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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퍽.

내가 그럴 줄 알았어. 그렇게 남은 진지한데 비웃으니 벌을 받는 거지요. 훗. 복수삼아 나도 격렬하게 웃어드리겠습니다.

“푸하하하~. 대박이다. 하이라이스가 얼굴에 범벅이야. 으하하하하하…… 아하, 아아악!”

역시 몸이 성한 것 같진 않군. 이야, 이거 무진장 아프네, 허리 중간부터 발끝까지 저릿저릿한데, 이거 어쩌지.

“……. 지금 이거 제게 던진 게 맞나요?”

존댓말이다! 아, 왠지 엄청나게 화가 났다는 얼굴을 하고 존댓말을 사용하시면 무섭지요. 그리고 지금 붙잡혀있는 금 까마귀가 호들갑스럽게 살려달라고 외치게 됩니다. 이제 허리가 꺾인 각도가 거의 직각을 넘어서고 있습니다. 이만 놔줘도 아무것도 못할 것 같은데 말이지.

“그래, 너한테 던진 거야 이 밥팅아.”

“지금 밥팅이라고 하셨습니까.”

“그래 밥팅이라고 했다. 이 밥팅아.”

“그 잘난 외모로 학생이나 꼬셔서 부려먹는 교사 주제에 지금 그런 말을 하실 처지가 된다고 생각 하십니까.”

“오호라, 그러니까 내 외모가 부럽다는 거지?”

“아뇨 전혀요. 적어도 지금 당신보다는 제가 더 예쁘거든요. 그런 얼굴을 하고는 뭐가 예쁘다고 하는 건지 모르겠네요.”

“그래? 그 하이라이스를 뒤집어쓴 얼굴이 예쁜 얼굴이란 말이지? 그럼 더 묻혀주리?”

“아뇨 사양하겠습니다. 선생님 얼굴이나 제 딸기케이크로 예쁘게 만들어 드리죠.”

왜 말싸움을 하는 겁니까. 손에는 각자 하이라이스와 딸기케이크를 들고 한다는 게 말싸움 입니까. 여자란 말입니까. 천사도 악마도 여자싸움은 말싸움이 먼저입니까!

“받아라!”

“얼마든지 오시죠!”

왜 서로 무기는 버리십니까? 드디어 그게 무기가 아니라는 걸 깨달은 건가요. 그래요 그건 무기가 아닙니다. 그냥 음식이란 말이죠. 가지고 장난치면 벌을 받는, 바로 음식이란 말입니다.

“꺄앗.”

“꺄아아.”

잘 알고 있습니다. 동네 구멍가게 앞에서 가끔 아줌마들이 머리채를 휘어잡고 싸우는 그것 말이죠. 예, 잘 알고 있어요. 그게 바로 이거로군요. 젊은 세대가 이렇게 싸우니 놀라울 다름이네요. 게다가 당신들 인간도 아닌데 어떻게 그리 인간계 사정을 잘 아는 거야?

“이거 놔! 이년아.”

“못 놔! 이년아.”

마치 계획대로 짜고 찍는 다큐멘터리 한편을 보는 것 같은 기분이네요. 저렇게 리얼하게 서로의 머리를 잡아 뜯으면서 상투적인 대사를 자연스럽게 내뱉으시니 분명 단언하건데 올해의 여우주연상은 두 분에게로 돌아갈 예정입니다. 미리 축하를 드리도록 합죠.

‘어이, 까마귀.’

“…….”

‘응답하지 않으면 오늘 내가 살아남아도 일평생 라면은 끓여주지 않겠어.’

“무슨 일이십니까. 분부만 내려주십시오.”

그래, 라면 가지고 협박하는 나도 나지만, 라면 가지고 하는 협박에 넘어가는 너도 만만치 않구나.

‘너 지금 움직일 수 있겠어?’

“음. 일단은 움직일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럼 나 좀 도와주시게. 어서 병원에 가야할 것 같아.’

“오케이.”

일어나는구나. 그것도 벌떡. 그렇게 당해놓고는, 혹시 내 라면을 이용한 협박에 네놈 신체의 자연치유력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 거냐? 어쨌든 어서 날 부축해 병원으로 도망갑시다. 여기에 계속 있어도 좋을 거 하나도 없으니까.

“너, 어딜 가려고!”

“너, 뭐하는 짓이세요!”

아, 생각 외로 잘 일어났다고 하자마자 얼굴이 으스러졌네. 그냥 그 자리에서 죽어라. 괜히 일으켜 세워서 미안하다. 그리고 당신들은 왜 쟤를 때리는 건데? 내 마지막 남은 생명줄이었건만, 당신들 때문에 내 마지막 보루가 삼도천으로 돌아가 버렸잖습니까. 아니, 왜 또 쓰러진 녀석을 집어 던지는 건데요? 그것도 내가 있는 방향으로 절묘하게 나를 깔아뭉개도록 던지는 법이 어디에 있습니까.

“얌마, 갑자기 공격하는 게 어딨어!”

“한눈 판 당신 잘못이세요!”

그리고 또 싸우십니까. 사고의 전환이 빠르네요. 그런데 왜 내가 죽어가는 건 모르십니까. 삼자씨야 어차피 나를 죽일 생각이니 그렇다 치고, 하이라이스 천사님, 당신은 나 살려주신다면서요. 왜 싸움질만 하는 겁니까. 나 죽어요. 금방 죽는다고! 금 까마귀랑 사이좋게 손잡고 황천여행 가게 생겼습니다.

“걱정…… 마라. 넌 내가 지켜준다.”

어이, 다 죽어가는 꼴로 그렇게 말해도 안 믿어지거든요. 게다가 네가 지키고 싶은 건 내가 아니라 내 라면이겠지.

“흐이에우어!”

일부러 이상한소리까지 내면서 무리할 필요 없어. 움직이지 마. 게다가 거기서 일어나려고 하면 완벽하게 나를 짓누르잖아. 그만해! 부러져! 부러진 곳이 또 부러져!

“끄아아아악!”

“끄흐어이에우어!”

그런 눈으로 바라보지 말아주세요. 싸움까지 멈출 정도로 이상했습니까. 나한테는 당신들이 여전히 붙잡은 머리카락을 놓지 않는 모습이 더 이상해 보여요. 당신들의 그 전투본능은 어디에 내재되어 있던 겁니까? 아니, 계속 싸우면 어떻게 해요. 이 빌어먹을 바보 놈에게 압박당하는 날 먼저 구해달란 말이야!

“자, 도망가자.”

언제 일어섰냐. 게다가 나를 밟고 서있는 건 뭐야. 당장 내려가.

“당장…… 내…… 위에서…… 내려가…….”

말 한마디 하기도 힘들다.

“오케이, 오케이. 자 그럼 일단 이렇게.”

갑자기 들쳐 업지 마! 휘어버린 등골이 마지막 생명이 불타오르는 소리를 낸다고. 우두둑 소리가 아니라 우지끈 뚝딱이라고 하는 소리가 났잖아. 어이 들은 겁니까?

“자, 그럼 이만 우리는 실례. 두 분 열심히 싸우세요.”

괜히 잘 싸우고 있는데 그런 말을 하면 도망가려고 하는 걸 눈치 채잖아!

“어딜 도망가!”

“너희 가만히 있지 못해!”

도망가. 가만히 있지 못해. 딸기케이크가 날아오지만 도망가고 말겠어. 하이라이스가 날아오지만 가만히 못 있어. 아니, 하이라이스가 날아오니까 당연히 가만히 못 있지! 아니, 당신이 왜 우리가 도망가는 걸 막는 건데!?

“걱정 마, 이미 이동하고 있어.”

그래 나도 안다. 또 그 빛이 번쩍여서 눈이 부셔. 그런데 말이야. 조금만 더 빨리 이동할 수는 없었던 걸까? 내 얼굴에 딸기케이크와 하이라이스가 엉겨붙어있는데, 병원에 가면 필시 의사들이 거부반응을 일으킬 거야. 제발 정상적인 환자의 모습으로 병원에 실려 갈수가 있도록 해주면 안 될까?

“병원에는 가지 않아도 괜찮아.”

무슨 말이야. 나는 지금 죽기 일보 직전이라고. 게다가 이제 생각하는 것도 힘들어서 혼절하기 일보직전이라는 상황에 다다른 것 같은데, 이대로 병원으로 가지 않으면 도대체 어디로 가겠다는 거야. 제발 나 좀 살려줘. 이대로 죽을 수는 없잖아. 병원에도 못가보고 죽는 건 너무 아쉽잖아. 왜 시야가 붉어집니까. 아직 번쩍번쩍 빛나고 있는데 왜 시야가 붉어집니까. 나 눈 감은 적 없어요. 눈 감은 적 없다니까요…….


2nd Pot 학교에는 학생과 교사와 천사가 있다.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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