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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복마전(伏魔殿)- Pandemonium

2007.02.09 23:49

단혼 조회 수:315

prologue




────────공허(空虛)




모든 것은 존재하지 않으며, 또 존재한다.




아니, 심지어 이렇게 내뱉고 있는 나 자신조차도. 존재하고 있는 건지 확실치 않다.




한때, 유명한 철학자는 이렇게 지껄였다. “Cogito, ergo seum(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미친 소리지만, 가장 반박할 말이 없다.




나 자신을 둘러싼 모든 것이 환상이라고 치고, 나 자신을 그 환상 속에 사로잡힌 포로 취급할지라도, 그것에서 망상하는 나 자신은 결과적으로 존재하니까.




모든 것은 환상, 허구, 거짓말에 불과할 지라도.




나는 이 환상 속에서 나 자신을 불사를 것이다.



────────광인(狂人)




그래, 난 미쳤다.




아니 도대체 무슨 인간이.




자신의 가족들이 무참히, 육식괴물들에 의해 유린당했는데,




아직도 귓가에 선명히 그들의 비명소리가 들려오는데.




제 정신을 차릴 수 있겠는가.




그렇다고 내 살인이 정당화되는가? 아니, 흡혈귀들을 죽이는 일련의 행위들이 살인이라고 완곡하게 취급되어질 수 있는가?




어려운 문제다, 아니.




이렇게 미친 모양을 해가지고 이런 소리를 지껄이는 행위 자체가 미친 짓이다.




그래, 나는 미쳤어. 과격하게.




“또 넌가, 넌더리 나는 군. 인간.”




“아아, 이쪽도 그래. 흑기사 양반.”




흑기사 슈트라우트. 사라져. 내 눈앞에서.




“도대체 넌 나의 주군이신 알토르쥬 님께 무슨 원한이 있는거냐. 내가 알기로 너의 가족을 해친 이들은 이미 다른 헌터들에게 몰살당했다고 들었다. 화가 나다못해 황당하군.”




“우후후...알토르쥬에게...원한을? 아아, 하나는 확실해. 너희는 흡혈귀, 나는 헌터. 자, 괴물들끼리 서로를 죽여보자.”




그는 뭐라고 말을 더 하려했으나, 이내 포기하고 내쪽으로 그의 속검을 뻗는다.




섬광같이 빠른 일격, 좌검으로 막는다.




귓가를 간지럽게 긁어대는 검의 비명소리. 철저히 무시한다.




녀석은 가볍게 몸을 돌리며 검을 이리저리 휘두르지만, 익숙한 궤적으로 날아드는 검. 그것들은 이미 나에게 아무런 해가 되지 못해.




품속에 넣은 샷건을 몸을 뒤로 빼면서 동시에 퀵 앤 데드로 뽑은 뒤, 급하게 쏜다.




녀석의 몸엔 구멍이 숭숭 뚫렸고, 녀석은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선다.




“아하하, 하하하하. 하하하하.”




“뭐가 그리 즐겁나, 인간. 어차피 이런 식으론 나는 죽지 않아.”




너무나도 질리도록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더욱 화가 난다.




흡혈귀라는 족속들은, 인간과 비교할 때 너무나도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그들은 우리 인간들의 전유물이라고 생각되었던 과학에 통달해있다. 아니, 그들은 이미 우리 사회 내에서 독보적인 존재들로 각 분야에선 거의 불가침에 가깝다.




그리고 그들의 톱 시트인 27마리의 사도들. 일부는 죽어나가고, 다시 계승하고는 있지만 녀석들은 거의 실질적으로 불사이다. 왠만한 충격을 받지 않으면, 심지어 목이 잘리더라도 녀석들은 재생한다.




견딜 수 없는 즐거움에 이마를 감싸고 킥킥 거리자, 슈트라우트는 나의 행동이 이해되지 않는 다는 듯 인상을 찡그린다.




녀석도 분명 시간이 없다. 이미, 알토르쥬라고 불리는 녀석의 주군은 도주한 지 오래. 다른 헌터들은 백기사라고 불리던 녀석에 의해 전멸.




이미 나에게도 철수 명령이 내려졌다. 분명 이 녀석도 나도 잘 알고 있다.




“그래, 난 흡혈귀니까. 그러나 넌 뭐지? 인간? 흡혈귀? 괴물?”




“세가지의 경계쪽에서 원한만으로 살아가는 자.”




“제법 그럴듯하군.”




녀석의 마검은 빛을 발한다. 니어 다크. 흔히들 말하는 부식(腐食)의 마검.




그저 스치는 것만으로도 상대를 부식시켜, 단 몇분 이내로 냄새날 정도로 썩게 만들어버린다.




“...죽어라, 인간.”




녀석은 이제 질문하는 것도 귀찮다는 표정으로 검을 강맹하게 내리꽂는다.




좌각으로 들어오는 공격은 페인팅, 결국은 우각 상향을 노리는 검격이 메인 포인트.




몸을 춤추듯 뒤로 물리며 제 이극의 자세. 에뤼알 뒤프레 로캉(달을 맞이하는 늑대)의 자세를 취하면서 우검으로 메인 포인트를 간신히 빗겨내린다.




손이 저릿할 정도의 강한 충격. 이내 검을 집은 손에서 상당한 고통이 몸을 괴롭힌다.




하지만, 결국은 무시다. 무엇보다도, 내가 쥔 검또한 기적의 파편이니...




마를 부정하는 능력. 결국은 니어 다크나, 나의 듀렌달 vol.2나 상대에게 주는 효과는 같다.




서로의 몸에 닿는 순간, 서로의 몸을 부식시킬 흉물들.




스스로의 몸을 불살라, 보다 화려한 불빛을 피우는 자들.




그것이 ‘나’이자, ‘우리’라고 칭할 수 있는 자들이다.




서로가 쥔 검들은 마치 애틋한 애인처럼 부르르 떨면서 허공에서 노래를 부른다.




하지만 이쪽도 질질 끌 생각은 없다.




녀석의 검세 속에 드러난 작은 빈틈에 온몸을 내던진다.




당황할 수 밖에 없는 일격에 녀석은 제법 침착하게 대응하나, 다리쪽이 약간 비었다.




몸을 눕히며 다리쪽을 공격한 뒤 그대로 손을 땅바닥에 댄 채로 묘기를 부리듯 물구나무 선 채로 녀석의 잘난 얼굴을 걷어 찬다.




욱하는 신음소리와 함께 물러나는 녀석을 확인하며 그대로 허공에 뜬 왼손으로 검 대신 샷건을 다시 집고 녀석에게 한발 더 쏜다.




피가 튄다. 아아, 아름답기 그지없다.




녀석의 얼굴은 이제 걸레조각이 되었다. 아무리 녀석이 시간의 저주를 받은 불사의 흡혈귀라지만, 이 정도까지 다치면 곧바로 재생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죽이지도 못한다. 봉인 의식을 치루는 것은 교회의 개들뿐.




“후우, 후우. 후하...하하하하! 아하하핫! 아하하하하...하하핫!”




기분나쁘기 그지없어. 꺼져, 흡혈귀.




“...잘도 망가트려두었군. 재연성에 상당한 시간이 걸리겠어.”




“어차피 당신은 불사잖아. 그 정도는 감내하라고.”




“...소용없는 짓이다. 어차피 난 사도이기에 쉽사리 죽지 않아. 하지만 넌 인간이지, 언제까지...”




샷건의 한탄창을 다 쓰면서 피속에서 다시 형성된 녀석의 얼굴로 난사한다.




이내 샷건의 반동을 버텨내지 못한 왼팔을 부여잡고 바닥에 주저앉는다.




앞으로 남은 시간은...고작해야 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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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감하군요, 월희 팬픽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월희의 사도들에 대한 자료는 어느정도 가져왔지만, 실제 등장할 캐릭터들은 전혀 연관성이 없으니...

팬픽이라고 분류해둬야 할까요?

초작인데...엉성한 부분이 너무 많이 보여도

따스한(?!) 시선으로 보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에헤헤헤.

묻겠다, 그대가 나의 리플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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