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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튀어나온 히어로 입니까. 아니, 당신은 변신미소녀도 아닌 주제에 그런 엄청 낯 뜨거운 대사는 뭐야 도대체. 천사도 보는 겁니까. 그런 겁니까.

“멋있다…….”

멋있다니. 멋있다니! 저게? 멍한 표정으로 그렇게 바라보지 말란 말이다. 저게 뭐가 멋지냐고! 넋이 나갔어. 아니 악마한테도 넋이란 게 있습니까.

“…… 당신 굉장히 멋있어. 하지만 말이야.”

왜 나를 붙잡는 거냐. 들지 마. 어디서 그런 괴력이 나오는 거냐. 어이 살려줘. 그렇게 부러진 곳을 잡고 들어 올리면 죽는다! 아니 죽지는 않지만 정말 죽을 만큼 아파!

“그렇다고 이 녀석을 살려줄 수는 없어.”

“그렇다면 힘으로 데려가는 수밖에 없겠군.”

둘이서 영화 찍니. 나는, 나는 뭐야! 중간에 끼어서 날아다니는데 대신 해줄 스턴트맨도 없단 말이다. 뼈가 부러지면서까지 너희 장단에 맞춰 혼신의 힘을 다한 연기 따위 하고 싶지 않아!

“그만해애애애으아아아악!”

이번에 부딪히는 곳은 어디입니까. 정답은 식탁입니다. 다른 의미로 등골이 휩니다. 우두둑 소리가 났어. 우두둑 소리가 났다고! 허리에서 우두둑 소리가 나면 살아가기 힘들어지는 거 아닙니까. 제발 살살 해주세요. 나는 인간이고 너희는 아니잖습니까. 제발 인간 아닌 것들끼리 싸워주세요.

“받아라! 컵라면 스플래시!”

그 무시무시한 기세로 돌아가는 컵라면은 무엇인가요. 잠깐, 왜 다시 잡는 거야.

“엄청난 기술이구나.”

그래 엄청난 기술입니다. 마찰로 사라져버릴 것 같은 속도로 돌아가던 컵라면이 회전을 멈추면서 사방으로 아니, 특히 양 옆으로 튀어나가는 면발과 국물들이 만들어내는 불꽃놀이 같은 모습이 정말 굉장하네요. 특히 바보 같은 면이 굉장해. 결국 이 악마한테는 한 방울도 안 묻었잖아!

“역시 멋져. 그렇다면 나도 멋진 기술을 보여주는 것이 예의겠지?”

아니, 굳이 안 보여주셔도 괜찮지 말입니다. 하이라이스나 컵라면과 상대할 수 있는 무언가가 아직도 남아있는 겁니까.

“딸기 케이크 파티! 렛츠 로큰롤!”

아, 예. 정석이네요. 케이크 던지기. 라면이나 하이라이스 보다는 정상이네요. 케이크는 생일날에 던지기도 하니까. 정상이라고 말해드리고 싶습니다. 당신은 정말 정상이에요!

“흠. 역시 너도 만만치 않은 녀석이었군. 악마치고는 훌륭해. 이 딸기케이크 겉보기엔 그냥 생크림케이크지만 안에 딸기가 통째로 들어가 있군! 딸기케이크의 기본에 충실한 기술. 대단하구나.”

아뇨, 보통 딸기케이크 속에 딸기를 집어넣지는 않습니다. 그건 기본에 충실하다고 하는 게 아니라, 그냥 바보라고 하면 되는 거예요.

“훗. 이정도로 놀라긴 이르다! 연속해서 간다. 케이크 파티는 모두 끝났어. 이제 치우는 일이 걱정이야!”

이제 기술 이름에는 태클을 걸지 않도록 할까보다. 그보다는 화려한 스텝, 현란한 손동작 속에서 날아오는 케이크를 훌륭히 피하시는 저 모습을 보자. 양쪽 다 대단합니다. 자 박수. 짝짝짝. 하지만 먼저 중요한 걸 잊어버리지 않았어? 나는 다 죽어 가는데 너희 둘이 신난 거냐.

“저기, 나 좀 어떻게 해주고 싸우면…….”

“닥쳐라 라면시종! 천사와 악마의 신성한 싸움에 끼어들지 마라! 날 돕고 싶은 네 마음은 알겠지만, 진지한 결투에 제 3자가 끼어드는 건 안 된다는 것을 알 텐데?”

어이, 내가 제 3자 입니까. 적어도 내가 제일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보는데? 어이 이보쇼 얻어터진 것도 나요. 그래서 죽음에 직면한 것도 나요. 그리고 당신과 싸우는 건 나를 날려버린 악마잖아! 도대체 내가 어디가 상관이 없다는 건데? 상관이 없는 건 당신이겠지! 그리고 내가 왜 라면시종이냔 말이다.

“너…….”

당신은 또 왜 우십니까. 쟤가 못할 말이라도 했습니까. 그냥 나보고 끼어들지 말래요 당신이 왜…… 아, 제 3자.

“내가 뭘 어쨌다는 거야!”

울부짖으면서 달려드시니 이제 정말 악마답게 보이시네요. 사실 그게 본모습인가요? 에구 무서워.

“으헉!?”

그래 케이크랑 컵라면이 아니라 육체와 육체가 붙으면 금 까마귀 자식이 불리한 게 당연하겠지. 적어도 우리 삼자씨 실력은 내가 보증할 수 있으니까. 게다가 능력 좋으신 하이라이스의 천사님도 일방적으로 맞기만 했으니, 네놈이 그렇게 얻어터지는 건 당연한 이치겠지.

“아학! 으헛! 으아아악!”

팔이 비틀리고, 다리가 꺾이고, 척추가 휘어지고, 고개가 젖혀지니 이건 무슨 기술인지 모르겠지만 아프겠다. 오호라 그 상태에서 허리를 밟는 거군요. 내가 여기서 살아나갈 수 있겠다면 지금 당하고 있는 누군가에게 재 실험을 해보도록 하겠어요.

“죽어! 내 이름을 가지고 놀렸으니까 죽어버려!”

“내가 언제 놀렸다는 거야. 으아아아악!”

사람 허리가 저렇게 휘어질 수도 있구나. 꼭 활처럼 휘어지네. 아니 사람이 아니라서 가능한 건가.

“허리, 허리 부러져, 허리, 내 허리!”

애처롭게 절규하시지만, 내가 생각하기엔 방법이 없어요. 그냥 당하고 계시는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내가 때릴 때도 맞고만 있었으면서 나보다 몇 배는 강한 저분을 이겨낼 방안 따윈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그냥 나도 포기할 테니까 당신도 포기하시길.

“미안, 내가 늦었지!”

희미하게 하이라이스 냄새가 풍기는구나. 당신도 오신 겁니까. 하이라이스의 천사님.

“어라, 왜 당하고 있어. 어라, 저 녀석 아까 날 폭행한 그 애잖아?”

누가 상대인지도 모르고 오셨습니까! 또, 왜 당하고 있느냐 하지 말고 어서 저 녀석을 구해야 2대 1이 되지 않겠습니까. 뭔가 희망이 생기려다 만 느낌입니다. 제대로 좀 하시자구요.

“음. 나는 기권. 도저히 이길 것 같지가 않아.”

벌써 승부 포기입니까! 그래요, 아까도 당했는데 또 겨룬다고 이긴다는 보장은 없겠지요. 나도 깔끔하게 포기를 하도록 해야겠군요. 내 인생은 여기서 끝나는 겁니까. 더 아름다운 미래 같은 거 없어요? 미련은 바보 같은 거라고 하는데, 도저히 여기서 깨끗하게 포기할 수는 없습니다. 아직 여자랑 손도 못 잡아 봤는데!

“아……. 뭐야, 너 그랬던 거야?”

그 표정은 뭐야. 한심하다는 거냐. 남의 생각을 읽은 거지 지금? 여자 손도 못 잡아본 멍청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거지 지금?

“어쩔 수 없네. 그런 엄청난 미련이 남았으니 아직 죽으면 안 되겠구나.”

“뭐야, 뭐야, 무슨 미련 이길래?”

“이 녀석, 아직까지 여자랑 손도 못 잡아봤다는데, 아직 죽일 수는 없잖아?”

“풉.”

“푸훕.”

둘이 동시에 비웃었어. 비웃었어. 비웃었어! 게다가 선생님 당신은 왜 그런 얘기를 하시는 겁니까. 웃을 걸 알면 얘기를 하시면 안 되지요. 그렇다고는 해도 너희들이 나를 비웃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는 거냐! 적어도 컵라면이나 딸기케이크를 던지는 그런 녀석들 보다는 낫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왜 날 비웃는 겁니까!

“어쨌든. 거기 악마 아가씨. 이쯤에서 그만 두는 게 어때?”

“흡. 내가 여기서 흡. 그만두면 분명 흡. 나를 죽일 흡. 생각이잖아?”

억지로 웃음 참지 마. 보는 내가 괴롭다. 어차피 웃긴 거 안다고, 그러니까 그냥 마음껏 웃으세요.

“저 녀석이 너보고 웃음 참지 말래.”

그런 거 일일이 안 가르쳐줘도 돼!

“흡……. 푸…… 푸하하하하하~. 여자 손도 못 잡아봤으니 죽으면 안 된데, 푸하, 푸하하하하. 아 웃겨. 너, 개그맨 해도 되겠다.”

예, 마음속 깊이 새겨두도록 하겠습니다. 웃으란다고 그렇게 호쾌하게 웃어주시면 나로서는 정말 감사한 마음을 감출 길이 없네요. 그보다 앞에 날아오시는 하이라이스는 보이시는 겁니까? 당신 지금 하이라이스 천사님의 술책에 걸려드신 거야. 알고는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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