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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nd Pot 학교에는 학생과 교사와 천사가 있다.


“어이, 일어나라 아침이야.”

아, 정말 거지같은 꿈이었어. 홀딱 벗은 날개달린 자칭 천사에게 나의 소중한 첫 키스를 빼앗기다니. 게다가 라면까지 끓여주고, 왠지 기분이 안 좋은데, 마치 눈을 뜨면 악몽이 계속될 것만 같은 이 기분은 뭘까. 지금까지도 엄청난 악몽을 꿨지만, 일어나면 더 엄청난 일이 기다리고 있을 것 같아.

“일~ 어~ 나~ 라~!”

아직도 꿈인가보다. 내 것이 아닌 목소리가 나를 흔들어 깨우고 있다. 몇 번쯤 더 꿈을 반복해야 현실로 돌아올까. 아니면 영원히 꿈에 갇힌다는 그런 얘기가 펼쳐지는 건 아니겠지.

“일어나십시오.”

다시 잠에 빠져들면 모든 게 원상복귀 되어있을 거야. 제발. 부탁입니다. 신이 있다면 내 소원 좀 들어줘봐. 네? 좀 들어주세요. 부탁입니다. 내가 아무리 특색 없는 평인이라지만 그런 변태와 평생을 보내고 싶지는 않아요.

“좀 일어나라 나 지금 라면이 먹고 싶단 말야.”

내가 다신 신한테 뭐 부탁하나 봐라. 내 꿈은 내 꿈이니까 알아서 해결하라 이거지? 빌어먹을.

“이야아아아압!”

오, 내가 날아가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여기서 벗어나게 해주는 것입니까. 아니, 그럴 리가 없지.

“으아아아아악!”

침대에서 호쾌하게 나가떨어진 모양이다. 엉덩이 쪽부터 찌릿찌릿한 게 꼬리뼈부터 떨어졌나보군. 그보다 아파! 꿈이 아니란 말씀입니까! 아니, 꿈이 아니라는 건 애초에 알고 있었지만, 정말 인정하기 싫다. 여기서 위를 올려다보면…… 그래 저게 있다. 저 번쩍거리는 금 까마귀새끼.

“아프잖아! 이게 뭔짓입니까!”

“라면.”

그렇군. 복수로군. 어제 때린 것에 대한 복수를 시작한 거로군. 게다가 라면, 이놈의 라면은 질리지도 않습니까. 어제 다시 나타나서는 3그릇이나 더 먹었잖아. 물론 나도 라면은 안 질린다. 하지만 저 녀석은 내가 아니잖아. 적어도 저런 녀석과 같은 레벨이라면 빌게이츠가 된다고 해도 싫다. 이건 정말 적극적으로 싫다고 나설 수 있어.

“와아, 라면이다.”

정말로 좋아한다. 어차피 나도 아침을 먹어야 하기 때문에 그 참에 같이 끓인 것뿐이야. 좋아하지 말란 말이다. 어서 라면이나 드세요.

“어라, 너 어디 가냐.”

“학교 간다. 학교. 너는 여기서 꼼짝 말고 있어.”

그래, 학교까지 따라오게 만들면 안 되지. 어서 저 녀석에 대한 해방감을 맛보고 싶군. 학교 가는 게 이렇게 즐거운 적은 내 평생 처음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나름 고마운 녀석이다. 물론 절대로 고마운 녀석은 아니지만…….

“그런데, 당신 왜 일어나시는 겁니까.”

“응? 나도 따라 가려고.”

따라오지 마.

“안 되는 거야?”

안 돼.

“나도 갈래.”

절대로, 이것만큼은 절대로 막아야 한다. 학교에 쫓아온다니. 미쳐도 단단히 미쳤어.

“너, 그, 옷도 안 입은 주제에 어디를 나가겠다는 거야?”

“그거라면 걱정 마.”

또 기도자세로 들어간다. 그리고 외운다. 주문을, 아니 그냥 지가 원하는 거 말하는 거잖아.

“옷 입자. 옷 입자. 옷 입자. 뭐가 좋을까. 그래 정장으로 입자. 날개도 없애고. 이제 빛나지도 않아야지.”

아 또 눈부시다. 오, 정말로 정장을 입었군. 날개도 없어졌어. 빛도 안나. 세상에, 완전히 인간이로구만, 그럼 어디 한 번.

퍼억~

“우왓! 왜 때리냐!”

“왠지 완전히 인간 이길래. 천사인 것보다는 더 쉽게 때릴 수 있지 않을까 하고 때려봤어. 그런데 왠지 천사였을 때가 더 때리기가 쉬운 것 같군.”

투덜댄다. 투덜대면 뭐 어쩔 건데? 라면 네놈이 끓일 거냐? 아니 이런 걸로 협박 권한을 가지는 것도 왠지 인정하기 싫다. 그런데 확실히 옷을 차려 입어서 그런지 잘빠지긴 잘빠졌다. 사실 완전 알몸이라 내가 주시하지를 못하긴 했지만 근육도 적당히 붙어 있었고, 키도 큰 편이었으니까. 이정도 그림이 나오는 건 당연하다 이건가. 게다가 얼굴도 잘생겼고, 뒤로 머리를 묶으니 엘리트 분위기가 나는 것이 일단은 천사라는 건가. 인간보다는 한 단계 위의 존재. 뭐, 행동을 보면 겉모습만 멀쩡하다는 걸 필사적으로 어필하는 듯하지만, 일단 이정도 베이스가 되면 학교에 데려가는 것도…….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 것입니까!’

변태야. 저놈은 내 입술을 훔친, 아니, 입술을 강탈한 날강도다. 권능이라는 걸로 내 몸을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고는 억지로 키스한 불한당이다. 겉모습만 그럴싸하지 학교에 데려가도 될 만한 물건이 아니란 말이다 저놈은.

“어쨌든 오지 마. 오지 말라면 오지 마! 학교 따라 오면 앞으로 라면 안 끓여줄 거야!”

먹혔나. 아, 먹혔다. 그런데 라면으로 협박은 안하기로 했는데, 뭐 상관없겠지.

“그럼 나는 간다. 다녀와서 라면 끓여줄 테니까 가만히 기다려. 아무것도 손대면 안 돼.”

손을 흔든다. 사내놈이 배웅해 주는 것 따위 좋을까보냐. 아, 어쨌든 이걸로 한동안은 해방인건가. 오늘은 저녁 늦게 들어가도록 노력해봐야겠다. 그러고 보니 지금 시간이 몇 시지? 아, 8시, 무리야! 학교까지 걸어가는 건 무리다. 늦었어! 이 빌어먹을 자식 때문에 지각하게 생겼잖아. 달릴까. 그래 달리면 어떻게든 도착하겠지.

콰앙.

“뭐…….”

뜀박질로 이제 몇 발자국 옮겼을 뿐인데 등 뒤로 볼링공이 떨어졌다. 근처에 볼링장도 없는데, 아니 주변에 건물도 없는데 어디서 떨어진 거냐. 비행기에서 자유낙하 실험이라도 하는 건가. 아니 그보다 지금은 일단 학교.

‘지각은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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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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