먹었다.
마치 지금의 상황이 영준 자신에게 있어서 생애최대의 위기이며, 그 절정으로 보여 지는 것만 같았지만, 사실은 이제 막 시작한 것에 불과하다고 영준은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영준은 자신에게 일어나려하는 상상을 초월하는 이 스릴 넘치는 사건들의 결말을 결코 놓치고 싶지 않았다.
이것이야말로 그동안의 무료했던 일상에서 탈출시켜줄 얼마 안 되는 절호의 기회.
물론, 그것을 즐기려면 우선 살아남아야만 하는 것이 최우선의 과제였다.

‘지금이 아닐지도 몰라.......... 이미 그 녀석을 알게 되었을 때부터 그때부터 모든 게 시작되어 왔던 거겠지................’

그러나 이런 영준의 포기하지 않는 비장한 결의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아하하 하하하!!”

우스워서 참을 수 없다는 듯이 폭소를 터뜨리는 여자의 태도였다.
영준을 핀치에 몰아놓고 언제든 단숨에 죽일 수 있는 권리를 지니고도 그 권리를 이행하는 것에 방만한 태도를 보이는 시체를 조종하는 능력자...........
그런 그녀는 웃음을 멈추고 능글맞은 표정으로 영준에게 말했다.

“어머, 얘는~ 누가 당장 잡아먹기라도 하겠다니?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이라면 인연인데 이름정도는 알아야 할 것 아니겠어? ‘예의’를 따지는 너라면 말이지~.”

“이름?”

“그래, 이. 름. 들어둬서 나쁠 것 없잖아. 닳아 없어지는 것도 아니고.... 뭐, 걸리면 내 이름부터 말할까? 난 우희연. 기쁠 희(喜)에 예쁠 연(娟)자를 써서 희연이라고 해~.”

“.....................”

눈앞의 상황이 어처구니없긴 했지만, 분위기상 영준은 왠지 이름을 말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았다.
그리고 이것 역시 약간의 가능성에 힘을 실어주는 증거이기도 했다.
이름을 물어보는 것은 살릴 경우를 고려해서 하는 것이 아닌가.
물론. ‘죽이기 전에 이름이나 한번 들어보자’라는 고전적인 패턴도 있었지만, 영준은 나쁜 쪽으로는 생각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더욱이 지금 영준에게 절실하게 필요한 것은 1초라도 아쉬운 시간.
이 여자는 영준이 노력하지 않아도 알아서 시간까지 끌어주고 있지 않은가?!
영준은 심호흡과 함께 입을 벌렸다.

“영수..... 교과서의 2인자. 철수의 라이벌 영수다.”

영준은 거짓말을 했다.
그것도 너무나 눈에 보이는 유치하기 짝이 없는 거짓말이었다.
지금 그가 입고 있는 옷은 교복.
그 교복의 왼쪽 가슴에는 노란 자수로 ‘ 이 영 준 ’ 이라는 글자가 보기좋게 새겨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장난하니?”

영준 역시 극심한 긴장으로 범해버린 어이없는 실수에 얼굴을 붉혔다.

“느...능력자 같은 인간들을 상대로 본명을 밝히는 바보가 어디 있어!!”

몇 수 앞을 생각하느라 사소한 것을 놓쳤다고 해야 할까..........
하지만, 상대는 그런 영준의 다급한 변명에 일순 표정을 굳히는 것이었다.

“역시..... 잘 알고 있구나.”

이름. 인간이 태어나 최초로 소유하는 것.
변명이나 놀림거리로 변질되는 가장 첫 번째 요소이며 그 덕에 중요성이나 가치가 가볍게 여겨지는 경향이 있긴 하지만, 사실 이름이 인간에게 부여하는 의미는 어마어마한 것이었다.
작게는 미팅이나 면접의 첫인상을 좌우하는 데 큰 역할을 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하여 크게는 사업이나 영업의 성패, 생사여탈의 명운까지 좌우하는 것도 바로 이름이어다.
한때 인기절정이었던 영화 ‘Note of dead'를 봐도 인간의 진명만 알 수 있으면 그 인간의 생사여탈과 길흉화복을 좌우하지 않던가!
물론, 위의 예는 엔터테인먼트에 불과한 것이지만, 실제로 능력자들 사이에서 진명을 알려주는 것은 금기와 같은 것이었으며 지금 희연이라는 여자가 알려준 이름 역시 가명이었다.
만약, 능력자이거나 그런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진명을 알려주는 이가 있다면 그런 경우는 둘 중 하나로 나눌 수 있는 것이었다. 엄청난 바보이거나 아니면 상대의 조종이나 저주 따위가 두렵지 않은 강함에서 나오는 자부심..........
영준이 변명을 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을 한 것도 뭔가 걸리거나 꺼림칙해서 라고 생각할 수 있었겠지만, 영준은 능력자를 언급하며 본명을 밝히는 것을 거부했다.
그리고 그 사실이 희연에게 확신을 주고야 말았던 것이었다.

“좋아. 놀리는 것도 시험을 해보는 것도 그만하도록 하겠어.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도록 하지.”

희연은 확신에 가득 찬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동안 숨기느라 힘들었겠어? 사실 나도 처음 봤을 때는 아리송했지. 전혀 그럴 타입으로 보이지 않았거든....... 하지만, 이제 확실히 알 수 있게 되었어. 이런 상황에 몰리면서 까지 본 실력을 보이지 않다니 정말 감탄했어. 이영준씨.”

도통 알아듣기 어렵도록 자기 마음대로 지껄이는 희연이었지만, 영준은 어렴풋이 그녀가 무엇을 원하고 확신하는 것인지를 짐작하고 있었다.
그러나 영준은 짐짓 모르는 척 시치미를 떼었다.

“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야..........? 알기 쉽게 설명해줬으면 좋겠는데....”

이번 사건의 결과는 영준이 생각하는 범위를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시작과 배경을 전혀 모르는 영준으로선 그것을 들어둘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알 수 있는 기회는 상대가 자기기분에 도취되어 마음대로 떠들어대는 지금 뿐!
희연은 그런 영준의 생각대로 술술 말하기 시작했는데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희연이 영준을 처음 보게 된 것은 지금으로부터 일주일하고도 하루 전.
그녀는 어떤 조직으로부터 각별한 임무를 맡고 있었는데 그 임무를 위해서 여러 가지 큼직한 사건들로 치안을 동요시킬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시체를 조종하는 그녀로서도 치안을 크게 동요시킬만한 연속적인 사망사고나 시체유실 등은 안성맞춤인 임무였던 것이었다.
임무도 수행하고 수하로 다룰 인형도 늘어나는 일석이조의 결과였으니까........
특히 그녀가 가장 재밌게 수행했던 것은 지금으로부터 몇 개월 전에 우진의 집 근처 10층짜리 멀티플렉스 공사현장에서 일으킨 사고였다.
별 생각 없이 한사람의 정신만 조종했을 뿐인데 대형 참사로 이어져 20여명에 달하는 인부들이 목숨을 잃는 사고로 벌어지고 만 것이었다.
그 후로 현장 감독을 비롯해 사장에 이르기 까지 회사간부들의 연속적인 자살과 갖가지 악재가 겹쳐 멀티플렉스 건물은 버려진 채, 폐허가 되고 말았던 것이었다.
어쨌든, 일주일 전에도 희연은 아침부터 사냥감을 물색했는데 그 저주의 눈초리에 포착된 것이 바로 죽은 여고생 나연이었다.
손쉽게 여고생을 비롯해 세 명을 해치우고 목격자를 처리할 겸 덤으로 영준까지 없애기 위해 영준의 의식에 접근한 순간, 믿지 못할 일을 경험하고 만 것이었다.
의식에 접근해 표적의 의식과 동조하여 자살이나 사고와 같은 행동을 유도한 후, 의식의 주체가 사라진 -목숨을 잃은- 껍데기에 자신의 생각과 의지를 실행시키는 것이 그녀의 수법이었는데, 보통의 저항력을 지닌 일반인은 절대로 그녀의 마수를 벗어나지 못했다.
그런데, 꺼벙해 보이는 영준이 그녀의 간섭을 뿌리쳐버린 것이었다.
그녀는 다른 방법으로 영준을 처리하려 했지만, 이전부터 도시에서 벌어지는 사건사고에서 풍기는 ‘냄새’를 맡은 기륭이 추격해오는 바람에 원호를 맡은 동료가 시간을 벌어주는 사이 도망쳐 버렸고 영준이 신경 쓰이긴 했지만 찾아낼 방도가 없었다.
그리고 그보다 우선인 것은 사라져버린 동료였다.
기륭으로부터 시간을 벌기위해 후위를 맡은 것은 좋았는데 멀티플렉스 폐허에서의 반응을 끝으로 흔적도 없이 자취를 감춰버린 것이었다.
그래서 영준의 일은 잠시 미뤄두고 동료의 수색을 위해 며칠 동안 멀티플렉스 건물근처를 수색한 것이 바로 우진이 본 귀신소동의 정체였다.
그렇게 일주일째 이어진 수색에 영준의 일은 까맣게 잊혀지게 되었고, 수색도 중단하고 임무를 재개하려 할 때, 희연은 두 번째로 영준을 만나게 되었던 것이었다.
소연과 함께 멀티플렉스 폐허를 찾아온 영준.
우연의 일치라고 볼 수도 있었지만, 영준은 이전의 사고에서 살아남았고 그때 사라진 자신의 동료가 최후로 종적을 남긴 멀티플렉스로 찾아오기까지 했다.
이때부터 희연은 본격적으로 영준에게 관심을 갖게 되었다.
더욱 신기했던 것은 분명히 건물 안으로 들어간 영준이 아무리 찾아봐도 찾을 수 없는 것이었다.
결국 본격적으로 영준을 찾아보기 위해 시체를 동원했던 희연은 기륭과 직접 충돌하게 되고 패퇴하게 되었지만.....................
이후 그녀는 영준에 대한 무언의 예고로 영준의 집 근처에 기륭과의 전투로 손상을 입은 시체들을 대량 투기했고, 영준은 그녀의 예상을 넘어서는 행동을 보이며 지금 이 자리까지 오게 된 것이었다.
사건의 정황을 알게 된 영준은 그동안 이해하지 못했던 모든 상황을 질서정연하게 정리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아직, 이 모든 사건의 원흉이라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사실을 희연은 숨기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그녀가 맡았다는 임무........... 그것 때문에 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었고 영준마저 사건에 휘말리게 된 것이 아닌가...... 영준은 일부로 전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어보이며 물었다.

“그럼 대체 당신들의 목적은 뭐지? 임무란 게 뭐 길래 이런 짓을 벌이는 거야?”

그리고 모든 것을 말한 희연 역시, 임무를 말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그녀의 목적을 수월하게 달성하려면 영준에게 그것을 설명하는 편이 이해시키기도 빨랐고, 만약 영준이 그녀의 생각과 다르다 해도 입을 막아버리면 그만이었다.

“좋아. 말해주지....... 우리 능력자들은 간단하게 말해서 두 부류로 나뉘어서 싸움을 벌이고 있지. 서로의 우열은 막상막하. 그래서 우린 이 싸움의 판도를 한 번에 뒤집을 만한 강력한 능력자가 이곳에 있다는 지령을 받고 그를 찾아내고 포섭하러 온 거지.”

“그럼 왜 사고를 일으키며 무고한 사람들에게 피해를 준거지...........?"

“그야, 시끌벅적하게 능력자의 소행이다. 라고 여겨질 만한 짓을 잔뜩 벌이면 알아서 나타나지 않겠어?”

목적을 위해 사람의 목숨을 파리만도 여기지 않는 그녀의 가볍고 잔인한 태도에 영준은 분노로 치를 떨었다.
영준을 병원에서 끌어내기 위해 급우인 우진도 어린나이에 소중한 목숨을 잃지 않았던가.
그뿐만 아니라 목숨을 빼앗긴 것도 모자라 시체마저도 유린당하며 죽어서도 안식을 얻지 못하고 있었다.

“당신....... 그렇게 많은 사람들을 죽이고도 죄책감 같은 건 전혀 없는 거야? 마음에 걸리고 그런 건 하나도 없는 거야?”

“뭐, 나도 사람이니까 전혀 없다곤 말 못하겠지.... 이만큼 저질러 놓고 아무 수확도 없었다면 솔직히 조금은 미안했을 것 같아. 하지만 결과물이 있잖아. 바로 여기에.”

그녀는 기가차서 할 말을 잃은 영준을 향해 잔인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래 이 모든 게 다 너 때문이야. 너를 찾기 위해서 그런 거라고. 능력자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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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의 전말을 한큐에 설명해 버렸는데 이것이 상당히 무리한 진행인지 아닌지.....
날림이라고 느껴질지도 모르겠군요.
아무튼 예. 다음편이 1장의 최종편이 되겠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여자이름도 마음대로 날림으로 지어버렸습니다.
이제 더이상 호러분위기가 아니라네~-0-;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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